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착한드라마라고?

 

출판사를 배경으로 책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는 사명감이 사뭇 진지하며 캔디형 주인공의 일상에서 책 속의 멋진 문장을 가져다 독백하는 장면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왠지모르게 착하고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응원하게 만든다는 식이다. 이야기가 끝나고 다음 예고가 나올때 그림책처럼 조근조근 흘러가는 쪽글들도 좋았고 서글서글한 주인공들의 열정에 나까지 활력충전되는 느낌을 받았다. 초반까지 꽤나 재미있게 보았다.

 

같은 느낌을 받은 이들이 많았는지 이 드라마가 착한드라마라고 이야기한다. 대개 주인공 주변 조연급 배우들은 주인공의 사랑과 성공을 방해하는 표독한 인물로 갈등을 부추기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을 궁지로 몰아넣는 밉상캐릭터가 없다. 이 드라마의 갈등은 캐릭터간의 갈등이 아니라 주인공의 내적 문제를 갈등으로 가지고 가기 때문에 문제를 들키지 않는 순간까지는 행복하기만하다.

극 중후반이 넘어가면서 이 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오고 경단녀가 뭐라도 해보고자 해서 학벌을 낮춰서 위장취업하고 그곳에서 승승장구 인정을 받아왔으니 아마 결국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 내적 문제라는 것이 문제인 듯하다. 내가 주인공인 강단이에게 감정이입이 심하게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처한 상황을 두고 보건데, 이 드라마는 대놓고 판타지도 아니라는 점에서 현타가 오게 만든다. 과연 내 실력과 스펙을 감추면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당당한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까지는 좋다 이거다. 그런데 착한드라마라고 해서 그 과정이 어떻게 이렇게 꽃길만 같은가 하는것이다. 동료들도 처음부터 응원을 하고 선배 다른 부서 관리자들도 그가 낸 제안에 바로 수긍하고 바로 담당자로 쿨하게 중요한 일을 맡긴다. 경단녀까지는 아니어도 대여섯살만 많아도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사무실에서 쿨하게 굴면 부담스럽고 소극적으로 있으면 불편한 그런 위치가 되어도 보았고, 출산후 재취업을 할 때에도 아줌마 꼬리표는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불가피한 상황에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을의 위치가 되었다. 물론 나는 결혼 전에 엄청난 커리어를 가지지도 않았고 최상위 대학을 나오지도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런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위로할 수있을까.

서른일곱의 경단녀의 씩씩한 사회생활 도전기라지만 일단 주인공은 아이를 양육하거나 집안대소사와 관련한 자질구레한 일은 하지 않는다. 극 초반 차은호의 전여자친구 가게에서 선물로 받은 수많은 옷과 소품으로 치장한 모습은 강단이를 연기하는 이나영의 앳된 외모는 접어두고라도 여느 패션피플 못지않는 이질적인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다섯살, 여덟살 어린 총각들에게 애정공세를 받고도 수줍고 소녀같고 사랑스러울 수 있는 그를 통해 위안을 받기는 무척이나 힘이 들다. 도대체 실력능력외모되면서 아이양육이 배제된 프리한 존재라면 그동안 보여왔던 실력있고 철없는 노처녀와 연하남의 로맨스와 뭐가 다른걸까싶기도.

그래서 조금 힘이 빠졌다. 어디 나가서 여덟살 어린 총각이 들이대지도 않을것을 알고, 이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는 점점 더 손이 많이 갈 것이고 지난주 다녀온 면접에서는 대졸신입때보다 적은 연봉에 이런저런 부가업무를 요구하며 남편이 뭐하는지 주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의 최악의 호구조사까지 당한 차라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소유진이 연기했던 '내사랑 치유기'의 치유처럼 고구마 백개 먹은 것같은 여성들을 보는 것은 편한 것이 아니지. 그래서 출생의 비밀로 한껏 위치를 끌어올려 놓아야 그나마 이야기를 볼 맛이 나는 지금의 상황이고 보면, 서른 훨씬 넘은 경력에 쉼표 많이 찍혀버린 경단녀들에게는 로맨스는 별책부록에나 있어야 하는 것이 맞았지.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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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시간과 젊음에 대하여

한지민과 남주혁의 아름다운 외모로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눈이 부시다. 그들의 젊음과 해사한 미소는 시청자들에게 일상넘어의 무엇과도 같게 느껴진다.  그런데 한지민이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과도하게 사용한 탓에 급속도로 늙어버려 70대의 김혜자가 된다.

비록 겉모습은 세월을 50년을 달려 부모보다 늙어버린 노인이지만, 수수한 옷차림부터 죽마고우와 나누는 진솔한 이야기까지 여전히 스물다섯 꽃다운 젊은 여자다. 극도로 한정된 사람들만이 이 비밀을 알고 있는 탓에, 주눅들고 안으로 안으로 움츠려들만도 하지만 혜자는 마음에 두었던 준하의 방황이나 기어코 살려놓았지만 불행한 아버지의 뒷모습에 손놓고 있을 수많은 없다.

촬영기법이나 소품같은 소소한 연출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말할 때 반짝이는 눈망울이나 거침없는 행동들이 연기자 김혜자가 정말 스물다섯 여자의 영혼을 가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 충분하게 한다. 손주벌 젊은 남자배우와의 투샷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게 보이는 것은 그만큼 극에 충분히 빠져버렸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고.

 

 

 나는 이 드라마를 통해 지브리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떠올렸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개인적으로 지브리의 작품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소피다. 그에게 빠진 이유는 한순간 늙어버린 자신에 좌절하지 않는 모습때문이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라서 내가 노인이 된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노인이 된다는 것은 유한한 인생의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과 함께 소위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펼쳐내지 못한 수동적이고 수렴적인 시기라는 암울한 생각에 더 주인공에게 저주로 느껴졌다. 그러나 한 리뷰어가 얘기한대로 소피는 오히려 자기의 인생에 솔직하지 못한 애늙은이였고 노인이 된 이후에라야 비로소 자신의 인생에 정면으로 당당하게 부딪혀 도전하고 사랑을 지키는 눈이부신 젊은이가 되었다.

