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아이와의 주말 나들이를 영상으로 만들어서 유투브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자기 자식은 사랑스럽고 특별하다고는 하지만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게 아까워 영상으로나마 남겨두고 싶은 평범한 엄마의 마음이기도 하고, 혹여 아이가 특별한 재능이 있다면 이 쪽(?)으로 나가볼 요량도 없지 않았습니다. 물론 장비빨도 편집술도 그닥이라 구독자수나 재생수가 한 두자리를 맴도는 게 현실이지만요.

그래도 네살배기 아이는 잠금만 풀려있다면 엄마나 아빠 스마트폰에서 유투브를 열고 원하는 영상을 플레이시킵니다. 보다가 중간 광고가 나오면 최소 시청시간이 지나면 바로 그만보기를 눌러버리고 몇살 많아보이지도 않는 똘똘한 아이가 등장하는 유투브 콘텐츠를 시청합니다.

어제는 잠을 자려는데, 거울을 보면서 '그럼 빠빠! 꾹꾹 눌러주세요!'하는 BJ흉내를 내더군요. 아마 구독이나 좋아요를 눌러달라는 마지막 인사말을 흉내내는 것 같았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신기하기도 하고 능청맞은 모습이 웃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 책에서 말하는 포노사피엔스 원주민이 바로 내 앞에 있구나 싶더군요.

다행히 저는 미디어 기술의 수혜를 받고 자란 세대입니다. 대학때 인터넷이 본격화되어 다음이니 프리첼이니 네이트니 야후니 하는 플래폼의 이메일이란 이메일은 섭렵하고 하두리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 채팅을 하고 아이러브스쿨로 몇해 지나지 않은 초중고 동기들을 만나 첫사랑을 확인하거나 미니홈피에서 썸남의 일상을 염탐하는 요즘의 SNS의 시작을 경험했지요.

삐삐에서 씨티폰은 건너뛰고 PCS로 넘어왔다가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기기를 옮겨오면서 '8282' 또는 '482482'등의 제한된 숫자로 보내는 삐삐 메세지를 만들어 내는 것부터 기호들로 조합된 이모티콘을 재미로 만들고 그당시 고가의 공학계산기에 게임 프로그래밍을 하고 놀았던 세대입니다. 워크맨에서 CD플레이어를 거처 MP3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총망라한 세대이면서 SNS의 열렬한 중독자들로 모바일 마케팅의 주타깃이 되는 게 바로 우리 세대입니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들 경험처럼 마치 응답하라 시리즈의 한 시절의 편린이 곳곳에 녹아 지금의 나를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건,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게 바로 미디어 기술을 통해 우리의 삶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카톡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전화대신 어플로 짜장면을 배달시키는 시대이므로 이 시대의 의사소통법이나 예절에 대해서 인색하게 굴어서는 안된다는 이 책의 주장은 적극지지합니다.

<포노사피엔스>는 저처럼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4차산업, 비즈니스의 전문가로 소개된 최재붕 교수가 쓴 책입니다. 공학을 베이스로 기술을 기반한 산업과 문화에 대해 해박한 덕력을 뽐내는 것이 무척 멋져보이더군요. 같은 학부 전공에 문화콘텐츠 전공을 통해 문화브랜드와 문화기술에 관심을 갖는 연구자로서도 물론 멋진 분이라 여겼습니다.

4차산업이라는 큰 테마 안에서 빅데이터, 핀테크, 인공지능과 공유 경제 등 다양한 이슈를 쉬운말과 사례를 통해 풀어 놓은 책이라 이 주제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최재붕 지음, 샘앤파커스

 

단순히 핸드폰을 갖다대거나 흔들면 결제가 이루어지고, 이런저런 절차없이 지문이나 홍체인식만으로도 신원조회가 되는 시대에 오히려 사람들은 자기의 시간을 더 만들고 창의적이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로그래밍을 배울 때, 자바라는 언어에서 캡슐화라는 용어를 본 적이 있습니다. 마치 기계 부품처럼 어떤 기능을 하는 부분부분을 덩어리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이해했는데, 점점 기술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더욱 간단하고 간편하게 캡슐화가 되고 서로 모듈로서 조합이 되거나 따로 또 기능하는 효율적인 모습으로 탈바꿈 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기술로부터 촉발한 기술은 통신망을 타고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학습하며 그 데이터를 불려 나가더니 이제는 스스로 미래를 예상하거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주변의 사물들은 서로 통신하면서 마치 살아있는 대상처럼 사람들과 소통하며 인간의 삶 속에 하나의 인격체처럼 자리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이런 시대에 사람들은 개인으로서 또다른 사람으로서 혹은 또다른 사물로서의 입장과 맥락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단순히 즐기고 이용하는 온갖 기술들에 인색해지지 않고 가끔씩은 집요하게 분석해보는 미디어 아침운동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는 것에 조금은 유해지기로 했습니다. 그걸로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고 그 결과를 함께 플랫폼에 올려 보는 것, 이런 과정을 일상에서 경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당장, 잠시 손 놓았던 유투브 계정을 좀 살릴 궁리를 해야겠네요.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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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이미지 홍수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제는 동영상이 검색의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초록색 검색창이 아니라 빨간색 검색창에서 궁금한 것을 직접 시연하거나 말로 조목조목 설명하는 동영상을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글을 잘 쓰고 싶어한다. 글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는데도 글을 잘 쓰려는 사람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시민이 밝힌대로 문학적 글쓰기는 어쩌면 타고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상황을 적절하게 비유하고 그 전후 관계를 흥미진진하게 풀어쓰는 감각은 훈련으로 만들어내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닐까. 타고났다는 사람들은 그저 직관으로 그 문맥을 만들고 구성을 하여 읽는 이들의 무릎을 탁치게 만들테니까. 

