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착한드라마라고?

 

출판사를 배경으로 책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는 사명감이 사뭇 진지하며 캔디형 주인공의 일상에서 책 속의 멋진 문장을 가져다 독백하는 장면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왠지모르게 착하고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응원하게 만든다는 식이다. 이야기가 끝나고 다음 예고가 나올때 그림책처럼 조근조근 흘러가는 쪽글들도 좋았고 서글서글한 주인공들의 열정에 나까지 활력충전되는 느낌을 받았다. 초반까지 꽤나 재미있게 보았다.

 

같은 느낌을 받은 이들이 많았는지 이 드라마가 착한드라마라고 이야기한다. 대개 주인공 주변 조연급 배우들은 주인공의 사랑과 성공을 방해하는 표독한 인물로 갈등을 부추기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을 궁지로 몰아넣는 밉상캐릭터가 없다. 이 드라마의 갈등은 캐릭터간의 갈등이 아니라 주인공의 내적 문제를 갈등으로 가지고 가기 때문에 문제를 들키지 않는 순간까지는 행복하기만하다.

극 중후반이 넘어가면서 이 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오고 경단녀가 뭐라도 해보고자 해서 학벌을 낮춰서 위장취업하고 그곳에서 승승장구 인정을 받아왔으니 아마 결국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 내적 문제라는 것이 문제인 듯하다. 내가 주인공인 강단이에게 감정이입이 심하게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처한 상황을 두고 보건데, 이 드라마는 대놓고 판타지도 아니라는 점에서 현타가 오게 만든다. 과연 내 실력과 스펙을 감추면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당당한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까지는 좋다 이거다. 그런데 착한드라마라고 해서 그 과정이 어떻게 이렇게 꽃길만 같은가 하는것이다. 동료들도 처음부터 응원을 하고 선배 다른 부서 관리자들도 그가 낸 제안에 바로 수긍하고 바로 담당자로 쿨하게 중요한 일을 맡긴다. 경단녀까지는 아니어도 대여섯살만 많아도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사무실에서 쿨하게 굴면 부담스럽고 소극적으로 있으면 불편한 그런 위치가 되어도 보았고, 출산후 재취업을 할 때에도 아줌마 꼬리표는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불가피한 상황에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을의 위치가 되었다. 물론 나는 결혼 전에 엄청난 커리어를 가지지도 않았고 최상위 대학을 나오지도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런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위로할 수있을까.

서른일곱의 경단녀의 씩씩한 사회생활 도전기라지만 일단 주인공은 아이를 양육하거나 집안대소사와 관련한 자질구레한 일은 하지 않는다. 극 초반 차은호의 전여자친구 가게에서 선물로 받은 수많은 옷과 소품으로 치장한 모습은 강단이를 연기하는 이나영의 앳된 외모는 접어두고라도 여느 패션피플 못지않는 이질적인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다섯살, 여덟살 어린 총각들에게 애정공세를 받고도 수줍고 소녀같고 사랑스러울 수 있는 그를 통해 위안을 받기는 무척이나 힘이 들다. 도대체 실력능력외모되면서 아이양육이 배제된 프리한 존재라면 그동안 보여왔던 실력있고 철없는 노처녀와 연하남의 로맨스와 뭐가 다른걸까싶기도.

그래서 조금 힘이 빠졌다. 어디 나가서 여덟살 어린 총각이 들이대지도 않을것을 알고, 이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는 점점 더 손이 많이 갈 것이고 지난주 다녀온 면접에서는 대졸신입때보다 적은 연봉에 이런저런 부가업무를 요구하며 남편이 뭐하는지 주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의 최악의 호구조사까지 당한 차라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소유진이 연기했던 '내사랑 치유기'의 치유처럼 고구마 백개 먹은 것같은 여성들을 보는 것은 편한 것이 아니지. 그래서 출생의 비밀로 한껏 위치를 끌어올려 놓아야 그나마 이야기를 볼 맛이 나는 지금의 상황이고 보면, 서른 훨씬 넘은 경력에 쉼표 많이 찍혀버린 경단녀들에게는 로맨스는 별책부록에나 있어야 하는 것이 맞았지.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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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시간과 젊음에 대하여

한지민과 남주혁의 아름다운 외모로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눈이 부시다. 그들의 젊음과 해사한 미소는 시청자들에게 일상넘어의 무엇과도 같게 느껴진다.  그런데 한지민이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과도하게 사용한 탓에 급속도로 늙어버려 70대의 김혜자가 된다.

비록 겉모습은 세월을 50년을 달려 부모보다 늙어버린 노인이지만, 수수한 옷차림부터 죽마고우와 나누는 진솔한 이야기까지 여전히 스물다섯 꽃다운 젊은 여자다. 극도로 한정된 사람들만이 이 비밀을 알고 있는 탓에, 주눅들고 안으로 안으로 움츠려들만도 하지만 혜자는 마음에 두었던 준하의 방황이나 기어코 살려놓았지만 불행한 아버지의 뒷모습에 손놓고 있을 수많은 없다.

촬영기법이나 소품같은 소소한 연출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말할 때 반짝이는 눈망울이나 거침없는 행동들이 연기자 김혜자가 정말 스물다섯 여자의 영혼을 가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 충분하게 한다. 손주벌 젊은 남자배우와의 투샷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게 보이는 것은 그만큼 극에 충분히 빠져버렸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고.

 

 

 나는 이 드라마를 통해 지브리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떠올렸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개인적으로 지브리의 작품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소피다. 그에게 빠진 이유는 한순간 늙어버린 자신에 좌절하지 않는 모습때문이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라서 내가 노인이 된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노인이 된다는 것은 유한한 인생의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과 함께 소위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펼쳐내지 못한 수동적이고 수렴적인 시기라는 암울한 생각에 더 주인공에게 저주로 느껴졌다. 그러나 한 리뷰어가 얘기한대로 소피는 오히려 자기의 인생에 솔직하지 못한 애늙은이였고 노인이 된 이후에라야 비로소 자신의 인생에 정면으로 당당하게 부딪혀 도전하고 사랑을 지키는 눈이부신 젊은이가 되었다.

 

조금만 힘이 들거나 하기 싫은 일에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찾을 때 나는 스스로가 소피가 되었으면한다. 지금의 껍질뿐인 저주는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고, 혹시 극복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주어진 인생이라면 손놓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인생의 다짐같은 것이 되었다.

<눈이 부시게>에서 혜자도 <하울...>의 소피처럼 세상에 적당히 자신의 깜냥을 알고 움츠려든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마법같이 걸려든 시간의 농간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주변을 비추는 밝은 사람으로 더 씩씩하고 아름다웠다.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주인공 팀은 혜자처럼 시계가 필요하지도 않고 시간을 되돌리는데 절대등가의 법칙에 의해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 처지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더이상 쓰지 않고 평범한 시간을 온전히 살아가기로 한다.

어쩌면 시간을 거슬러 다른 인생을 살아봐야만 자신의 별것없어 보이는 평범한 인생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움이 도드라지는지도 모르겠다. 가족과의 사소한 시간,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 소리, 배부르게 먹고 나른한 저녁 텔레비전을 보는 소파의 시간을 건너뛰고 무슨 행복하고 거창한 인생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바람이라면 드라마의 끝에는 혜자가 자신의 시간으로 잘 돌아가 행복한 일상을 하루하루 꼬박꼬박 살아가기를, 소피가 젊음을 되찾고도 자신의 삶에 솔직하고 당찬 모습을 잊지 않은 것 처럼 늙은 혜자의 표용력과 주변을 비추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기를.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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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채널 시작, 지우의 소소한 놀이영상

유투버들이 얼마 번다더라... 하는 뉴스가 부러움이 되기도 하지만 손쉽게 영상을 찍고 저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는 건 편리한 일이기도 합니다.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기록하고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참에 유투브 채널을 하나 열어보았습니다.

지우가 커가면서 호기심도 많아지고 이야기를 담은 놀이를 하게 되면서 함께 노는 영상을 기록으로 남겨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시대는 조금 경직되어 있지만 아이들은 모바일을 통해 이런저런 영상을 찾아보는 것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인듯합니다. 언젠가 보았던 다른 유투브 영상의 언니처럼 흉내를 곧잘 내기도 하고 영상을 촬영해도 긴장하거나 경직되는 게 없는것이 타고난 게 아닌가 하는 고습도치 엄마마음이 되기도 합니다.

<My Lovely Pearl : https://www.youtube.com/channel/UC-0QR8v7MtCc7cWMmAnSuLQ>

 

지우와 놀면서 이런저런 영상을 찍어 올리는 채널이 될거에요. 책도 같이 보고 소꿉놀이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그런 영상들을 모아 올려두려고 합니다. 벌써 몇개가 되었네요. 아무런 편집없고 두서없지만 귀여운 몸짓과 목소리에 시간가는 줄 모르겠어요.

