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부는 바람결에 자연스레 춤을 추듯 여유로운 코스모스같기도 하고,

솔향이 은은하고 듬직하고 기대고싶은 그늘을 드리우는 소나무같기도 한

예연옥 선생님의 시집이 나왔다.

 

좋은 기회로 서예를 잠깐 배우게 되었는데 차를 우리고 다과를 하는 동안 나눈 이야기가 붓으로 화선지에 선을 그은 시간보다 곱절은 큰데, 사실 그 이야기를 하러 선생님의 다묵실을 찾곤 한 듯 하다.

그 때가 바로 요즘과 같은 여름철이고, 장마철이라서 비가 정말 장대처럼 쏟아붓는 때가 있었는데, 우산을 썼지만 도통 소용이 없을만큼 거센 비속을 뚫고 생쥐골로 다묵실에서 차를 마시던 기억이라든지 보기에는 강단있을 것 같지만 알고보면 속이 여리군요... 라며 내 본성을 꿰뚫어버린 이후 무장해제된 기억이라든지, 얼마 되지 않은 제자에게 애정어린 수묵화를 수놓은 부채를 선물하시던 단아한 미소라든지, 인사동 전시에서 신새대 감성을 화선지에 녹여놓은 작품을 대할 때라든지...

시집 자향먹, 딸 손솜씨와 콜라보로 진행된 북콘서트도 흥미로웠다.

 

이 시집을 읽으며 여러 이미지가 머리속을 지나갔다.

책 표지에는 이른 문구가 적혀있다.

'마음의 균형을 잡고 천천히 원을 그리며 비우는 아픔으로 처년의 흔적을 새긴다.'

백년이면 오래 살았다는 인간이 천년의 흔적을 새긴다는 것은 자못 큰 과업이건만 이 선생님의 글이라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서화에 애정과 열정을 가진 분의 머리와 가슴에서 나온 문구를 직접 쓰신 글씨가 아닌 활자로 대했는데도 이렇게 좋다.

 

시 중에 특히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시가 있었는데 여러 생각이 오갔다.

결혼과 출산과 육아는 나의 생활에 더해져서 두껍고 복잡하고 때로는 괴로울 때가 있는데, 그럴 수록 부모님 생각이 더 많이 났다. 당신들도 나를 낳고 키우면서 많은 시련과 고통이 있었겠지. 당신들에게 나는 얼마만큼의 기쁨을 드렸던가.

이번 휴가에 친정 부모님과 멀리 사는 동생네가 잠깐 들어온 김에 짧은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엄마 아빠께 더 좋은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산만한 와중에

얇고 글수가 적은 시집은 마음을 다스리기에 정말 제격이다.

영상과 다른 텍스트의 묘미가 있고, 소설과 다른 상징이 있어서

나의 상황과 나의 맥락에 맞춰 얼마든지 깊고 넓게 해석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가끔은 단어 하나,

한구절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기도 하고 다짐을 세우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이 시집 <자향먹>에서 강하면서 온화한 마음가짐을 새겨보려고 한다.

친필싸인본, 잘 보관해야지.

 

비로소 책방지기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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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만큼이나 여자들이 두고두고 하는 이야기가 바로 아이 낳을 때의 고난한 순간들의 기억 덩어리일테다.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여자들조차도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알게 모르게 큰 공포일지도 모른다. 첫 아이를 낳는 순간은 마치 내가 다른 차원으로 잠시 빠져있다가 돌아간 느낌이 드는데, 차라리 그 어벙벙하고 우물쭈물한 내가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아픔을 아는 자가 어찌 그 고통을 다시 겪으러 병원에 가겠는가. 

아무리 한국 여자들이 자기 몸, 특히 성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내놓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그 가운데서도 평균 이하였던 듯하다. 여자성기는 빙산의 일각처럼 바깥보다는 안쪽에 대부분 들어있을 뿐더러 자기 성기를 볼 기회가 많지 않다. 작정하고 봐야 볼 수 있는 구조이니까.

<질의 응답> 니나 브로크만, 엘렌 스퇴겐 달 지음/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 2019

 

나름 과학과목을 좋아해서 물화생지 안가리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 잠깐 학원에서 과학과목을 가르치기까지 했으니 생물시간 특히 사람의 생식에 관한 단원을 가르칠 때면, 남여 성기의 구조와 기능 임신과 출산에 관련한 신비한 일정에 관히 무덤덤한 척 해야했다. 

마침내 임신을 하고나서야 산부인과 병원에 주기적으로 내 몸을, 정확히는 나 아이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진단받았다. 그때마다 지겹게도 나의 질, 자궁, 난소에 대한 여러가지 진단과 시험을 맞아야 했다. 사회 통념상 나는 노산에 속하는 임산부라서 이것저것 더 많은 검사를 해야했는데, 콩알만한 아이가 점점 커져서 내 배가 불러오고 입덧과 먹덧과 소화불량과 불면증 등등의 여러가지 몸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던 시기가 무척이나 우울해질판이었다. 