실용적 글쓰기라면 훈련이 가능하다는 생각에도 동의한다. 이런 글은 쓸수록 형식에 적절한 표현과 소재를 선택하는 능력이 늘어나고 쓰면서 자기 글의 단점을 더 잘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할 때 실용적 글쓰기의 필요성은 항상 넘쳐난다.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나 보고서, 제안서 등등 직접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기자들과 같은 직업이 아니어도 글을 일목요연하고 또렷하게 적절하게 형식에 맞춰 쓰는 것은 중요하고 그 것이 실력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나부터도 소논문이나 제안서, 보고서 등에서 글을 좀 더 잘 써야 한다는 필요를 느끼는데 어느정도 다작을 하다보면 다른 이들의 글을 열심히 보게 되고 그러다보면 흉내도 내다가 얼추 나아지는 낌새를 느껴보기도 했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다보면 아무래도 얼굴이 화끈거리는데 그러다보면 단어나 문장을 좀 더 고쳐보거나 전체 글의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도 하는 등 실전에서 얻어지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블로그의 글을 한숨에 잠깐이라도 적어보려고 했던 시도들이나 브런치 프로젝트를 통해 내 글을 시험해본 것은 좋은 경험이 되었다. 물론 블로그의 글쓰기는 논문과는 조금 다른 지점이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글을 쓸 때, 어떤 계기가 있어서 글을 쓰고 그 계기를 통해 어떤 깨닳음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다른 것들과 견주어 볼 기회가 있었다면 그 내용은 다른 사람들에게 생각할만한 꺼리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계기가 있었고 글을 썼지만 그 감흥과 그 교훈은 자신의 머리속에만 두고 그 결과만 써두었다면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 이글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어떤 주제에 맞게 곁다리로 빠지지 않으면서 객관적으로 자기 글의 생각을 판단할 수 있는 자세로 구체적인 자료를 적절하게 제시할 것을 비책으로 꼽았다. 편견에서 비롯된 생각이나 하나의 사례에 불과한 경험을 확대 해석하는 경우 글은 독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할 뿐더러 이런저런 자기 지식 자랑을 위해 필요하지 않는 내용을 끼워넣다보면 논지를 흐리기 때문에 글의 힘이 떨어지며,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자기가 생각하는 글의 주제를 좀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글을 쓰기 위해 관련 자료를 찾는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글을 써야 할지말지 고민하다가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지만 글을 위한 자료를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생각이 가장 적당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에는 박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내 생각을 전달할 때는 적절하고 그럴듯하고 잘 정리된 근거자료들이 필요하다. 이것은 그들에게 공감이나 설득을 위한 하나의 명분이 되고 나아가 그들의 의견을 덧붙이기 좋은 터전이 되기도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의뢰한 글이 아니라면, 그글을 써야 하는 이유나 목적을 두고 글을 읽는 대상을 정하여 적절한 글감과 자료들을 수집하는 것이 순서이며 수집한 자료들을 통해 하나의 줄기를 잡고 주제와 제목을 잡아 적절한 글의 구성을 잡은 후에, 결국 우리가 글 잘쓴다고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유려한 문장을 쓰게 되는 것이 마지막일 것이다.

멋진 단어와 표현방법도 중요하지만 그런 문장이 적절한 위치에 왜 나와야 하는지 공감할 수 있는 글이 최선의 글쓰기다. 이것은 하나의 이미지나 영상으로 풀어내는 표현방식과도 연결된다. 어떤 이미지를 어떤 영상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해 머리속의 구상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은 하나의 언어로 풀어내는 매커니즘의 지난한 과정을 닮았을테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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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헤테로토피아, 현실화된 유토피아 공간을 꿈꾸다

자그마한 공간을 운영하면서도 쌈지길이나 롯데월드, 사람들로 북적이는 축제공간을 떠올려보곤 했습니다. 손님들이 들어와서 공간에 머무는 동안의 경험을 어떻게 꾸릴것인지, 그 중간중간 어떤 장치를 두는 것이 좋을 지를 고민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습니다. 손님들이 공간 안을 거닐며 몇걸음 움직이고 멈추고 또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동행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공간을 지키는 이들에게는 기쁨일것입니다.

'공간'과 '장소'를 테마로 한 여러 책을 읽고 있습니다. 꽤 공들여 읽어도 그 안에서 나의 생각을 단단하게 만들어갈 실마리를 찾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읽은 <헤테로토피아>는 그나마 분량이 적어서 어찌어찌 읽어졌습니다.

푸코가 쓴 에세이로 인터뷰나 라디오 연설 등의 글을 모아 만든 책으로 제목의 '헤테로토피아'는 비현실 공간인 유토피아와 상대되는 개념입니다. 사회 안에 존재하면서도 유토피아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그래서 온갖 장소들에 이의제기를 하고 전도시키고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 바로 헤테로토피아입니다.

 

혹은 반공간(conter-espaces)로도 불리는 이 공간은 자기 이외의 모든 장소들에 맞서서 그것들을 지우고 중화시키고 혹은 정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장소입니다. 푸코는 정원의 깊숙한 곳, 다락방, 인디언 텐트 혹은 목요일 오후 부모의 커다란 침대를 예로 듭니다.

각 문화권마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관습이 있고 그 생활양식에 따라 각기 다른 공간이 마련되면서 당연히 이러한 반공간들은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설령 같은 공간이라 할지라도 사람에 따라, 또는 시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는 특히 어린 시절 공유한 꿈같은 시절의 상상과 호기심이 보장되던 그런 공간의 향수가 남아있기 마련입니다.

가장 오래된 헤테로토피아로 예로들었던 정원, 그것을 본떠 만들었다는 페르시아의 양탄자는 세상의 중심이 곳 '이곳'이며, 세상을 종횡무진 누비는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이와 같이 다수가 인정하고마는 그런 헤테로토피아가 존재합니다. 그것을 조금 분류해놓은 부분이 관심이 갔습니다.