아직 시험적으로 올려만 보고 있는 중이라 이렇다할 콘텐츠는 없는 편이지만, 마이크나 조명, 거치대 등 장비도 좀 알아보고 편집도 조금 신경쓰면서 콘텐츠 품질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주제는 장난감놀이도 좋지만 그림책 함께 읽고 노는 영상을 주로 찍어 보려고 합니다. 그림책은 볼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나와서 항상 재미있거든요. 지우와 쿵짝도 잘 맞고요.

 

숫자 팝업북을 가지고 놀았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등장하는 동물 이름을 물어보기도 하고 우리 가족과 함께 이야기도 해보면서 숫자를 세어보는데 요즘은 숫자를 잘 세기도 한답니다.

예쁘다는 말보다는 멋지다는 말을 하고 사랑한다, 최고다라는 말을 좋아하는 딸과의 추억을 잘 쌓아나가볼 생각입니다.

아직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 있지만 응원 차원에서 구독 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지금 구독자는 지우 아빠 한명이라는!

 

모바일 편집 어플도 다운받고 좀 더 박차를 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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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예능 브랜드 자산 구축과 활용, 꽃할배에서 알쓸신잡까지

2013년 1월 나영석 피디는 CJ E&M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꽃보다 할배>부터 <삼시세끼>, <신서유기>, <신혼일기>, <윤식당>,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후 알쓸신잡)>까지 다수 예능을 연출했다. 특히 <꽃보다 할배>는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으로 스핀오프되어 '꽃보다 시리즈'로 자리잡았고, 급기야 중국과 미국에 판권을 판매하기도 하였다.(2017년 국내에 미국판이 방영될 예정이다.)

꽃시리즈에 이어 내놓은 <삼시세끼>는 평범한 농어촌에서 하루 세끼 밥을 지어 먹기 위한 자급자족 관찰예능으로, 유명 관광지의 볼거리나 작위적인 게임같은 예능 요소 없이 시도된 새로운 예능이었다. 뒤이어 선보인 <신서유기>는 KBS에서 연출한 <1박 2일>출신의 출연자들로 구성하여 개그, 게임 등 <1박 2일>에서의 재미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여 사랑받았다. 이후 <신혼일기>, <윤식당>, <알쓸신잡>도 전혀 새로운 인물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끌어들여 의미있는 재미를 만들어 관심을 받았다.

<신서유기>외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기존에 없던 신선한 기획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공중파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미디어 활용이나 PPL등을 활용하는 등의 제작과 관련한 적극적인 활용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나영석표 예능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여러가지 특징을 꼽아볼 수 있게 되었다.

 

비예능인의 지속적 예능출연, 박장대소 대신 미소

나영석 예능의 시작은 비예능인의 신선함을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예능의 주 출연자들이 젊은층이지만 프로그램에는 오히려 평균 나이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들을 출연시키는 파격을 주었다.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해온 노년에게 선물같은 배낭여행은 장년층에게 용기를, 청년층에게는 자신의 부모와 할아버이와의 소통을 각성시켰다. 신체적 한계나 음식 취향, 여행지에서의 태도 등 각 할배들의 개성을 붙잡아 고군분투하는 짐꾼 이서진의 모습도 긍정적으로 비쳤다.

이런 기존 예능의 틀을 벗어난 파격은 <삼시세끼>에서 이어진다. 이번에는 이서진의 위치는 상향조정되고 만만한 형, 빙구 동생과 함께 어리숙한 끼니를 만들어 나간다. 그저 산골마을의 볼거리도 신통치 않고 다른 요리예능에서처럼 화려한 요리메뉴가 등장하지 않으나 한끼를 위해 몇시간을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작은 위안을 느꼈다. 방장대소하는 예능이 아닌 고생하며 일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꽃할배>와 <삼시세끼>는 곧이어 <꽃누나>, <꽃청춘>이나 <어촌편>, <바다목장편> 등으로 시리즈로 제작되고 교차되면서 이서진은 나영석예능의 페르소나가 되었다. 이 페르소나는 무심한듯 예능에 소질없을 것 같은 연예인에게서 발견하는 소탈함, 인간미, 친숙함 같은 것이다.

꽃보다 시리즈부터 '씨그램', '아이시스8.0', '고티카커피' 등의 음료와 '알래스카 연어', '드림카카오', '베로카'등의 식품처럼 지속적으로 노출된 ppl뿐만 아니라 충전기, 휴대폰, 노트북 등 출연자가 사용하는 상품의 상표를 그대로 노출하거나 상표를 그대로 언급하면서 오히려 날것의 예능을 선보였다. 해당 출연자가 ppl상품의 광고모델로 발탁되어 콘텐츠와 상품을 강하게 연결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나영석PD가 끌어내는 캐릭터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이후 광고나 타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어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의 예능 출연을 끌어내는데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해당 캐릭터가 시즌을 지속하면서 성장하고 다른 캐릭터와 관계맺는 모습을 궁금해 하도록 만들었다.

나영석PD가 CJ E&M에서 연출한 프로그램들이다. 2013년의 <꽃보다 할배>부터 2017년 <알쓸신잡>에 이르기까지 일단 시작한 프로그램들은 시리즈 혹은 스핀오프로 지속성을 가지고 갔다.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 두고 그 속의 캐릭터를 구축, 이어 캐릭터를 교체하거나 배경을 바꾸는 방법으로 브랜드를 구축하고 기존 시청자를 안정적으로 끌어들였다. 여기에 새 프로그램에 기존의 출연자를 출연시켜 기존 캐릭터의 유지 혹은 전복을 시도한다. 이서진이 페르소나로서 '꽃보다'시리즈에서 최하층이었던 것에 비해 '삼시세끼'에서는 최상위층으로 올라가는 묘미를 시청자들이 찾을 수 있었다. 이들 프로그램은 교차 방영되면서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지속시키기도 하였는데, 한 프로그램의 게스트가 다른 프로그램의 시리즈 출연을 하게 되어 이서진과의 관계가 지속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를 주었다. <삼시세끼>의 최지우, 윤여정은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과 <윤식당>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손호준은 어촌편에 출연하여 이서진이 출연하지 않는 삼시세끼와의 약한 연결을 떠올리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어디론가 떠나는 컨셉과 어디론가 정착한다는 컨셉이 반복되면서 균형을 이루기도 하였다.

 

인터넷 매체 포맷이 새로운 방송 포맷으로 진화

<꽃할배>와 <삼시세끼>의 성공에 이어 <윤식당>이나 <알쓸신잡>, <신혼일기>도 같은 출발 선상에 있다. 그런데 <신서유기>는 조금 다르다. <신서유기>는 나영석PD가 KBS에서 <1박 2일>을 연출할 때 출연했던 강호동, 이수근, 이승기, 은지원이 인터넷 방송을 통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그래서 이미 구축한 캐릭터를 활용하여 <서유기>, <드래곤볼>의 역할과 미션을 연출하였다. 이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을 극대화 시킨 것으로 <꽃할배>나 <알쓸신잡>등과 다른 축을 만들었다. 다수의 캐릭터가 여행지에서 '무엇인가'하는 예능에서 나영석PD의 다재다능함을 확인한 것이다.

그래서 <신서유기>의 활용양상은 조금 다르다. 우선, 기존 프로그램들과 달리 시작이 인터넷방송이었으므로 특유의 B급 성향이 기존 <1박2일>에서의 처절한 게임과 잘 맞았던 것도 있다. 이는 인터넷 방송이 주로 모바일을 통해 향유된다는 특징에서 여행지관광, 미션수행, 복불복게임 등의 질점은 인터넷 방송에 맞춤한 10분 내외의 분량으로 만들어진 것과도 관련있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인기를 끈 <신서유기>는 마침내 텔레비전 정규편성이 되고 인터넷과 동시에 공개되게 되었다. 기존 분량 여러개를 편집하여 1회분량으로 만들었는데, 짧은 호흡, 암전되는 편집점등이 <신서유기>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이승기의 군입대로 교체된 안재현은 처음 결혼발표를 한 프로그램이 되기도 하였고, 규현과 송민호는 기존 멤버들과 궁합을 잘 맞춰나가면서 <신서유기>의 재기발랄함을 채워나갔다.

 

나영석 예능 브랜드 활용, 포맷의 융합

예능에 익숙한 캐릭터로 구성되었던 <신서유기>가 안재현, 규현, 송민호의 영입으로 기존 포맷과 같은 비예능인의 신선함을 수혈받은 후, 스펙트럼은 보다 확장되었다. 우선 안재현의 결혼발표와 함께 안재현 구혜선 부부의 <신혼부부>가 시작되었다. 어디론가 정착한다는 점에서 <삼시세끼>와 같지만, 리얼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관찰예능과 맥을 같이한다.