이것보라니까.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여자들은 아이 낳은 이야기가 구구절절일 수밖에 없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질의 응답>은 북유럽 노르웨이의 두 산부인과 의사가 쓴 여자 성기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을 내놓은 열린책들 정도의 출판사나 되니까 이런 책을 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묻고 답한다는 의미와 여자 성기를 의미하는 '질'에 소유격 어미를 붙여 보는 센스를 선보였다. 

책에서는 단지 생물시간에 배운 성기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것을 나열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회 통념상 잘못 가지고 있는 선입견들에 대한 것들을 하나씩 파헤치는 편이라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유럽쯤 되면 우리보다는 개방적일 줄 알았는데 그 곳 역시 여자들이 자기 성기에 무지하고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읽으니, 역시 생김새와 사고방식은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보기 힘드니 알 수 없고 알 수 없으니 숨기게 되고 숨기다보니 잘못된 생각이나 사고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증명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요즘들어 여자들은 자기 몸을 더 적극적으로 가꾸고 생리, 임신과 출산에 대해 주체적이고 공론화하야 이야기 하는 빈도가 많아졌다. 아이를 낳아본 여자, 나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확실히 임신 출산 전보다는 자유롭다는 걸 느낀다. 이것은 내가 아줌마가 되어서가 아니라 내 몸, 내 성기에 대해 더 자세하고 자주 만나보았기 때문이고 그래서 내 몸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직 어리고 무지한 여자 아이들에게 서로가 또는 이성이 심어주는 그릇된 상식에 휘둘리지 않기를. 자기 몸에 호기심을 가지고 그 호기심을 통해 자기 성찰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멋진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아무래도 그 시작은 이 책을 한번 읽고라면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까.

 

비로소 책방지기/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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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소장으로 서는 5월 강의를 소개합니다. 화성시평생학습관의 개관과 함께 숭실대와 협약하여 시민에게 공개되는 인문학 강좌의 하나로 영화를 주제로 한 인문학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관련 기사보러가기]

5월 18일부터 6주 강의로 진행되는 '삶으로 빚은 영화, 영화로 짓는 인생'은 박기택 선생님과 함께 번갈아 하나의 영화에 담긴 다양한 인문학 주제를 이야기해 볼 예정입니다. 

제가 맡은 시간에는 한가지 영화를 가지고 그 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꺼리들을 나누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제가 고른 영화는 <트루먼쇼>, <아멜리에>, <HER>입니다. 존재와 자유, 고독과 행복, 관계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속 장면과 다른 텍스트를 비교하면서 이야기하면 재미있으리라 봅니다. 좋아하는 영화들이지만 다시 보면서 분석도 하고 중요한 부분들은 편집도 하면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HER>
<트루먼쇼>
<아멜리에>

화성시 평생학습관이 5월 문을 열면서 다양한 강좌들을 소개하고(화성시 평생학습관 강좌 보러가기) 많은 화성시민들과 소통할 예정입니다. 비로소 소장으로서 저도 다양한 곳에서 이런 기회를 좀 더 가지게 되면 좋겠습니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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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책방] 아주 작은 습관의 힘, 행복의 맛

자기계발 책과 다이어트의 공통점은 머리로 알고만 있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얼마나 좋은 지식이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바로 리뷰를 쓸 수는 없었습니다. 일단 내 생활에 비추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었고, 그 생활 중에서 좋지 않은 습관들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침 지난 12월부터 헬스클럽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3번은 운동을 할 것이고 그 가운데 무산소 운동도 꾸준히 해서 근력을 키우려는 결심을 했습니다. 3개월정도 나름 꾸준히 다니고 보니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체력도 올라가서 처음에는 한시간 걸리던 거리를 45분만에 달려도 숨이 덜차는 걸 느꼈습니다. 헬스클럽에서 제공하는 운동복 외에 저렴하지만 기능성 운동복도 사보고 운동을 가지 않는 날에는 집에서 간단한 체조를 하면서 운동에 흥미를 늘려 나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바로 운동하러 갔다가 브런치를 먹는 일과를 반복하면서 운동을 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었습니다. 바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그것을 하고자 하는 실행 스위치를 딸깍하고 켜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실행이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것처럼 시스템을 구축하고 반복을 통해 성과를 얻으면서 결과적으로 습관을 만든것입니다.