우선, 모든 시간, 모든 시대, 모든 형태와 모든 취향을 하나의 장소에 가두어놓으려는 의지, 마치 이 공간 자체는 확실히 시간 바깥에 있을 수 있다는 듯 모든 시간의 공간을 구축하려는 발상(p.10)의 박물관과 도서관이 있습니다. 이 공간은 시간을 정지시키고 특권화된 공간에 무시간을 누적하여 보편적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것을 숙명으로 합니다. 현시대의 특징적 공간이라 일컫는 이 박물관과 도서관은 렐프의 무장소와 비교하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더 고민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다른 헤테로토피아는 바로 한시적인 헤테로토피아입니다. 축제나 공연장, 시장이나 마을 변두리의 공터, 휴양지를 예로 듭니다. 이 헤테로토피아는 시간을 지우고 벌거숭이 원죄의 순수함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한 연구자는 우리나라 제주의 한달살기 등과 같은 제주 이주의 삶을 이 헤테로토피아와 연결하여 연구하기도 했더군요.

그리고 통과, 변형, 갱생의 노고와 관련된 헤테로토피아도 있습니다. 기숙학교나 병영, 감옥등이 그러한 예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헤테로토피아에 자유롭게 들어가지는 않고 특정한 의례나 의식이 필요하기도 한 공간입니다.

세계에 닫혀있지 않고 열려있는 헤테로토피아도 있습니다. 누구라도 거기 들어갈 수 있지만, 사실 일단 들어가고 나면 그것은 환상일 뿐, 어디에도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직감하게 된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공간입니다. 열려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찌감치 입문한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매음굴과 같은 헤테로토피아도 언급됩니다.

이러한 헤테로토피아의 공통적 특성은 현실 공간의 이의제기로 정리되는데, 그 방식은 헤테로토피아 외의 현실공간이 환상이라고 고발하는 환상을 만들어내거나 반대로 사회가 무질서하고 정리되어 잇지 않고 뒤죽박죽이라고 보일만큼 주도면밀하고 정돈된 또다른 현실 공간을 실제로 만들어 냄으로써 가능하다고 합니다.(p.24)

또 다른 글에서 우리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눈을 뜨면서부터 나는 더이상 이 장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p.28)라는 말로 우리의 몸에 대한 장소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내몸, 이 가차없는 장소. 만일 내가 그림자라든지 마침내 더이상 제대로 쳐다보지 않게 된, 삶에서 흐려진 일상의 갖가지 사물들, 그러니까 매일 저녁 창문으로 우툴두툴 보이는 이 지붕이나 굴뚝 들과 더불어 살듯, 내가 내 몸과 다행스럽게도 그런 오랜 친숙함 속에 산다면 어떨까?(p.28) 우리의 벗어날 수 없는 몸과 관련하여 이집트의 미라는 부정되고 미화된 몸의 유토피아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아니 정말로, 내가 불투명한 동시에 투명하고, 가시적인 동시에 비가시적잉고, 생명인 동시에 사물이 되는 데는 마술도, 요정의 나라도, 영혼도, 죽음도 필요하지 않다. 내가 유토피아이기 위해서는 내가 몸이기만 하면 된다. 나로 하여금 내 몸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었던 모든 유토피아의 모델, 그 적ㅇ용의 원점, 그 기원의 장소는 바로 내몸 자체였다.'(p.33) 내 몸에서 유토피아가 나왔고 유토피아가 몸을 배반했다는 선언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회적이며 현존하며 그것 안에서 환상을 이야기하는 유토피아가 나왔다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더 가치있게 들리니까요.

거울에 관한 부분도 가상의 공간과 관련한 연구와 연결하여 기억해두려 합니다. '말하자면 내개로 드리워진 이 시선에서부터, 거울의 반대편에 속하는 이 가상공간의 안쪽에서부터 나는 나에게로 돌아오고, 눈을 나 자신에게 다시 옮기기 시작하며, 대가 있는 에서 자신을 다시 구성하기 시작한다. 거울은 헤테로토피아처럼 작동한다. 그것이 내가 거울 안의 나를 바라보는 순간 내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절대적으로 현실적인 동시에 절대적ㅇ으로 비현실적인 것으로 만들기에 그렇다. 그 자리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며, 그것이 지작되려면 [거울]저편에 있는 가상의 지점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저메서 비현실적이다. '(p.48)

뒤이어 푸코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해 신화적인 동시에 현실적으로 일종의 이의제기를 하는 상이한 공간들을 연구, 분석, 묘사하는 기술방식을 앞서 언급한 내용을 여섯가지로 다시 정리해두었습니다.

'번째 원리는 계의 문화에는 헤테로토피아를 구축하고 있는데 신성시되는 위기의 헤테로토피아와 일탈의 헤테로토피아로 구분된다. ... 두번째 원리는 이전부터 존재한 헤테로토피아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 세번째 원리는 양립불가한 복수의 배치를 한 장소에 구현할 수 있다. ... 네번째 원래는 시간의 분할과 연결되는데 이때 대칭적으로 헤테로크로니아의 개념을 들어볼 수 있다. 이 헤테로토피아와 헤테로크로니아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방식으로 조직되고 배열된다. ... 다섯번째 원리는 그것을 고립시키거나 침투할 수 있는 열림과 닫힘의 체계를 전제하며  ... 마지막 원리는 환상과 질서의 두가지 축에서 기능을 가진다는 것이다.'

작은 동네 서점이나 골목의 작은 가게들로부터 문득 일상 외에 새로운 경험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에서 맞는 환상적이거나 극도로 계산된 치밀한 연출에 의해, 때로는 시간이 축적되거나 삭제되버리는 마법같은 공간을 꿈꾸는 기획자라면 우리 '지금 여기'의 헤테로토피아는 어떤 모습인가를 상상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비로소 문화기획자 장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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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일상을 문화로 채우는 공간들


사실, 문화로 채우는 공간이라는게 공간만 놓고 본다면 재미없을 때가 많습니다. 독특한 컨셉으로 꾸며진 공간도 한두번이면 금새 흥미가 달아나기 때문에 공간만의 매력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떤 곳을 자꾸 찾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곳에 있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거나 그곳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 싶거나 그곳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 공간을 채우는 문화라는 것은 그 공간과 방문하는 사람의 관계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문화라는 말의 시작이 사람들이 일부러 만들어낸 무언가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본다면, 문화를 토대로 유지되는 공간은 당연히 사람들이 서로 작용-반작용을 해 가면서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있어야겠죠. 공간이 작다면, 그만큼 공간에 머물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줄어들고 그 사람들은 결국 타인이 아닌 주변인, 지인이 되어 눈이라도 한번 더 마주하고 점점 얼굴을 익히기 쉬워집니다. 엑스트라가 아닌 주조연이 되어 의미를 만들어 내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생계를 위해 문을 연 주인장과 마찬가지로 그곳에 애착을 가지는 단골들이 만들어내는 서사는 점차 주변 거리로 퍼져 나가게 되고 다시금 그 공간을 채우는 문화가 됩니다. 아마, 이 책에 나오는 여럿 공간들이 그러한 이야기들의 변주 정도일 것입니다. 