최근 종영한 <강식당>의 인기는 이 글을 쓰도록 부추긴 프로그램이었다. <강식당>은 <신서유기>에서 이수근의 농담에서 시작하였는데, '손님보다 사장이 많이 먹는'것이 컨셉인 강호동의 캐릭터를 딴 <윤식당>의 패러디인 것이다. 같은 연출자의 다른 프로그램을 상상한 것도 재미였지만, 그것이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캐이블프로그램의 유연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강식당>은 <윤식당>처럼 관광지에 마련된 작은 레스토랑을 일주일간 꾸린다는 컨셉이었다. 메뉴 선정과 연습, 각 출연자들의 역할분담에 이르기까지 윤식당의 모티브를 그대로 따르는 듯 하였다. 예쁘게 세팅된 식당 인테리어, 로고, 소품들은 <윤식당>의 그것과 비슷하였다. 하지만 자막의 폰트, 자막 뉘앙스, 편집 및 음향효과 등은 <신서유기>의 그것을 가져다 썼다. 시청자들은 <윤식당>이면서 <신서유기>인 새로운 <강식당>을 통해 곧 시작될 <윤식당>의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신서유기>가 종영한 지 몇달의 시간이 지났어도 이들 캐릭터가 방영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서유기>가 기존 프로그램 포맷을 활용하 다른 예로 송민호의 손가락이 주요했다. 비로 <신서유기>의 문법은 많지 않았지만, 송민호가 그룹 동료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신서유기>의 소원에 따라 <꽃보다 청춘>을 찍게 된 것이다. 나영석의 예능은 시리즈, 포맷을 캐릭터가 넘나들고 이제는 융합을 통해 생명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알쓸신잡은?

알쓸신잡은 기존 강의 포맷의 예능과 비교할 수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방으로 주제가 뻗어나가는 테이블에 시청자를 앉혀둔다. 어찌보면 쓸데 없을 것 같은 잡학지식은 여행지를 둘러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서 익숙한 국내 여행지를 새롭게 보도록 하였다.

알쓸신잡이 2013년에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지금처럼 관심과 사랑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 시기의 유명인사가 지금과는 다를뿐더러 강의 포맷의 예능이 많이 않았다는 외부적인 조건도 있겠지만 <꽃할배>, <삼시세끼>와 같은 파격과 여러 프로그램이 얼기설기 연결되는 과정에서 이런 사뭇 진지한 프로그램이 등장해서 더 신선해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더 크다.

한 방송국 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고 그것을 적극활용하여 새로운 시리즈와 포맷을 견인하는 것은 브랜드 자산구축과 활용과 무관하지 않다. 예능에서만큼 나영석 특유의 '여행', '관계', '음악' 등의 대표 아이덴티티를 통한 프로그램들은 따로 또 같이 예능 왕국을 만들어 확장하고 진화해 왔다.

과연 앞으로의 각 프로그램들은 어떤 새로운 시리즈를 내놓을까. 또 어떻게 서로를 견인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인가가 기대된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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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연말 시상식, 한국에서 엄마 아빠로 산다는 것

익명성이 두드러지고 실제와 가상이 혼합된 시대에 살고 있으며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누구와도 연결될 가능성 안에 우리는 놓여있다. 그래서 오히려 혼자 살고 혼자 먹고 혼자 즐기는 것이 익숙해져있다. 결혼도 하지 않으며, 아이도 낳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혼자 해야 할 일이 많으며, 결혼 외에도 가족을 이루는 방법은 다양해졌다. 

지난 연말 시상식에 파격 시상이 눈길을 끌었다. 30일 진행한 SBS연예대상에서 <미운우리새끼>의 네 어머니들이, 31일 KBS연기대상에서는 <아버지가 이상해>와 <황금빛 내인생>의 아버지들이 공동수상을 했기 때문이다. 

시상식에서 드라마에서건 진짜 삶에서건 자식들은 이들 엄마와 아빠들의 수상에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와 예능, 배우와 일반인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아볼 수 없는 이 두 수상을 두고 문득, 지금 우리들의 엄마와 아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왜 엄마와 아빠들인가.

방송 시상식에서도 단순히 각 방송사의 시청률이나 각 수상자들이 차지했던 프로그램 기여도에만 점수를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엄마와 아빠가 되는 것이 더이상 당연한 것이 아닌 사회에서 이미 엄마와 아빠가 된 사람들의 책임이라는 것을 이제는 당연하게 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가 된다는 의미가 사회 전반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그래서 콘텐츠 속에서 이들의 의미가 얼마나 빛이 났는가를 이번 시상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어쩌면 드라마나 예능으로밖에 엄마와 아빠의 사회적 역할을 학습하게 되는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일부 비판하는 이들의 말처럼 구세대의 궁색함이나 부담스러운 희생,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의 종합 선물세트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는 엄마와 아빠들의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과 그 핑크빛만은 아닌 면면을 이들 콘텐츠 속에서 볼 수 있었다.

최근 뉴스에는 자식을 잃은 비통함, 자식을 버린 비정함이 오르내린다. 그 주체는 부모였다. 이 극단적인 두 부모들의 모습을 보며 연민을, 한편으로 분노를 보내며 우리 사회는 엄마와 아빠로서 짊어질 것들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 그 전에, '나는 과연 부모가 될 것인가', '공기나 물처럼 말없는 배경이 되어준 부모님들에게 과연 나는 부모가 된다는 부담을 털어낼만큼 값진 자식이었나',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그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자존감을 떨어뜨린 젊은이들이 다른 선택지를 들게 된것은 아닌지.

한국 사회에서 엄마와 아빠가 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시대적 트렌드 안에서도 남여의 성역할에 대한 인식변화속도 증가 추이나, 사랑스러운 아이를 마음놓고 키울수 있다는 확신이 전재되지 않는 한 어려운 것이 되고, 희소해지게 될 것이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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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한류콘텐츠 프로듀스101 포맷 전략


지금 여기, 온통 미디어에 둘러싸여 있으며 미디어를 통해 생각하고 소통하는 시대이다. 미디어를 통해 콘텐츠를 향유하며 삶의 즐거움을 찾고 있다. 소위 뉴미디어의 탄생은 예술이 가진 아우라는 컴퓨팅 기술과 접목되면서 더 새로운 콘텐츠를 발생시킨다. 그러므로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운영하는 방식과 향유하는 방식도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뉴미디어 시대에서도 특히 텔레비전은 인터넷과 상호보완적이면서 경쟁하는 양상을 보인다.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프로그램 정보를 게시하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수렴한다. 시청자 제보를 통해 프로그램 내용을 채우기도 하고 지적 사항을 적극 반영하여 수정하면서 텔레비전의 시청자들을 소파에서 일으켜 세우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동영상 클립 형태로 짧게 제공되는 인상적인 인터넷 영상을 통해 미처 방송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에게 본방사수를 끊임없이 요청하고 있다.

<프로듀스 101>은 케이블 방송국 M-net에서 2016122일부터 41일까지 주 1회 방송된 걸그룹 육성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시작하였으며 2017년 보이그룹편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적게는 몇 개월에서 많게는 8년의 준비기간을 가지고 있는 중소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소속의 아이돌 연습생 101명 중에서 11명의 최종 멤버를 시청자의 투표에 의해 가리는 방식을 채택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순차적으로 연습생들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였고 그들의 팬덤을 유도하면서 시청자들이 직접 투표하여 높은 점수를 받는 연습생을 순위 매기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보컬, , 춤 등의 아이돌의 역량이라 여겨지는 파트별 경쟁, 팀 대결 등에서 오프라인 공연 및 전문가의 좋은 평가를 받은 이들에게는 순위에 혜택을 주기도 하였다. 20151217일 처음 같은 방송국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전 멤버가 함께 공연을 하였으며, 18일부터 연습생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었다. 지난 41일 마지막 방송을 통해 11명의 멤버가 확정되었고 아이오아이(I.O.I)’라는 이름을 달고 201654일 정식 데뷔 앨범이 발매되었다. 보이그룹 역시 11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워너원'이라는 기존 프로듀스101의 숫자 101을 떠올리는 이름의 그룹으로 보다 체계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프로듀스 101>은 그동안의 프로그램 포맷에서 한걸음 진보하였다고 본다. 이는 기존 미디어와 프로그램에 대한 익숙함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그동안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을 미디어와 산업으로 확장시켜 시너지를 갖추도록 변화를 준 것이다. <프로듀스 101>TV의 익숙한 리얼리티 쇼나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바타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미디어를 재매개하였다. 이를 위하여 기존의 ‘AKB48' 사례와 <Sixteen>프로그램은 상호텍스트로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을 인지시키는 역할을 담당하였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인지도와 개성을 통해 각종 프로그램에 따로 또 같이 출연하고 음원, 머천다이징 상품, 광고 등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시도하는 한편, 곧 프로그램 시작을 예고한 바 있는 <프로듀스 101> 보이그룹버전(<소년24>)은 이미 <프로듀스 101>1회성으로 끝나지 않는 브랜드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이돌 팬덤 산업, 여성 아이돌의 이미지의 소비성을 기본 전제로 한 <프로듀스 101> 사례는 상호작용하여 무수한 이야기가 재생산되는 방식으로 지속성을 가지는 지금 우리 사회 전반의 대중문화를 돌이켜 보도록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뉴미디어를 제작과 유통 및 소비에 활용하는 방식이 산업과 미디어를 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2. 뉴미디어를 통한 게임의 일상성 획득의 포맷 구조