 

조금만 힘이 들거나 하기 싫은 일에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찾을 때 나는 스스로가 소피가 되었으면한다. 지금의 껍질뿐인 저주는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고, 혹시 극복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주어진 인생이라면 손놓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인생의 다짐같은 것이 되었다.

<눈이 부시게>에서 혜자도 <하울...>의 소피처럼 세상에 적당히 자신의 깜냥을 알고 움츠려든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마법같이 걸려든 시간의 농간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주변을 비추는 밝은 사람으로 더 씩씩하고 아름다웠다.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주인공 팀은 혜자처럼 시계가 필요하지도 않고 시간을 되돌리는데 절대등가의 법칙에 의해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 처지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더이상 쓰지 않고 평범한 시간을 온전히 살아가기로 한다.

어쩌면 시간을 거슬러 다른 인생을 살아봐야만 자신의 별것없어 보이는 평범한 인생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움이 도드라지는지도 모르겠다. 가족과의 사소한 시간,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 소리, 배부르게 먹고 나른한 저녁 텔레비전을 보는 소파의 시간을 건너뛰고 무슨 행복하고 거창한 인생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바람이라면 드라마의 끝에는 혜자가 자신의 시간으로 잘 돌아가 행복한 일상을 하루하루 꼬박꼬박 살아가기를, 소피가 젊음을 되찾고도 자신의 삶에 솔직하고 당찬 모습을 잊지 않은 것 처럼 늙은 혜자의 표용력과 주변을 비추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기를.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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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채널 시작, 지우의 소소한 놀이영상

유투버들이 얼마 번다더라... 하는 뉴스가 부러움이 되기도 하지만 손쉽게 영상을 찍고 저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는 건 편리한 일이기도 합니다.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기록하고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참에 유투브 채널을 하나 열어보았습니다.

지우가 커가면서 호기심도 많아지고 이야기를 담은 놀이를 하게 되면서 함께 노는 영상을 기록으로 남겨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시대는 조금 경직되어 있지만 아이들은 모바일을 통해 이런저런 영상을 찾아보는 것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인듯합니다. 언젠가 보았던 다른 유투브 영상의 언니처럼 흉내를 곧잘 내기도 하고 영상을 촬영해도 긴장하거나 경직되는 게 없는것이 타고난 게 아닌가 하는 고습도치 엄마마음이 되기도 합니다.

<My Lovely Pearl : https://www.youtube.com/channel/UC-0QR8v7MtCc7cWMmAnSuLQ>

 

지우와 놀면서 이런저런 영상을 찍어 올리는 채널이 될거에요. 책도 같이 보고 소꿉놀이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그런 영상들을 모아 올려두려고 합니다. 벌써 몇개가 되었네요. 아무런 편집없고 두서없지만 귀여운 몸짓과 목소리에 시간가는 줄 모르겠어요.

아직 시험적으로 올려만 보고 있는 중이라 이렇다할 콘텐츠는 없는 편이지만, 마이크나 조명, 거치대 등 장비도 좀 알아보고 편집도 조금 신경쓰면서 콘텐츠 품질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주제는 장난감놀이도 좋지만 그림책 함께 읽고 노는 영상을 주로 찍어 보려고 합니다. 그림책은 볼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나와서 항상 재미있거든요. 지우와 쿵짝도 잘 맞고요.

 

숫자 팝업북을 가지고 놀았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등장하는 동물 이름을 물어보기도 하고 우리 가족과 함께 이야기도 해보면서 숫자를 세어보는데 요즘은 숫자를 잘 세기도 한답니다.

예쁘다는 말보다는 멋지다는 말을 하고 사랑한다, 최고다라는 말을 좋아하는 딸과의 추억을 잘 쌓아나가볼 생각입니다.

아직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 있지만 응원 차원에서 구독 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지금 구독자는 지우 아빠 한명이라는!

 

모바일 편집 어플도 다운받고 좀 더 박차를 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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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이미지 홍수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제는 동영상이 검색의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초록색 검색창이 아니라 빨간색 검색창에서 궁금한 것을 직접 시연하거나 말로 조목조목 설명하는 동영상을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글을 잘 쓰고 싶어한다. 글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는데도 글을 잘 쓰려는 사람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시민이 밝힌대로 문학적 글쓰기는 어쩌면 타고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상황을 적절하게 비유하고 그 전후 관계를 흥미진진하게 풀어쓰는 감각은 훈련으로 만들어내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닐까. 타고났다는 사람들은 그저 직관으로 그 문맥을 만들고 구성을 하여 읽는 이들의 무릎을 탁치게 만들테니까. 