영어 제목이 Atomic Habits(원자같이 작은 습관쯤으로 해석될텐데)인데 잘못읽어서 Automic(자동의~ 이런 의미로)으로 읽었는데 그것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여서 하나의 분자를 만들고 사물을 구성하듯이 작은 습관들을 모아서 일련의 행동을 자동적으로 움직이도록 디자인 하라고 제안하는 것이 그럴듯합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Atomic habits 제임스클리어

누구나 좋은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이 책은 일단 심리학적 근거를 많이 끌어와서 '원래 사람은 그래. 그러니까 낙담하지 말고 따라와' 이런 안도감을 주고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러므로 만들었으면 하는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쉽고 매력적이게 만들고 그 성과를 맛볼 수 있도록 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반대로 나쁜 습관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지를 병렬로 제시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사람마다 성향차이는 분명히 있어서 누구나 좋다고 생각하는 습관을 상대적으로 들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시스템과 환경에 더욱 힘을 들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꾸준히 하다보면 익숙해진다는 1만시간의 법칙만큼 빈도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작은 시간이라도 형식적으로라도 100번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부담을 낮추고 나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등장한 성공한 사람들의 생활에서도 이렇게 무심한듯 작은 습관들이 반복되는 것을 목격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런 사소한 습관들이 모여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습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작은 습관들과 자동적으로 일어나도록 만드는 디자인, 1%씩만 성장한다면 1년후에는 37배라는 말이 가슴 벅찹니다. 물론 이 말은 단지 원래 자기 능력의 1%씩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변화된 자신에서의 1%라는 말이며 그만큼 복리로 성장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지금 알고보니 갑자기 정신이 버쩍들게 하는 무서운 말이었네요. <아죽작은습관의 힘> 일독을 권합니다.

 

비로소 책방, 한번에 휘리릭(이번에는 아니었지만) 단숨에 책읽기

책방지기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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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책방] 관계를 읽는 시간, 건강한 자기세계구축하기

인간(人間)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중요한 동물입니다. 인간은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에 의해 성격이 정해져서 누군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주위를 보라는 말이 당연한 것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인간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 관계에 의해 행복과 고통을 동시에 느낍니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주변을 의식하거나 주변 의견에 이끌려 가는 정도가 다릅니다.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그 이상은 딱 잘라야 하는데 그 정도를 정하는 기준이 제각각일 뿐아니라 결단의 순간에서 무짜르듯 거절이나 비판을 하기에는 너무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서점에는 사람과의 관계를 다룬 심리학 책이 넘쳐나나봅니다. 입시가 끝나 대학생이 되거나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관계의 스펙트럼이 확 펼쳐질때 언뜻 두려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학기 진도가 얼마나 되고 그것을 몇점 이상을 받아서 어느정도의 등수를 유지하기만 하면 되었지만 사회에 나오게 되면 그 관계의 수나 그 종류가 다양해지는바람에 어떻게 나를 보이고 어떻게 상대방을 대해야 하는 것인지 어리둥절하게 됩니다.

문요한 작가가 쓴 <관계를 읽는 시간>은 '함께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라에서 춤추게 하라'는 칼릴지브간의 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다른 사람과 나와의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되 그 관계에서 오는 고통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나와 다른 사람이 교류할 수 있는 유연한 바운더리를 세우라고 권합니다.

사람에 따라 자존감수업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의 벽을 낮추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유연한 사람이 되어야 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치중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면서 이 책은 과연 나 자신이 어느 쪽에 가까운 사람이며 평소 문제로 생각했던 것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가를 자문하게 합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바운더리심리학을 통해서 나와 다른 사람을 구별할 수 있고 적당한 거리에서 나자신을 보호하면서 다른사람과 인격대 인격으로 교류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과 다른 나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라 각 개인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물이므로 나 자신의 모습과 독립된 인격으로 건강하게 홀로 설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읽혔습니다.

다른사람과의 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나의 바운더리가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바운더리를 존중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갈등을 회복하려는 노력, 솔직한 자기표현 등을 통해 관계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도 이 책에서 집중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대상항상성이라는 용어를 풀어 쓴 부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30개월가량이 되면 애착 대상과의 관계에서 소위 적립된 애정의 이미지가 있어서 조금씩 떨어져 있어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꼼꼼하게 읽었던 부분입니다. 더 나아가 아이가 자라 독립된 성인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았을 때 잘 회복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바운더리를 건강하게 다질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천성이 있다고도 하고 자라온 환경에 따라 묻어나는 품성이 있기도 하며, 성장 과정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에 의해 마음이 낮고 넓어진 계기가 있었다면 그 사람은 아마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생각해보니 나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조차 요구하는 정도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그런 패턴을 반복하면서 관계를 오래, 많이 만들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당연히 사람은 서로 다르고 그러다 보면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인데 맞지 않는 것이 큰 실패라도 되는 것인줄 알았나봅니다.

그렇지만 살면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알게 되었나봅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오래 보면서 그 사람의 장점을 닮아가다보면, 지금까지의 내 모습에서 굳이 힘들어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든지 솔직하게 마음을 드러내서 상처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듯합니다.

이 책은 제가 오랜시간 여러 사람을 보내고 또 새로운 사람과 만들어 온 상처를 통해 배워온 바를 명쾌하게 한권에 담아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당신들에게 잘 회복할 수 있도록 처방해드릴 것입니다.