 

레프 마노비치는 뉴미디어를 네트워크에 연결된 디지털 컴퓨터라는, 정보사회의 새로운 기제가 가져온 새로운 기술뿐만 아니라 영화나 연극, 활자도서 등 이미 잘 자리 잡은 문화 형식의 기술과 기억, 전문성을 통합하는 혼합종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언어 구조주의의 기호론을 접목하여 통합체와 계열체의 의미를 뉴미디어에 적용하고 있는데, 통합체가 현존과 연관되면서 명시적이고 서사적이라면(특정단어, 문장, 장면) 계열체는 부재와 연관되는 요소로서 함축적이면서 상상에 의한 데이터베이스(작가의 상상세계)가 된다. 걸그룹 후보의 개성과 프로그램 편집을 통해 보여지는 장면들과 같은 계열체는 프로그램 제작자와 참여하는 시청자들의 데이터베이스에 의해 통합되는 것이다.

또한 현대적 미디어의 두 가지 특질이라고 한다면 실재적인 것의 투명한 표상, 그리고 미디어 자체의 불투명성이 주는 즐거움이 서로 공명한다는 것일 수 있는데, 이것은 각각 비매개와 하이퍼매개의 개념과 연결된다. 쉽게 말해 투명하다는 것은 우리가 몰입하도록 하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불투명하다는 것은 이질감을 통해 신선함, 환기 혹은 각성을 일으킨다는 의미가 된다. 비매개는 서로 다른 시대에, 다양한 집단들 사이에 서로 다르게 표현되는 일군의 믿음과 관행들을 지칭하기 위한 이름으로 정의하고 이런 모든 형식들의 공통된 특징은 미디어와 그것이 표상하는 것 사이의 필연적인 접촉점이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프로듀스 101>은 이러한 뉴미디어의 두 가지 특질을 적절하게 활용한다. 텔레비전 방송이 가지는 투명성과 다른 연결 매체를 통해 각성하도록 하는 불투명성을 가지는 것이다. 기존 텔레비전의 문법을 통해 비매개성을 전제로 한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향유하도록 하면서도 프로그램에 함몰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팬덤을 확인하는 인터넷과 SNS, 음원의 유통과 관련 미디어 뉴스의 생산을 통해 시청자들을 각성시키는 하이퍼 매개를 진행하였다.

<프로듀스 101>은 게임인 <프린세스 메이커> 게임을 재매개한다. 이미 앞서 언급한 것 처럼, 게임은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메타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는 스토리텔링이 주요한 미디어이다. 그러므로 수용자의 몰입을 보다 더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러한 몰입, 게임 규칙은 프로그램의 포맷과도 연결되며 게임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한 반복 플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도 방송 포맷의 생명력을 유지시키는 토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프로듀스 101>의 경우 인터넷과 SNS를 기반으로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청자들의 팬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을 생각할 때, 게임과 상호작용적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인터넷 기반의 뉴미디어 콘텐츠로서 <프로듀스 101>은 미완성의 캐릭터를 육성한다는 주제뿐만 아니라 향유자의 적극적 참여에 의해 메타 이야기를 생성한다는 속성을 재매개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인 <프린세스 메이커>는 지금까지도 PC뿐 아니라 모바일, 최근에는 가상현실을 통해서도 다양한 버전으로 만나 볼 수 있다. <프린세스 메이커>는 어린 소녀가 등장하는데 그 소녀의 일상에서 교육, 취미, 아르바이트 등의 선택과 미션수행을 통해 귀족이나 공주, 전문가 등으로 훌륭한 성인으로 키워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 롤플레잉 게임이다. 게임의 유저는 이 소녀의 아버지 혹은 후원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하나의 미션이 끝날 때마다 대화 형식으로 상호작용하게 되며 체력, 지성 등의 다양한 수치가 재설정되고 최종 직업을 나타내며 게임을 완료하게 된다.

이러한 게임은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비대칭성이 없는 이른바 쌍방형성 미디어이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지향적 미디어는 이야기 전달보다는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를 통해 이야기를 생산해 낸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게임의 메타 이야기적 성격은 고스란히 완성되지 않은 걸그룹 아이돌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팬덤을 자극하는 하나의 게임적 리얼리즘이다.

[그림1] 육성 시뮬레이션 RPG게임 <프린세스 메이커>


<프로듀스 101> 출연자 중 김소혜양의 경우 기존 기획사에서 아이돌이 아닌 연기자를 준비하던 연습생이었다. 다른 출연자들이 노래, , 춤 실력을 갖추고 프로 버금가는 결과물을 보일 때, 많이 부족한 듯한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통해 <프린세스 메이커>에서의 미완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동정을 샀다. 이를 프로그램은 의도적으로 주요하게 노출시켰다. 이후 회가 거듭하면서 김소혜양의 실력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덤을 형성하게 되었고 최종 5위에 이르며 정식 데뷔를 하게 되었다. 이는 팬들의 지속적인 응원과 관심을 통해 김소혜양이 지속적으로 노력했고 대결미션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도록 상호작용 하였다는 점에서 ‘AKB48’에서 처럼 친근한 미완의 아이돌의 이미지에, <프린세스 메이커>의 육성 시뮬레이션과 같은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뉴미디어의 협력으로 <프로듀스 101>은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를 재매개한다. 그들의 삶 속에서 직접 응원하고 육성하며 대상이 되는 불완전한 스타에 대한 팬덤은 메타이야기가 되어 일상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종료한 이후, 다른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게 된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에 대한 팬덤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다.

 

 

3. ‘AKB48’<Sixteen>의 포맷 확장

 

기존 프로그램과 장르에서의 경험을 맥락화 한 <프로듀스 101>은 방송 프로그램의 포맷, 출연자, 시청자들의 참여적 측면에서 의미 있다. 방송 프로그램 고유의 특성은 프로그램이 어떤 목적과 규칙을 통해 만들어지는가의 포맷이 관건이며 이는 출연자들에 의해 구체화 되고 시청자의 교감에 의해 의미가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프로듀스 101>의 포맷 특성을 살펴보는 데 있어 기존 프로그램과의 상호 텍스트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기존 프로그램의 경험을 통해 시청자들은 참여 규칙을 이해하게 되고 프로그램 편집에 의해 만들어진 출연자들의 개성에 대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 포맷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2000년 전후 유행했던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도록 만들었다. 녹화와 편집을 통해 정식 방영 전 미리 만들어지는 방송 특성상 출연자들이 사생활에 대한 궁금증, 기밀로 정해진 촬영 장소 및 누가 최종적으로 살아남았는지의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쏠렸고,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들은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스포일러를 생산하고 출연자들의 팬덤이 방송과 계속해서 중첩되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자연에서의 생존을 주제로 하였지만 이후 요리나 노래, 장기자랑, 연기 등과 같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재생산되었고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은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가담하여 만들어 나가는 주체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프로듀스 101>은 기존 리얼리티 쇼의 포맷을 활용하면서도 또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다. 숨겨진 실력자인 일반인의 신데렐라 드라마 일색이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또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바로 이미 아이돌을 준비하고 있던 크고 작은 연예 기획사 소속의 연습생들을 모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1차적으로 방송에 적합한 비주얼과 실력을 검증받은 이들을 내세우면서 기획사의 자존심 대결을 부추기는 재미를 곁들이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이는 앞서 만들어졌던 <아메리칸 아이돌>, <서바이버>, 한국의 <슈퍼스타 K>와 같은 예처럼 기존 컨버전스 컬처의 대중의 경험에서 한 단계 나아가 대한민국의 K-pop의 연예기획사 시스템을 반영하여 기존보다 전략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보다 대중적이며 산업 친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지점이 그간의 프로그램 포맷에서 진일보한 지점이다. 개별 뮤지션을 발굴하는 기존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애초부터 각 중소 기획사에서 보컬, , 랩 등의 연습과정을 거친 출연자들 중 선별하여 그룹형태의 최종 걸 그룹을 데뷔시킨다는 것을 염두 해 두었다. 이들은 이미 소속사와 방송국간의 계약을 통하여 전략적 활동 로드맵이 미리 짜여있다는 점이다.