곧 시작될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강좌(신촌한겨레교육문화센터 2월 21일(목) 저녁 개강)[강의 내용보러가기])와 관려하여 이 책을 다시 열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는 교토 게이분샤에서 발견한 소비와 유통의 미래라는 부제를 달고 호리베 아쓰시가 쓴 일본책입니다.(정문주 옮김, 민음사)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공간의 모습을 둘러보는 것과 함께, 이 공간을 마주하는 작가와 함께 생각을 나누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작가 스스로도 서점의 운영자이며 공간을 채우는 여러가지 기획을 진행하는 사람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므로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사두고 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만을 이야기 하지 않고 공간이 위치한 지리적 특성, 사람들의 특성, 주인장의 특성을 관찰하고 인터뷰한 내용은 공간 운영을 하기 위한 기획에서 어떤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를 느끼게 합니다. 또한 나와 취향이 맞지 않을 것 같은 몇몇 공간에 대한 비판이나 또다른 접근을 고심해보게도 합니다. 이런 간접 경험들이 모인다면 실전에서는 좀 더 깊이있는 경험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물론 일본의 사정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많이 회자되고 있는 츠타야 서점의 사례도 이제는 다양한 분석과 변형을 통해 새로운 서점이 등장하기도 하고, 그 스스로도 변화를 주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첨단 기술이 발달하고 손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지만, 이런 때일수록 직접 움직이고 땀흘리고 오랜 시간을 들여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뜻보면 쓸데 없는 것같은 행동도 지속성을 가지고 점차 공유되고 확장될수록 큰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힘을 믿게 됩니다. 


제 스스로도 올해에는 이런 공간을 발굴하는 것, 이런 공간을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외에도 이런 공간을 하나 만들어 보는 것으로 프로젝트를 하나 만들어볼까 합니다. 


마음이 두근거려서 잠을 자다가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들고 하나도 피곤하지 않은 무언가를 만난다는 상상. 그것은 행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입니다.


꿈을 꾸는 건강한 기획자가 되기를 바라며.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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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정유정의 환상방황, 떠났던 내가 일상의 나를 두려워 하지 않기를

아이를 낳고 체력이 떨어지기는 했겠지만, 기본 체력 좋다는 믿음이 있어서 운동이나 등산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의 상념을 떠나보내기 위한 순례, 올래길을 걷고자 일부러 떠난적은 없다. 만약 내가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은 일상의 내가 슬럼프를 겪어 힘들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어보고싶은 호기심이 더 큰 것일테다. 

하지만, 가끔은, 요즘처럼 아이 돌보고 일하고 공부하면서 일상이 버겁다 싶을 때는, 혼자 아무도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곳 어디론가 떠나보고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또 어디론가 떠나보는 것이 쉬운일인가, 뭔가 이루어 놓은 사람들에게나 일탈이자 자극이지 않을까 하는 시니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경제적 비용에 관한 것만은 아닐것이다. 선뜻 주변의 양해나 응원을 받아낼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돌아왔을 때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소설가 정유정의 방랑도 그렇게 시작했다. 내연기관의 연료공급이 중단된것 처럼 멀쩡한 기계가 작동을 멈추고 좀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 작동을 멈춘 시간이 길면 길수록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 즈음 무작정 히말라야 행을 결심했다. 다소 엄살도 섞였겠으나 영어도 못하고 운동실력 없는 중년 초입의 아줌마가 무작정 외국의 오지로 떠난다는 결심을 누가 응원할 수 있었을까. 보내준 가족도 대단하고 하고자 하는 이에게 길이 열린다는 말처럼 실력자들이 나타나서 이 문제투성이 아줌마를 정말 100점만점에 200점으로 여행을 마무리 짓게 해주었다. 

비록 일단은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긴 했지만, 나에게도 히말라야 여행 하나쯤 앞으로 맞을 계기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힘들고 고뇌에 차겠지만, 그 상황을 양해받고 환경을 바꾸어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시간말이다. 

책은 히말라야 트래킹의 정보를 꽤 충실히 담고 있으면서도 소설가 특유의 해학과 깊이있는 삶의 관찰력이 넘친다. 125페이지에서 비로소 '환상방황'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이 여행기의 재미가 무르익었다. 처음에는 뭐 이런 대책없는 아줌마가 다 있나 싶었다가 인간 본성의 밑까지 내려가 고민하는 작가에 몰입되었다가 질끈 눈물도 흘렸다. 즐거움, 슬픔이나 깨달음 때로는 악동같은 행동들이 내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었다. 

자연에의 경외감과 사실감 넘치는 문화 묘사 외에도 지금 여기에서 각각의 고민과 피로를 가진 이들에게 자신의 솔루션을 하나하나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엄마의 죽음과 첫딸이라는 인생의 무게와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단편단편의 추억들, 어쩔 수 없이 마딱뜨리고 마는 신체적 한계에서 그는 속절없이, 그래서 내려놓고야 말았다. 내려놓고 나니 보이는 것들을 소설가의 필력덕에 실감나게 간접경험하고보니 나조차도 아주 똑같이는 아니어도 히말라야의 정기를 받은것마냥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함께 여행을 했던 혜나는 흐트러짐 없는 여행을 꾸리는 성실함이었다면 검부의 지혜, 버럼의 순수함을 가졌다. 오직 글쓴이 자신만 음식이 맞지 않아 며칠을 굶고 며칠은 변비로 화장실 문제를 겪고 며칠을 고산병 증상으로 고민을 했으며 길을 헤매거나 급기야 동네 강아지들에게도 무시를 당하는 천덕꾸러기의 못난 모습이었다. 

