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의 책리뷰] 작은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책 부제가 '도네서점의 유쾌한 반란'이라는데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어둡다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사랑해서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애정이 글 곳곳에서 느껴지기에 허투루 읽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글쓴이나 만나본 작은 책방의 주인들이나 유쾌하다기보다는 진지하고 행복합니다. 그것이 그들을 그 작은 책방을 꾸려나가게 하는 원동력이겠죠.

 

 리타도 작은 가게를 가져본 적이 있습니다. 책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그림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림그리기,글쓰기나 악기를 배우는 공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공간을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서 또 그 공간의 성격을 말해줄 수 있는 것도 사람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을 많이 찾아줄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 책방의 주인장들의 나름의 방식에 더 관심이 갔는지도 모릅니다. 그 속에서 동의의 고개 끄덕임이라든지, 프로페셔널함에 경의를 갖는다든지, 혹은 개인적으로 꼭 방문해보고싶다는 호기심이 동하기도 했습니다.

 

 남해의 봄날에서 펴낸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는 이전에 같은 곳에서 펴내었던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 처럼 여러 사람들의 인사이트를 엮어낸 책입니다. 이런 방식의 책은 관심있는 분야의 다양한 시각을 얻을 수 있으며 그 속의 공통점을 통해 나름의 법칙을 만들어 내거나 다름을 통해서 유연함을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충북 괴산에서 '숲속작은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백창화, 김병록 부부의 전국 서점 탐방이야기쯤 되는 이 책은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 백창화의 진솔한 경험담이 되겠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직접 아이에게 좋은 책을 선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급기야 좋은 책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시골마을로 들어간 용기있는 부부의 실감나는 경험담이 그들이 만난 여러 작은 책방 주인장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책입니다.

 

 

책의 디자인도 멋집니다. 주황색 책들, 보라색 책장으로 만들어진 작은 공간들이 한눈에 책방관련 책이라는 것을 알려주지요.

책방 주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자기 꿈을 담은 공간을 키워나가는 이들의 반짝거리는 눈매를 상상했습니다.

 

 책 권하는 사람, 당신만을 위한 북 큐레이션, 책과 사랑에 빠지는 특별한 공간, 새롱누 책문화 공간의 실험 등의 테마로 인디고 서원, 길담서원, 책방이음, 알모책방, 책과 아이들, 땡스북스, 북바이북, 책방 피노키오, 짐프리, 일단멈춤, 유어마인드, 더북소사이어티, 라이킷, 왓집, 제라진, 소심한책방, 책이 있는 글터서점, 한길 문고, 진주문고, 모티프원, 등 특색있는 작은 책방들을 리뷰하면서 그곳에서 느꼈던 단상부터 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책출판계의 현실, 작은 가게들이 안고 있는 운영, 관리 비용에 대한 현실적 고민 등이 드러납니다. 때로는 그들 공간에서 배울 점을 이야기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취향이 다른 공간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키조 그림책마을을 리뷰하면서 괴산의 그들 공간에 대한 비교와 앞으로의 꿈을 엿볼 수 있기도 했구요.

 

 누구나 자기 입맛이 있기에 어느 책방이 더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맥락위에 있는가에 따라 머물고 싶은 책방은 달라질 것이기에 이들의 네트워크는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상의 한 조각 가벼이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부터 마음 두둑히 먹고 훌쩍 떠나야만 만날 수 있는 공간까지 우리 주변에는 이런 또렷하고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많았다는 것을 일깨우죠.

 

 책방을 연다는 것은 단순히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책과 문화를 나누는 따뜻한 삶에 대한 꿈을 현실화시키면서 책과 관련한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최소한의 품위 유지는 할 수 있는 자립경제를 달성해야하는 것이 기본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유럽의 오래된 작은 책방을 돌아다니면서 나름의 방법을 찾고 그들의 생존방식과 철학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방을 열게 된 저자들의 깊은 고민을 헤아려볼 수 있었습니다.

 

 굳이 나누고 싶지 않지만, 같은 책과 관련한 공간이면서 서로 달리 여겨지는 서점과 도서관. 리타는 그 차이가 횟집과 수족관과 같은 느낌이라 구별됩니다. 싱싱한 활어를 직접 잡아 먹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공간, 왁자지껄하고 무언가 곁들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책방의 새책 냄새와 어우러져 흥분하게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독서까지는 힘들어도 책을 만지고 냄새맡고 스르륵 탐색하면서 나름의 지식을 만들기를 좋아하나봅니다.

 

 책방의 목적이 여러 수사를 붙일 수 있지만 결국 '책을 판매한다는 것'이고 그 것에서 최소한의 유지비가 마련이 되야 한다는 전제는 공통적이지만, 책방을 꾸려나가는 정책이나 태도는 달랐습니다. 일부 책방이 책에만 집중하여 관련한 다른 활동을 다소 배제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통해 책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생기고 결국 책의 판매나 단골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리타가 작은 가게의 문화적 활동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바로 그것때문이죠.