남녀 혼성이나 남성이 아닌 소녀만을 내세운 점도 전략적이다. 이미 K-pop시장에는 많은 수의 걸 그룹이 등장하고 사라지고 있지만, 인지도를 쌓은 그룹은 유닛으로 활동하거나 개별적으로 연기, 광고 등 전방위로 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활용측면이 강하다. 우리나라 어린 남성 멤버들이 군복무 의무는 해외 활동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활동에 지장을 주는 문제 등에 자유롭지 않은 반면 걸그룹은 자유롭다는 점도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걸 그룹의 팬덤이 다른 그룹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소녀를 내세운 프로그램이 먼저 선보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한 한 연구에서도 여성 아이돌은 남성 아이돌과 달리 여성 스타에 대한 수용자의 인식유형이 남녀, 세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배우적 이미지, 외모, 스타성 등 영상매체에 유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영상 시장에서의 산업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 창출을 위해서는 스타시스템이 중요하며 스타를 원하는 수용자들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이 이미 일본에서 실험되고 성공한 사례가 있다. 바로 오타쿠들의 거리인 아키하바라라는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경쟁방식의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 ‘AKB48’가 그 예이다. ‘AKB48’의 성공은 아이돌 그룹의 조직론, 집단 퍼포먼스의 형태뿐만 아니라 팬과의 소통방식과 제작자의 역할 등에 이르는 일본 음반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정도다.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을 컨셉으로 지역기반의 소규모 공연을 통해 지속적인 소비가 가능하고 연말 총선거 투표를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은 대량의 일방적인 방식의 기존 방송 프로그램 속 스타 시스템과 차별성을 가진다. ‘AKB48’은 오리콘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아이돌 그룹으로 아키모토야스시라는 제작자 및 프로듀서가 가진 이 같은 독특한 운영시스템을 바탕으로 팬과 만들어가는 성장형 아이돌 전략, 지역연고를 기반으로 한 국내외 자매 그룹 구성, 총선거, 가위바위보 대회 등의 이벤트로 팬을 참여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AKB48'은 방송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상위 멤버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지속적으로 팬덤을 확인해 나가는 형식은 <프로듀스 101>을 보는 시청자들이 이 그룹의 사례를 떠올리기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AKB48’을 떠올리는 방송 프로그램으로 <Sixteen>이 방영된 바 있다. <Sixteen>은 역시 케이블 M-net에서 20155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 방영된 프로그램으로 국내 대형 연예 기획사인 JYP 소속 여성 아이돌 연습생들의 경쟁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전소미의 경우 이미 많은 팬덤을 형성하였지만 아쉽게 최종 우승 멤버에 들지 못하였고, 추후 <프로듀스 101>JYP소속 연습생으로 참여하면서 최종 우승을 하게 되어 두 프로그램 간 연결 고리가 되기도 하였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한 연예기획사의 소속 연습생들 간의 보컬, 퍼포먼스, 그룹 경쟁을 통해 16인 중 회차를 거듭하며 탈락자를 선정하고 최종 데뷔 멤버 9인을 결정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최종 선발된 멤버들은 ‘Twice'라는 이름을 내걸고 201510월 정식 데뷔하였으며,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인지도를 발판으로 인기를 얻으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표1> K-pop과 J-pop 아이돌 비교


<Sixteen>M-net은 중소 기획사들의 연습생들이 한데 모여 경쟁하는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으로 판을 키워볼 수 있는 예비 시험장으로 기능함과 동시에 기존 아이돌 육성 시스템과 출연자의 정식 데뷔를 위한 전반적인 준비를 하는 데 실험적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프로듀스 101>‘AKB48’의 성공사례와 <Sixteen>의 흥행을 통해 기존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기존의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연습생들이 미디어 노출을 통해 인지도를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를 모을 수 있었으며, 각 기획사의 개성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도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프로듀스 101>은 케이블 방송국 M-net 및 미디어, 음악, 대중산업 전반에 걸친 비즈니스 통합을 통해 계획적으로 시도되는 프로젝트로서 문화콘텐츠의 비즈니스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이는 기존 일본의 아이돌 육성 그룹인 ‘AKB48’이나 국내의 거대 기획사인 JYP의 연습생으로만 구성되었던 <Sixteen>보다 <프로듀스 101>은 지역과 시장의 개념으로 Kpop을 아우르는 영역으로 확장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4. 포맷의 브랜드전략을 통한 지속성 획득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는 하나의 비전을 가지고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의 미디어에서 시작되도록 기획 단계에서 설계된다고 전해진다.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요건은 헨리젠킨스가 제시한 바 있는데, 1)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과 2) 각각의 새로운 텍스트가 전체 스토리에 분명하고도 가치 있는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 3) 각각의 미디어는 자기 충족적이면서 4) 어떤 상품이든지 전체 프랜차이즈로의 입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러한 정의를 볼 때에 <프로듀스 101>도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 볼 수 있다. 우선 방송, 공식 인터넷 사이트 뿐만 아니라 SNS,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 소속 기획사의 매체들을 통해 전방위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었으며 각 매체는 주요 연습생들의 방송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드러내면서 통합체를 구성하였다. 이 부분은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를 가지는 영화나 드라마의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리오가는 차별되는 지점이다. 팬덤은 이들 주요 연습생 캐릭터를 통해 이미지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통해 각자의 메타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서 지속적인 향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매체는 다른 매체의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지만 하나의 매체가 작용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역할 한다는 점에서 자기 충족적이며, 이들은 방송이나 추후 만들어지는 음원, 공연, 상품들로 이어지는 창구가 될 수 있었다. <스텐바이 I.O.I>와 같은 리얼리티 방송의 재생산과 신인 걸그룹으로서 공중파 방송까지 아우르는 공백 없는 활동까지 포함한 6개월의 프로젝트 기간을 미리 채워놓았다. 뒤이어 시즌2의 보이그룹편에서도 이러한 구조는 보다 전략적으로 반복된다. 

 

[그림2] <프로듀스 101>의 다매체 전략

 

[그림 2]는 각 주요 매체의 시간에 따른 이벤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다양한 매체들은 각자의 독자적인 역할을 하면서 소통하였으며 <프로듀스 101>을 하나의 브랜드 통합체로 만나도록 한다. 이는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추후 이어지는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또한 연계 상품의 로열티를 미리 예상하고 최대한의 수익을 끌어 낼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익은 인터넷을 통한 유로 재방송, 지속적인 재방송을 통한 광고 수익, 포맷 판매, PPL, 음원 수익배분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프로듀스 101>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라는 메시지를 통해 미완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일관되게 재매개 하면서 참여를 이끌어 내었다. 프로그램 초반 A등급부터 F등급까지 연습생을 계층으로 나누는 피라미드 형태의 규칙 가운데 삼각형의 피라미드형 로고, 연습생들의 순위에 따른 좌석 배치, 공연에서의 센터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 등이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프로그램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던 <Pick Me>라는 곡도 특유의 소녀다운 목소리에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나만의 스타를 지속적으로 후원하도록 하는 마법에 걸리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피라미드의 삼각형 로고는 최종으로 남는 소수의 연습생이 데뷔하게 된다는 계층구조를 형상화 시키면서 다양한 형태로 패러디되어 광고에 사용되었고, 주제곡 <Pick Me>는 쇼핑 센터의 배경음, 선거철 선거송으로 활용되는 등 큰 인기를 누리면서 콘텐츠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림3] <프로듀스 101> 로고 및 출연자(복장)

 

개별 미션 뿐만 아니라 랩, 노래, 춤 등의 역할에 따른 경쟁에서 높은 계급에 위치한 연습생에게 혜택을 주고 하위권 연습생들을 탈락시켜 나가면서 긴장감을 조성하였으며 투표 방식에서도 처음에는 11명을 선택하는 것에서 점차 11인의 개인 투표로 그 참여 방식을 바꾼 것 등은 프로그램이 게임성을 갖추도록 하였다.

앞의 장에서 다룬 바와 같이 [그림 4]<프로듀스 101>과 관련한 재매개의 내용과 상호텍스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 콘텐츠의 맥락은 <프로듀스 101>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일관된 이미지와 개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인식덩어리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인식 덩어리 즉, 게슈탈트는<프로듀스 101>의 브랜드 형성에 기초가 되었다.

 

[그림4] <프로듀스101> 재매개와 상호텍스트


<프로듀스 101>과 긴밀하게 관련 있어 보이는 ‘AKB48'<Seventeen>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 재매개하였다고 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Kpop스타>와 비교해 보면 한류 K-pop 특성을 살린 <프로듀스 101>의 프로그램 포맷 특성을 더욱 명확히 할 수 있다. 다음 <2>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개별 특성을 비교한 것이다.