실용적 글쓰기라면 훈련이 가능하다는 생각에도 동의한다. 이런 글은 쓸수록 형식에 적절한 표현과 소재를 선택하는 능력이 늘어나고 쓰면서 자기 글의 단점을 더 잘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할 때 실용적 글쓰기의 필요성은 항상 넘쳐난다.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나 보고서, 제안서 등등 직접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기자들과 같은 직업이 아니어도 글을 일목요연하고 또렷하게 적절하게 형식에 맞춰 쓰는 것은 중요하고 그 것이 실력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나부터도 소논문이나 제안서, 보고서 등에서 글을 좀 더 잘 써야 한다는 필요를 느끼는데 어느정도 다작을 하다보면 다른 이들의 글을 열심히 보게 되고 그러다보면 흉내도 내다가 얼추 나아지는 낌새를 느껴보기도 했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다보면 아무래도 얼굴이 화끈거리는데 그러다보면 단어나 문장을 좀 더 고쳐보거나 전체 글의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도 하는 등 실전에서 얻어지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블로그의 글을 한숨에 잠깐이라도 적어보려고 했던 시도들이나 브런치 프로젝트를 통해 내 글을 시험해본 것은 좋은 경험이 되었다. 물론 블로그의 글쓰기는 논문과는 조금 다른 지점이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글을 쓸 때, 어떤 계기가 있어서 글을 쓰고 그 계기를 통해 어떤 깨닳음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다른 것들과 견주어 볼 기회가 있었다면 그 내용은 다른 사람들에게 생각할만한 꺼리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계기가 있었고 글을 썼지만 그 감흥과 그 교훈은 자신의 머리속에만 두고 그 결과만 써두었다면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 이글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어떤 주제에 맞게 곁다리로 빠지지 않으면서 객관적으로 자기 글의 생각을 판단할 수 있는 자세로 구체적인 자료를 적절하게 제시할 것을 비책으로 꼽았다. 편견에서 비롯된 생각이나 하나의 사례에 불과한 경험을 확대 해석하는 경우 글은 독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할 뿐더러 이런저런 자기 지식 자랑을 위해 필요하지 않는 내용을 끼워넣다보면 논지를 흐리기 때문에 글의 힘이 떨어지며,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자기가 생각하는 글의 주제를 좀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글을 쓰기 위해 관련 자료를 찾는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글을 써야 할지말지 고민하다가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지만 글을 위한 자료를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생각이 가장 적당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에는 박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내 생각을 전달할 때는 적절하고 그럴듯하고 잘 정리된 근거자료들이 필요하다. 이것은 그들에게 공감이나 설득을 위한 하나의 명분이 되고 나아가 그들의 의견을 덧붙이기 좋은 터전이 되기도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의뢰한 글이 아니라면, 그글을 써야 하는 이유나 목적을 두고 글을 읽는 대상을 정하여 적절한 글감과 자료들을 수집하는 것이 순서이며 수집한 자료들을 통해 하나의 줄기를 잡고 주제와 제목을 잡아 적절한 글의 구성을 잡은 후에, 결국 우리가 글 잘쓴다고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유려한 문장을 쓰게 되는 것이 마지막일 것이다.

멋진 단어와 표현방법도 중요하지만 그런 문장이 적절한 위치에 왜 나와야 하는지 공감할 수 있는 글이 최선의 글쓰기다. 이것은 하나의 이미지나 영상으로 풀어내는 표현방식과도 연결된다. 어떤 이미지를 어떤 영상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해 머리속의 구상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은 하나의 언어로 풀어내는 매커니즘의 지난한 과정을 닮았을테니말이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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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헤테로토피아, 현실화된 유토피아 공간을 꿈꾸다

자그마한 공간을 운영하면서도 쌈지길이나 롯데월드, 사람들로 북적이는 축제공간을 떠올려보곤 했습니다. 손님들이 들어와서 공간에 머무는 동안의 경험을 어떻게 꾸릴것인지, 그 중간중간 어떤 장치를 두는 것이 좋을 지를 고민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습니다. 손님들이 공간 안을 거닐며 몇걸음 움직이고 멈추고 또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동행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공간을 지키는 이들에게는 기쁨일것입니다.

'공간'과 '장소'를 테마로 한 여러 책을 읽고 있습니다. 꽤 공들여 읽어도 그 안에서 나의 생각을 단단하게 만들어갈 실마리를 찾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읽은 <헤테로토피아>는 그나마 분량이 적어서 어찌어찌 읽어졌습니다.

푸코가 쓴 에세이로 인터뷰나 라디오 연설 등의 글을 모아 만든 책으로 제목의 '헤테로토피아'는 비현실 공간인 유토피아와 상대되는 개념입니다. 사회 안에 존재하면서도 유토피아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그래서 온갖 장소들에 이의제기를 하고 전도시키고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 바로 헤테로토피아입니다.

 

혹은 반공간(conter-espaces)로도 불리는 이 공간은 자기 이외의 모든 장소들에 맞서서 그것들을 지우고 중화시키고 혹은 정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장소입니다. 푸코는 정원의 깊숙한 곳, 다락방, 인디언 텐트 혹은 목요일 오후 부모의 커다란 침대를 예로 듭니다.

각 문화권마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관습이 있고 그 생활양식에 따라 각기 다른 공간이 마련되면서 당연히 이러한 반공간들은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설령 같은 공간이라 할지라도 사람에 따라, 또는 시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는 특히 어린 시절 공유한 꿈같은 시절의 상상과 호기심이 보장되던 그런 공간의 향수가 남아있기 마련입니다.

가장 오래된 헤테로토피아로 예로들었던 정원, 그것을 본떠 만들었다는 페르시아의 양탄자는 세상의 중심이 곳 '이곳'이며, 세상을 종횡무진 누비는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이와 같이 다수가 인정하고마는 그런 헤테로토피아가 존재합니다. 그것을 조금 분류해놓은 부분이 관심이 갔습니다.

우선, 모든 시간, 모든 시대, 모든 형태와 모든 취향을 하나의 장소에 가두어놓으려는 의지, 마치 이 공간 자체는 확실히 시간 바깥에 있을 수 있다는 듯 모든 시간의 공간을 구축하려는 발상(p.10)의 박물관과 도서관이 있습니다. 이 공간은 시간을 정지시키고 특권화된 공간에 무시간을 누적하여 보편적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것을 숙명으로 합니다. 현시대의 특징적 공간이라 일컫는 이 박물관과 도서관은 렐프의 무장소와 비교하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더 고민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다른 헤테로토피아는 바로 한시적인 헤테로토피아입니다. 축제나 공연장, 시장이나 마을 변두리의 공터, 휴양지를 예로 듭니다. 이 헤테로토피아는 시간을 지우고 벌거숭이 원죄의 순수함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한 연구자는 우리나라 제주의 한달살기 등과 같은 제주 이주의 삶을 이 헤테로토피아와 연결하여 연구하기도 했더군요.

그리고 통과, 변형, 갱생의 노고와 관련된 헤테로토피아도 있습니다. 기숙학교나 병영, 감옥등이 그러한 예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헤테로토피아에 자유롭게 들어가지는 않고 특정한 의례나 의식이 필요하기도 한 공간입니다.

