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에, 드라마 속 영화 다시보기 (3)

종영까지 한 주를 남겨둔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소제목에 등장한 영화들을 다시보는 세번째 글이다. 소제목으로 등장하는 영화들은 드라마의 전개에 필요한 단어를 포함하거나 이미 알려진 영화 속 캐릭터를 통해 드라마 주인공의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꾸며주거나 혹은 영화의 구성, 주제가 드라마의 구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세상을 보게 된다는 말이나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마지막 두 영화는 어떤 것들일지 벌써 기대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드라마 속 영화 다시보기 (1) 보러가기]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드라마 속 영화 다시보기 (2) 보러가기]


11.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액션, 류승완, 박성빈, 류승범

네이버 줄거리 맨 위에는 꽃같은 세상 날려버린다라는 문구가 써 있다. 바닥에서 보면 세상은 너무 평온하고 너무 평범해 보인다. 친구 때문에 억울한 운명이 시작된 성빈은 자기를 구렁텅이로 들어가게 만든 석환에 대한 앙심이 자기도 모른새 자라있었다. 급기야 그 구렁텅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곳에 살아남기로 마음먹은 후에는 석환의 동생이 제발로 들어오는 것을 굳이 막아내지 않는다.

정말 사소한 사건으로 인생이 180도 나뉘어 버린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인생의 허무함이나 씁쓸함 같은 것이 있다. 드라마에는 제자를 죽이고도 뻔뻔한 갑질 교수가 등장했다. 뇌사 판정을 받은 이의 부검은 아들을 죽인 범인을 밝히는 것이지만 장기 이식을 받을 수 있는 7명의 사람을 구할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기도 했다. 부검을 통해 범인을 밝혀 원통함을 풀어줄 것인가. 아니면 장기 이식 수술을 통해 꺼져가는 더 많은 이들을 살릴 것인가. 

 

12. 노킹 온 헤븐스 도어(1998) 범죄코미디, 틸 슈바이거, 잔 조세프 리퍼스

처음 기타 코드 배우면서 불렀던 노래가 바로 노킹온 헤븐스 도어였다. 죽음을 앞 둔 두 암환자의 로드 무비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더욱 소중하고, 죽음을 받아들였기에 더욱 자유롭다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두 남자가 일확천금을 실은 자동차를 몰고 한번도 본 적 없다는 바다를 향해 달린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우리는 가슴 두근거린다. 악당들이 뒤쫓지만 그들에게 공포심보다는 죽음 문턱에서 느끼는 각성을 깨워줄 뿐이다.

드라마는 바다로 향하는 두 사람의 모티프를 따른다. 이 사건은 잘 해결되고 우리는 바다로 떠나게 될 거라는 거짓말은 재찬을 채찍질한다. A or B가 아닌 A and B의 결심에 부담감도 컸지만, 결국 무엇이 본질인가를 따져 묻는 재찬의 진심은 통하고 말았다. 마주한 바다는 소녀, 소년이었을 때 마주했던 바다와는 다른 의미였다.

  

13.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 멜로 판타지, 나카무라 시도, 타케이 아카시

비의 계절에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엄마, 남겨진 아빠와 어린 아들의 이야기다. 비의 계절에 돌아와 6주간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는 하지만 언제나 이별은 가슴 아픈 법이다. 기억을 잃었지만 비가 내리면 다시 처음부터 사랑하기 위해 다시, 만나러 가는 엄마의 사랑이 가슴에 와 닿는다.

종반부에 다다른 드라마는 이제 홍주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범인이 누구인지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꿈 속에서처럼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면 그 범인이 누군지 똑똑히 알고 그를 만나러 가야 할 것이다. 13년 전 두 주인공의 아버지를 죽음에 빠뜨린 탈영병의 형이었던 경찰도 다시 만나게 되었지만 반가워할 겨를도 없이 오랜 사건에 다시 휘말리고 만다.

 

14. 캐치 미 이프 유 캔(2003), 범죄 스릴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행크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유명한 영화다. 희대의 사기극을 다룬 영화로 문서 조작을 통해 신분세탁을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사람들은 허울에 쉽게 속고 있는가를 알게 해주는 영화다. 영리하고 약삭빠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를 쫓는 톰 행크스의 쫓고 쫓기는 연기가 일품인 영화.

드라마는 드디어 홍주를 위험에 빠뜨리는 범인의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이유범은 자기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날 처지에 처했으며 억울하게 죽어간 누명쓴 죄수의 아들은 원망과 분노가 끓어오르기 직전이다. 재찬은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고 이유범과의 악연을 끊고 검사로서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될까. 과연 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란 식의 괴씸한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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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에, 드라마 속 영화 다시보기 (2)

16부작(하루 2회, 32회)로 구성된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영화를 소제목으로 시청자들에게 이야기의 주제 혹은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도 11회부터 20회까지 소 제목 속 영화내용과 드라마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당신이 잠든사이에, 드라마 속 영화 다시보기 (1) 보러가기]


6. 눈 먼 자들의 도시(2008), 미스터리, 줄리안 무어, 마크 러팔로

비정상이 정상인 곳에서 정상은 비정상이 된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사실을 확인한다는 것과 동일시된다. 그 가운데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서 오는 박탈감은 상상이상일 것이다. 눈 먼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유일한 눈뜬 자는 인간의 악랄하고 이기적인 본성이 드러나는 현장에 경악한다. 차라리 나도 눈이 먼 사람이었으면 하는 후회는 이미 늦은 것이 되고 만다. 개인적으로 영화보다는 책으로 읽었을 때 더 강렬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며 읽어내는 소설이 영상으로 구체적으로 전달되는 영화보다 주제를 더욱 적확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친동생까지 죽음으로 몰아넣은 인간이 뻔뻔하게 무죄로 풀려나는 광경은 그야말로 인간의 밑바닥이라고 할 수 있다. 동생의 죽음을 사고로 위장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고 동생의 시신 앞에서 오열하는 연기를 선보이는 형. 그를 돕는 이유범 변호사조차 악수한 손을 몇 번이고 되씻는다. 과연 잘못을 저지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돕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 것인가.