<표2> 기존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프로듀스 101> 포맷 특성 비교


분명 <슈퍼스타 K>에서 가창력을 갖춘 새얼굴을 발굴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슈를 불러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종료 후 케이블 방송사 하나에서 우승한 가수를 지속적으로 산업에서 훈련을 시키고 데뷔를 시키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로 남은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공중파에서 <슈퍼스타 K>의 이러한 문제를 개선한 것으로 보이는 <Kpop스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각 기획사가 기획사의 개성에 맞는 출연자들을 선택하고 각 미션을 통해 역량을 파악해 나가면서 캐스팅하는 형식을 취하였지만, 그들의 데뷔 일정이 정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이들 출연자들이 신선한 새 얼굴이라는 특성 반면에 방송에 데뷔하기에는 부족한 역량을 갈고 닦아야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얻으며 우승한 출연자들을 시청자들은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그렇게 쉽게 잊혀지게 되었다.

그러나 <Seventeen>은 이미 길게는 7년의 연습기간이 있는 기존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경쟁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므로 바로 데뷔할 수 있는 일정을 픽스하고 시작하였으며, 경쟁과정에 등장한 음원은 실시간으로 공개되어 이들의 데뷔 기대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JYPentertainment의 인프라와 개성에 최대한 맞아 떨어지는 한 팀의 걸그룹을 만들었기에 기존 걸그룹들과 비교하여도 손색없는 팀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즉 프로다운 걸그룹을 만들어 방송에 소모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걸그룹의 등용문이 되어 준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그동안 많은 연습생들이 대형 무대에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판을 키웠다. 바로 <프로듀스 101>이다. 이 프로그램은 JYP entertainment SM enetertainment, YG entertainment 등 대형 기획사의 인프라, 역량을 가지지 못한 중소 기획사 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Seventeen>처럼 하나의 기획사에 맞춤한 팀을 만들어 내지 못하지만, 이들의 통합을 통해 보다 실력있고 참신한 출연자들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들의 시너지를 통해 케이블 뿐만 아니라 지상파,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프로듀스 101>의 결과로 만들어진 걸그룹 'I.O.I'의 각 멤버는 각 방송국의 음악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주요 예능에서 따로 또 같이 출연하거나 광고, 행사 등에서 활약하고 있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프로듀스 101>은 텔레비전, 인터넷(홈페이지, 음원사이트, 영상 공유 사이트 등), 오프라인 이벤트 등의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었다. SNS<프로듀스 101>의 이슈가 되는 영상 클립, 예고편, 출연자들의 모습을 담은 이미지 컷을 공개하면서 현장 뒷 이야기를 담아 팬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프로그램을 홍보하였다. 뿐만 아니라 방송의 PPL제품(화장품, 주류, 음료 등)과 관련한 광고와 이벤트를 상시 진행하고 BTL광고의 플랫폼으로서 역할하기도 하였다. 방송에서 공개된 음원은 각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다수의 곡이 상위 순위에 안착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다양한 미디어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면서 쌓은 팬덤은 실시간 인기투표를 통해 출연자들의 데뷔 당락을 결정짓는 주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만들어 냈으며, 처음부터 인지도가 높았던 전소미, 가창 실력뿐만 아니라 그룹 내 친화력을 인정받은 김세정, 첫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에서 센터를 차지했던 최유정이 대표 3인방으로 거론되면서 이슈몰이를 한 바 참여도를 견인하기도 하였다.

아직 충분한 검토를 하기에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소년 24>의 경우, <프로듀스 101>의 포맷 특성을 계승하면서도 약점으로 지적 받을 수 있는 지점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약점이라면 그것은 바로 개별 투표로 진행되다 보니 하나의 걸그룹으로서의 균형이나 컨셉이 명확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각자의 인기는 높지만 팀 내에서 차지하는 역할이나 개성, 외모가 서로 달라 하나의 팀으로 보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었다. <소년 24>는 앞서 지적한 것 처럼 한국의 남성 그룹이 가진 약점(군 문제 등)을 감안하여도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프로듀스 101>의 남자 버전이라는 후광효과만으로도 큰 혜택을 받았기에 후속 프로그램으로 손색없다. 앞서 <프로듀스 101>이 없었다면 <소년 24>는 어려웠을 것이 분명하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처음부터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상위 멤버를 선택하고 그들을 주축으로 한 팀을 구성하여 그룹 대결로 이어지는 형식의 서바이벌 포맷을 취하고 있다. 이는 앞서 지적한 <프로듀스 101>의 결과로 만들어진 ‘I.O.I'의 문제를 감안한 것이리라 본다.

 

 

5. 결론

 

지난 10여년의 시간 동안 반복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대중을 식상하게 만들었다. 이는 출연 캐릭터와 시청자의 팬덤이 지속성을 가지지 못하고 다만 프로그램의 포맷만을 유지시키는 것에서 오는 단순반복의 권태에서 시작된 것이다. 대중성과 상업성이 시스템적으로 뒷받침 되지 못했던 기존 가수데뷔 경쟁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이 프로그램의 종료와 함께 매몰되는 허탈감을 맛보게 하였고 이어지는 시즌제의 프로그램에 관심을 반감시켰다. 방송사 주도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최종 우승한 출연자자들이 타방송의 출연 기회가 적었으나 기획사와 협업하여 만들어진 기획에 의해 그 출연 가능범위가 유연해졌다는 사실을 아이오아이(I.O.I)''Twice'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프로듀스 101>은 애초부터 소위 한류의 중심에 있는 k-pop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이해관계 당사자들에 의해 철저히 기획된 프로젝트로서 가장 대중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걸그룹이 개개인의 높은 인기 있는 출연자들의 조합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며 그룹 전체의 컨셉과 조화에 대한 내부적 숙제와 화려해 보이는 다매체 통합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출연자들과 관련 매체, 산업 그리고 향유자들이 오랫동안 만족할 수 있는 모델인가에 대한 검토는 계속해서 진행해 보아야 할 것이다.

뉴미디어 시대의 콘텐츠는 그래서 그 규모가 한정적이지 않으며 복잡해 보인다. 여러 미디어의 속성을 수렴하면서 기존 장르적 특성으로 적극 발산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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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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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에, 드라마 속 영화 다시보기 (3)

종영까지 한 주를 남겨둔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소제목에 등장한 영화들을 다시보는 세번째 글이다. 소제목으로 등장하는 영화들은 드라마의 전개에 필요한 단어를 포함하거나 이미 알려진 영화 속 캐릭터를 통해 드라마 주인공의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꾸며주거나 혹은 영화의 구성, 주제가 드라마의 구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세상을 보게 된다는 말이나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마지막 두 영화는 어떤 것들일지 벌써 기대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드라마 속 영화 다시보기 (1) 보러가기]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드라마 속 영화 다시보기 (2) 보러가기]


11.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액션, 류승완, 박성빈, 류승범

네이버 줄거리 맨 위에는 꽃같은 세상 날려버린다라는 문구가 써 있다. 바닥에서 보면 세상은 너무 평온하고 너무 평범해 보인다. 친구 때문에 억울한 운명이 시작된 성빈은 자기를 구렁텅이로 들어가게 만든 석환에 대한 앙심이 자기도 모른새 자라있었다. 급기야 그 구렁텅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곳에 살아남기로 마음먹은 후에는 석환의 동생이 제발로 들어오는 것을 굳이 막아내지 않는다.

정말 사소한 사건으로 인생이 180도 나뉘어 버린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인생의 허무함이나 씁쓸함 같은 것이 있다. 드라마에는 제자를 죽이고도 뻔뻔한 갑질 교수가 등장했다. 뇌사 판정을 받은 이의 부검은 아들을 죽인 범인을 밝히는 것이지만 장기 이식을 받을 수 있는 7명의 사람을 구할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기도 했다. 부검을 통해 범인을 밝혀 원통함을 풀어줄 것인가. 아니면 장기 이식 수술을 통해 꺼져가는 더 많은 이들을 살릴 것인가. 

 

12. 노킹 온 헤븐스 도어(1998) 범죄코미디, 틸 슈바이거, 잔 조세프 리퍼스

처음 기타 코드 배우면서 불렀던 노래가 바로 노킹온 헤븐스 도어였다. 죽음을 앞 둔 두 암환자의 로드 무비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더욱 소중하고, 죽음을 받아들였기에 더욱 자유롭다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두 남자가 일확천금을 실은 자동차를 몰고 한번도 본 적 없다는 바다를 향해 달린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우리는 가슴 두근거린다. 악당들이 뒤쫓지만 그들에게 공포심보다는 죽음 문턱에서 느끼는 각성을 깨워줄 뿐이다.

드라마는 바다로 향하는 두 사람의 모티프를 따른다. 이 사건은 잘 해결되고 우리는 바다로 떠나게 될 거라는 거짓말은 재찬을 채찍질한다. A or B가 아닌 A and B의 결심에 부담감도 컸지만, 결국 무엇이 본질인가를 따져 묻는 재찬의 진심은 통하고 말았다. 마주한 바다는 소녀, 소년이었을 때 마주했던 바다와는 다른 의미였다.

