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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자의 단어장

[놀이] 절대 생산적이지 않은

 

[문화기획자의 단어장: 004. 놀이]

 

엄밀 정확함 속에 머물러야 하는 자유

 

 호이징가는 <호모루덴스>에서 잡아두는 제도들이나 그것들의 영광에 공헌하는 학문들의 대부분의 근원을 놀이 정신에서 찾습니다. 놀이나 게임의 특성을 일이나 교육에 접목하려는 것은 놀이나 게임이 가진 몰입성 때문이고 이 몰입은 재미있는 대상을 통해 즐거움을 얻으려는 욕망때문입니다. 

 

 놀이는 생산적인 노동과 상대적이면서 창조적입니다. 카이와는 놀이를 크게 네가지로 구분합니다. 경쟁의 아곤(agon), 흉내내기의 미미크리(mimicry), 운의 알레아(alea) 그리고 현기증의 일링크스(ilinx)가 그 것입니다. 게임은 이중에 특히 경쟁의 아곤을 강조한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규칙의 정교함에 따라 정도는 달라지고 또 복수의 요소들이 혼재된 다양한 놀이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공연에서는 관객의 미미크리, 일링크스가 뒤섞여 나타날 것이고, 스포츠경기에서는 아곤과 미미크리가 공존합니다. 

 

  놀이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습니다. 우선 놀이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습니다. 단지 놀이를 하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고 결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놀이는 휴식이나 즐거움 혹은 능란함과 경박함이고 이 놀이가 문화를 풍요롭게 한다고 합니다. 또한 놀이는 엄밀 정확함에 머물러야 하는 자유로서 규칙없는 놀이는 혼란일뿐입니다. 회화(원근법), 음악(화성법), 운문문학(음률과 운율), 조각무영연극(지침제약)등의 세련되게 발달한 규칙도 놀이를 위한 규칙이라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놀이는 '초탈함'이라는 말로 불리기도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즐거움을 갖고 지속적으로 그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기위해서는 자신의 숙련도와 문제의 난이도가 적절하게 균형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칙센트 미하이는 이것을 몰입(Flow)의 단계라고 하였는데, 그 몰입의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려면 대상의 숙련도가 어느정도인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난이도의 대상을 만들어 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난이도는 놀이 요소를 변환하거나 혼재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문화기획자는 이 숙련도를 파악하고 난이도를 조절하면서 대상에 맞는 문화행사를 기획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주제는 쉬운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보다 신경을 쓴다든지, 식상하고 시시하다고 여기는 주제를 다시한번 각성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시켜 그것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참여 방식을 고민해본다든지가 그 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는데, 문화기획자는 놀이와 같은 문화를 만들고자 하되 기획하는 것은 놀이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 기획으로 만들어지는 이벤트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걸맞는 컨셉에 의해 적절하게 전달하고 얼마나 적절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 생산적인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참고하기: 문화콘텐츠와 놀이 http://ritachang.tistory.com/561

 

 

사진 출처: http://www.dodho.com/homo-ludens-5000-jan-von-holleben/

 

 

Homo Ludens : Of games & play and the challenge of solving problems by Hugo Passarinho from CreativeMornings/Geneva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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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자의 단어장

[밈] 문화유전자

 

[문화기획자의 단어장: 003. 밈]

 

탁월하고 보편적인 모방능력

 

 밈(Meme)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1976)에서 문화의 진화를 설명할 때 처음 등장하였습니다. 밈이라는 단어는 인간의 생물적 특성을 담고 있는 유전자인 진(Gene)과 모방의 미메시스(Mimesis) 혹은 흉내내기의 미미크리(Mimicry)의 M과 조합한 것 같습니다.

 

 문화기획자에게 밈은 중요합니다. 밈은 말이나 노랫말, 형식체계나 스타일 등으로 끊임없이 전달되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모방 단위라고 말할 수 있는 밈은 각 학문, 장르에 따라 고도화되어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언어체계도 밈이라고 할 수 있지만 베토벤의 <운명>에서 '따다다단'하는 짧은 소절 조차도 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명 개그맨의 유행어도 밈이 될 수 있고 겉모습을 바꾸고 끊임없이 되풀이되어 살아나는 신화도 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는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낸 형식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그 속에서 끊임없이 전달되고 공유하는 밈에 대해 주목하여야 합니다. 경제, 문화, 사회 전반으로 펼쳐지면서 트렌드가 되어 다음 세대로 전달 될 수 있는 생명주기가 긴 밈이 무엇인가를 찾아낼 안목이 중요하겠습니다.

 

 문화기획자에게는 밈은 전승가능한 것이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주변에 되풀이되어 공유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것을 좀 더 확장가능하도록 만들어 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같은 요리법을 전달하는 쉐프의 요리쇼에서 한 사람은 소금을 높은 위치에서 흩뿌리는 방법이 될 수도 있고 설탕을 밥숟가락에 듬뿍 퍼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밈을 공유하는 방식에 대한 관찰과 그것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방법연구도 함께 진행된다면 좋겠습니다.

 

 

 

 

예수와 제자들의 마지막 만찬 그림은 여러 패션 화보의 이미지로 활용되었습니다. 마지막, 신성함, 배신 등과 같은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해줍니다.

 

 

 

 

이소룡의 날렵한 동작, 독특한 기합소리, 노란색바탕에 검은 줄의 옷차림 등이 지금도 많은 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저돌적인 행동은 여전히 환호하도록 만듭니다.   

 

 

 

'너나 잘하세요'라고 차갑게 던지는 친절한 금자씨의 대사와 냉소적인 표정, 독특한 화장법도 다양한 곳에서 활용됩니다.