 

 직접 만든 책장과 오두막, 작은 소품들로 숲속 작은 책방은 생기를 찾고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처럼 아끼며 행복해 합니다. 그런 천사들을 맞이하는 이들 부부에게는 나름의 애환과 고민이 있었겠지만 뿌듯함이 있고 자랑스러움이 있음을 하나하나의 글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이들 공간이 그들을 닮은 많은 사람들에게 책으로 꿈을 키우고 공간으로 영감을 주고 하루 묵어가는 휴식을 통해 멋진 이들을 품어내는 일을 오래오래 더 즐겁게 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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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 아바타 그리고 가상세계

 

 두껍지도 않은 책을 한참을 읽었습니다. 가상세계, 가상현실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런저런 책을 빌려다가 읽고 있는데 가상현실은 고글을 쓰고 4D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 주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다중자아를 받아들이는 보다 심오한 현실이라는 게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누군가가 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전제하에 리타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과연 현실의 '나'인지 아니면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라는 블로그에 존재하는 '나'인지에 대한 생각도 잠시 스치는군요.

 

 두껍지 않다고 이야기 했지만 그래도 메모할 것은 많았습니다. 가상세계에 대한 정의부터 그 특성과 그곳에 존재하는 가상인간의 등장과 의미, 과연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구분할 수 있는가의 질문으로부터 정체성을 확인하고 나아가 주체가 붕괴, 자아의 확장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책 여기저기 간지를 끼워두느라 읽는 속도가 더 더뎠습니다.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면서 메모해둔 것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가상현실은 컴퓨터를 이용해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섯 개의 감각을 가상으로 생성하고 조합하여 실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인공적 현실입니다. 이것을 텍스트, 이미지, 영상, 혹은 신체의 촉각까지도 자극시켜서 그야말로 실감나게 연출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미 우리는 인터넷 시절 여러 커뮤니티에서 가상세계에 속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상세계 경험이 일상화되면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몰입감이 큰 게임의 경우 그 가상현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른바 '게임폐인'이 있는 것 처럼 그들 자신은 없고 오직 게임 속 아바타만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상황에서 정체성과 주체성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저자는 밝힙니다. 정체성에 관하여 가상세계에서의 범죄에 대한 책임이 현실의 나인지 가상세계 속의 캐릭터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고, 주체성에 대해서는 가상세계의 복제 가능성에 의해 시공간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주체가 사라지거나 다중적이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상세계와 비슷한 말로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사이버'라는 말은 위너N.Wiener에 의해 정립된 사이버네틱스에서 따온 말이며 여기에 space가 붙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컴퓨터 네트워크에 기반한 정보적 공간입니다. 그래서 통신 네트워크에서 물리적 요소와 정보적 요소를 나누어 생각하고 이러한 요소를 바탕으로 여러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사회적 관계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이버스페이스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공간이면서 그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도구가 됩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컴퓨터 시스템이 산출하고 우리가 다시 적절한 장비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정보로 이루어진 표상세계, 인공세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이버스페이스는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컴퓨터에 의해 유지되고 산출되는 다차원의 인공적인 또는 가상적인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37)

 

여기서 가상현실의 '가상'과 '현실'의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단어의 조합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기억할만합니다. 하임M. Heim은 스코투스J.D.Scotus의 철학을 언급하며 '가상현실'이 모순이 아니라고 밝힌바 있는데 그에 따르면 '가상적으로'라는 말은 스코투스의 실재론을 구성하는데 핵심개념이라고 합니다. 스코투스는 사물의 개념이 경험적 속성들을 형상적으로가 아닌 가상적으로 담지하기때문에 사물은 단일한 통일체 내부에 자신의 경험적 성질들을 이미 포함하고 있고 그것은 가상적으로 그 성질을 포함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결국 가상적인 것들은 아직 감각기관을 통해 포착된 것은 아니지만 감각 가능한 것들로 세계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말이 됩니다. 즉, 경험 가능한 것이 '가상'인 것이라는 거죠.

 

현재와 같은 의미로서의 가상현실 개념은 레이니어J.Lanier가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가상현실 구현기술이란 사용자가 수신한 정상적인 감각 입력을 컴퓨터가 산출한 정보와 대체시킴으로써 사용자가 실제로 다른 세계에 있다고 확신하도록 만드는 기술이고 그 기술로 만들어진 가상현실은 사용자로 하여금 마치 현실세계처럼 생생한 3차원적 상황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만드는 전자적 시뮬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리타는 한가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 저자도 우리가 지금 현실로 생각하는 이곳이 사실은 가상세계일 수도 있다고 한 것에서 나왔습니다. 과연 어떻게 우리가 상위계층의 현실세계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처음 게임을 하게 되면 이것이 게임이고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 되어도 게임이 끝나면 현실의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사실을 인지한채로 임하게 되는데 말입니다. 기술적, 심리적, 신체적으로 어떤 단계에 다다랐을 때 과몰입이 되고 급기야 현실의 나를 놓아버리는 상황이 되는 걸까요. 게임 속 아바타와 그 가상세계가 현실세계로 인지된 그 상황이 되어버린 상태 그래서 다시 현실로 빠져 나오지 않는 상태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읽히었습니다. 마치 메트릭스의 키아누리브스나 '네버엔딩스토리'의 끊임없이 게임을 되풀이하는 아이들의 입장이 된 것처럼 말이죠.