 

7. 말할 수 없는 비밀(2008), 멜로 판타지, 주걸륜, 계륜미

피아노를 매개로 시간을 초월한 십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2015년 재개봉되기도 하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비밀스런 여자아이와 그런 아이를 알아보는 매력적인 남자아이. 항상 2% 부족한 상태로 틀어지고 말아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영화는 훌륭한 피아노 연주 솜씨, 감독이 만들어내는 미스테리한 장면들과 함께 오랜 기간 마음에 남았다.

드라마는 이번엔 이런 시간을 초월한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제목을 빌리지 않았다. 일차원적으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진듯한 우탁이에 관심을 주고 있다. 물론 13년의 시간을 거슬러 인연이 있던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이번 편은 드라마에서 숨고르는 회차였을 뿐이다.

 

8. 오만과 편견(2005) 로맨스,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맥퍼딘

남녀의 연애에 걸림돌이 되는 오만함과 편견. 소설명작집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오만과 편견>이다. 이전에 영화화 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2006년 키이라 나이틀리의 엘리자베스는 또 달랐다고 평가된다. 오해의 다른 이름인 오만과 편견은 서로의 감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마음을 졸이는 불완전한 청춘의 다른 이름은 아닌가 싶다.

드라마에서는 이 오해나 오판을 만들어낸 오만과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말한다. 어린 시절 방황하다 전과까지 가진 사람이 용의선상에 오르자 당장 범인으로 여겨지고 마는 형국에 믿을 것이라고는 약점을 쥐고 있는 경찰인 친구. 자의든 협박에 못이겨서이든 우탁은 친구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재찬을 설득한다. 그 친구의 절도와 폭력은 다른 사람에게 악의적으로 자행된 범죄가 아닌 아주 사소한 것들이 부풀려진 것이었고, 이런 사실은 전혀 상관없는 지금의 의혹에 편견을 만들어주는 것에 불과했다.

 

9. 유주얼 서스펙트(1996), 스릴러, 가브리엘 번

더 이상의 반전 영화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을 만큼 유주얼 서스펙트는 마지막 반전 장면이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수사관이 용의자 5인의 진술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해 나가는 기장감이 돋보였다. 과연 카이저 소제는 누구란 말인가... 하지만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드라마는 재찬의 습격을 예고하고 그를 공격할 용의자를 내세운다. 벙거지모자를 쓰고 횡단보도에 선 그를 공격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지 밝히는 것이 이번 회차의 내용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목과 내용 구성까지도 딱 들어맞았다고 볼 수 있다.

 

10. 소년, 소녀를 만나다(1996) 드라마, 드니 라방, 미레일 페리어

이름은 알려진 듯 하지만 내용은 다소 생소한 영화다. 프랑스 영화는 머리가 아닌 감성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가끔은 그 몽환적인 배우들의 표정이나 허무한 사건, 기이한 사랑의 방식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고는 한다. 이 영화도 흑백의, 다소 쳐지는 영화다. 실연의 상처를 입은 두 남녀가 만나 끌리게 되지만 결국 이전 사랑을 잊지 못하고 해피엔딩을 용납하지 않는 잔인한 사랑을 만나볼 수 있다.

반대로 드라마는 긍정적인 의미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가족을 잃는 커다란 사건을 동시에 겪었던 과거의 인연이 바로 옆에 있던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시 남자는 한발짝 다가서고 여자는 한걸음 물러서 주춤한다. 시청자는 눈치챘던 이 사실을 두 주인공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들이 소년이고 소녀였을 시절의 아픔은 이제 다 자란 연인이 되어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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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에, 드라마 속 영화 다시보기 (1)

이종석, 배수지의 드라마 <당신이 잠든사이에>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의 미래를 미리 꿈을 알 수 있다는 판타지적 성격을 가진 드라마다. 이종석은 이전 작품에서도 범상치 않은 인물을 연기했다. 상대방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거나(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예 웹툰 속의 가사의 인물(W)이기도 했다. 매끈한 피부에 훤칠한 체격, 담담한 목소리가 왠지 범상치 않은 인물을 연기하게 안성맞춤이어서 일까. 

주인공 정재찬(이종석)인간미를 갖춘 검사답게 사사건건 맡은 사건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지만, 동료들은 어느새 그를 응원한다. 운명처럼 재회한 남홍주(배수지)와의 달달한 모습은 가슴 설레게다가 이유범(이상엽)의 비열한 모습에 부들부들하게 하는 보는 재미가 있다. 

한 주 2회 분량이 하나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하나씩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등장인물의 관계와 뒷 이야기가 밝혀지며 갈등이 고조되는 구조다. 주인공 세 사람의 갈등(홍주가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하게 될 운명이 예고되고 그것을 막기 위한 재찬과 죽음과 관련 있어 보이는 유범)이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동안 파렴치한 범인들을 놓치지 않았던 만큼 마지막 예고편과 달리 해피엔딩을 기대해본다.



드라마가 시작되는 순간마다 눈길을 잡아끄는 문구가 있다. 드라마 소제목에 기존 영화의 제목을 넣어둔 점이다. 소설이나 웹툰을 원작으로 뮤지컬, 드라마, 영화로 인기를 끌었던 꽤나 알려진 작품들의 제목들이다. 드라마 제목부터 1995년 개봉했던 로맨틱코미디 <당신이 잠든사이에>와 동명이다. 