책을 덮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쩌면 아무 정보 없이 무대뽀로 여행을 준비한 아줌마를 덜렁 따라나섰던 혜나, 자부심이 높은 가이드 검부, 해맑은 짐꾼 버럼은 어쩌면 길을 떠났던 작가 자신의 또다른 일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성실하고 프로패셔널함, 여러 책 속에서 삶의 정수를 뽑아내어 적용시켜보는 지혜로움, 소설 속 인물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만족할 수 없어 한밤중 산속을 헤맸던 순수함, 그리고 잠시 일상을 떠나 훌렁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솔직함이라는 아이덴티티들이 한데 모여 여행을 했더라는 생각이다. 

누구에게나 솔직하지 못하고 또 도망가고 싶고 어쩌면 두려움을 만용으로 뒤덮으려는 되도 않는 시도를 해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한번은 가라앉아 바닥을 치고 힘들어서 누가 손한번 잡아주었으면 하는 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아니라는 사람들은 이 글의 첫 문단의 나처럼 스스로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은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책이다. 아마 직접 서점에서 골랐다면 손에 들리지 않았을, 내 관심과 조금 떨어진 주제의 장르의 작가의 책이었다. 하지만 이건 운명처럼 내게 책이 온 것이라 믿고 싶다. 그 속에는 장녀로 초보 엄마로, 아직 사회생활에서 커리어가 자리잡히지 않은 불안한 한 아줌마가 거울을 들여다보듯 들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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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우리가족 만나볼래? Would you like to meet my family?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걸 이미지로 이해했는데 이미지를 글로 풀어쓰는 건 작가의 이미지나 내 마음속의 이미지 모두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도 리뷰는 내 주관적인 감상이 중요하므로 나름의 느낌을 간단히 남겨보려고 한다.

먼저 <우리가족 만나볼래?>는 가족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양한 가족을 하마, 학, 바다사자, 뱀, 펭귄 등 여러 동물들로 표현하고 있다. 대가족, 핵가족, 한부모가족, 비혈연가족 등 요즘 우리 주변의 다양한 가족을 우화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우화의 '우'는 부치다, 기탁하다라는 뜻이고 '화'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른 대상에 부쳐 교훈이 되는 이야기를 한다는 의미다.

또 <우리가족 만나볼래?>는 우크라이나에서 자라고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는 작가 율리아의 작품으로 한국어 글귀 아래 영어로 다시한번 글을 새겨놓고 있다. 영어가 자국어가 아닌 작가지만, 단순히 영어교육을 위한 장치라고도 볼수 있겠지만, 나는 이 가족의 이야기가 비단 어느 한 지역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이시대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한국나이로는 두살이고 다음달이면 세살이 되지만, 만1살인 내 딸 진주의 언어능력이 꽤 늘어난 가운데 만난 책이라 알아듣든 말든 엄마는 책을 온갖 의성어와 비음을 섞어 읽어주었다. 편안한 저녁, 아빠곁에서 엄마가 딸에게 읽어주는 가족 그림책은 개인적으로 뭉클하기까지했다.

작게는 이렇게 그림책을 함께 읽는 우리 가족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점점 옆집의, 친구의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의 생김새와 생활방식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의미있는 책이 될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빤딱한 종이가 아닌 두툼한 종이재질이 손에 감긴다. 펼친 그림책 좌우, 상하, 가운데 주변으로 다양하게 뻗어나가는 리듬감이 구성지다. 유럽작가작품이라는 선입견때문에 그린이 같은 그린이 아니고 블루나 옐로우가 평범하지 않다고 여기게 하는지는 몰라도 그 색감이 아이에게 자꾸 보여줘도 질리지 않을것만 같다. 압권은 대미를 장식하는 피날레 페이지에 온 가족이 모여있는 장면인데, 은박의 반짝임에 신나게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동물들을 보며 괜히 마음까지 신나진다.

그림책은 한번 보고 마는 책이 아니다. 그래서 그 두께가 얇은 것인지도 모른다. 무릎에 아이를 앉히고 괜히 할 이야기가 없어도 그림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어차피 집중하는 시간이 길지 않은 아가에게 순식간에 읽고, 순서없이 페이지를 건너 뛰어도 상호작용할 수 있다. 결국 또 요렇게 귀한 추억을 만들어줄 한권의 책을 만나게 되어서 기쁘다.

문화/ 공간 연구소 비로소 소장 장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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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콘텐츠로 창업하라, 서서히 그러나 강력하게 브랜딩하는 방법


 아무리 봐도 <콘텐츠로 창업하라>는 제목은 잘 지은 것 같다. 콘텐츠와 창업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은 시대니 말이다. 비로소도 문화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연구소라고 본다면 이 책은 한번쯤은 거들떠 보아야 하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빈손에서 성공하는 새로운 창업전략'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은 6단계로 서서히, 그렇지만 강력하게 브랜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물론 빈손이라는 것은 공짜로 창업한다는 말과는 차이가 있다. 서비스 산업 이후의 부가가치가 큰 산업의, 그래서 손에 잡히는 유형의 자산이 아닌 무형의 자산이 있거나 쌓을 역량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문화마케팅과 맥을 같이하는 콘텐츠마케팅은 기존 물물교환의 거래시스템을 벗어나 조금 고도화된 방식의 거래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한다. 그것은 일단 신뢰를 쌓고 명성을 얻는 것이고 그 기간까지는 무료로 주어야 한다. <FREE>라는 책에서 언급한대로 공짜로 제공되는 양질의 콘텐츠는 고객들의 신뢰와 함께 고마움이라던지 열정에 대한 감탄이나 나아가 존경까지도 얻게 된다. 이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지지기반을 토대로 다양한 수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큰 그림이 되겠다. 