  

13.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 멜로 판타지, 나카무라 시도, 타케이 아카시

비의 계절에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엄마, 남겨진 아빠와 어린 아들의 이야기다. 비의 계절에 돌아와 6주간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는 하지만 언제나 이별은 가슴 아픈 법이다. 기억을 잃었지만 비가 내리면 다시 처음부터 사랑하기 위해 다시, 만나러 가는 엄마의 사랑이 가슴에 와 닿는다.

종반부에 다다른 드라마는 이제 홍주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범인이 누구인지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꿈 속에서처럼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면 그 범인이 누군지 똑똑히 알고 그를 만나러 가야 할 것이다. 13년 전 두 주인공의 아버지를 죽음에 빠뜨린 탈영병의 형이었던 경찰도 다시 만나게 되었지만 반가워할 겨를도 없이 오랜 사건에 다시 휘말리고 만다.

 

14. 캐치 미 이프 유 캔(2003), 범죄 스릴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행크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유명한 영화다. 희대의 사기극을 다룬 영화로 문서 조작을 통해 신분세탁을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사람들은 허울에 쉽게 속고 있는가를 알게 해주는 영화다. 영리하고 약삭빠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를 쫓는 톰 행크스의 쫓고 쫓기는 연기가 일품인 영화.

드라마는 드디어 홍주를 위험에 빠뜨리는 범인의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이유범은 자기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날 처지에 처했으며 억울하게 죽어간 누명쓴 죄수의 아들은 원망과 분노가 끓어오르기 직전이다. 재찬은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고 이유범과의 악연을 끊고 검사로서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될까. 과연 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란 식의 괴씸한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비로소 문화콘텐츠 브랜드 연구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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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에, 드라마 속 영화 다시보기 (2)

16부작(하루 2회, 32회)로 구성된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영화를 소제목으로 시청자들에게 이야기의 주제 혹은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도 11회부터 20회까지 소 제목 속 영화내용과 드라마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당신이 잠든사이에, 드라마 속 영화 다시보기 (1) 보러가기]


6. 눈 먼 자들의 도시(2008), 미스터리, 줄리안 무어, 마크 러팔로

비정상이 정상인 곳에서 정상은 비정상이 된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사실을 확인한다는 것과 동일시된다. 그 가운데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서 오는 박탈감은 상상이상일 것이다. 눈 먼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유일한 눈뜬 자는 인간의 악랄하고 이기적인 본성이 드러나는 현장에 경악한다. 차라리 나도 눈이 먼 사람이었으면 하는 후회는 이미 늦은 것이 되고 만다. 개인적으로 영화보다는 책으로 읽었을 때 더 강렬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며 읽어내는 소설이 영상으로 구체적으로 전달되는 영화보다 주제를 더욱 적확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친동생까지 죽음으로 몰아넣은 인간이 뻔뻔하게 무죄로 풀려나는 광경은 그야말로 인간의 밑바닥이라고 할 수 있다. 동생의 죽음을 사고로 위장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고 동생의 시신 앞에서 오열하는 연기를 선보이는 형. 그를 돕는 이유범 변호사조차 악수한 손을 몇 번이고 되씻는다. 과연 잘못을 저지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돕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 것인가.

 

7. 말할 수 없는 비밀(2008), 멜로 판타지, 주걸륜, 계륜미

피아노를 매개로 시간을 초월한 십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2015년 재개봉되기도 하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비밀스런 여자아이와 그런 아이를 알아보는 매력적인 남자아이. 항상 2% 부족한 상태로 틀어지고 말아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영화는 훌륭한 피아노 연주 솜씨, 감독이 만들어내는 미스테리한 장면들과 함께 오랜 기간 마음에 남았다.

드라마는 이번엔 이런 시간을 초월한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제목을 빌리지 않았다. 일차원적으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진듯한 우탁이에 관심을 주고 있다. 물론 13년의 시간을 거슬러 인연이 있던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이번 편은 드라마에서 숨고르는 회차였을 뿐이다.

 

8. 오만과 편견(2005) 로맨스,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맥퍼딘

남녀의 연애에 걸림돌이 되는 오만함과 편견. 소설명작집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오만과 편견>이다. 이전에 영화화 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2006년 키이라 나이틀리의 엘리자베스는 또 달랐다고 평가된다. 오해의 다른 이름인 오만과 편견은 서로의 감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마음을 졸이는 불완전한 청춘의 다른 이름은 아닌가 싶다.

드라마에서는 이 오해나 오판을 만들어낸 오만과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말한다. 어린 시절 방황하다 전과까지 가진 사람이 용의선상에 오르자 당장 범인으로 여겨지고 마는 형국에 믿을 것이라고는 약점을 쥐고 있는 경찰인 친구. 자의든 협박에 못이겨서이든 우탁은 친구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재찬을 설득한다. 그 친구의 절도와 폭력은 다른 사람에게 악의적으로 자행된 범죄가 아닌 아주 사소한 것들이 부풀려진 것이었고, 이런 사실은 전혀 상관없는 지금의 의혹에 편견을 만들어주는 것에 불과했다.

 

9. 유주얼 서스펙트(1996), 스릴러, 가브리엘 번

더 이상의 반전 영화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을 만큼 유주얼 서스펙트는 마지막 반전 장면이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수사관이 용의자 5인의 진술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해 나가는 기장감이 돋보였다. 과연 카이저 소제는 누구란 말인가... 하지만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드라마는 재찬의 습격을 예고하고 그를 공격할 용의자를 내세운다. 벙거지모자를 쓰고 횡단보도에 선 그를 공격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지 밝히는 것이 이번 회차의 내용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목과 내용 구성까지도 딱 들어맞았다고 볼 수 있다.

 

10. 소년, 소녀를 만나다(1996) 드라마, 드니 라방, 미레일 페리어

이름은 알려진 듯 하지만 내용은 다소 생소한 영화다. 프랑스 영화는 머리가 아닌 감성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가끔은 그 몽환적인 배우들의 표정이나 허무한 사건, 기이한 사랑의 방식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고는 한다. 이 영화도 흑백의, 다소 쳐지는 영화다. 실연의 상처를 입은 두 남녀가 만나 끌리게 되지만 결국 이전 사랑을 잊지 못하고 해피엔딩을 용납하지 않는 잔인한 사랑을 만나볼 수 있다.

반대로 드라마는 긍정적인 의미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가족을 잃는 커다란 사건을 동시에 겪었던 과거의 인연이 바로 옆에 있던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시 남자는 한발짝 다가서고 여자는 한걸음 물러서 주춤한다. 시청자는 눈치챘던 이 사실을 두 주인공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들이 소년이고 소녀였을 시절의 아픔은 이제 다 자란 연인이 되어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응원하게 된다.



비로소 문화콘텐츠 브랜드 연구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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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에, 드라마 속 영화 다시보기 (1)

이종석, 배수지의 드라마 <당신이 잠든사이에>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의 미래를 미리 꿈을 알 수 있다는 판타지적 성격을 가진 드라마다. 이종석은 이전 작품에서도 범상치 않은 인물을 연기했다. 상대방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거나(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예 웹툰 속의 가사의 인물(W)이기도 했다. 매끈한 피부에 훤칠한 체격, 담담한 목소리가 왠지 범상치 않은 인물을 연기하게 안성맞춤이어서 일까. 

주인공 정재찬(이종석)인간미를 갖춘 검사답게 사사건건 맡은 사건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지만, 동료들은 어느새 그를 응원한다. 운명처럼 재회한 남홍주(배수지)와의 달달한 모습은 가슴 설레게다가 이유범(이상엽)의 비열한 모습에 부들부들하게 하는 보는 재미가 있다. 

한 주 2회 분량이 하나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하나씩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등장인물의 관계와 뒷 이야기가 밝혀지며 갈등이 고조되는 구조다. 주인공 세 사람의 갈등(홍주가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하게 될 운명이 예고되고 그것을 막기 위한 재찬과 죽음과 관련 있어 보이는 유범)이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동안 파렴치한 범인들을 놓치지 않았던 만큼 마지막 예고편과 달리 해피엔딩을 기대해본다.



드라마가 시작되는 순간마다 눈길을 잡아끄는 문구가 있다. 드라마 소제목에 기존 영화의 제목을 넣어둔 점이다. 소설이나 웹툰을 원작으로 뮤지컬, 드라마, 영화로 인기를 끌었던 꽤나 알려진 작품들의 제목들이다. 드라마 제목부터 1995년 개봉했던 로맨틱코미디 <당신이 잠든사이에>와 동명이다. 