1. 당신이 잠든 사이에(1995) 로맨스코미디, 산드라블록, 빌풀만

언뜻 드라마와 이 영화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영화는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은 남자를 구해준 여주인공이 남자의 가족들에게 약혼자로 오해받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사실 여자는 매일 그 남자를 보면서 관심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남자의 가족들을 보다 사랑하게 되어 거짓말을 계속하게 되는 상황이 영화의 긴장을 끌고 간다. 산드라 블록 특유의 꾸밈없는 캔디형 스토리라 결과는 뻔 하다고 여길지라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드라마는 이 제목을 '잠든'이라는 단어에 집중한다. 영화가 의식을 잃은 형이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들을 만나게 하는 동기였다면, 드라마는 의식을 잃고 예지몽을 꾸는 주인공의 특이한 운명이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 꿈에서 과거과 현재 혹은 미래의 불안의 해결의 실마리가 있으므로 홍주가, 재찬이, 우탁이 잠든 사이에 불행은 행복으로 방향을 틀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 된다. 


2.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액션,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두 번째 영화는 바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다. 미국 서부시대를 배경으로한 원작을 만주벌판으로 옮겨와 만들어진 영화는 꽤 인기를 끌었고 안정감있는 캐릭터 구조덕인지 많은 패러디를 낳았던 작품이다. 진지하고 늘 침울한 좋은놈과 나쁜놈과는 달리 속사정을 도저히 알 수 없는 최후 승자, 이상한 놈의 무법천지에서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다. 

드라마에도 이들 세 캐릭터를 통해 주인공 소개를 시도한다. 정의에 찬 검사인 재찬이 착한 놈이라면 자기 잇속을 위해서라면 윈윈이라는 허울 좋은 말로 비리를 일삼고 자신의 과오를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는 유범은 나쁜놈이 딱이다. 여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똘끼 충만한 여기자의 이상한 놈 홍주까지 드라마를 끌고 나가는 주인공들의 구도를 제시해주는 용도로 이 영화는 제격이다.


3.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액션, 김수현, 이현우

세 번째 영화는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웹툰을 영화로 만들어서 흥행한 사례 중 하나로 배우 김수현의 캐릭터 싱크로율이 흥행을 견인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달동네 바보로 위장해서 조국통일의 임무를 기다리는 남파 공작원인 주인공 원류환은 원래 북한의 남파특수공작 5446부대의 엘리트 요원이다. 초록색 추리닝차림에 동네 바보로 수난을 당하기도 하지만 아무도 없을 때의 매서훈 눈빛이나 남성미 물씬 풍기는 훈련씬, 꽃미남 요원들의 전우애 등이 관람 포인트다.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평범하고 조금 부족한 캐릭터가 사실은 세상을 구하는 정의의 히어로가 된다는 설정은 오히려 각팍하고 살기 힘들다는 현실에서 더욱 환영받는다.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 시작한다. 등장인물의 소개와 처지, 관계 등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이제 이야기는 바깥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말석 검사로 허당 끼가 충분한 재찬의 캐릭터와 영화 속 김수현이 연기했던 캐릭터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그보다 동갑내기인 재찬, 홍주 그리고 우탁이의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사건 해결 과정이 영화와 닮았다. 재찬이 구한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사건이 주인공들과 얽히면서 각자의 꿈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4. 어 퓨 굿 맨(1992), 범죄 미스터리, 톰 크루즈, 잭 니콜슨, 데미 무어

군대에서 발생한 사건, 중앙에서 파견되었지만 실상을 조사하기 보다는 합의가 목적인 주인공이 반대로 열정적인 동료의 부추김에 서서히 내막을 파헤쳐 나간다는 내용의 영화다. 톰크루즈의 젊고 멋진 모습뿐만 아니라 위트 있는 매력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준다. 

드라마에서는 서류로 간단히 처리되고 마는 사건이 얼마나 큰 사건으로 되돌아 올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피해자의 진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보는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줄 정도다. 그래야지. 검사가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죄인을 마땅한 벌을 받게 해야지. 세상에는 이런 검사도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 하는 혼잣말을 하게 만드는 순간이 반복된다.


5.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로맨스 코미디, 김하늘, 강동원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진화한 버전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반지를 매개로 약혼자로 오인받는 설정이나 신분을 속이며 남자의 가족들에게 서서히 인정받아 가는 것이 그러하다. 여자 캐릭터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여기에 속수무책인 남자 주인공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

이번에도 드라마는 기존 영화의 캐릭터나 배경 혹은 주제를 은근히 가져오거나 제목의 단어와 의미를 활용한다.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꿈에서 미리 만나는 홍주는 오히려 그 두려움과 슬픔을 일상에서 들키지 않으려고 애쓴다. 씩씩하려고 하고 4차원의 매력으로 무엇이든 돌진하는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 그녀가 다가오는 것이 재찬은 두렵다. 두려움과 슬픔을 발랄함으로 덮어버리는 그녀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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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와이프, 전도연은 여자 조들호를 넘어설까

 

tvN의 새로운 드라마 <굿와이프>가 베일을 벗었습니다. 2009년 시작된 동명의 미국 드라마 원작을 리메이크했다는 것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첫 2회 분량에서는 그 '리메이크'에 충실했다는 중론이네요.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드는 것과 달리 같은 장르에서 리메이크 한다는 것은 리메이크 하려는 이유(예를 들면, 소재의 신선함이나 새로운 문화권 혹은 시대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가능성같은)에만 집중하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부분에서 원작과 비교할 수 있기에 더 많은 비판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굿와이프>의 첫 2편에 대한 평가는 다소 차가운 것 같습니다. 그 차가운 평가에 대해 개인적으로 차가운 시선을 가져보자면, 어쩌면 미국 드라마를 우리가 가져다 만들었다는 지점에서 세련된 미드의 짝퉁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이미 그 작품을 먼저 접했고 원본과 비교할 때 이것은 이렇다.. 의 식인 비판을 하는 몇몇의 글을 보자면 시기적으로 오랜 미드의 1,2편을 우리 정서에 대한 고민이나 시간적 변환없이 많은 부분을 그대로 가져온 것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네요.