 그 6단계는 사실 아주 새롭거나 기발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꽤 두툼한 이 책이 요즘 많이 읽게 되는 요소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확신이 문장 사이에 진하게 녹아있을 뿐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말겠다는 식으로 친절하게 자료를 제시하고 레퍼런스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무언가 남겼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비로소의 콘텐츠도 접근하는 독자들에게 물론 그 목적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공유가치가 있고 남길 수 있는 정보나 인사이트를 담는 콘텐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단계별 비로소의 단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 스위트 스폿 - 자신의 지식이나 가지고 있는 기술을 열거해보자. 어차피 길게 가야 하는 여정이므로 열정을 더할 수 있는 아이템이어야만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스위트 스폿을 떠올렸다면 그 스위트 스폿에 오디언스를 어떻게 추가할 수 있을 지 구상하는 것이 첫번째 단계다. 내가 가진 스위트 스폿은 문화콘텐츠와 문화공간 운영에 관한 지식이다. 직접 공간을 운영하며 행사를 열어 사람들과 만나고 문화예술 워크샵과 강연 등을 기획하고 결과물을 제작하고 발표하는 등 절차와 반성에 대한 지식이다.

2단계 : 콘텐츠 틸트 - 스위트 스폿에 추진제가 되는 틈새,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사람들의 눈에 띌 수 있는 방법은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성이라는 것이 무조건 얄궂고 사람들이 보기에 괴상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성정이나 행동양식과 이질적이지 않아야 오랜 기간 그 콘텐츠의 개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유별나지 않은 사람이 유별난척을 하면 곧 탄로나기 마련이다. 차라리 무난하고 소박한 성격을 드러내며 담백하게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개성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어차피 오랜 기간 꾸준함이 그 브랜드의 개성을 완성시켜준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계속 말하고 있으니, 콘텐츠의 주제와 목적, 톤과 분량 및 창작 주기 등의 콘텐츠 강령을 꼼꼼하게 작성하고 잘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유명한 블로거, 유투버들이 이 부분을 얼마나 잘 지켜내고 있는가를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3단계 : 토대구축 - 1,2단계에서 플랫폼을 어느정도 염두해두는 것이 좋다. 스위트 스폿이 무엇인가에 따라 타깃이 되는 오디언스가 모여있는 플랫폼은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점차 플랫폼의 수를 늘려나갈 수도 있고 그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 볼 수도 있으므로 과감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몇글자 남기지 않는 소소한 일기를 쓰는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밤새워 분석한 글을 올려놓는 하나의 미디어가 되는 것이 바로 블로그다. 블로그는 처음에는 1인기업이었다가 저자처럼 콘텐츠 기업으로 발전한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이 블로그의 제목, 닉네임, 주제, 로고나 상징, 콘텐츠의 시리즈 구성, 콘텐츠 발행주기와 일정계획, 그리고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외부 인력에 대한 계획까지 모두 염두한다. 대개 2-3개월을 진행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수정하여 고도화시키는 것이 좋다. 

4단계 : 오디언스 모으기 - 어느 책에선가 자신을 지지하는 팬을 1000명 확보하면 무엇인가 시작할 준비가 된 것이라고 하였다. 오디언스는 그 강도가 천차만별이겠지만, 기본적으로 내 콘텐츠에 지지를 보내고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그들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가치를 나누는 입장이므로 서로에게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을 모으는 방법은 그들이 어디있는 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목록을 작성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콘텐츠를 작성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내 콘텐츠를 활용하고 확장하고 큐레이션하고 다른 미디어와 교환하면서 오디언스를 끌어올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5단계 : 다각화 - 이 시점을 잡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고 어쩌면 가장 가슴 떨리는 시점이 될 수도 있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오디언스를 대상으로 블로그 등의 플랫폼이 아닌 다른 영역으로 확장을 통해 스스로에게 가치를 찾도록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콘텐츠로 치자면 원소스멀티유즈 혹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등등 하나의 아이디어와 그를 통화 확장한 다양한 경험이 크게 뭉쳐저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시점이 바로 이때인 것이다. 작가가 되거나 강연기회를 얻거나 하는 본격적으로 확장을 위한 발판을 준비한다. 사실 책에서 말하는 다각화에 더하자면 각자가 관심을 갖는 영역의 실제 상품의 기획과 판매를 추가하고 싶다. 할머니의 레시피로 만든 잼을 판매하고, 닭을 기르는 방법을 통해 책이나 강연 뿐만 아니라 키운 닭을 입양하고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해 교육프로그램이나 연계사업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떠올려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것들은 6단계와 관련이 있다. 

6단계 : 수익화 - 다각화 시켜놓은 콘텐츠사업 영역에서 수확을 해야 하는 마지막 단계이다. 다각화와 수익화를 통해서도 텍스트, 이미지, 영상이나 가이드라인 등과 같은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지므로 결국 사업 본질이 단단해질 수 있는 단계이기도 하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것을 통해 오디언스를 구축하기 위해 처음 얼마의 기간은 돌아오는 것이 없는 시간이 있다. 그저 취미나 즐기는 동안 친구가 늘어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어쩌면 순진한 발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외로 스스로 즐기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을 하려는 기질이 있다. 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긴 호흡을 가지고 다음 단계 다음 단계에 어떤 모습일 지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비로소가 가질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문화/ 공간 연구소 비로소 소장 장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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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행동을 디자인하다, 기꺼이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

 

옆구리를 슬쩍 콕하고 찍어 똑똑한 결정을 돕는다는 행동 경제학의 <넛지>개념을 보다 친숙한 곳으로 끌어왔다. 합리적이고 실리적인 목적 이외에 다분히 정서적이고 주관적인 만족을 통해 일상속에서 우리를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연구서가 바로 <행동을 디자인하다>다. 