 

 

 

프로그램 광고를 위한 포스터에 등장한 친절한 금자씨와 이소룡

 

패러디로 예를 많이 들기는 했지만, 개그프로에서 활용되는 드라마 음악처럼 기존 그대로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기획하고 있는 컨셉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밈은 어디 있을까요. 그것들을 또 어떻게 잘 조합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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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자의 단어장

[낯설게 하기] 2%의 새로움

 

[문화기획자의 단어장: 002. 낯설게하기]

 

익숙함 속 각성 법칙

 

 매일 오가는 동네 골목길에 갑자기 처음보는 듯한 쪽문을 발견하거나 오랜시간 보아오던 이성 친구가 갑자기 멋있어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익숙함 속에서 낯설음을 발견하는 것을 부자데라고 하는데요. 처음 본 것이 익숙한 것으로 생각되는 데자뷰(기시감(旣視感, 프랑스어: Déjà Vu 데자뷔[*])은 처음 보는 대상을 이전에 보았다는 느낌을 받는 현상)를 거꾸로 한 말입니다.

 

  낯설게하기는 원래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쓰던 말(defamiliarization, make streange)입니다. 거슬러 올라간다면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가겠지만, 문화를 혹은 예술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표현하고 싶은 가치와 드러내고자 하는 감성을 새로운 감각으로 각성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익숙하다는 말은 지속성과 반복성을 대표합니다. 그래서 보지 않고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그것에 대해 반응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꽤나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할 때마다 모든 신경이 곤두서서 대상을 관찰하고 관련된 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없는 근육까지 긴장하게 되는 것은 에너지 소모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반복적인 일을 하게 되면 무의식적, 반사적으로 반응하여 필요없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것이죠.

 

 문화기획에서는 이 익숙함이 넘어야 할 과제로 여겨집니다. 너무 익숙하게 되면 관심을 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저 스처지나버리기 십상이니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생소하면서도 흥미를 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생소한 것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고 어떻게 반응할 지 모르기에 혼란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에서 약간의 변화와 신선함으로 생경함을 선사하는 것이 문화기획자가 고민해야 할 지점입니다.

 

 그 고민 속에는 내용적인 부분과 형식적인 부분 모두 포함됩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어떤 컨셉을 가지고 어떤 차이를 가져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인 지', 그리고 그 메시지를 '어떠한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지'의 양면적인 부분이죠. 익숙함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낯설음을 만들어 낸다면, 그 평범함 속에서 가치를 끌어낼 수 있게 될겁니다. 그리고 그 여운은 다시 익숙한 일상속으로 들어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고 믿습니다.

 

우리 주변에 늘 있지만,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들. 당연하게만 생각하는 것들을 다른 각도에서 보거나 줌인 혹은 줌아웃해 보면 어떨까요. 창조는 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에서 새롭게 가치를 부여받는 것이니까요.

 

 

뒤샹의 '샘' 

 

팝아트로 유명한 캠벨스프의 아류작? 

 

제프쿤스 Ballon 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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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자의 단어장

[컨셉] 기획과 컨셉은 한몸이다

 

[문화기획자의 단어장: 001. 컨셉]

 

기획의 청사진을 가진 DNA

 

 "<도둑들>이 한국판 <오션스일레븐>이다." 라는 것도 일종의 하이컨셉으로 이미 설명하기도 전에 우리 머리속에는 어떤 영화가 될 것인지 그림이 그려집니다. 기획은 컨셉으로 시작하여 컨셉으로 끝을 맺습니다. 한장으로 된 기획서이든 수백페이지로 된 기획서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컨셉으로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세부 계획에 힘을 빼지 않습니다. 김혜수와 이정재, 전지현과 김수현 등 영화 주인공이 수두룩하게 등장하는 스케일 짱짱한 범죄물은 이미 맷데이먼과 브래드피트가 매력 휘날리며 수억달러 어치 사기를 칠 때의 카타르시스를 떠올립니다. 컨셉은 이미 우리에게 있는 이미지를 꺼내서 그것을 차분하게 잘 전달하는 일만 남은 DNA라고 보면 좋겠네요.

 

 DNA는 갑자기 어디서 뚝하고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것, 물려 받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본성, 우리의 본성, 지금 우리 문화의 본성이 어떤 것인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들고 또 이를 위해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돌아보도록 합니다. 이른바 니즈(needs)와 시즈(seeds)를 파악하고 점검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필요한 것(needs)이 무엇인지 자문하고 그것을 하기 위해 내가 가진 것(seeds)들을 재정비 하는 것은 목표를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컨셉의 힘입니다. 컨셉은 갑자기 뚝하고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주변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아이디어를 잡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자신의 역량을 비추어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참고해볼 책:"기획의 99%는 컨셉이다.", 탁정언, 원앤원북스, 2009.

 

[EX] 소멸에서 창조를 엿보는 버닝맨 축제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서 매해 여름 1주일 동안 열리는 버닝맨(Burning Man)은 다양한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반짝 도시를 만들어 생활합니다. 사막,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군집하고 하루나절 잠깐 놀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 짊어지고 온 것들로 일주일을 생존하는 일. 그 생고생을 기꺼이 즐기러 곳곳의 젊은이들이 모여듭니다. 거대 IT기업들도 참여하면서 그들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받기를 원합니다.

 

다양한 예술적 조형물을 만들기도 하고 매해 주제가 다르지만 자유, 창조, 열정이라는 이미지는 이어지며 the man 이라는 조형물과 축제 기간 만들어진 것들을 태우면서 일정이 마무리 됩니다. 작은 모임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수만명이 참여하는 축제인 버닝맨의 컨셉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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