 

 일단 가상현실 구현 기술을 보면, 가상현실은 사용자가 직관적 몰입이 가능하게 하거나 컴퓨터가 만든 동적 환경과 상호작용하게 하는 여러가지 인터페이스 기술의 조합입니다. 가상현실을 실현시키기위해서는 가상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상표현 시스템과 몸의 움직임을 가상현실에 반영하기 위한 인식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상 환경을 총괄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죠. 두번째로 <스타트랙>의 현실화가 있는데요. 군사적목적, 게임, 가상리허설 혹은 대인기피 치료, 신체 모델링이나 건축설계 및 상품 매매 등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한 걸음 나아가 이제 가상세계의 특성을 들어봅니다. 사이버 문화의 특성인 접속성, 익명성, 개방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여기에 이미지성과 상호작용성, 단절성 및 조직가능성, 탈일상성등의 특성이 더해집니다. 이는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에서 다루었던 내용들과 많은 부분이 겹칩니다. 가상세계가 가지는 특성인 상호작용성에 기반한 사이버 혹은 디지털의 서사를 연구하기 위한 것이라 그런 듯합니다.

 

이미지성에 대해서는 유명한 보드리야르J.Baudrillard의 이론이 등장합니다. 바로 실재하는 모든 것은 실재를 모사하는 기호들로 대체되고 이러한 기호나 이미지들의 모사물인 시뮬라크르simulacres가 실재보다 더욱 실재적인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이미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자체가 실체가 없는 시뮬라크르의 세계이며 자신의 비실재성을 은폐하기 위해 다른 시큘라크르를 재생산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세계인 것입니다. 우리는 실재하지 않는 세계를 경험하고 실재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며,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반응하는 컴퓨터의 연속적 작용에 의해서 가능합니다.

 

가상세계에서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존재 즉, 가상인간의 등장과 의미로 넘어가봅니다. 아바타는 지능을 갖고 있음은 물론 현실인간의 대행자로서 자율성을 지니며 목적 지향적으로 위임받은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서로 연관되어 있는 사건들을 탐지하고 일련의 규칙들을 적용함으로써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합니다. 자신이 댛생하는 현실인간의 기호, 습성에 대한 학습을 바탕으로 돌발적인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p49) 반대로 현실 속의 나는 육체성의 종말을 맞이합니다. 아바타가 현실세계에 대한 통제력까지 확보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저자는 근대적 세계에서 '나'는 항상 육체라는 대상을 필요로 하지만 탈근대적 세계에서는 '나'라는 육체라는 대상을 필요하짐 않으며 단지 '나'라는 상징만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상징은 물리적 제약을 벗어나 다양한 해석의 틀과 변화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들뢰즈G.Deleuze와 가타리F.Guatarri는 육체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가집니다. 탈육체화된 육체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죠. 새롭게 구성되는 육체가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길들여지고 주체화되기를 거부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육체성의 종말을 고하며 새로운 육체성을 추구하는 일은 가상세계에서 새롤운 정체성의 추구를 추동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상 가상현실의 정의, 기술, 특성, 가상인간에 대해 정리하였습니다. 내용이 많은 것 같아서 이 책의 중요한 부분인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구분가능성과 정체성의 확인과 주체의 붕괴에 대한 내용을 다음에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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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파도야 놀자, 이수지


 매주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책을 만드는 꿈을 꾸는 리타입니다. 그림책을 많이 본다고 해서 그림책을 잘 그리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선배작가(선배작가라고 불러보고 싶었어요.)들은 어떤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가가 궁금합니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그림책을 찾아보고있는데요. 그 중에서 손솜씨로부터 선물받았던 그림책 <파도야 놀자>가 좋습니다.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액자처럼 세워두고 진주와 자주 읽느라 겉표지가 다소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우리 진주가 엄마가 바다와 파도와 갈매기와 조개와 저 너머 산등성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신이 났던 모양입니다. 


 설명적이거나 어떤 지식을 잘 전달하거나 과장되거나 세밀하거나 하는 식의 다양한 그림책들이 있는데, 이렇게 두고두고 볼 수 있는 그림책은 서정적이고 말이 적습니다. 




<파도야 놀자>는 처음 바닷가에 놀러온 어린 여자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엄마와 한적한 해변에 산책을 나와 푸르른 파도와 처음 만납니다. 자그마한 꼬마아이를 엄호라도 하듯 갈매기들이 함께하죠. 처음 만나는 자연은 알면 알수록 다채롭습니다. 익숙해졌다가도 전혀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순식간에 온세상을 뒤바꿀 수도 있으며 수많은 선물을 전해주기도 하죠. 