누구도 비난받지 않아도 되지만 부족한 모습이 있다면 내버려두지 말고 개선하도록 노력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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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발견, 참견하는 시민이 될것

 

서울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일해온 도시공학과 교수가 쓴 책입니다. 언뜻 생각하기에도 힙한 곳들은 결국 사람이 걷는 거리를 가진 곳이었고 그래서 OO거리, OO길로 유명세를 타다가 젠트리피케이션 등등의 이유로 그 공간이 조금씩 옮겨집니다.

제인 제이콥스의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라는 책의 내용을 자세히 다루면서 제인 제이콥스의 일생을 마치 우리 도시민이 도시를 도시답게 만드는 삶의 모델로 보이는듯 했습니다.

'길을 따라 늘어선 낮은 건물은 공손하다.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곁을 내주고 품어주며 즐거움을 선사한다.'(p.67) '아무나 할 수 없는 진짜 어려운 일은 오래된 것을 되살리는 일'(p.102) '창조성의 비밀은 재미와 장난에 있다(인용)'등의 말을 통해 곳곳에서 저자가 가진 도시의 철학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건물이 다른 건물과 나란히 관계를 맺고 사람이 촘촘하게 드나드는 생기, 오랜 것과 그 속에서 기억해야 할 것들을 소중하게 간직해야 하는 마음가짐 등 우리가 잊고 모른채 하는 것들을 상기시켜줍니다.

인사동, 북촌 등의 서울 사례 뿐만 아니라 전주, 수원 등의 국내사례와 미국, 프랑스의 사례를 살펴보며 정책, 정치적 도시살이에 대한 적극적 자세를 이야기합니다.

멜번에 잠깐 갔을 때, 점심시간 짬을 내어 도시 블럭을 달려 운동하는 하는 시민, 식물원 잔디밭에서 책을 읽는 시민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집안을 가꾸는것만큼이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적극적으로 참견하고 애정으로 바라볼 때, 다시 우리의 삶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질 것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인스타그램 @birosobooks https://www.instagram.com/birosobooks/)

 

<도시의 발견> 도시 문화기획자들에게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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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책방 오픈했습니다.

비로소가 비로소책방을 열었습니다.

책 한 권 한 번에 읽어낼 만큼의 집중력이 남아있는 지 궁금해서 열었습니다. 아무래도 책방에 앉아서 마음에 드는 책 한권 골라 앉아서 세 시간 정도 버티면 이리저리 산만하던 마음이 정돈되고 더 튼튼해질것 같습니다.

책방에 책이 좀 채워지면, 좋은 사람들과 같은 책 얘기, 내가 몰랐던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고싶습니다. 함께 읽고싶은 책, 좋은 책 추천 많이 해주세요. 

비로소 책방 인스타그램 주소 : @birosobooks (https://www.instagram.com/biroso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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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가게하나열겠습니다] 작은가게 생명주기

작은가게에도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단지 얼마나 오랜 기간을 잘 운영할 수 있는가의 차이일 뿐입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이 업종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평균 수명이 대략 5년 정도라고 합니다. 그 중 80퍼센트는 3년 내에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꾸역꾸역 계약기간을 버티는 경우도 있으니 아마 이 평균도 잘되는 장수가게들이 끌어올린 수치가 아닐까합니다. 

작은가게라서 물리적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부가가치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그 안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가 계속해서 만들어지도록 어떻게 공간에 잘 뿌리내릴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합니다. 혹시나 건물주인과의 갈등 등 여러가지 내부/외부적인 요인으로 이전을 하게 된다고 해도 건강하게 잘 살아낼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합니다.

시작부터 지는 게임이라면 애시당초 시작하지 않는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일단 시작했다면 이 공간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잘 키우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계획이 필요합니다. 일단 계약기간을 얼마나 알차게 보낼 수 있을것인가. 재계약을 하게 된다면 어떤 변화를 추구할 것인가. 재계약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떤 이유로 어떤 변화를 맞을 건인가. 등등의 생각을 하면서 일의 속도를 정해볼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강의 수강생분은 일단 계약한 공간을 계약기간 잘 버티는 것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예상대로 되지 않으면 불안해하며 주위를 기웃거리는 것보다는 차분히 기간을 정해둔다면, 그 안에서 뭐라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집중력이 생길거라는 점에서 응원을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분은 역시나 1년이 지난 지금도 잘 버티고 계십니다.

그러면 작은가게의 수명주기에 따라 어떤 것들을 고민해봐야 할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간단하게 생명주기는 성장기, 정체기, 쇠퇴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로축은 시간, 세로축은 브랜드 인지도/단골수/매출/수익이 될 것입니다. 아마 성장기와 쇠퇴기에는 운영/유지비보다 그래프(푸른색) 아래에 있을것이고 정체기에는 운영/유지비보다 높은 수준에 있을겁니다. 