1. 당신이 잠든 사이에(1995) 로맨스코미디, 산드라블록, 빌풀만

언뜻 드라마와 이 영화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영화는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은 남자를 구해준 여주인공이 남자의 가족들에게 약혼자로 오해받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사실 여자는 매일 그 남자를 보면서 관심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남자의 가족들을 보다 사랑하게 되어 거짓말을 계속하게 되는 상황이 영화의 긴장을 끌고 간다. 산드라 블록 특유의 꾸밈없는 캔디형 스토리라 결과는 뻔 하다고 여길지라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드라마는 이 제목을 '잠든'이라는 단어에 집중한다. 영화가 의식을 잃은 형이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들을 만나게 하는 동기였다면, 드라마는 의식을 잃고 예지몽을 꾸는 주인공의 특이한 운명이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 꿈에서 과거과 현재 혹은 미래의 불안의 해결의 실마리가 있으므로 홍주가, 재찬이, 우탁이 잠든 사이에 불행은 행복으로 방향을 틀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 된다. 


2.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액션,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두 번째 영화는 바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다. 미국 서부시대를 배경으로한 원작을 만주벌판으로 옮겨와 만들어진 영화는 꽤 인기를 끌었고 안정감있는 캐릭터 구조덕인지 많은 패러디를 낳았던 작품이다. 진지하고 늘 침울한 좋은놈과 나쁜놈과는 달리 속사정을 도저히 알 수 없는 최후 승자, 이상한 놈의 무법천지에서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다. 

드라마에도 이들 세 캐릭터를 통해 주인공 소개를 시도한다. 정의에 찬 검사인 재찬이 착한 놈이라면 자기 잇속을 위해서라면 윈윈이라는 허울 좋은 말로 비리를 일삼고 자신의 과오를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는 유범은 나쁜놈이 딱이다. 여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똘끼 충만한 여기자의 이상한 놈 홍주까지 드라마를 끌고 나가는 주인공들의 구도를 제시해주는 용도로 이 영화는 제격이다.


3.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액션, 김수현, 이현우

세 번째 영화는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웹툰을 영화로 만들어서 흥행한 사례 중 하나로 배우 김수현의 캐릭터 싱크로율이 흥행을 견인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달동네 바보로 위장해서 조국통일의 임무를 기다리는 남파 공작원인 주인공 원류환은 원래 북한의 남파특수공작 5446부대의 엘리트 요원이다. 초록색 추리닝차림에 동네 바보로 수난을 당하기도 하지만 아무도 없을 때의 매서훈 눈빛이나 남성미 물씬 풍기는 훈련씬, 꽃미남 요원들의 전우애 등이 관람 포인트다.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평범하고 조금 부족한 캐릭터가 사실은 세상을 구하는 정의의 히어로가 된다는 설정은 오히려 각팍하고 살기 힘들다는 현실에서 더욱 환영받는다.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 시작한다. 등장인물의 소개와 처지, 관계 등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이제 이야기는 바깥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말석 검사로 허당 끼가 충분한 재찬의 캐릭터와 영화 속 김수현이 연기했던 캐릭터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그보다 동갑내기인 재찬, 홍주 그리고 우탁이의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사건 해결 과정이 영화와 닮았다. 재찬이 구한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사건이 주인공들과 얽히면서 각자의 꿈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4. 어 퓨 굿 맨(1992), 범죄 미스터리, 톰 크루즈, 잭 니콜슨, 데미 무어

군대에서 발생한 사건, 중앙에서 파견되었지만 실상을 조사하기 보다는 합의가 목적인 주인공이 반대로 열정적인 동료의 부추김에 서서히 내막을 파헤쳐 나간다는 내용의 영화다. 톰크루즈의 젊고 멋진 모습뿐만 아니라 위트 있는 매력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준다. 

드라마에서는 서류로 간단히 처리되고 마는 사건이 얼마나 큰 사건으로 되돌아 올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피해자의 진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보는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줄 정도다. 그래야지. 검사가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죄인을 마땅한 벌을 받게 해야지. 세상에는 이런 검사도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 하는 혼잣말을 하게 만드는 순간이 반복된다.


5.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로맨스 코미디, 김하늘, 강동원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진화한 버전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반지를 매개로 약혼자로 오인받는 설정이나 신분을 속이며 남자의 가족들에게 서서히 인정받아 가는 것이 그러하다. 여자 캐릭터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여기에 속수무책인 남자 주인공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

이번에도 드라마는 기존 영화의 캐릭터나 배경 혹은 주제를 은근히 가져오거나 제목의 단어와 의미를 활용한다.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꿈에서 미리 만나는 홍주는 오히려 그 두려움과 슬픔을 일상에서 들키지 않으려고 애쓴다. 씩씩하려고 하고 4차원의 매력으로 무엇이든 돌진하는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 그녀가 다가오는 것이 재찬은 두렵다. 두려움과 슬픔을 발랄함으로 덮어버리는 그녀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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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와이프, 전도연은 여자 조들호를 넘어설까

 

tvN의 새로운 드라마 <굿와이프>가 베일을 벗었습니다. 2009년 시작된 동명의 미국 드라마 원작을 리메이크했다는 것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첫 2회 분량에서는 그 '리메이크'에 충실했다는 중론이네요.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드는 것과 달리 같은 장르에서 리메이크 한다는 것은 리메이크 하려는 이유(예를 들면, 소재의 신선함이나 새로운 문화권 혹은 시대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가능성같은)에만 집중하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부분에서 원작과 비교할 수 있기에 더 많은 비판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굿와이프>의 첫 2편에 대한 평가는 다소 차가운 것 같습니다. 그 차가운 평가에 대해 개인적으로 차가운 시선을 가져보자면, 어쩌면 미국 드라마를 우리가 가져다 만들었다는 지점에서 세련된 미드의 짝퉁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이미 그 작품을 먼저 접했고 원본과 비교할 때 이것은 이렇다.. 의 식인 비판을 하는 몇몇의 글을 보자면 시기적으로 오랜 미드의 1,2편을 우리 정서에 대한 고민이나 시간적 변환없이 많은 부분을 그대로 가져온 것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네요.

 

 

 

 

한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리메이크든 전환을 하든 그 원작이 되는 작품에 주목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에는 자신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에 원작을 원본다루듯, 그것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원작에 대한 정보가 없이도 새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지점이 없다면 곤란하거든요. 새롭게 만들어지는 스스로가 '원작'이 되어야 합니다.

 

이번 주 분량에서는 바람난 남편의 살해누명을 쓴 부인, 성폭행 피해여성에 관한 내용을 다루면서 공감능력 100%인 여성 변호사 김혜경과 주변 인물 소개로 시작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중심 스토리가 되는 남편 이태준의 누명(?)과 관련한 내막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단서찾기의 시작편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종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이야기 구조와 비슷합니다. 비록 냉철한 검사출신이지만 개과천선한 동네 변호사가 서민의 편에서 작은 승소를 거둬나가면서 결국에는 권력과 대항하여 승전보를 울리는 통쾌한 이야기였죠.

 

다만 조들호와 김혜경의 차이점이 두 드라마의 큰 차이점으로 작용합니다. 조들호는 시작부터 스스로가 대결구도의 주체였지만, <굿와이프>의 김혜경은 누군가의 와이프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죠. 능력은 있지만 15년을 가정주부만 했던 여자가 어느날 갑자기 능력있는 변호사가 된다는 설정도 어려운 일인데, 조들호처럼 애시당초 적대자와 싸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와이프에서부터 '김혜경'이 되어야 하는 제로베이스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굿와이프>의 공식 사이트에서도 김혜경의 인물소개를 '이태준의 부인이 아니라 인간'김혜경'의 인생에 눈을 뜬다'고 적고 있으니까요.

 

 

 

 

미드에서 출발한 드라마답게 <굿와이프>의 공간들은 조명이나 소품, 인물의 제스처 등에서 모두 '세련'을 강조하는 듯 합니다. 이런 형식적 지문 외에도 인물들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냉철함을 유지한다든지, 드라마의 재미가 캐릭터의 우스꽝 스러운 농담이나 행동이 아니라 사건을 뒤집는 전략적 카타르시스라는 점이 그런 이미지를 뒷받침합니다. 

 

영상미가 인상적이거나 나레이션이 일품이었던 다른 드라마들도 원작과의 비교부터 캐릭터 몰입, 대사, 연기, 주제에 대한 공감이나 스토리 구조 등에 많은 비판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TV앞으로 이끄는 무언가가 있다면 결국에는 그 드라마는 좋은 드라마가 된다는 사실도 이미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야심차게 시작한, 한류라는 말을 손발 오글아즐게 쓰고 싶지 않은 우리 입장에서 만드는 미국 원작의 드라마를 좀 더 세련되고 괜찮게 만들어 주기를 원하는 마음은 이해하되, 그저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하였고 그 특색이 무엇이며, 전도연이 연기하는 평범하고 수동적인 여자가 어떻게 주체적으로 발전해 나가는가, 그리고 그 모습이 썩 괜찮은가...에만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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