잠시 엄마와 떨어져 모래사장을 어슬렁이며 노는 여자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검은색으로 담백하게 그려진 그림들 위로 푸른 바다가 생동감있게 그려지고 책날개 양쪽을 경계를 넘나드는 리듬감이 압권입니다. 아이의 움직임, 표정 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갈매기들도 제각각 성격과 표정이 드러나는 것 같아 볼 때마다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8개월짜리 우리 진주와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새롭게 보이는 것 같아요.


리타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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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보이는 것들의 비밀

 

왜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할까요? 색깔이라는 것이 가시광선이 우리 망막의 시세포를 자극해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파장이 너무 길거나 짧으면 색깔을 볼 수 없어요. 단지 파장의 길이 차이뿐인 색깔에 따라 이상하게도 우리는 기분이 천차만별 달라집니다. 다홍은 봄에 피는 꽃의 색을 닮았고 젊은 처녀들이 즐겨 입었던 치마폭을 떠올려서 생기발랄함을 느낄 수 있어 귀하게 여겨진 걸까요.

 

 

 

 

 

같은 품질의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물건들은 잘 팔리고 어떤 물건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 우리의 감각기관과 인지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시청각, 후각 혹은 기억력과 생식 등의 다양한 이유에서 만들어진 무의식적인 반응들이 상점들의 곳곳에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다소 섬뜩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보는 순간 사고싶게 만드는 법칙 9개를 알려줍니다. 제품이 될 수도 있고 서비스가 될 수도 있는 '좋아보이는 것'들의 비밀은 '패턴, 70:25:5, 색깔, 3500K, 조도, 78cm, 6step, 16cm, 철학'입니다. 대부분 상점의 비주얼과 상품의 진열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보색대비나 조명의 활용과 같은 많이 알려진 내용도 풀어 쓰고 있지만 이 책이 가진 강점은 그러한 일반적 상식에 구체적 수치를 붙여 구체적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감성도 좋고 브랜드도 좋고 세련된 분위기도 다 좋다면,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이 뒤따를텐데 그 대답을 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막연하게 잘 팔리기만을 바라는 순진한 사장님들은 이제 없으며 그들의 제품에 대한 확신만큼 그것을 드러내는 방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제품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는 패턴을 적극 활용하고 그 패턴에 입힐 색상에 배경, 대비, 포인트로 사용할 색상을 정하여 일정비율로 일관되게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상품의 배치 순서, 거리, 높이, 조도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것이죠. 꽤 친절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자도 밝힌 것과 같이 상품 자체가 좋은 물건일때만 통하는 법칙이라는 사실. 우리가 다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놓치고 있는 것들을 쉬운 말과 쉬운 예시로 천천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사실을 모두 따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FM이 있으면 그것을 뒤짚고 비트는 낯설음이 있어야 사람들은 흥미를 가질 수도 있으니까요.

 

리타가 준비하고 있는 책에도 많은 도움이 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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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리타에겐 꿈이 있습니다. 직접 만든 그림책을 내 아이에게 선물하는 것입니다. 아기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보여주고 싶은 것들과 곰곰히 생각했으면 하는 것들을 담은 책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아기의 성장과정을 담은 것도 좋고 엄마와 아빠가 경험한 것들을 들려주는 것도 좋은. 그래서 올해 목표리스트에는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자리합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그림 연습을 하고 있고요. 올해 시작한 주 부터 9장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 책은 그림만으로 된 책은 아닙니다. 동화책이 주로 글로 읽히는 책이라면 그림책은 글과 그림으로 읽히는 책이므로 글과 텍스트의 분배와 역할분담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어려울 수도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리타가 비로소 강좌로 기획했던 그림책강좌에서도 그런 부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다시금, 내 딸아이를 위한 그림책을 준비하게 되면서 여러 그림책과 그림책을 그리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동하였습니다. 도서관에 들렀다가 만나게 된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는 아마 몇 주 전쯤 서점에서 우연히 지나쳤던 기억이 납니다. 운명처럼 내게 와서 그 속의 여러가지 용기를 북돋는 말들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이 책의 글을 쓴 최혜진은 에디터 경력이 무색하지 않는 글솜씨를 발휘합니다. 그의 글은 부드럽지만 꼿꼿한 문체로 '그림책을 그리겠다'는 리타의 꿈에 물을 주고 햇빛을 드리우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가 사랑에 빠진 그림책, 그 그림책을 그리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고달픈 여정을 진행한 그 열정과 끈기도 배울만한 점입니다. 


열명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창의력이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 혹은 아빠이고 싶은지에 대한 공통된 질문을 던지면서도 그들의 작업방식이나 가치관 그 개성들을 잘 드러내면서 그림책에 관심많은 작가지망생, 엄마아빠들, 전공생들 등등에게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잘빠진 책입니다. 


책 뒷 날개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이 책의 반은 소개된 작가들의 한 두 문장의 말들입니다. '관찰할 거리가 많을수록 시선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상상력을 발전시킬 수 있거든요', '질문하는 목소리', '실패해도 괜찮아, 별거 아냐', '인간적인 빈틈', '혼자 고요함 속에 머물기' 등등에 대한 작가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책을 덮고도 오래 남습니다. 