 

 

 

 

한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리메이크든 전환을 하든 그 원작이 되는 작품에 주목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에는 자신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에 원작을 원본다루듯, 그것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원작에 대한 정보가 없이도 새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지점이 없다면 곤란하거든요. 새롭게 만들어지는 스스로가 '원작'이 되어야 합니다.

 

이번 주 분량에서는 바람난 남편의 살해누명을 쓴 부인, 성폭행 피해여성에 관한 내용을 다루면서 공감능력 100%인 여성 변호사 김혜경과 주변 인물 소개로 시작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중심 스토리가 되는 남편 이태준의 누명(?)과 관련한 내막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단서찾기의 시작편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종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이야기 구조와 비슷합니다. 비록 냉철한 검사출신이지만 개과천선한 동네 변호사가 서민의 편에서 작은 승소를 거둬나가면서 결국에는 권력과 대항하여 승전보를 울리는 통쾌한 이야기였죠.

 

다만 조들호와 김혜경의 차이점이 두 드라마의 큰 차이점으로 작용합니다. 조들호는 시작부터 스스로가 대결구도의 주체였지만, <굿와이프>의 김혜경은 누군가의 와이프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죠. 능력은 있지만 15년을 가정주부만 했던 여자가 어느날 갑자기 능력있는 변호사가 된다는 설정도 어려운 일인데, 조들호처럼 애시당초 적대자와 싸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와이프에서부터 '김혜경'이 되어야 하는 제로베이스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굿와이프>의 공식 사이트에서도 김혜경의 인물소개를 '이태준의 부인이 아니라 인간'김혜경'의 인생에 눈을 뜬다'고 적고 있으니까요.

 

 

 

 

미드에서 출발한 드라마답게 <굿와이프>의 공간들은 조명이나 소품, 인물의 제스처 등에서 모두 '세련'을 강조하는 듯 합니다. 이런 형식적 지문 외에도 인물들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냉철함을 유지한다든지, 드라마의 재미가 캐릭터의 우스꽝 스러운 농담이나 행동이 아니라 사건을 뒤집는 전략적 카타르시스라는 점이 그런 이미지를 뒷받침합니다. 

 

영상미가 인상적이거나 나레이션이 일품이었던 다른 드라마들도 원작과의 비교부터 캐릭터 몰입, 대사, 연기, 주제에 대한 공감이나 스토리 구조 등에 많은 비판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TV앞으로 이끄는 무언가가 있다면 결국에는 그 드라마는 좋은 드라마가 된다는 사실도 이미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야심차게 시작한, 한류라는 말을 손발 오글아즐게 쓰고 싶지 않은 우리 입장에서 만드는 미국 원작의 드라마를 좀 더 세련되고 괜찮게 만들어 주기를 원하는 마음은 이해하되, 그저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하였고 그 특색이 무엇이며, 전도연이 연기하는 평범하고 수동적인 여자가 어떻게 주체적으로 발전해 나가는가, 그리고 그 모습이 썩 괜찮은가...에만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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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목보3] UCC스타 어벤져스 미오 무대

 

 

tvN의 인기 음악예능인 <너의 목소리가 보여>(이하 너목보)가 시즌3로 돌아왔습니다. 외모, 립싱크 등으로만 진짜 실력자를 가려내는 기존 포맷을 그대로 유지한채 24년차 가수 박진영이 등장하였습니다. 박진영은 나름의 예리한 눈과 귀로 출연자들을 가려내었습니다.

 

이미 황치열이라는 루키를 발굴해 내기도 했던 너목보가 이번 시즌에는 어떤 흥미거리를 만들어 낼지 기대를 하던 차에 오늘 첫 방송에서 UCC스타로 알려진 어벤져스, 미오가 출연했습니다. 지난 시즌에 가짜 어벤져스가 출연하기도 하였기에 이번에도 긴가민가하였지만, 가면을 쓰고 립싱크를 하는 것에서 어색함이 보여 공개순간까지 기대를 그다지 하지 않았어요.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를 멋드러지게 편곡하여 부르다가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원더걸스의 노래 텔미를 삽입한 부분에서는 전문 뮤지션의 모습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최근 공중파 방송에서도 음악 예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기존 오디션이나 경연 방식으로 이루어지던 음악 예능이 이제는 가수 지망생과 프로 가수간의 케미를 내세우며 훈훈함을 만들어 가는 방식의 예능으로 그 트렌드가 옮겨간 느낌이에요. <히든싱어>가 팬심을 내세우며 원조가수의 복사판인 출연자들의 실력발휘를 지켜보거나 <판타스틱 듀오>, <신의 목소리>에서도 실력파 가수와 짝을 이루어 듀엣 혹은 경쟁의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면서 그들 각각의 관계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만드는 것이 그 예입니다.