세계에 닫혀있지 않고 열려있는 헤테로토피아도 있습니다. 누구라도 거기 들어갈 수 있지만, 사실 일단 들어가고 나면 그것은 환상일 뿐, 어디에도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직감하게 된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공간입니다. 열려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찌감치 입문한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매음굴과 같은 헤테로토피아도 언급됩니다.

이러한 헤테로토피아의 공통적 특성은 현실 공간의 이의제기로 정리되는데, 그 방식은 헤테로토피아 외의 현실공간이 환상이라고 고발하는 환상을 만들어내거나 반대로 사회가 무질서하고 정리되어 잇지 않고 뒤죽박죽이라고 보일만큼 주도면밀하고 정돈된 또다른 현실 공간을 실제로 만들어 냄으로써 가능하다고 합니다.(p.24)

또 다른 글에서 우리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눈을 뜨면서부터 나는 더이상 이 장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p.28)라는 말로 우리의 몸에 대한 장소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내몸, 이 가차없는 장소. 만일 내가 그림자라든지 마침내 더이상 제대로 쳐다보지 않게 된, 삶에서 흐려진 일상의 갖가지 사물들, 그러니까 매일 저녁 창문으로 우툴두툴 보이는 이 지붕이나 굴뚝 들과 더불어 살듯, 내가 내 몸과 다행스럽게도 그런 오랜 친숙함 속에 산다면 어떨까?(p.28) 우리의 벗어날 수 없는 몸과 관련하여 이집트의 미라는 부정되고 미화된 몸의 유토피아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아니 정말로, 내가 불투명한 동시에 투명하고, 가시적인 동시에 비가시적잉고, 생명인 동시에 사물이 되는 데는 마술도, 요정의 나라도, 영혼도, 죽음도 필요하지 않다. 내가 유토피아이기 위해서는 내가 몸이기만 하면 된다. 나로 하여금 내 몸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었던 모든 유토피아의 모델, 그 적ㅇ용의 원점, 그 기원의 장소는 바로 내몸 자체였다.'(p.33) 내 몸에서 유토피아가 나왔고 유토피아가 몸을 배반했다는 선언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회적이며 현존하며 그것 안에서 환상을 이야기하는 유토피아가 나왔다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더 가치있게 들리니까요.

거울에 관한 부분도 가상의 공간과 관련한 연구와 연결하여 기억해두려 합니다. '말하자면 내개로 드리워진 이 시선에서부터, 거울의 반대편에 속하는 이 가상공간의 안쪽에서부터 나는 나에게로 돌아오고, 눈을 나 자신에게 다시 옮기기 시작하며, 대가 있는 에서 자신을 다시 구성하기 시작한다. 거울은 헤테로토피아처럼 작동한다. 그것이 내가 거울 안의 나를 바라보는 순간 내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절대적으로 현실적인 동시에 절대적ㅇ으로 비현실적인 것으로 만들기에 그렇다. 그 자리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며, 그것이 지작되려면 [거울]저편에 있는 가상의 지점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저메서 비현실적이다. '(p.48)

뒤이어 푸코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해 신화적인 동시에 현실적으로 일종의 이의제기를 하는 상이한 공간들을 연구, 분석, 묘사하는 기술방식을 앞서 언급한 내용을 여섯가지로 다시 정리해두었습니다.

'번째 원리는 계의 문화에는 헤테로토피아를 구축하고 있는데 신성시되는 위기의 헤테로토피아와 일탈의 헤테로토피아로 구분된다. ... 두번째 원리는 이전부터 존재한 헤테로토피아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 세번째 원리는 양립불가한 복수의 배치를 한 장소에 구현할 수 있다. ... 네번째 원래는 시간의 분할과 연결되는데 이때 대칭적으로 헤테로크로니아의 개념을 들어볼 수 있다. 이 헤테로토피아와 헤테로크로니아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방식으로 조직되고 배열된다. ... 다섯번째 원리는 그것을 고립시키거나 침투할 수 있는 열림과 닫힘의 체계를 전제하며  ... 마지막 원리는 환상과 질서의 두가지 축에서 기능을 가진다는 것이다.'

작은 동네 서점이나 골목의 작은 가게들로부터 문득 일상 외에 새로운 경험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에서 맞는 환상적이거나 극도로 계산된 치밀한 연출에 의해, 때로는 시간이 축적되거나 삭제되버리는 마법같은 공간을 꿈꾸는 기획자라면 우리 '지금 여기'의 헤테로토피아는 어떤 모습인가를 상상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비로소 문화기획자 장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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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일상을 문화로 채우는 공간들


사실, 문화로 채우는 공간이라는게 공간만 놓고 본다면 재미없을 때가 많습니다. 독특한 컨셉으로 꾸며진 공간도 한두번이면 금새 흥미가 달아나기 때문에 공간만의 매력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떤 곳을 자꾸 찾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곳에 있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거나 그곳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 싶거나 그곳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 공간을 채우는 문화라는 것은 그 공간과 방문하는 사람의 관계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문화라는 말의 시작이 사람들이 일부러 만들어낸 무언가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본다면, 문화를 토대로 유지되는 공간은 당연히 사람들이 서로 작용-반작용을 해 가면서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있어야겠죠. 공간이 작다면, 그만큼 공간에 머물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줄어들고 그 사람들은 결국 타인이 아닌 주변인, 지인이 되어 눈이라도 한번 더 마주하고 점점 얼굴을 익히기 쉬워집니다. 엑스트라가 아닌 주조연이 되어 의미를 만들어 내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생계를 위해 문을 연 주인장과 마찬가지로 그곳에 애착을 가지는 단골들이 만들어내는 서사는 점차 주변 거리로 퍼져 나가게 되고 다시금 그 공간을 채우는 문화가 됩니다. 아마, 이 책에 나오는 여럿 공간들이 그러한 이야기들의 변주 정도일 것입니다. 