리타는 이 책에서 그들의 아뜰리에를 구경했습니다. 볕이 잘 드는 방에 그들의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소품들로 둘러쌓인 널찍한 책상. 그림 도구들, 캐릭터 그림들, 여러 언어로 번역된 자신들의 착품들이 꽂힌 책꽂이 등을 보면서 그 곳에서 나는 냄새까지도 맡는 기분이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자료를 준비하는 작가부터 온갖 상상으로 오로지 생각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 시간을 들이고 작은 용기를 내고 꾸준하게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는 모습들이 행복해보였습니다. 


꼴라쥬기법을 활용하거나 판화기법을 쓰거나 밑그림 없이 채색을 시작하거나 간략한 선으로만 표현하거나 하는 그들만의 표현 기법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수제 노트에 프로토타입의 그림책을 만들어 보거나 주인공 캐릭터의 모습을 수십번 그려보는 연습장, 여행지에서 스케치한 그림들로 된 여러권의 드로잉북들에서 꾸준함, 집요함, 프로다움을 느꼈습니다. 




사실 그림책 만드는 법이라는 책을 찾아 보고 또 관련 강좌도 찾아볼 생각이었는데 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고 자기가 즐거우면 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더군요. 프랑스와 한국의 사정이 많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아이를 위해 나를 동심으로 가져가서 상상력과 창의력에 의지해 아무 근심없이 마구 마구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관찰하는 시선, 상상력을 만드는 질문, 공감의 쓸모, 치유하는 상상, 작은 용기, 결점에서 태어난 창의성, 깊은 심심함, 다르게 보기, 오래보기, 시간 사용법, 자기 믿음이라는 열명의 작가들을 형용하는 말들은 제가 그림책을 그리려고 마음먹고, 하나의 선을 그리고, 한가지 색을 칠하며 아기에게 이야기를 들려 줄 목소리를 가다듬는 과정 하나하나에 도움이 되는 말입니다. 그 순서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림책 작가는 정말 서로 너무 다릅니다. 그림책을 그리게 된 배경이나 담고자 하는 주제의식, 발상이나 표현기법 등등 전혀 다른 이들이 한권의 책에 있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들의 경험담과 조언, 대표 작품명, 그들의 웹페이지 주소, 나름의 표현기법에서 아이디어를 받은 점등을 꼼꼼하게 메모하였습니다. 아마도 리타의 1호 그림책의 밑거름이 되는 소중한 지침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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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카이스트 교수이자 뇌과학 전문가인 김대식님의 인공지능에 관한 책입니다.  TV 강연 방송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보니 내용이 다소 꽉 짜여진 느낌은 아니지만 인공지능과 관련한 여러 이슈를 다루어서 흥미를 어느정도 충족시켜주었습니다. 

 

인간과 기계를 대척점에 놓고 지배할 것인지 지배당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가지 화두를 던지는데요. 엘론 머스크와 스티븐 호킹이 강한 인공지능에 대해 '인류의 멸망'까지도 언급하며 강력하게 경고를 하고 있는 것만큼이나 날이 선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냥 '우주소년 아톰'처럼 더 똑똑해진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든 프로그램이든 그것이 우리의 친구가 될 수는 없는건가 하는 순진한 생각을 했었나싶어요.


 


 일단 인공지능에 대한 이론적이고 기술적인 내용부터 시작합니다. 인공으로 만드는 지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지금은 그 수준이 어느정도까지 온 것인지, 작년 이세돌과의 대결로 떠들썩했던 알파고라는 녀석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의 내용입니다. 인간이 대략 10-15층위의 깊이를 가진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최근(이 책이 작년에 나왔으니 더 깊어졌겠네요.)의 인공지능은 150층 이상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알파고는 48층 정도라고 하네요. 추상화정도나 정보를 다루는 정도가 차이가 나게 되니 일정한 지적 처리능력은 이미 인간이 아마 따라갈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마저도 얕은 인공지능이라는 게 함정이고요.

 

 기술이나 인공지능 기술의 동향은 최근 자료를 찾아본다면 더 많은 내용을 알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여러 공학적 수식이나 다양한 용어들을 일일이 찾아보는 것 보다 이렇게 쉬운 말로 대략의 내용을 갈무리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후에 관심있는 키워드로 더 최신의 깊이있는 자료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키맨이 되는 셈이죠. 


 후반부는 이러한 인공지능을 산업에서 가장 많이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 무인자동차 산업에 대해 들여다봅니다.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는데, 산업, 사회, 경제 등에 관한 다양한 예측을 다루는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자동차는 인공지능에 의해 운행된다면 더 편리하고 안전할 것이고 그래서 남녀노소 더 많이 사용될 것이라는 점, 부품업체는 그래서 미래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자동차에서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의 중요성이 점점 증가할 것이라는 점 등에 대해 언급한 것에 리타의 관심이 쏠렸어요. 