성장기와 정체기, 쇠퇴기를 나누는 기준은 주인장이 어떤 가치를 우선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그 그래프 형태도 대칭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가게를 닫는 시점은 제각각일테니까요. 그렇지만 작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운영비대비 수익이 (+)가 되어 안정에 들어서는 것만큼이나 그래프의 변곡점을 감지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고객의 수나 매출, 불평이나 칭찬 등을 종합해서 성장 가속도가 붙었다고 생각할 때 어떻게 이 추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그 목표점은 어느선까지 잡아서 계속해서 노력을 해볼 것인지를 정해놓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어느정도 궤도에 올랐다해도 시즌이나 계절의 한정적인 이유가 아닌 하락조짐이 보인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비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쇠퇴기에 접어들었을 때 하락 곡선이 완만하게 되어 안정 국면이 되었을 때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변화를 주거나 매출을 다시 올리려는 시도를 해볼 것인지 손해를 줄이기 위해 철수할 것인지 판단할 기준을 만들어 두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런 특이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어려운 일이므로 막상 닥쳤을 때 행동을 신속하게 옮기기는 힘이 듭니다. 아예 이 특이점을 지나쳐 버릴 수도 있으니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매출이 얼마 또는 수익이 얼마 이상, 고객 및 운영하는 SNS의 팔로우 수가 얼마 이상 등으로 그 기준을 정해두고 기존의 루틴한 업무 외에 이 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 계획을 세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런 변곡점의 시기가 언제로 예상하는가도 필요합니다. 매출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초기에 이 변곡점을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고 그 때까지는 주인장이 초조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 시기를 나름 정해두고 그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자본, 체력, 마음가짐 등을 준비해두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1차 정점이라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규모를 늘리거나 인력을 늘릴 수 있다는 것도 염두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매출이 늘어날 수 있지만 그만큼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가를 냉정하게 판단하여야 하고 만약 부정적이라면 그 이상 매출을 늘리지 않고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쇠퇴기라면 어느정도까지 버틸 수 있는가보다는 다시 반등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물어야 할 것입니다. 부정적인 판단이 든다면 잘 정리할 수 있는 충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새로운 시작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1. 나의 작은가게의 성장기에 주로 해야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상품의 검증이나 브랜딩 전략을 세우는 것은 작은가게를 열기 전에 하는게 좋습니다. 오픈하기 전에 그 과정을 충분히 노출하여 기대감을 만들어 내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오픈 전에 공개 확인을 거치는 베타버전도 어느정도 완성도를 가지고 해야 기대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충분히 검증을 거치고 오픈하여 성장기에서 도약하는 변곡점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성장기에는 작은가게의 운영비용의 평균과 적정선을 정하고 기대매출과 비교하여 운영에서 효율을 기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미래에 단골이 될 고객관리, 기존 네트워크의 파트너 관계를 다지면서 융통성있게 벌릴 수 있는 범위를 고민하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2. 지향하는 성공한 작은가게의 모습은 무엇입니까?

매체에 많이 알려져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가게, 나의 상품이 인정을 받아서 주문이 폭주하는 가게, 가게를 단골로 삼는 사람들을 통해 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가게 등 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세우고 다른 목표들의 세부 목표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이 맞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비난이 생기지 않기 위해 기본이 무엇인가를 늘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입니다.

어떤 책에서는 팬을 1000명 확보하면 도모하는 일을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을 사귀고 그들에게 가치를 공유하는 일은 처음에는 어려운 일이고 일방적으로 퍼주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럿이 나눠야 더 즐겁고 재미있고 맛있는 것이라는 사실은 아마 인정하실거에요. 저도 안일하고 부족한 욕심으로 아쉬움이 많았던 지난 시간을 돌이킬 때 이 부분이 가장 반성하는 부분입니다. 기본 배포가 좋거나 인성도 좋고 작은가게 장소가 가진 매력이 얼마나 좋은가에 따라 이런 부분은 달라지기도 하겠죠?

 

3. 쇠퇴기에 내리는 결단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개인적으로 지치기도 하고 외부적으로 어려운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잘 안되는 가게도 기운이 빠지지만 흥하던 가게도 여러 잇속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접근하기도 해서 어수선해질 수도 있습니다. 함께 공간을 만들어 온 사람들의 생각이 점차 벌어지거나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지거나 하면 공간이 냉랭해져서 점점 사람들이 줄어들게 됩니다. 다시 열정으로 채울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줘서 새로운 시작을 꾀할 것인가의 시점을 잡는 것은 단호하고 신속해야 합니다. 가게를 닫는 것이 모두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것처럼 그 준비를 차근차근한다면 시즌2, 시즌3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요.

 

비로소 소장 장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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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가게하나열겠습니다] 장소를 만드는 구성요소

' 작은가게 하나열겠습니다'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동네 속 작은 가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난 시간에는 작은가게를 열어야 하는 명분을 마련하는 것과 관련한 이야기를 좀 했습니다.(이전 글 보러 가기) 생각해보니 이전에 브런치에 써서 금상을 받았던 '작은가게 문화공간 만들기'(글 보러 가기)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작은가게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통해 작은가게가 공간에서 장소로 변신하는 것을 꾀해볼 생각입니다. 사실 이게 말만큼 쉬운 것은 아니고 저도 한참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요.