곧 시작될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강좌(신촌한겨레교육문화센터 2월 21일(목) 저녁 개강)[강의 내용보러가기])와 관려하여 이 책을 다시 열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는 교토 게이분샤에서 발견한 소비와 유통의 미래라는 부제를 달고 호리베 아쓰시가 쓴 일본책입니다.(정문주 옮김, 민음사)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공간의 모습을 둘러보는 것과 함께, 이 공간을 마주하는 작가와 함께 생각을 나누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작가 스스로도 서점의 운영자이며 공간을 채우는 여러가지 기획을 진행하는 사람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므로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사두고 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만을 이야기 하지 않고 공간이 위치한 지리적 특성, 사람들의 특성, 주인장의 특성을 관찰하고 인터뷰한 내용은 공간 운영을 하기 위한 기획에서 어떤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를 느끼게 합니다. 또한 나와 취향이 맞지 않을 것 같은 몇몇 공간에 대한 비판이나 또다른 접근을 고심해보게도 합니다. 이런 간접 경험들이 모인다면 실전에서는 좀 더 깊이있는 경험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물론 일본의 사정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많이 회자되고 있는 츠타야 서점의 사례도 이제는 다양한 분석과 변형을 통해 새로운 서점이 등장하기도 하고, 그 스스로도 변화를 주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첨단 기술이 발달하고 손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지만, 이런 때일수록 직접 움직이고 땀흘리고 오랜 시간을 들여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뜻보면 쓸데 없는 것같은 행동도 지속성을 가지고 점차 공유되고 확장될수록 큰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힘을 믿게 됩니다. 


제 스스로도 올해에는 이런 공간을 발굴하는 것, 이런 공간을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외에도 이런 공간을 하나 만들어 보는 것으로 프로젝트를 하나 만들어볼까 합니다. 


마음이 두근거려서 잠을 자다가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들고 하나도 피곤하지 않은 무언가를 만난다는 상상. 그것은 행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입니다.


꿈을 꾸는 건강한 기획자가 되기를 바라며.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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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영화 '기억의 재구성'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기


지난 주 열린 KVRF(Korea VR Festival)에 VR상영관에는 여러 VR영화 및 다큐멘터리가 선보였습니다. 그 중 저는 <기억의 재구성>(김영갑 감독, 2017, 15Min)을 경험하였습니다. 

VR 영화가 가지는 특성은 가상현실 미디어의 특성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영리한 영화 문법의 실험이라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다양한 제작업체들은 실사를 기반으로 하든, 모두 그래픽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든 자유로운 시선의 이동이 가능한 공간안에 이야기를 적절하게 배치해 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한가득입니다. 




<기억의 재구성>또한 이러한 고민을 통해 찾은 몇가지 시도가 눈에 띕니다. 일단 기억이라는 것은 머리 혹은 가슴 혹은 추억이라는 것과 섞여 몽롱한 환상의 세계와 현실의 그 중간쯤 있을 소재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기억의 부분을 추출하고 그것을 통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형사의 서사는 현실과는 다른 환상적인 제 3의 공간을 만들어 어리둥절하게도 하고 사방을 정신없이 둘러보는 자유를 만끽하게도 만듭니다. 


또한, 프레임이 없는 것이 특징인 VR콘텐츠에서 임의로 프레임을 덧 씌우며 회상장면을 편집해 구별한 것은 이 영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레임이 없는 서사는 공간의 현장감을 배가시키지는 반면에 주목할 것과 주목하지 않아야 할 것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이야기의 편집적 기능이 많이 둔화됩니다. 그래서 서사가 단조로워지고 사건의 전개가 박진감을 만들어 내기에 힘든 감이 있습니다. 이는 최근 개봉한 아니쉬차간티 감독의 <서치>(2018)을 보면 극단적으로 드러납니다. 컴퓨터의 프레임은 다양한 사실에 접속할 수 있는 가장 큰 프레임이자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다양한 감각을 곤두세워 긴장감을 유지시킵니다. 그 속에서 가족의 사랑, 이민자 가족의 사춘기 소녀의 고립, 현대 기술의 다양한 이면과 놀랍도록 재빠른 정보 등, 약 100분여의 시간동안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프레임의 활용 뿐만 아니라 시점과 카메라라의 이동에 관한 고민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관객은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형사를 따라 제 3의 관찰자였다가 종반에는 희생된 여자 주인공의 1인칭의 자아가 되어 사건에서 오는 진한 여운을 가지고 끝맺게 됩니다. 카메라는 고정된 위치에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지만 주로 정면에서 사건이 진행됩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은 많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위주가 됩니다. 그러다 카메라는 수평, 수직의 이동을 한번씩 진행하게 되는데 이 때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이야기의 흐름에서 중요한 지점에서 나타납니다. 여자가 뛰어내리는 장면에서 자유낙하를 경험하고, 여자가 이동하는 장면에서 거울과 마주하는 안타까운 장면에서 이동합니다. 


VR콘텐츠에서 스토리텔링의 전략을 찾는다는 것은 VR미디어 특유의 상호작용성의 특성과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수 있어 현전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장점 혹은 단점을 염두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서스펜스와 몽환적인 이미지 혹은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는 콘텐츠는 어느정도 검증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뉴스나 다큐멘터리의 가능성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VR콘텐츠 중 영화가 영화라는 장르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은 어렵더라도, 다양한 매체가 교집적으로 향유되는 현세대에게 VR미디어에서의 콘텐츠의 다양한 문법을 고민하는 것은 분명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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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예능 브랜드 자산 구축과 활용, 꽃할배에서 알쓸신잡까지

2013년 1월 나영석 피디는 CJ E&M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꽃보다 할배>부터 <삼시세끼>, <신서유기>, <신혼일기>, <윤식당>,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후 알쓸신잡)>까지 다수 예능을 연출했다. 특히 <꽃보다 할배>는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으로 스핀오프되어 '꽃보다 시리즈'로 자리잡았고, 급기야 중국과 미국에 판권을 판매하기도 하였다.(2017년 국내에 미국판이 방영될 예정이다.)