 마지막으로 로마시대의 중산층처럼, 할 일은 없는데 대신 일하는 노예는 넘처나는, 그래서 콜로세움에서 잔인한 경기를 14시간이나 보고 앉아있던 그들의 모습을 상기시키면서 미래의 똑똑한 로봇에 대체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묻습니다. 약한 인공지능은 어느정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아마 강한 인공지능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답니다. 천재 개미는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을 인간이 보는 것 처럼, 아무리 똑똑한 인간이라도 상상할 수 없는 현안을 가진 인공지능이 나오게 된다면 인간이 지구로부터 없어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말에서도 생각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기계와 다르다'라는 말로 다소 심심한 마무리를 짓기는 했지만, 미래의 사회에 대해 먹고 사는 문제, 행복이나 평화 혹은 존재의 물음에 나름의 의견을 재치있게 담은 책은 유익하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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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로봇시대, 인간의 일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부제가 설명하듯 이 책은 인공지능, 로봇으로 둘러싸인 우리가 염두해야 할 열 가지의 이야기다. 윤리학, 문화사, 사회학, 경제학, 인문학, 심리학, 과학, 인류학, 철학, 문법에 이르기까지 언뜻보면 로봇이나 인공지능과는 멀리 떨어진 주제를 술술 잘도 풀어낸다. 


 산업로봇들은 한 두가지 정해진 일만 쉴새 없이 반복하기만 하면 되었고 일이 바뀌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기름칠을 해주면 되었다. 그렇지만 규격화되지 않은 일상의 공간에 놓인 로봇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다른 반응을 해야한다. 어린 아이의 알파벳 공부를 도와주거나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있고 어떤 것이 다 떨어져 가는 지 알려야 하며, 기분이 우울한 친구를 위해 부드러운 조명을 켜고 음악을 틀어주는 센스도 길러야 한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그리고 사물인터넷 등 인공지능과 로봇을 위한 인프라가 많은 발전을 이룬 가운데 사람들은 더이상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과의 일상을 공상과학 소설에만 존재한다고 여기지 않게 되었다. 작년 이세돌과 바둑을 두던 알파고의 잔상이 사라지기도 전에 올해 1월, 유럽에서는 '전자인간'을 인정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봇시대, 인간의 일>은 로봇으로 둘러싸인 우리의 가까운 미래에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해서 인문사회 전반에 로봇이 어떤 영향을 끼칠까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이들에게 두루 읽힐런지도 모른다. 스스로가 디지털 인문학자, 신문방송학과 교수이면서 기자로 일하는 작가답게 글은 명료하고 구체적 예시로 많은 정보를 책에 담았다. 인터넷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로봇산업에 의해 새국면을 맞이한 제조업이 많은 괴사를 겪고 있고, 원천기술보다는 소위 돈이 되는 기술이나 로열티를 주고 사온 기술로 박리다매식의 첨단 산업을 꾸리고 있다는 비판을 겪고 있는 입장이다. 4차 산업에 대한 준비는 조금 요원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긍정쪽에 치우친 감이 있다. 또 앞의 이유에서 그럴 수도 있고 로봇에 대한 관심과 관점이 다른 나라들이 가진 것과 달라 그런 것인지 작가는 해외의 사례, 해외 작가들의 글, 해외의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전해준다. 국내의 이야기, 사례, 논의등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어쨌거나 인간의 일을 찾기 위해 인간의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지점을 살피고 그와 관련한 인공지능, 로봇의 이슈를 방향성을 갖추고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글은, 내용이 많은 것에 비해 금새 읽을 수 있었다. 이는 기자가 쓰는 글의 리듬감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로봇들의 정체를 알고싶은 호기심이라든지, '과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대답을 찾기 위해 매달리는 나의 절박함때문이었을 것이다. 


 무인자동차의 사고에 대한 판결, 외국인과 만나면 당당해질 수 있는가, 지식을 무료로 개방하고 수료증이 비즈니스가 되는 교육, 일하는 기계와 대체 불가능한 직업, 여가에 대한 새로운 생각, 교감의 정도는 어디까지인가, 초지능은 가능할까, 호기심과 창의성에 대해서, 망각의 딜레마, 디지털 리터러시 등 사회 문화연구를 위한 힙한 어휘들이 가득한 책이라 두고 읽을만 하다는 생각이다. 


 책에서도 밝히지만, 이 책은 인공지능과 로봇과 관련한 사회, 과학적 지식을 잘 분류해서 깔끔하게 위와 같은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앞의 주제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지도 않는다. 사실 이에 대한 입장이나 과감한 대답은 지나봐야 맞고 틀리고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앞길이 어떨 지에 대한 대답은 지금 현주소를 세세히 살펴 잘 아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미래가 인간에게는 어둡기만 하거나 로봇들이 무섭기만 하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지는 않기에 막연했던 머리를 잘 정리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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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Nostalgia is an Extended Feedback 백남준 탄생 80주년: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

 

백남준 아트센터에 다녀왔습니다. 리타가 용인에 살았고 바로 코앞에 살았으면서도 찾아가보지 못했는데, 이제야 마음 먹고 찾아가보았어요. 결과적으로 다녀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기념품샵에서 그야말로 득템을 했거든요.