 

 다시 돌아온 <너목보>의 경우, 어쩌면 철저하게 <히든싱어>를 뒤집어 놓은 것이면서 훈훈한 음악 예능의 트렌드의 범주에 함께 합니다. <히든싱어>가 아무런 단서 없이 철저하게 출연 가수의 노래에 집중하도록 하는 텅빈 무대 연출과 달리 <너목보> 등장하는 이들의 외모나 립싱크의 외적 단서만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첫번째이며 <히든싱어>가 프로그램의 깊숙히 들어가 출연한 실력파 가수의 위치를 경쟁관계에 놓아둔 것에 비해 <너목보>가 외부에서 출연자들의 진위를 가려내려고 노력하는 퀴즈쇼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다른 것이 두번째입니다.

 

 음악 예능은 짧은 비디오 클립으로 나누어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유되기 적합하면서 이런 모듈을 통해 음원이나 연말 종합편성 등으로 2차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예능이 등장한 마당에 <너목보>가 이번 시즌에도 선전할 수 있을 지 더 지켜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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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시니어의 삶을 감상하다.

 

 평균 수명이 80세가 넘어가고 100세 수명이라는 말이 익숙한 요즘입니다. 시니어 혹은 실버 산업이 미래 산업의 주요 테마로 거론된 지도 벌써 오래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젊다 생각하는 우리에게는 시니어라고 하면 그저 힘없이 자식 눈치나 보는 주변인이기 쉽습니다. 지금의 시니어는 그간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릅니다. 건강과 재력을 가지고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며 노련한 전문성까지 갖추어 당당하게 생활하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 그렇게 살고자 합니다.

 

 

 최근 보는 드라마 중에 <디어 마이 프렌즈>는 그런 시니어들의 삶을 다양하게 조망합니다. 위의 시니어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검사출신 엘리트 시니어 이성재(주현님)나 비록 암을 겪고 있지만 화려한 삶을 사는 중년 탤런트인 이영원(박원숙님), 젊음을 쫓는 억척 사업가 조충남(윤여정님)뿐만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아는 '꼰대'스러움의 대표 주자인 할아버지 김석균(신구님), 치매 증상을 보이는 4차원 조희자(김혜자님), 젊은 시절 매운 시집살이에 가출을 감행하는 문정아(나문희님)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어린 학창시절부터 알아온 사이로 언니오빠 친구 관계입니다. 그들의 자식들도 이모, 아저씨로 부르며 먼 친척보다 살가운 사이로 지내죠.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드라마에 명목상 주인공 화자로 등장하는 이가 모든 이의 개딸로 인정받는 박완(고현정님)입니다. 소설가인 그는 과부로 억척스레 사는 엄마(고두심)과 티격태격하지만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또 거역하지 못하는 착한 딸입니다. 그래서 불구가 되버린 연인(조인성)과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도 하죠.

 

 완이의 눈으로 그리는 이들 시니어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 사뭇 다릅니다. 그들도 언니 오빠, 친구들과 함께 청춘을 보내고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어 온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 사뭇다른 점입니다. 어린 시절 잠깐 함께 살았던 외할머니의 나이거 67세였고 지금 생각하면 한참 젊은 나이인 그 때 할머니를 나는 말 없으시고 소심하고 조금은 궁상스럽게 떠올리고 있었을까요.

 

 나름의 사랑을 하고 아직도 설레고 지금도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면서 남편, 아내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철없는 시니어들의 삶은 분명 현재 진행형입니다. 소설가 완이의 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듯 나래이션이 주가 되며 각기 다른 삶을 골고루 조망하듯 펼치는 드라마가 편안함을 주면서도 가슴 저릿하게 느껴집니다.

 

 문득 문득, 꼰대들의 독선이나 고집일 수 있었던 행동들이 알고 보면 그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냉철한 가치판단이고 그것의 단호한 표현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는. 꼭 부모님을 보내드리고 남은 불효자의 가슴 먹먹한 깨달음을 이 드라마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지난 주말 부모님께 까탈부린 리타로서는 이 드라마 속 꼰대들의 이야기가 마치 내 부모님의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움찔움찔합니다. 말이라도 이쁘게 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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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 틀에 갇힌 남자와 틀을 깨는 여자

 

 30대 여성 취향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고 하더라도 이 드라마의 흡입력은 남다릅니다. 이미 여주인공 오해영으로 물망에 올랐던 김아중, 최강희보다 인지도 면에서 떨어졌던 서현진의 재발견이라고 불릴 정도로 tvN의 <또! 오해영>에서 오해영은 이제 서현진이 아니면 안되게 되었어요. 게다가 드라마만 찍으면 그 매력을 두 세배로 끌어올리는 에릭의 짠내 풍기는 연기만로 두 사람의 밀당을 계속해서 들여다 보도록 만듭니다. 물론 이 로맨스라는 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의 시작에 불과합니다만.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젊은 남녀의 3-4각 관계의 그저 그런 로맨틱 드라마였다면 이렇게까지 호들갑스럽게 리뷰를 쓰고 앉았지 않았을겁니다. 스치듯 지나가는 이유들을 대보자면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조연들의 캐릭터라든지, 두 주인공의 알싸한 연애의 시작을 만들었던 쪽문 열리는 그럴싸한 저택으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골목길이나, 미래인지 환상인지 혹은 과거인지 모를 혼돈의 영상, 줄줄이 열맞춰 정신 빼고 걷는 남자 주인공과 직원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며 ... 스스로의 일상으로 대입시켜 보기 충분한 구석이 많은 드라마라는 것입니다.