꽃시리즈에 이어 내놓은 <삼시세끼>는 평범한 농어촌에서 하루 세끼 밥을 지어 먹기 위한 자급자족 관찰예능으로, 유명 관광지의 볼거리나 작위적인 게임같은 예능 요소 없이 시도된 새로운 예능이었다. 뒤이어 선보인 <신서유기>는 KBS에서 연출한 <1박 2일>출신의 출연자들로 구성하여 개그, 게임 등 <1박 2일>에서의 재미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여 사랑받았다. 이후 <신혼일기>, <윤식당>, <알쓸신잡>도 전혀 새로운 인물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끌어들여 의미있는 재미를 만들어 관심을 받았다.

<신서유기>외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기존에 없던 신선한 기획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공중파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미디어 활용이나 PPL등을 활용하는 등의 제작과 관련한 적극적인 활용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나영석표 예능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여러가지 특징을 꼽아볼 수 있게 되었다.

 

비예능인의 지속적 예능출연, 박장대소 대신 미소

나영석 예능의 시작은 비예능인의 신선함을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예능의 주 출연자들이 젊은층이지만 프로그램에는 오히려 평균 나이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들을 출연시키는 파격을 주었다.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해온 노년에게 선물같은 배낭여행은 장년층에게 용기를, 청년층에게는 자신의 부모와 할아버이와의 소통을 각성시켰다. 신체적 한계나 음식 취향, 여행지에서의 태도 등 각 할배들의 개성을 붙잡아 고군분투하는 짐꾼 이서진의 모습도 긍정적으로 비쳤다.

이런 기존 예능의 틀을 벗어난 파격은 <삼시세끼>에서 이어진다. 이번에는 이서진의 위치는 상향조정되고 만만한 형, 빙구 동생과 함께 어리숙한 끼니를 만들어 나간다. 그저 산골마을의 볼거리도 신통치 않고 다른 요리예능에서처럼 화려한 요리메뉴가 등장하지 않으나 한끼를 위해 몇시간을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작은 위안을 느꼈다. 방장대소하는 예능이 아닌 고생하며 일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꽃할배>와 <삼시세끼>는 곧이어 <꽃누나>, <꽃청춘>이나 <어촌편>, <바다목장편> 등으로 시리즈로 제작되고 교차되면서 이서진은 나영석예능의 페르소나가 되었다. 이 페르소나는 무심한듯 예능에 소질없을 것 같은 연예인에게서 발견하는 소탈함, 인간미, 친숙함 같은 것이다.

꽃보다 시리즈부터 '씨그램', '아이시스8.0', '고티카커피' 등의 음료와 '알래스카 연어', '드림카카오', '베로카'등의 식품처럼 지속적으로 노출된 ppl뿐만 아니라 충전기, 휴대폰, 노트북 등 출연자가 사용하는 상품의 상표를 그대로 노출하거나 상표를 그대로 언급하면서 오히려 날것의 예능을 선보였다. 해당 출연자가 ppl상품의 광고모델로 발탁되어 콘텐츠와 상품을 강하게 연결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나영석PD가 끌어내는 캐릭터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이후 광고나 타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어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의 예능 출연을 끌어내는데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해당 캐릭터가 시즌을 지속하면서 성장하고 다른 캐릭터와 관계맺는 모습을 궁금해 하도록 만들었다.

나영석PD가 CJ E&M에서 연출한 프로그램들이다. 2013년의 <꽃보다 할배>부터 2017년 <알쓸신잡>에 이르기까지 일단 시작한 프로그램들은 시리즈 혹은 스핀오프로 지속성을 가지고 갔다.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 두고 그 속의 캐릭터를 구축, 이어 캐릭터를 교체하거나 배경을 바꾸는 방법으로 브랜드를 구축하고 기존 시청자를 안정적으로 끌어들였다. 여기에 새 프로그램에 기존의 출연자를 출연시켜 기존 캐릭터의 유지 혹은 전복을 시도한다. 이서진이 페르소나로서 '꽃보다'시리즈에서 최하층이었던 것에 비해 '삼시세끼'에서는 최상위층으로 올라가는 묘미를 시청자들이 찾을 수 있었다. 이들 프로그램은 교차 방영되면서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지속시키기도 하였는데, 한 프로그램의 게스트가 다른 프로그램의 시리즈 출연을 하게 되어 이서진과의 관계가 지속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를 주었다. <삼시세끼>의 최지우, 윤여정은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과 <윤식당>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손호준은 어촌편에 출연하여 이서진이 출연하지 않는 삼시세끼와의 약한 연결을 떠올리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어디론가 떠나는 컨셉과 어디론가 정착한다는 컨셉이 반복되면서 균형을 이루기도 하였다.

 

인터넷 매체 포맷이 새로운 방송 포맷으로 진화

<꽃할배>와 <삼시세끼>의 성공에 이어 <윤식당>이나 <알쓸신잡>, <신혼일기>도 같은 출발 선상에 있다. 그런데 <신서유기>는 조금 다르다. <신서유기>는 나영석PD가 KBS에서 <1박 2일>을 연출할 때 출연했던 강호동, 이수근, 이승기, 은지원이 인터넷 방송을 통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그래서 이미 구축한 캐릭터를 활용하여 <서유기>, <드래곤볼>의 역할과 미션을 연출하였다. 이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을 극대화 시킨 것으로 <꽃할배>나 <알쓸신잡>등과 다른 축을 만들었다. 다수의 캐릭터가 여행지에서 '무엇인가'하는 예능에서 나영석PD의 다재다능함을 확인한 것이다.