 

백남준의 "7월 20일"의 독특한 기호가 새겨진 유리컵을 무려 50%세일해서 두개를 한개 가격으로 사왔구요. 이 도록을 사게 되었습니다. 단행본 가격에 비해 너무 저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공이 많이 들어간 칼라 도록이라 마음에 쏙 들었어요. 이정도면 소장할 가치가 있습니다. (백남준 작가의 작품은 엄두도 못내지만요.)

 

 

 

 

배남준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그의 예술철학과 작품을 '픽셀의 명멸 속에 파노라마가 흐르다', '광대역 통신과 예술가', '기계의 인간적 활용: 백남준의 <로봇 K-456>과 비디오 조각 로봇', '비디오 아트의 추상적인 시공간', '타자성의 전망: 노스탤지어의 추', '백남준의 텔레비전 실험들', '백색소음: 사이버네틱스 예술의 이념'의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백남준의 천진난만한 삶과 창조적이고 저돌적이었던 작품들을 떠올리기 위해 자주 펼쳐볼만한 도록이에요. 백남준아트센터 리뷰는 다음 포스팅에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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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SF영화와 로봇의 사회학

 

라스베거스에서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나흘 동안 최대 전자박람회인 'CES2017'이 열렸습니다. 세계적 기업들이 첨단의 기술력을 가지고 각축을 벌였는데요. 특히 가상현실과 자율주행 자동차 등이 눈길을 많이 받았습니다. 리타는 로봇에 주로 관심이 갔는데요. 특히 아동 교육 로봇, 가정용 허브, 애완용 로봇 등이 이번 박람회에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금새 로봇 시대가 올 줄 알았다면 기계공학 전공 학생시절 로보틱스 공부좀 열심히 할 껄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네요.

 

로봇에 대해 말하자면 이미 예전부터 영화에서 첨단 로봇들이 등장합니다. 화려한 외형과 무시무시한 파워를 자랑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요. 때로는 사람끼리 있을 때는 몰랐던 인간애를 건드리기도 하고 때로는 삶과 인간의 영혼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기도 합니다. 이들 영화들이 미리 차가운 기계장치에 온기를 불어넣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유치원시절 미미인형 대신 우뢰매를 가지고 놀았던 리타답게 기왕 이렇게 관심을 가지게 된 이상 로봇 관한 책 한권을 집어들었습니다. 로봇의 첨단 기술의 집약, 그 원리나 소재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뤄두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익숙한 영화 속 로봇들부터 훑어보려고 합니다.

 

 

<SF영화와 로봇의 사회학> 제목에 '사회학'이 들어간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공학자가 쓴 책이 아닙니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민경배님의 책이죠. 정보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로봇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로봇의 윤리와 권리에 대한 연구, 즉 로봇 사회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 책을 시작합니다.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펴낸 문고판 시리즈로 금새 읽어낼 수 있는 분량입니다. '영화 미래를 말하다'라는 부제가 달리며 도구, 공포, 협력자로서의 다양한 로봇을 이야기하다가 실체와 분리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합니다. 더 나아가 로봇의 윤리, 권리에 대한 생각 꺼리를 던지기도 하죠. 마지막에는 인공지능과 반대 개념인 인간의 영생을 욕망한 의식의 기계 이식을 다루기도 합니다. 

 

로봇의 어원이 사람의 노동을 대신할 노예라고 하니, 로봇은 아무래도 우락부락 힘이 세고 사람의 노동을 맡을 수 있도록 사람의 모습을 본 뜬 것이어야 할겁니다. 그래서 첫 시작이 가장 원초적인 로봇의 목적인 도구적 로봇이었죠. 그렇지만 기술의 발달로 인간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도 하고,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공감을 사면서 함께 협력하고 급기야 사랑까지도 하게 되는 로봇에 대한 이 책의 흐름은 흡사 인간이 로봇을 통해 생명을 불어 넣고자 발달시켜온 기술의 진화 과정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하겠습니다. 

 

각 장에 따라 <리얼스틸>, <터미네이터>, <로봇 앤 프랭크>, <그녀>, <엑스 마키나>, <아이, 로봇>, <바이센테니얼 맨>, <아이언 맨>, <로보캅>, <트랜센던스>의 10개의 영화가 주어지는데 미처 보지 않은 영화의 경우 스포일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미 지금 여기에는 사람의 모습을 본 떠 만들고 사람의 특정 일을 전담하기도 하는 로봇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인공지능 부분에서는 아이폰의 시리나 자동차에 탑재된 프로그램들이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하고 있고요. 그러고 보니 이제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것 처럼 이들 영화 속 이야기는 앞으로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청사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도구로서의 로봇 뿐만 친구와 조력자로서의 로봇을 생각하고 나아가 로봇과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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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키워드 오덕학, 오덕이 쓴 우리 문화 이야기

 

흔히 책을 내면 '자식을 내놓은'이라는 수식을 붙이고는 하더군요. 이 책을 쓴 서찬휘 작가야말로 이 책이 거의 자식과 다름 없지 않을까 합니다. 책에는 자신의 코스프레 사진, 이미지 자료가 없어 직접 그린 그림, 산업에 관한 인터뷰 정리 등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할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 두고 볼 책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쓸 당시의 '지금 여기'에 대한 생각을 드러낸 면면도 분명 그의 책이라는 것을 알게 했지요. 그를 처음 알 게 된 것이 2009년이니까 햇수로 치자면 벌써 9년 째네요. 그는 만화 관련 칼럼을 쓰고 만화를 주제로 한 사이트 만화인http://manhwain.com을 운영하고 팟캐스트를 제작하는 그야말로 만화 오덕입니다. 그래서 그의 출간 소식이 반갑고 그 자식같은 책이 궁금해지더군요.