 

 얼마전 콘텐츠의 창조력에 대한 모임에서 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것 처럼, 드라마는(문화콘텐츠)는 '케미'와 '저격'의 조건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태양의 후예>를 썼던 작가가 했다는 말처럼 드라마가 작품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소비될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도록 맞춤이어야 한다는 저격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협력해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 오해영>은 그런 점에서 또달리 우리들을 저격합니다. 그리고 드라마 속의 인물들의 외모와 연기는 남다른 캐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미지의 나라에서의 재난 속 영웅담이 아니라도 우리 일상 속에서 쉽게 절망하고 죽음을 생각하는 개미들의 이야기도 '죽을 때, 너무 힘든 이 순간을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아닐거야'라는 해탈의 순간을 까발리며 큰 위로를 만들어 줍니다.  

 

 영화의 음향을 입히는 남자 주인공의 직업과 외식 사업부에서 일하는 여자의 직업은 이러한 개미들의 속성을 잘 드러냅니다. 철저한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영상은 부드러운 조명과 세심한 음향으로 보는 이들의 청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기본으로 하면서 이들의 직업에서 오는 미묘한 긴장은 다른 감각들까지 깨워내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산들거리는 나비의 소리라든지, 이미 커버린 아이의 웃음과 노래소리라든지, 주절주절 떠들고 마는 소음같은 소리들이 고스란히 저장될 수 있다는 것과 슬플때나 기쁠때나 무엇인가를 꾸역꾸역 먹고 있는 모습에서 허기를 대신 채워나간다는 것이 '충족'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되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 종종 등장하는 영상은 틀에 갇힌 남자와 틀 밖의 여자를 대조적으로 나타내기를 좋아합니다. 격자의 창밖에서 창 속의 남자를 들여다보거나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방을 오가는 남녀가 문지방을 테두리로 대화를 잇는다거나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주로 남자가 틀 속에 갇혀 있고 여자는 틀 밖에서 남자를 응시하는 구도입니다. 여자는 밝고 남자는 어둡습니다. 입고 있는 옷조차도 여자는 노랑 빨강 파랑 등의 밝은 계열이지만 남자는 검은 셔츠에 검은 바지, 하얀 운동화차림이 대부분입니다.

 

 누군가는 흙수저 오해영이 금수저 오해영에게 갖는 열등감을 남자 박도경으로 해소한다는 것으로 비판을 하였지만, 금해영과 박도경이 가지고 있지 못했던 소극적 인생의 자세를 적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주인공이 되기 충분하다는 당위를 남은 드라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나가려는 남자와 꺼내려는 여자'의 줄다리기이며 그 줄다리기는 촘촘하게 둘러쌓인 틀을 깨부수고 어차피 죽을 때 아무것도 아닌 지금의 거추장스러움쯤은 쿨하게 넘길 수 있는 용기를 만들도록 합니다.

 

누가 불쌍한 가의 문제가 아니라

신데렐라 이야기나 수동적인 남여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운명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문제를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거죠.

 

옹졸하고 시야가 좁은 사람은 내 일이 가장 커보이고 그래서 항상 지치고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또 많은 시기와 질투를 가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주변의 그들을 인정하고 그들의 장점을 보도록 하며 그것을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게 되면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 흙수저 오해영은 한국땅에 사는 젊은 처자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한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사람으로 미운오리가 아닌 백조로서의 삶을 돌아보고 주변을 보듬을 수 있게 되는가 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만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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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응답 브랜드의 건재함을 과시하다

 

전작 만큼 인기를 끌기 어렵다? 속편의 한계라던 그 법칙이 요즘 조금은 무색합니다. tvN의 <응답하라...>시리즈로 다시 시작한 <응답하라 1998>은 전작들의 공식을 이어가면서 아날로그 시절을 그대로 데려왔습니다. 그 시절 사실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젊은 연기자들이 능청스레 유행을 입고 따라하고 마시며 살아가는 것을 보는 것은 그 시절을 관통한 사람들에게는 추억 속 앨범을 펼치는 것마냥 흐믓하기까지 합니다.

 

 

 

<응답하라>시리즈가 일견에는 '팍팍한 지금을 잊고자 하는 추억팔이'라 할 지라도 오히려 그 어느 드라마보다 현실의 우리의 모습을 잘 투영한 드라마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왜냐하면 보여주는 것 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이죠. 

 

 이번 <응답하라 1988>은 우리나라 안팍이 시끌시끌하던 해입니다. 가만보면 지금이 그 시절보다 더 나아진 것이 없는 것도 같지만,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역동의 중심에 있던 시기가 바로 1988년이 아닌가 합니다. 올림픽을 개최한 몇 안되는 아시아 국가이었지만 대학생들의 대모가 끊이지 않았던 시기이기도 하니까요. 그 주역들이던 지금의 40대 들이 풋풋하던 그 시절, 지금의 고등학생들과 같이 유행에 민감하고 인기 연예인에 열광했으며 그 지독한 입시 지옥을 겨우 지나와 우리 엄마 아빠 삼촌 고모가 되어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습니다. 아직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40대라는 것이 부모님을 모시고 자식들 뒷바라지하면서 회사에서는 중심에 놓인 사회적 허리를 담당하는 중요한 세대입니다. 그들도 풋사랑이 있었고 일탈이나 열정이 있었으며, 누구보다 시대에 관심을 많이 두었던 살아있던 세대였다는 것을 이렇게 집요하게 그 시절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과 방송 프로그램들과 조금은 유치했던 광고와 소품들의 나열로 이야기합니다.