작은 가게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공간은 물리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문화적 정서적 환경이 추가되고 사람과 대상 혹은 사람끼리의 관계에 의해 의미가 만들어진다면 그곳을 장소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작은 가게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 처음부터 주인장에 의해 인위적으로 구성된 공간입니다. 철저하게 계획되고 의도된 공간입니다. 그러므로 그 공간에서 일어날 사건과 사람들과의 행동이 어떤 것인지를 미리 설정하고 그 행동을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간은 몇평의 공간에 어떤 가구를 어떻게 배치하고 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진열하는 것의 문제와는 다른 층에서 그곳을 채울 사람들의 발걸음이나 그들이 주로 하게 될 말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손님은 공간 브랜드를 만들고 그것을 소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공간의 주연이기 때문입니다. 손님이 왕이라는 말이 달리 있는게 아니겠죠.

주인장과 공간의 물건들이 일체 된 작은가게와 손님 외에 또다른 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작은가게에서 주인장 외에 손님을 끌어모으는 파트너들입니다. 그들은 작은가게의 손님이면서 다른 손님을 끌어들이는 매개자 혹은 기획자고, 작은가게에서 워크샵이나 강연이나 공연이나 전시를 하는 창작자이거나 공간의 쓰임을 고민하고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하는 생산자 혹은 마케터입니다.

작은가게가 가진 고유한 개성이 있다면 그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모여들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어떤 모습을 한 사람들일 것이라는 것을 예상가능하게 됩니다. 대개 이런 예상하는 손님의 모습을 페르소나로 정해서 그들의 행동과 사고 방식을 미리 생각해서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이겠죠. 뿐만 아니라 쌍방 손님격인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는 어떻게 윈윈할 수 있을것인가의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약속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전시나 판매 물품의 관리 및 책임 , 수익 분배나 약속이 지속되는 기간 등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정해두고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가게는 플랫폼이자 주연들이 머물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무대가 되는 곳입니다. 작은가게를 반짝이게 해주는 것은 주인장의 연출에서 비롯된 많은 주연들의 발걸음과 영향력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어떤 주연을 캐스팅할 것인가, 그 주연들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를 미리 상상해두도록 해요.

처음에는 손님이었다가 단골이 되고 그 중 일부는 파트너가 되었다가 주인장의 역할까지 넘나드는 든든한 지원군들이 만들어진다면 작은가게는 독립적인 생명력을 갖춰나가는 일생의 주기에 올라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1. 나는 어떤 모습의 주인장입니까?

저는 OO지기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고, 비로소 소장으로도 불리기도 했습니다. 먼저 제가 저를 그렇게 부르면서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게 되니 시간이 지나고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더군요. 처음에는 스스로 어색했지만 일단 정해놓으면 확실히 편리해집니다.

공간에서 불리는 나의 이름과 태도는 어떤 모습인지 정해보세요. 공간에 충분히 호기심을 끌만한 요소를 배치하고 조금 적극적인 태도의 주인장의 모습인지, 아니면 여백의 미를 살려 방문하는 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옆구리를 살짝 건드리는 정도의 소심한 주인장의 모습인지를요.

 

2. 내가 바라는 손님과 바라지 않는 손님은 어떤 모습입니까?

원하지 않는 손님은 과감히 거부해도 좋습니다. 안그래도 작은가게 만인의 공간이 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니까요. 내가 바라는 손님에 좀 더 친절하고 매력적인 공간이 되면 그렇지 않은 손님들이 그런 손님으로 변화하는 마법을 선사합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그 공간에서는 이렇게 행동해야 할 것 같은 아우라가 있는 곳에 가본 적이 있지 않나요?

물론 내가 바라는 손님은 한가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겁니다. 또 처음에 상상한 모습의 손님이 아닌 엉뚱한 모습의 손님들이 더 많이 찾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그런 손님들의 모습과 작은가게의 모습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역으로 생각해보면서 작은가게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겁니다.

 

3. 나의 파트너와 나누고 싶은 가치는 무엇입니까?

저는 가게에서 아트숍을 운영하면서 공예품이나 독립잡지 등을 위탁판매형식으로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업체도 있었지만 대개 작가님들이 손수 만든 작품들이라서 계약서를 쓰고 직접 손님들에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판매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판매 대금 일부는 제가 갖게 되는 구조지만 그 매출 규모가 크지는 않았습니다. 작가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싶어서 외부 마켓에도 들고 나가보고 소셜미디어 매체를 통해 하나하나 작가님들과 나누었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포스팅하기도 하였습니다. 작가님들은 전시공간이 필요한 작님들을 소개시켜주거나 워크샵을 통해서 공간의 홍보에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 중 작가님들과는 아직도 연락하고 전시나 워크샵 소식을 들으면 만나러 가기도 합니다.

금전적인 연결 외에도 사람과 사람, 브랜드와 브랜드의 만남으로 도움을 주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작은가게가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면 그 내용은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요?

