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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 아바타 그리고 가상세계(1)

by feelosophy 2017.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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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 아바타 그리고 가상세계

 

 두껍지도 않은 책을 한참을 읽었습니다. 가상세계, 가상현실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런저런 책을 빌려다가 읽고 있는데 가상현실은 고글을 쓰고 4D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 주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다중자아를 받아들이는 보다 심오한 현실이라는 게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누군가가 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전제하에 리타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과연 현실의 '나'인지 아니면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라는 블로그에 존재하는 '나'인지에 대한 생각도 잠시 스치는군요.

 

 두껍지 않다고 이야기 했지만 그래도 메모할 것은 많았습니다. 가상세계에 대한 정의부터 그 특성과 그곳에 존재하는 가상인간의 등장과 의미, 과연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구분할 수 있는가의 질문으로부터 정체성을 확인하고 나아가 주체가 붕괴, 자아의 확장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책 여기저기 간지를 끼워두느라 읽는 속도가 더 더뎠습니다.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면서 메모해둔 것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가상현실은 컴퓨터를 이용해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섯 개의 감각을 가상으로 생성하고 조합하여 실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인공적 현실입니다. 이것을 텍스트, 이미지, 영상, 혹은 신체의 촉각까지도 자극시켜서 그야말로 실감나게 연출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미 우리는 인터넷 시절 여러 커뮤니티에서 가상세계에 속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상세계 경험이 일상화되면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몰입감이 큰 게임의 경우 그 가상현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른바 '게임폐인'이 있는 것 처럼 그들 자신은 없고 오직 게임 속 아바타만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상황에서 정체성과 주체성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저자는 밝힙니다. 정체성에 관하여 가상세계에서의 범죄에 대한 책임이 현실의 나인지 가상세계 속의 캐릭터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고, 주체성에 대해서는 가상세계의 복제 가능성에 의해 시공간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주체가 사라지거나 다중적이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상세계와 비슷한 말로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사이버'라는 말은 위너N.Wiener에 의해 정립된 사이버네틱스에서 따온 말이며 여기에 space가 붙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컴퓨터 네트워크에 기반한 정보적 공간입니다. 그래서 통신 네트워크에서 물리적 요소와 정보적 요소를 나누어 생각하고 이러한 요소를 바탕으로 여러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사회적 관계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이버스페이스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공간이면서 그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도구가 됩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컴퓨터 시스템이 산출하고 우리가 다시 적절한 장비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정보로 이루어진 표상세계, 인공세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이버스페이스는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컴퓨터에 의해 유지되고 산출되는 다차원의 인공적인 또는 가상적인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37)

 

여기서 가상현실의 '가상'과 '현실'의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단어의 조합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기억할만합니다. 하임M. Heim은 스코투스J.D.Scotus의 철학을 언급하며 '가상현실'이 모순이 아니라고 밝힌바 있는데 그에 따르면 '가상적으로'라는 말은 스코투스의 실재론을 구성하는데 핵심개념이라고 합니다. 스코투스는 사물의 개념이 경험적 속성들을 형상적으로가 아닌 가상적으로 담지하기때문에 사물은 단일한 통일체 내부에 자신의 경험적 성질들을 이미 포함하고 있고 그것은 가상적으로 그 성질을 포함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결국 가상적인 것들은 아직 감각기관을 통해 포착된 것은 아니지만 감각 가능한 것들로 세계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말이 됩니다. 즉, 경험 가능한 것이 '가상'인 것이라는 거죠.