그래서 <신서유기>의 활용양상은 조금 다르다. 우선, 기존 프로그램들과 달리 시작이 인터넷방송이었으므로 특유의 B급 성향이 기존 <1박2일>에서의 처절한 게임과 잘 맞았던 것도 있다. 이는 인터넷 방송이 주로 모바일을 통해 향유된다는 특징에서 여행지관광, 미션수행, 복불복게임 등의 질점은 인터넷 방송에 맞춤한 10분 내외의 분량으로 만들어진 것과도 관련있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인기를 끈 <신서유기>는 마침내 텔레비전 정규편성이 되고 인터넷과 동시에 공개되게 되었다. 기존 분량 여러개를 편집하여 1회분량으로 만들었는데, 짧은 호흡, 암전되는 편집점등이 <신서유기>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이승기의 군입대로 교체된 안재현은 처음 결혼발표를 한 프로그램이 되기도 하였고, 규현과 송민호는 기존 멤버들과 궁합을 잘 맞춰나가면서 <신서유기>의 재기발랄함을 채워나갔다.

 

나영석 예능 브랜드 활용, 포맷의 융합

예능에 익숙한 캐릭터로 구성되었던 <신서유기>가 안재현, 규현, 송민호의 영입으로 기존 포맷과 같은 비예능인의 신선함을 수혈받은 후, 스펙트럼은 보다 확장되었다. 우선 안재현의 결혼발표와 함께 안재현 구혜선 부부의 <신혼부부>가 시작되었다. 어디론가 정착한다는 점에서 <삼시세끼>와 같지만, 리얼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관찰예능과 맥을 같이한다.

최근 종영한 <강식당>의 인기는 이 글을 쓰도록 부추긴 프로그램이었다. <강식당>은 <신서유기>에서 이수근의 농담에서 시작하였는데, '손님보다 사장이 많이 먹는'것이 컨셉인 강호동의 캐릭터를 딴 <윤식당>의 패러디인 것이다. 같은 연출자의 다른 프로그램을 상상한 것도 재미였지만, 그것이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캐이블프로그램의 유연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강식당>은 <윤식당>처럼 관광지에 마련된 작은 레스토랑을 일주일간 꾸린다는 컨셉이었다. 메뉴 선정과 연습, 각 출연자들의 역할분담에 이르기까지 윤식당의 모티브를 그대로 따르는 듯 하였다. 예쁘게 세팅된 식당 인테리어, 로고, 소품들은 <윤식당>의 그것과 비슷하였다. 하지만 자막의 폰트, 자막 뉘앙스, 편집 및 음향효과 등은 <신서유기>의 그것을 가져다 썼다. 시청자들은 <윤식당>이면서 <신서유기>인 새로운 <강식당>을 통해 곧 시작될 <윤식당>의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신서유기>가 종영한 지 몇달의 시간이 지났어도 이들 캐릭터가 방영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서유기>가 기존 프로그램 포맷을 활용하 다른 예로 송민호의 손가락이 주요했다. 비로 <신서유기>의 문법은 많지 않았지만, 송민호가 그룹 동료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신서유기>의 소원에 따라 <꽃보다 청춘>을 찍게 된 것이다. 나영석의 예능은 시리즈, 포맷을 캐릭터가 넘나들고 이제는 융합을 통해 생명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알쓸신잡은?

알쓸신잡은 기존 강의 포맷의 예능과 비교할 수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방으로 주제가 뻗어나가는 테이블에 시청자를 앉혀둔다. 어찌보면 쓸데 없을 것 같은 잡학지식은 여행지를 둘러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서 익숙한 국내 여행지를 새롭게 보도록 하였다.

알쓸신잡이 2013년에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지금처럼 관심과 사랑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 시기의 유명인사가 지금과는 다를뿐더러 강의 포맷의 예능이 많이 않았다는 외부적인 조건도 있겠지만 <꽃할배>, <삼시세끼>와 같은 파격과 여러 프로그램이 얼기설기 연결되는 과정에서 이런 사뭇 진지한 프로그램이 등장해서 더 신선해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더 크다.

한 방송국 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고 그것을 적극활용하여 새로운 시리즈와 포맷을 견인하는 것은 브랜드 자산구축과 활용과 무관하지 않다. 예능에서만큼 나영석 특유의 '여행', '관계', '음악' 등의 대표 아이덴티티를 통한 프로그램들은 따로 또 같이 예능 왕국을 만들어 확장하고 진화해 왔다.

과연 앞으로의 각 프로그램들은 어떤 새로운 시리즈를 내놓을까. 또 어떻게 서로를 견인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인가가 기대된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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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정유정의 환상방황, 떠났던 내가 일상의 나를 두려워 하지 않기를

아이를 낳고 체력이 떨어지기는 했겠지만, 기본 체력 좋다는 믿음이 있어서 운동이나 등산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의 상념을 떠나보내기 위한 순례, 올래길을 걷고자 일부러 떠난적은 없다. 만약 내가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은 일상의 내가 슬럼프를 겪어 힘들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어보고싶은 호기심이 더 큰 것일테다. 

하지만, 가끔은, 요즘처럼 아이 돌보고 일하고 공부하면서 일상이 버겁다 싶을 때는, 혼자 아무도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곳 어디론가 떠나보고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또 어디론가 떠나보는 것이 쉬운일인가, 뭔가 이루어 놓은 사람들에게나 일탈이자 자극이지 않을까 하는 시니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경제적 비용에 관한 것만은 아닐것이다. 선뜻 주변의 양해나 응원을 받아낼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돌아왔을 때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소설가 정유정의 방랑도 그렇게 시작했다. 내연기관의 연료공급이 중단된것 처럼 멀쩡한 기계가 작동을 멈추고 좀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 작동을 멈춘 시간이 길면 길수록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 즈음 무작정 히말라야 행을 결심했다. 다소 엄살도 섞였겠으나 영어도 못하고 운동실력 없는 중년 초입의 아줌마가 무작정 외국의 오지로 떠난다는 결심을 누가 응원할 수 있었을까. 보내준 가족도 대단하고 하고자 하는 이에게 길이 열린다는 말처럼 실력자들이 나타나서 이 문제투성이 아줌마를 정말 100점만점에 200점으로 여행을 마무리 짓게 해주었다. 

비록 일단은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긴 했지만, 나에게도 히말라야 여행 하나쯤 앞으로 맞을 계기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힘들고 고뇌에 차겠지만, 그 상황을 양해받고 환경을 바꾸어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시간말이다. 