많이 알려진 남성 화장실 소변기의 파리나 피아노를 닮은 계단은  '화장실을 깨끗하게 씁시다' 혹은 '건강을 위해 계단을 이용합시다'라는 지루한 문장을 일순간에 놀이로 만들어 놓는다. 우리는 화장실이나 내 건강보다는 내 행동이 어떤 상호작용을 만들어 내는가에 호기심을 가지고 '그냥' 그것을 해볼 뿐이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내가 문화기획 강의에서 자주 예로 삼는 톰소여의 일화(담장에 페인트칠을 하는 것을 놀이로 둔갑시켜 친구들이 직접 동참하게 만들기)도 행동디자인과 연관이 있다. 담장을 깨끗하게 페인트칠 해두려는 본래 목적의 '노동'은 친구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대신 그들이 직접 붓을 들고 나무의 결을 따라 집중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보고싶어 너도 나도 하고싶어 하는 체험활동이 되고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처럼 원래 목적과 행동하는 이들의 목적이 다르다는 점은 행동디자인의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행동을 다른 의미로 전환시켜 그 심리상태조차 달리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물론 원래의 목적이 꼭 숨겨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원래의 목적을 강요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선의의 본래 목적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재미와 흥미로 기꺼이 움직인 행위의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행동 디자인에는 여러가지 개념이 함께 작용한다. 우선 몰입과 관련한 내용인데,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즉, 몰입하여 행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행동의 부담정도를 잘 조절해야 한다. 너무 간단하고 유치한 것은 실증이 나기 쉽고 그래서 반복적으로 행동을 유도하기 어렵게 된다. 반면 물리적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 행동은 소극적인 사람들의 행동을 불러일으키기 역부족이다. 그러므로 행동 디자인은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특성과 행위를 일으키는 장소의 특성을 잘 관찰하여 설계하고 수정해 나가야 한다. 

어포던스라는 개념도 등장하는데, 이는 행동유발성이라고 해석된다. 사람 신체의 구조와 감각기관의 능력, 삶을 영위하면서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행위를 통해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반응하는 장치를 마련해서 그 행동을 하도록 은근하게 이끄는 것이다. 

한편, 아날로지라는 개념은 맥락적, 문화적인 경험을 떠올려 그와 관련한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어포던스와 비교할 때 덜 직관적이미지만 같은 문화권의 같은 사회, 역사적인 맥락을 공유하는 이들의 집단적인 행동을 디자인해볼 수 있다는 면에서 강력한 행동 유발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이부분을 주목했다. 문화활동을 하고 그 안에서 개인적 만족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공동체의 공익의 목적을 가진 여러가지 문화이벤트를 기획할 때 우리가 가진 문제의식, 주제를 대상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고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유용할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행동 디자인은 문제해결을 위한 감각적이고 심리적인 전략수립이다. 또 사람들의 감각기관에 의해 인지되는 감정을 통해 직관적이거나 경험적인 행동을 스스로 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스스로 판단하여 움직인 것이므로 만족도도 높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기술을 들어거나 많은 비용을 들인 광고를 진행하지 않았으므로 비용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 

도전의 측면에서 게임요소에 대한 고민을 해볼 것, 어떤 보상을 예상할 수 있을 지를 떠올려볼 것, 사회규범이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여 행동을 예상해볼 것, 오감을 활용할 수 있는 행위를 설계해볼 것 등 흔히 문화기획자들이 하는 고민을 '행동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엮어 볼 수 있었다는 점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했다고 본다.

제법 많은 인사이트를 주지만 책을 얇아서 출퇴근길 하루면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책을 덮고나서 여러가지 공상을 하는 부작용은 감수해야만 한다. 


저자 마쓰무라 나오히로 홈페이지 http://mtmr.jp/en/

행동디자인과 마케팅을 주제로 한 논문 https://www.aaai.org/ocs/index.php/SSS/SSS13/paper/viewFile/5716/5981

디자이너의 UX관점의 글 http://thought.hitoyam.com/entry/2015-12-15-triggercategories


지금까지

문화기획, 문화와 공간을 연구하는 비로소 소장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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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잡지 딴짓, 여섯번째 딴짓을 만나다

 

책방 연희에 들러 손솜씨의 전시를 보고 손솜씨의 엽서와 이 <딴짓>을 사왔습니다. 여섯번째 나온 이 독립잡지는 사기는 4월에 샀지만 나온지는 조금 지난 잡지였습니다. 책방에서 이런저런 책들을 살펴보다가 이 잡지를 넘겨 보았는데, 웹툰 이미지가 원래는 인쇄용이 아니었는지 이미지가 다소 깨진 것 외에는 편집이나 내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나 리타가 관심을 두고 있는 문화공간의 플랫폼, 사람들의 네트워크와 관련한 내용이 눈길을 끌었어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동네들을 소개하는 코너도 재미있었구요.

 

 

 

 

사실, 애초에 문학과는 거리가 좀 있어서 사색이 깊은 글은 친하지가 않거니와 많은 문장으로 한가지 사유를 이야기 하는 긴 호흡을 못견뎌 하는 성미라서 독립잡지의 글들은 잘 읽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몇몇 꼭지는 설렁 설렁 보기는 했지만 대개는 단행본보다는 나의 일상과 가깝고 블로그나 인터넷 글보다는 정제된 딱 적당한 글과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름도 '딴짓'이라니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리타가 딱 서른이 되었을 때부터 해왔던 딴짓들에 용기를 주는 것만 같았다고나 할까요. 이번에 브런치의 브런치북 프로젝트 4번째 공모에서 금상을 탔던 것도 다 그런 딴짓들을 망라한 것들이었는데, 이 잡지를 만나는 그 당시에는 아직은 수상도 하기 전이고 내 글들에 대한 의문이나 콘텐츠에 자신이 없었던 (이글처럼 장황하고 복잡한) 그런 상태였기에 더 반가웠습니다. <딴짓>을 펼치는 이들의 소회가 담긴 글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무언가 꽂힌 것을 위해 이렇게 딱 떨어지는 결과물을 연속해서 내보일 수 있는 책임감이나 성실함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앞에서 밝힌 것 처럼, 리타의 관심거리라서 더 인상깊었던 꼭지는 소파사운즈 코리아 프로젝트 '하다' 였습니다. '하다'는 얼마 전 TV 다큐로 보았던 기억이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소파사운즈는 '가장 비밀스러우며, 가장 공개적인 공연'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말 그대로 소파가 있는 누구의 집 거실에서 자유롭게 공연하는 것인데, 누가 공연하게 될지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는 모른다고 합니다. 관객들은 누가 오든지 현장의 호흡을 나누며 즐겁게 공연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영국에서 시작된 소파사운즈는 한국에서 시작된지 2년 정도 되었는데, 아직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은 물론이고 하림, 장미여관, 악동뮤지션과 같이 꽤 유명한 뮤지션들도 플랫폼의 매력에 끌려 참여하면서 다양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리타는 소파사운즈가 각각의 나라에서 진행되면서 하나의 브랜드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에 눈길이 가더군요. 형식, 소개말, 역할 등에 대한 꽤 구체적인 매뉴얼이 존재한다는 말에서 자유로움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찾았습니다.