 

현재와 같은 의미로서의 가상현실 개념은 레이니어J.Lanier가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가상현실 구현기술이란 사용자가 수신한 정상적인 감각 입력을 컴퓨터가 산출한 정보와 대체시킴으로써 사용자가 실제로 다른 세계에 있다고 확신하도록 만드는 기술이고 그 기술로 만들어진 가상현실은 사용자로 하여금 마치 현실세계처럼 생생한 3차원적 상황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만드는 전자적 시뮬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리타는 한가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 저자도 우리가 지금 현실로 생각하는 이곳이 사실은 가상세계일 수도 있다고 한 것에서 나왔습니다. 과연 어떻게 우리가 상위계층의 현실세계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처음 게임을 하게 되면 이것이 게임이고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 되어도 게임이 끝나면 현실의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사실을 인지한채로 임하게 되는데 말입니다. 기술적, 심리적, 신체적으로 어떤 단계에 다다랐을 때 과몰입이 되고 급기야 현실의 나를 놓아버리는 상황이 되는 걸까요. 게임 속 아바타와 그 가상세계가 현실세계로 인지된 그 상황이 되어버린 상태 그래서 다시 현실로 빠져 나오지 않는 상태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읽히었습니다. 마치 메트릭스의 키아누리브스나 '네버엔딩스토리'의 끊임없이 게임을 되풀이하는 아이들의 입장이 된 것처럼 말이죠.

 

 일단 가상현실 구현 기술을 보면, 가상현실은 사용자가 직관적 몰입이 가능하게 하거나 컴퓨터가 만든 동적 환경과 상호작용하게 하는 여러가지 인터페이스 기술의 조합입니다. 가상현실을 실현시키기위해서는 가상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상표현 시스템과 몸의 움직임을 가상현실에 반영하기 위한 인식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상 환경을 총괄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죠. 두번째로 <스타트랙>의 현실화가 있는데요. 군사적목적, 게임, 가상리허설 혹은 대인기피 치료, 신체 모델링이나 건축설계 및 상품 매매 등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한 걸음 나아가 이제 가상세계의 특성을 들어봅니다. 사이버 문화의 특성인 접속성, 익명성, 개방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여기에 이미지성과 상호작용성, 단절성 및 조직가능성, 탈일상성등의 특성이 더해집니다. 이는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에서 다루었던 내용들과 많은 부분이 겹칩니다. 가상세계가 가지는 특성인 상호작용성에 기반한 사이버 혹은 디지털의 서사를 연구하기 위한 것이라 그런 듯합니다.

 

이미지성에 대해서는 유명한 보드리야르J.Baudrillard의 이론이 등장합니다. 바로 실재하는 모든 것은 실재를 모사하는 기호들로 대체되고 이러한 기호나 이미지들의 모사물인 시뮬라크르simulacres가 실재보다 더욱 실재적인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이미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자체가 실체가 없는 시뮬라크르의 세계이며 자신의 비실재성을 은폐하기 위해 다른 시큘라크르를 재생산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세계인 것입니다. 우리는 실재하지 않는 세계를 경험하고 실재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며,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반응하는 컴퓨터의 연속적 작용에 의해서 가능합니다.

 

가상세계에서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존재 즉, 가상인간의 등장과 의미로 넘어가봅니다. 아바타는 지능을 갖고 있음은 물론 현실인간의 대행자로서 자율성을 지니며 목적 지향적으로 위임받은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서로 연관되어 있는 사건들을 탐지하고 일련의 규칙들을 적용함으로써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합니다. 자신이 댛생하는 현실인간의 기호, 습성에 대한 학습을 바탕으로 돌발적인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p49) 반대로 현실 속의 나는 육체성의 종말을 맞이합니다. 아바타가 현실세계에 대한 통제력까지 확보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저자는 근대적 세계에서 '나'는 항상 육체라는 대상을 필요로 하지만 탈근대적 세계에서는 '나'라는 육체라는 대상을 필요하짐 않으며 단지 '나'라는 상징만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상징은 물리적 제약을 벗어나 다양한 해석의 틀과 변화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들뢰즈G.Deleuze와 가타리F.Guatarri는 육체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가집니다. 탈육체화된 육체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죠. 새롭게 구성되는 육체가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길들여지고 주체화되기를 거부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육체성의 종말을 고하며 새로운 육체성을 추구하는 일은 가상세계에서 새롤운 정체성의 추구를 추동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상 가상현실의 정의, 기술, 특성, 가상인간에 대해 정리하였습니다. 내용이 많은 것 같아서 이 책의 중요한 부분인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구분가능성과 정체성의 확인과 주체의 붕괴에 대한 내용을 다음에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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