 

여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수의 친구들 중 하나가 미래의 남편이 된다는 설정, 친구들 중에는 유명인이 하나, 초특급 우등생이 꽤 좋은 학교에 진학해서 미래에는 어엿한 전문직에 종사하는 식의 설정, 그 시대의 굵직한 사건을 이야기 안으로 끌고 들어온다는 설정 등 캐릭터 관계나 스토리 구조는 <응답하라>의 공식입니다. 여기에 이일화 성동일 부부가 호남 영남 커플의 기존 캐릭터를 그대로 담아 전작에 이어 연속적으로 등장하고 전작의 출연자들이 까메오로 출연하거나 아예 다른 캐릭터로 연속 등장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입니다.

 

그 시대의 실제 사건들과 유행, 상품, 인기 연예인들이 그대로 나오는 것은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유명인들의 젊은 시절을 보이거나 오랜 광고와 꽤 인기를 끌었던 과자와 음료수들이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이번에는 <가나초콜릿>이 메인 ppl 광고 상품으로 등장했죠.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마음을 전하는 선물로도 등장하고 인터넷의 클립영상을 보는 중간에도 '진한 추억'이라는 단어로 가나 초콜릿광고가 끼어듭니다. 결정적으로 그 시절 최고 인기를 누렷던 이미연이라는 이름이 직접 언급되고 그 이미연이 주인공인 성덕선의 미래의 모습으로 분합니다. 한 시간 짜리 광고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그 청순한 소녀의 수줍은 광고가 계속해서 아른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초콜릿은 달콤하지만 쌉싸름한 그 시절 풋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것이면서도 그 달콤 쌉싸름이라는 맛이 또 다른 정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품과 드라마에게 윈윈인 듯 합니다.

 

 

 

이미연의 가나 초콜릿 광고

 

 

비록, 평범한 우리 주변에는 절대 없을 것 같은 절대 능력의 유명인이라던지, 성공한 동창이라던지, 알고보니 절세 미녀였던 여자 사람 친구라던지의 일은 흔한일이 아니기에 <응답하라 1988>은 사실 판타지입니다. 이번에 등장하는 다섯 가족들처럼 항상 정이 넘치거나 이웃간에 애정이 돈독하거나 공부 잘하는 애들이 이렇게 사이가 좋거나 하는 일은 사실 보기 힘이듭니다. 마치 정환이네 집이 복권에 당첨되어 졸부가 된 사연처럼 가능성이 희박한 이야기일런지도 모릅니다.

 

우리 주변 일상의 모든 사물을 그대로 재현한 그 시대에 오히려 우리의 모습은 이런 판타지로 넣어 둔 셈입니다. 그 시절의 갈등이나 고통이 없을 리 만무합니다. 하지만 그 시절을 추억하고 그 시절의 아날로그 감성을 보는 것이 즐거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고통들을 버티어 낸 지금의 내 모습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그래서 그 시절 똑닮은 과자며 음료수며 패션소품들에 묻어있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흐믓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죠. 아마도, 이 캐릭터들이 만들어낸 판타지는 그 이야기를 재생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지난 주 시청률이 8프로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공식이 반복될 때 오는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출연자들의 호연과 그 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남아내려는 노력이 눈에 들어온데다, 달달한 첫사랑의 기운이 우리를 들뜨게 만들었음이 분명합니다.

 

진부한 것 같은 그 시절의 개그마냥 단순히 덕선이의 남편이 누구인지를 찾아내는 게임을 하는 것이라 할 지라도 이 '응답 브랜드'는 이제 확실히 자리를 잡은 듯 합니다. 드라마에 실제 우리의 사연을 작은 에피소드도 녹여내는 응답... 시리즈를 어찌 우리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정환이는 왜 자꾸 이렇게 심쿵하게 하는 것일까요.

 

 

 만원버스에서 덕선이 지켜주는 정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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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가이드, 아줌마는 예뻤다.

 

 tvN이 새롭게 선보이는 여행 프로그램 '가이드'는 꽃보다 시리즈의 후광을 어느정도 업고 가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나영석 PD의 꽃보다 시리즈에서 익숙했던 편집이나 음악 혹은 캐릭터 만들기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할배들의 무뚝뚝한 발걸음, 여배우 누나들의 털털함, 어느덧 중년이 된 청년들의 여행보다 아줌마들의 여행은 관심이 덜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게다가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이 참여하는 것은 방송이나 촬영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방송에서 더욱 경직될 수도 있고 낯선 아줌마들에게 시청자들이 호감을 가지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엄마들의 휴가라는 컨셉은 좋습니다. 굳건히 일과 가사를 담당해내면서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슈퍼우먼들이기 때문에 잠깐의 휴가는 그 누구의 휴가보다 더 달콤하지 않았을까요. 비행기를 타고 낯선 곳으로 떠나고, 멋진 남자 가이드들이 든든하게 여행을 돌보고, 남이 해주는 밥을 먹고, 1분 1초가 아까워 잠을 설치던 아줌마들의 여행은 보는 사람들조차도 즐겁게 했습니다. 

 

 그래도 공기나 물이 없어야 그 소중함을 알 듯, 우리의 아내, 엄마들은 늘 있어야 하던 집에서 멋어나 오로지 그녀들의 시간을 위해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렇다 할 PPL도 없어 보이고 난 데 없던 공포 컨셉의 편집은 잠시 뜨악 스럽기도 했지만, 네델란드 북부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의 여행은 컨셉의 프로그램은 너무도 신선하고 가슴 트이는 기분이었습니다.

 

 

 

 '가이드'라는 제목답게 이서진이 맡았던 짐꾼의 역할을 맡은 3명의 남자 연예인들은 이러한 아줌마들의 소녀 로망스를 채워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정극에서 진지한 실장님으로 자주 나오던 박정철이 '집밥 백선생'에서 약간의 허당끼를 발산하며 친근하게 다가오더니 이번 여행에서 막내 역할을 충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도 소통을 몰랐었다고 하면서 최근 예능에서 두각을 보이는 안정환은 역히 이번 '가이드'에서도 진행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였고요.