 

프로젝트 하다의 경우, 요일별, 시간대별로 사용하는 공간을 셰어하는 방식의 프로젝트 공간입니다. 디자인관련 작업공간으로 사용하던 주인장이 음식, 카페, 스튜디오 등 다양한 목적의 주기적으로 공간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공간을 나눠 쓰고 있습니다. TV에서 볼 때도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지면으로 만나니 또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리타도 공간을 운영하면서 공간 대관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대개는 1회성이었고 잠깐이지만 작은 공간을 아티스트의 작업공간으로 셰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을 나누어 사용하는 개념은 공간의 매력이나 위치와도 많은 관련이 있겠지만, 꽤 니즈가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프로젝트 하다의 시간표

 

 

소파사운즈 코리아와 프로젝트 하다는 메시지와 미디어 혹은 그 둘을 포함하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아티스트와 관객, 사장과 고객의 다리를 놓는 가교이면서 그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그 곳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부가가치를 만드는 공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겠노라며, 이 들 사례를 취재한 '딴짓'은 '작은 가게들을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브런치 글(https://brunch.co.kr/magazine/culturestore)을 쓴 리타의 눈에 쏙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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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앞으로의 책방, 미래의 책방을 생각하다.

 

최근들어 작은 책방들의 소식이 자꾸 눈에 밟히는 중이라 그런지 이 책도 덥썩 읽게 되었다. 일본작가가 쓴 책은 번역을 해도 한자투의 말이라 내용과는 상관없이 영어권의 작가들의 글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요즘은 그 수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워낙 책을 많이 읽는 나라라서 우리나라보다는 출판시장 사정이 좋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대체해서 즐길거리가 많은데다가 글로벌 아마존의 진출 등의 온라인의 공세가 우리나라만큼 심해서 일본의 책방들도 수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같다. 이 책은 그런 비극적인 출판업계의 현실을 알리는 책이 아니다. 다소 허무맹랑할 수도 있고, 작가가 밝힌것 처럼 공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발산적 생각들로부터 앞으로 책방이라는 것에 대한 진지하고 애정어린 시선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의 책방>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책방의 정의로부터 그 공상, 기획 그리고 독립에 관한 내용이 이어진다. 책방이 사라진다고 해도 책방이라는 말은 남을 것이라는 말이나 물리적 공간인 책방이 줄어들어도 책방인 사람들은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책방의 정의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첫 단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오프라인에 책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SNS를 통해 매일 문을 열고 닫는 '이카분코'이야기다. 오프라인의 공간이 없이도 그렇다고 온라인 서점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책방이다.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소개하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만나게 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책방이다. 이름은 책방이지만 하나의 단체, 하나의 브랜드로 여겨진다.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일본인의 아기자기한 면모를 느낄 수 있기도 했는데 그저 사소한 대화에서 시작한 '이카분코' 우리나라말로 오징어 서점은 사장과 정직원, 아르바이트생을 거느리고 2012년부터 성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책과 어우러지는 잡화를 함께 판매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기존 책방들에서 진행하기도 하고 시낭송회같은 이벤트를 열기도 하면서 사람들과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책의 구성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인터뷰 말미마다 책방의 연혁이라든가 책방의 구조와 운영철학에 관한 이미지를 삽입해 놓은 것이다. 혹시 나중에 독립 서점을 낼 생각이 있다면 이 책을 참고해볼만한 가치가 이 부분에서도 크게 작용할것이다.

 

 

 

 

두번째 단원에서는 책방의 비즈니스모델이라고 부제를 달아도 좋을 흥미로운 공상이 등장한다.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의 물건을 재현한 작품을 경매한다든지, 특별한 대상만을 위한 공간을 운영해서 특별함을 높인다든지, 숙박을 겸하면서 맞춤 책을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든지,  공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서점 등이 그 내용이다. <작은 책방, 우리 책쫌 팝니다.>(리뷰보기)에서 비슷한 아이디어를 직접 실행하고 있는 책방들의 사례를 본 적이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책방에서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이 가장 기쁜일이기는 하지만, 책의 내용이나 책의 모양새, 책에 담긴 추억과 책을 읽는 행위, 책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는 무궁무진한 가지들이 책방에서 뻗어 나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세번째 단원은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부분이다. 이 책을 쓴 작가 기타다 히로미쓰가 직접 진행했던 기획 사례가 나오는데, 책을 주제로 한 서점의 직원으로서 진행했던 기획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책방에 방문한 사람들의 사용자 경험을 읽어낸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작가들의 생일을 366(윤달포함)개 뽑아서 문고판으로 제공하여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었던 점이나, 작가나 출판사는 가리고 책의 소개만을 보고 책을 고르도록 구성한 것, 고객의 상황이나 심정에 맞춤하여 관련 책을 처방하여 약봉투에 넣어 제공하는 등의 기획은 생각할 것이 많았다. 물론 이제는 식상한 것이 된 것도 있지만, 책방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곳인가,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책을 만나고 선택하게 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결국 사람으로 돌아온 이야기를 전한다. 책은 그 곳에서만 사고 싶게 만드는 책방은 어떤 곳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곳을 채우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핵심이다.

 

리뷰를 쓰면서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나오기'에 써있는 글을 모조리 베껴놓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저자는 '새벽'같은 책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책방을 운영하는 법과 그 귀중함 그리고 책방이라는 이름에 대한 아직은 선명하지 않은 기대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글에서 책을 쓰고, 책을 엮고, 책을 진열하고, 책을 추천하고 마침내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고판이라 진지함의 무게와는 달리 금새 읽고 가슴에 담을만하다.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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