 

'자생형 한국산 2세대 오덕의 현재 기록'이라는 부제를 달고 '키워드 오덕학'은 웹툰, 오타쿠, 코스프레, 야오이, 백합, 짤방과 모에 등 13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화콘텐츠학과 다니는 학생으로서도 문화기획을 하는 기획자로서 우리네 하위 문화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고자 한 이 책이 반갑기만 합니다. 예전에 읽은 'B급문화, 대한민국을 습격하다.' 에서 리타는 "키치, 캠프, 컬트 등의 의미를 돌아보고 관련 텍스트에 대한 B급 리뷰를 던지면서 스스로 B급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스스로 비주류로 밀려나거나 밀려난체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솔직하지만 저속한 행동들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거기에는 통쾌함, 쿨, 재미가 있어야 하며 이를 따르는 추종자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달리겠네요."라고 리뷰를 한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추종자들이 만들어 낸 오덕문화에 대한 것이기에 이 책과 저 책을 오가는 즐거움도 소소하게나마 있었습니다.

 

 

 

 

 

작가가 밝힌 것처럼 20년의 오덕 생활을 해서인지 소위 글빨로 먹고 사는 칼럼니스트여서인지 글에서 '서찬휘'냄새가 나더군요. 이름을 가리고도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는데 그런 부분이 부러웠습니다. 그 특유의 시니컬하면서 위트있는 말새가 책을 금새 다 읽어 내리게 합니다.

 

워낙 일본의 오타쿠 문화가 만화와 그 인접 영역에서 발달하다보니, '키워드 오덕학'에서도 만화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후반부에 논의했던 문화콘텐츠와 하위문화, 서브컬처로서 그 내용을 발산시켜보지만 이 책은 어쨌거나 만화를 중심으로 한 오덕의 문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갈 길이 멀어 갓 입덕하는 입장에서 오덕의 문화를 연구해야 하는 입장이다보니 평소 오덕들의 사고방식이나 용어들이 궁금했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하겠습니다. 단순히 은어같은 용어들에 대한 해석만을 나열한 것이라면 덜하겠으나 이 책은 그 용어와 그 용어와 맞닿은 여러 현상들에 대해 (말투와는 달리) 친절하게 설명을 달아주고 있어 가치가 있습니다. 오타쿠처럼 오덕이 일본어에서 온 것이기에 모에, 츤데레, 코스프레 등의 어원이나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한 내용을 일본의 기사 등을 일일이 찾아 그 어원을 분명히 하고자 애쓰고 한국에서의 쓰임새와 뉘앙스를 충실하게 풀어 설명한 점이 고마웠습니다.

 

책을 읽다가 궁금했던 점은 어떻게 이들 13가지의 키워드가 나왔으며 이같은 순서로 설명을 달게 되었는지입니다. 리타가 책이라면 그 안에서 기승전결이 만들어지고 하나로 묶여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도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으나 이 책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에서 어떤 흐름을 타고 읽어야 하는가를 궁금해했습니다. 굳이 끼워넣어보자면 크게 세가지 혹은 네가지의 큰 장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우선 생각나는대로 메모를 붙여두자면 만화 혹은 만화를 중심으로 한 문화(산업)의 산업, 창작, 향유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가는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에 따라 키워드를 나름 다시 나눠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나눠본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웹툰, OSMU, 기록과 통계, 지역 캐릭터 / 야오이 그리고 BL, 백합, 모에, 츤데레에서 얀데레까지, 병맛 / 짤방, 오타쿠, 서브컬처, 코스프레

 

BL, 백합 그리고 모에나 츤데레에 대한 정의를 정실하게 하고 그 편견에 대해 바로잡고자 애쓴 것이 많이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다른 용어들도 그렇지만 자유로운 곳에서 쓰이는 용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마구 쓰고 그 의미를 후려쳐서는 안되겠습니다.  산업현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나 작가들의 입장, 즐기는 입장에서 만화를 사랑하고 그로인해 만들어지는 오덕 문화에 대한 진정성이 이 책을 두고 읽히게 하지 않을까 합니다.

 

언어라는 것이 생명이 있어서 그 태어남과 자라남 혹은 사라짐이 있을테니 아마 이 책도 새롭게 펴내거나 시리즈로 몇차례 이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 구태의연하게 위에서 리타가 나누어 놓은 큼지막한 장 속에 여러 키워드들이 서로를 기대가며 촘촘하게 서있지는 않을까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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