책은 히말라야 트래킹의 정보를 꽤 충실히 담고 있으면서도 소설가 특유의 해학과 깊이있는 삶의 관찰력이 넘친다. 125페이지에서 비로소 '환상방황'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이 여행기의 재미가 무르익었다. 처음에는 뭐 이런 대책없는 아줌마가 다 있나 싶었다가 인간 본성의 밑까지 내려가 고민하는 작가에 몰입되었다가 질끈 눈물도 흘렸다. 즐거움, 슬픔이나 깨달음 때로는 악동같은 행동들이 내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었다. 

자연에의 경외감과 사실감 넘치는 문화 묘사 외에도 지금 여기에서 각각의 고민과 피로를 가진 이들에게 자신의 솔루션을 하나하나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엄마의 죽음과 첫딸이라는 인생의 무게와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단편단편의 추억들, 어쩔 수 없이 마딱뜨리고 마는 신체적 한계에서 그는 속절없이, 그래서 내려놓고야 말았다. 내려놓고 나니 보이는 것들을 소설가의 필력덕에 실감나게 간접경험하고보니 나조차도 아주 똑같이는 아니어도 히말라야의 정기를 받은것마냥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함께 여행을 했던 혜나는 흐트러짐 없는 여행을 꾸리는 성실함이었다면 검부의 지혜, 버럼의 순수함을 가졌다. 오직 글쓴이 자신만 음식이 맞지 않아 며칠을 굶고 며칠은 변비로 화장실 문제를 겪고 며칠을 고산병 증상으로 고민을 했으며 길을 헤매거나 급기야 동네 강아지들에게도 무시를 당하는 천덕꾸러기의 못난 모습이었다. 

책을 덮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쩌면 아무 정보 없이 무대뽀로 여행을 준비한 아줌마를 덜렁 따라나섰던 혜나, 자부심이 높은 가이드 검부, 해맑은 짐꾼 버럼은 어쩌면 길을 떠났던 작가 자신의 또다른 일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성실하고 프로패셔널함, 여러 책 속에서 삶의 정수를 뽑아내어 적용시켜보는 지혜로움, 소설 속 인물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만족할 수 없어 한밤중 산속을 헤맸던 순수함, 그리고 잠시 일상을 떠나 훌렁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솔직함이라는 아이덴티티들이 한데 모여 여행을 했더라는 생각이다. 

누구에게나 솔직하지 못하고 또 도망가고 싶고 어쩌면 두려움을 만용으로 뒤덮으려는 되도 않는 시도를 해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한번은 가라앉아 바닥을 치고 힘들어서 누가 손한번 잡아주었으면 하는 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아니라는 사람들은 이 글의 첫 문단의 나처럼 스스로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은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책이다. 아마 직접 서점에서 골랐다면 손에 들리지 않았을, 내 관심과 조금 떨어진 주제의 장르의 작가의 책이었다. 하지만 이건 운명처럼 내게 책이 온 것이라 믿고 싶다. 그 속에는 장녀로 초보 엄마로, 아직 사회생활에서 커리어가 자리잡히지 않은 불안한 한 아줌마가 거울을 들여다보듯 들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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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연말 시상식, 한국에서 엄마 아빠로 산다는 것

익명성이 두드러지고 실제와 가상이 혼합된 시대에 살고 있으며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누구와도 연결될 가능성 안에 우리는 놓여있다. 그래서 오히려 혼자 살고 혼자 먹고 혼자 즐기는 것이 익숙해져있다. 결혼도 하지 않으며, 아이도 낳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혼자 해야 할 일이 많으며, 결혼 외에도 가족을 이루는 방법은 다양해졌다. 

지난 연말 시상식에 파격 시상이 눈길을 끌었다. 30일 진행한 SBS연예대상에서 <미운우리새끼>의 네 어머니들이, 31일 KBS연기대상에서는 <아버지가 이상해>와 <황금빛 내인생>의 아버지들이 공동수상을 했기 때문이다. 

시상식에서 드라마에서건 진짜 삶에서건 자식들은 이들 엄마와 아빠들의 수상에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와 예능, 배우와 일반인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아볼 수 없는 이 두 수상을 두고 문득, 지금 우리들의 엄마와 아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왜 엄마와 아빠들인가.

방송 시상식에서도 단순히 각 방송사의 시청률이나 각 수상자들이 차지했던 프로그램 기여도에만 점수를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엄마와 아빠가 되는 것이 더이상 당연한 것이 아닌 사회에서 이미 엄마와 아빠가 된 사람들의 책임이라는 것을 이제는 당연하게 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가 된다는 의미가 사회 전반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그래서 콘텐츠 속에서 이들의 의미가 얼마나 빛이 났는가를 이번 시상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어쩌면 드라마나 예능으로밖에 엄마와 아빠의 사회적 역할을 학습하게 되는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일부 비판하는 이들의 말처럼 구세대의 궁색함이나 부담스러운 희생,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의 종합 선물세트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는 엄마와 아빠들의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과 그 핑크빛만은 아닌 면면을 이들 콘텐츠 속에서 볼 수 있었다.

최근 뉴스에는 자식을 잃은 비통함, 자식을 버린 비정함이 오르내린다. 그 주체는 부모였다. 이 극단적인 두 부모들의 모습을 보며 연민을, 한편으로 분노를 보내며 우리 사회는 엄마와 아빠로서 짊어질 것들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 그 전에, '나는 과연 부모가 될 것인가', '공기나 물처럼 말없는 배경이 되어준 부모님들에게 과연 나는 부모가 된다는 부담을 털어낼만큼 값진 자식이었나',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그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자존감을 떨어뜨린 젊은이들이 다른 선택지를 들게 된것은 아닌지.

한국 사회에서 엄마와 아빠가 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시대적 트렌드 안에서도 남여의 성역할에 대한 인식변화속도 증가 추이나, 사랑스러운 아이를 마음놓고 키울수 있다는 확신이 전재되지 않는 한 어려운 것이 되고, 희소해지게 될 것이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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