작품이나 상품의 판매, 서비스의 운영, 파트너 혹은 손님들의 공간활용이나 대관, 공간의 정비 등 물리적으로 한정된 시간과 협소한 공간의 한계를 어떻게 경계짓고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대원칙이 필요합니다. 철저하게 상업적인 대관은 일절 사양한다거나 공간의 컨셉과 맞는 이벤트만 연다거나 대관은 주말이나 정해진 날만 한다거나 예외인 경우는 어떤 경우이며, 만약 그 전에는 사전 고지를 어떤 방식으로 하고 불이익에 대한 보상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누구도 먼저 생각해주지 않고 또 무엇이 맞고 틀리다고 할 수 없는 미묘한 부분이기 때문에 처음에 구체적으로 정해두고 수정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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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가게하나열겠습니다]공간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다음 달부터 신촌에 있는 한레교육문화센터에서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강좌를 다시 열게 되었습니다.(강의 소개보러 가기) 워크샵을 겸하는 이번 강의에서 어떤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게 될 지 미리 블로그를 통해서 나누려고 합니다.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는 취향을 담은 자기만의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데에 관심을 가진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이고 공간을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장소로 만들어 가는 문화적 활동을 어떻게 꾸리는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배태랑 작가가 써준 글씨 (@hereworld)

 

작은가게에는 주인장의 취향과 내 취향을 견주어 볼 수도 있고, 문득 생각하지 못한채 만나게 되는 물건들도 있고, 그곳을 머물면서 머릿속을 맴도는 각가지 생각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이 하나의 경험이 되고 그것이 좋았다면 그것이 그 공간의 가치를 만들게 되는 것이죠. 그렇기에 작은 가게는 넓고 큰 가게에 비해 한사람의 고객이 관객이 온 공간의 집중을 받게 됩니다.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운영해야 작은가게가 그 가치를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당장 작은 가게를 하나 열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게 계약과 인테리어, 가구 및 물품 구매 등 경제적인 부분부터 가게의 컨셉, 아이덴티티, 주요 고객 분석 등 마케팅 부분 그리고 하루, 일주일, 한달 또는 시즌에 따른 운영 원칙 등에 대하여 여러가지를 고민하고 준비하고 미리 그림을 그려두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준비할 때는 단지 내 공간이 생긴다는 막연한 설렘으로 성급하게 움직였습니다. 조금 더 고민을 하고 준비를 했더라면 더 보람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제 공간을 꾸리기도 하고 다른 공간들을 다니면서 느꼈던 점과 배운 것들을 정리해서 생각을 나눠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비슷한 고민이나 후회를 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이 경험이 다른 분들에게는 타산지석이 될 수도 있을테니까요.

 

작은가게, 공간의 성격이 무엇인가요?

 

물리적 공간의 작은가게는 그 지리적 특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동네가 가진고 있는 이미지나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 혹은 외부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면 그들의 특성이 무엇인지에 따라 작은가게의 모습은 달라집니다. 이러한 외적인 특성 뿐만 아니라 주인장의 개인적 경험이나 취향과 스토리도 가게의 모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작은가게를 열려는 목적과 작은가게를 통해 하고 싶은것 그리고 그것을 할 수 있는 나의 능력과 개성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를 잘 이룰 수 있는 곳은 어떤 곳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1. 작은가게를 열려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돈을 벌려고 한다는 대답을 한다면, 기본적으로 가게가 운영될만큼의 수익이 발생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공간의 예상 유지비용 + @ 를 상정하고 그 수익이 가능하려면 얼마의 매출이 가능한가를 그려보는 것이 간단한 방법이 될것입니다. 그런데 초기 작은가게는 원하는만큼의 매출이 달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그 매출 곡선이 어느선까지 얼만큼씩 올라가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취미생활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대답을 한다면, 주제는 취미이지만 작은가게의 운영은 직업이 되어야 할것입니다. 작은가게를 운영하며 문화공간으로 많은 활동을 하는 곳들은 일과 여가생활의 경계에서 자기 생활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이 공간이 휴식의 공간이자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한 공간이 되지만, 주인장에게는 반대로 중요한 작업, 일의 공간이 되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을 이해하되 자신의 입장을 잊지 않아야 꾸준히 운영할 수 있습니다.

작은가게를 열려는 목적은 일단 큰돈을 들이지 않아 부담을 줄이는대신, 짧은 시간안에 큰돈을 벌어들이지 않고 천천히 공간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관심을 두고 시작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칠 수도 있고 공허한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그 과정을 촘촘하게 계획을 세워 조금씩 조금씩 실천하면서 나가면 힘이 덜 들것입니다.

작은가게의 목적과 이미지가 그려진다면 그에 어울리는 이름은 무엇일까요? 주변 사람들이 그 가게의 이름을 듣고 그 이미지가 잘 떠올려질까요? 가게에서 판매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알기를 바라나요?