 

 

 

  일찌감치 결혼해서 결혼 20년차를 맞은 권오중은 가이드 역할을 능숙하게 하면서도 집에 두고온 남편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하는 듯 보였습니다.

 

 

 평소 우리는 '아줌마'라고 하면 괴팍하고 부끄러운 줄 모르는 제 3의 성으로 낮잡아 보기도 했지만, 이 여행에서는 그녀들은 더이상 아줌마가 아니었습니다. 길가에 핀 작은 꽃에도 마음을 쉬어 갈 줄 아는 소녀들이었습니다. 어릴 때 만난 첫사랑과 결혼을 하고 일찍 하늘나라로 가버린 두 아이의 아빠를 그리워 하는 소녀와 많은 아이들을 낳아 누구의 엄마로만 불리던 흥이 많은 소녀, 늦둥이가 눈에 아른거릴 줄만 알았는데 두근두근 여행이 즐겁기만 하다는 소녀가 금새 친자매 된 듯 즐겁게 길을 걷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게 되었어요. 세 가이드들도 이런 출연 아줌마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그들에게 좋은 여행을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을 더하고 즐거움을 주기 위해 너스레를 떨어도 보고 아줌마 아저씨들의 50금짜리 농담을 스스럼없이 주고 받으면서 자연스레 그들만의 여행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일단 보기 좋았습니다.

  

 

 

 '가이드'는 미션이 있어야 하는 것, 용돈 안에서만 지출을 할 것, 편을 먹고 경쟁을 하는 등의 예능의 요소들은 최소화 하고 각자 아줌마들의 사연을 보듬는 힐링 여행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시청자들은 여기에서 휴가를 떠난 엄마들을 떠올릴테고 휴가를 가는 자신의 모습을 기대할테고 그럼에도 꿋꿋하게 일상을 살아낸 그들의 사연에 토닥토닥 마음을 두드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여행에는 아줌마 출연자들의 사연이, 활약이 더욱 흥미롭게 이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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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 동참하구싶당 안정환과함께하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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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귀신님' 강셰프를 부탁해

 

  전설의 고향 보면서 한 여름밤 더위를 날려 버리던 추억을 생각해보면, '오 나의 귀신님'은 똑같이 귀신이 나오기는 하지만 납량 특집이라기 보다 왠지 달달한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순애가 빙의한 봉선이의 활기 넘치던 지난 3,4회와 달리 5회에는 소극적이고 우울한 봉선이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금까지 각 캐릭터와 그 관계를 소개하고 그들의 과거에 대한 실마리를 하나씩 꺼내 보였다면 이제부터는 하나씩 그 실마리를 풀게 되는 국면이 열린 셈이죠.

 

  '오 나의 귀신님'은 장그레의 탈을 쓴 신데렐라 봉선과 백마탄 왕자님의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tvN특유의 트랜디함을 내세우는데요. 요리하는 남자의 섹시한 면모,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인기몰이를 하거나 위기에 빠지고 혹은 로맨스를 이어주는 요소요소가 더욱 친근함을 갖게 합니다. 최근 방영했던  '식샤를 합시다'에서 처럼 서스펜스를 가미하면서 귀신이라는 소재로 드러내 놓고 판타지를 이야기합니다.  

 

 

 

 (사진 출처: tvN 홈페이지)

 

  그 가운데 리타는 주인공인 나봉선보다 강선우에게 더 관심이 갑니다. 나름 자수성가한 인기 셰프지만 주변을 둘러싼 여자들 모두 보통 여자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일상이 편안할 날이 없는 운명인 셈이죠. 어머니는 열아홉에 자기를 낳아놓기만 하고 대학 교수까지 된 겉으로 보기엔 꽤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고 여동생은 큰 사고를 당하면서 발레리나의 꿈을 접고 자살기도까지 한 아픔을 가졌습니다. 나봉선은 귀신을 볼 수 있고 심약하면서 소심한 성격에 고시원을 전전하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주방 막내이며, 첫사랑 이소형은 절친과 결혼해버렸지만 친구가 사고로 죽은 후 일에만 전념하여 단단히 마음의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처녀 귀신인 순애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가족 주변을 맴돌면서 빙의했던 봉선과 양기남인 선우를 자꾸만 괴롭힙니다.

 

  이렇게 다섯은 강선우에게 미움 혹은 슬픔을 가지게 하는 사랑하는 여자들입니다. 슬프고 아프고 미워서 떨어지려하면 신경이 쓰이고, 대신 다가가려 하면 가시에 찔려 아픔을 겪게 되는 상태여서 안타깝기만 한 인물입니다. 

 

(사진 출처: tvN 홈페이지)

 

 

  강선우를  연기하는 조정석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귀엽상한 외모는 상대배역인 나봉선의 박보영과도 참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꽁냥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슬픔이나 괴로움이나 우울함이나 등등등을 잊게 만들어 버립니다.  

 

강선우, 나봉선 그리고 신순애가 하나의 장(場)을 이루고

주변인물과의 사건에 의해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사진 출처: tvN 홈페이지)

 

 

  이제부터 시청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순애가 과연 처녀귀신의 한을 풀고 저승으로 갈 수 있을 것인가'의 표면적인 문제 해결과정을 지켜보는 것, 언뜻 비치기 시작한 최경장의 숨겨진 모습과 그와 관련있을 주변 인물들의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는 것 그리고 나봉선과 강선우의 로맨스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포인트가 시작되는 곳이 바로 강선우 셰프입니다.

 

'오 나의 귀신님' 앞으로 강셰프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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