-> 그 이름을 닉네임으로 만든 작은 SNS를 하나 만들어 보세요. 그 이미지에 맞거나 비슷한 공간의 이야기를 스크랩하고 나만의 감상이나 아이디어를 붙여서 쌓아보는건 어떨까요.

 

2. 내 공간이 사랑받을 이유는 무엇입니까?

공간을 운영하는 나만의 노하우나 개성, 장점이 있다면 충분히 부각시켜볼 수 있습니다.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주인장이 세계 곳곳의 엽서로 꾸민 여행카페라거나 꽤 인기를 끌었던 의사가 운영한 병원카페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죠. 이미 누군가가 하고 있는 방식이라도 내가 다른 공간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자신이 있다면 그 부분을 어필해 보면 좋겠습니다.

만약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내 공간을 만들기 전에 주인장이 될 나의 이야기를 쌓아 나가는 시간을 설계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작은가게는 마치 자식과 같아서 내가 어떤 부모가 되겠다는 생각이 없으면 그만큼 시행착오가 커지기 마련이니까요.

무엇이든 최고일 필요는 없지만, 최선일 필요는 있습니다. 내가 그 공간을 열어야 하는 명분을 스스로 만들어 그것을 어필하며 그 시작스토리를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 결국 작은가게의 신화가 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입니다. 빵을 좋아한다면 전국의 유명 빵집 순례를 통해 기록을 남기거나 한가지 종류의 빵만을 꾸준히 만들어서 나만의 빵을 개발하는 등의 무기를 개발해야 하는것이죠. 내가 직접 만들지 못한다면 어떻게 그 빵을 들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드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이유 외에도 환경적인 이유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단순히 지금 내가 꽂혀서 무언가 하고 싶다고 해도 그것이 한순간의 유행인가 좀 더 거시적인 안목의 트렌드인가 혹은 꾸준히 이어나갈 만한 것인가에 대해 냉정하게 이야기 해줄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지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이템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의 문제나 트렌드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정도가 대부분일것입니다. 구닥다리나 시대에 뒤쳐지거나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것은 작은가게에는 문제될 것이 없으니까요.

나만의 스토리를 담은 기록을 하나씩 정리해봅시다. 블로그나 브런치나 인스타그램, 유투브 등에 사진, 영상, 글을 쌓아두고 그 과정을 주변에 공유해보세요.

 

3. 내 공간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름과 가격은 무엇입니까?

판매하는 상품은 한가지가 아닙니다. 매출을 올려주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또 그런 서비스와 그렇지 않은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들 상품과 서비스를 미리 만들어 두면 단골 손님이 생겼을 때, 그들이 우리 작은가게에 도움이 되고 싶을 때 원없이 도울 수 있는 그런 상품을 미리 생각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품의 네이밍과 서비스의 방식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고민해보세요. 상품이름은 가게의 이름과 분위기와 연관이 된다면 좋습니다. 그리고 그 가격을 비용과 견주어 고민해보세요. 고객의 입장에서 합리적인가를 함께 생각해서요.

 

4. 그렇다면, 작은가게는 어디에다 열면 좋을까요?

최소 운영비용을 생각해본다면 일이 조금 복잡미묘해집니다. 임대료에 전기요금 등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매달 지출되는 비용이 정해져 있습니다. 예산이 부족해서 무조건 싼 곳이나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지역은 힘이 듭니다. 조금 골목 안쪽의 아지트같은 공간이 제가 생각하는 작은가게라지만 무조건 싸기만 한다면 사람들이 찾아들기 어렵고 금방 지치기 십상입니다. 또 예산에 맞춰서 잘 모르는 공간에 가게 된다면 주인장부터 위축되어 공간에 머무는 것부터 힘이 듭니다. 가격이 맞지만 내가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만한 공간을 잘 찾아야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신촌, 대학로의 이미 알려진 상권이지만 유행이 지난 곳의 조금 외딴 골목의 공간들이었습니다. 대학가라는 지역적 특생뿐만 아니라 공간을 찾는 이들의 성격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는 곳이어서 공간을 운영하기 유리했습니다. 문화이벤트를 통해 예상 고객의 수와 일정을 미리 계획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소 외딴 곳에 있어도 모객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점이 장점이 되기도 했구요.

미리 내가 그리는 공간과 닮은 곳에서 내가 꾸리고자 하는 활동을 테스트해보면 어떨까합니다. 작은 카페를 빌려 지인들을 초대해서 워크샵을 열어보는 등 가게를 열기 전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는 거죠.

그런 공간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독립서점이나 갤러리카페 등에서 전시, 워크숍, 공연 등이 열리고 있으니까요. 검색하고 한두곳 내 취향에 맞는 곳을 골라 직접 발품을 팔고 그 곳을 분석해보면 어떨까요.

 

다음시간에 이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구체적인 사례와 피드백이 있는 워크샵이 신촌 한겨레교육 문화센터에서 3월 7일 부터 5주간 열립니다.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강의 등록하러 가기](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장효진 검색해주세요)

비로소 소장 장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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