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 다 필요없다. 사랑이다.
'어바웃 타임'은 다른 타임슬립영화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시간을 거스르는 자'들이 가진 숙명적 고뇌와 심각함 대신, 시간을 오가며 하루를 몇번이고 되살 수 있으면서도 하루의 소중함을 더욱 새기게 합니다.
남자 주인공은 영화 속 표현대로라면 깡 마른 체격에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까지 이렇다 할 연애한번 해보지 않은 2% 부족한 그냥 남자 사람입니다. 하지만 팀은 적어도 리타에게는 영화'해리포터'에서 론 역을 맡았던 루퍼트처럼 밝은 색 머리에 천연덕스러운 속눈썹을 꿈뻑거리며 해맑은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진정한 선수입니다. 그 뿐 아닙니다. 주인공 가족이 사는 집은 해변에 위치하고 있어서 매일을 해변에서 몇 시간이고 티타임을 즐길만큼 여유롭습니다. 그런 자유로움 안에서 어떤 근심이 있으며 어떤 괴로움이 있을까요.
집안 대대로 남자들은 시간을 되짚어 갈 수 있다는 비밀을 아버지에게 전해 듣고도 역시 다른 영화처럼 비장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어두운 곳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기만 하면 되는 것을. 오히려 그는 매일 자신이 태어날 때 그랬던 것 처럼 두 주먹을 꽉 쥐고 원하는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남들 속에서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는 진짜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확인합니다.
그걸로 충분해요.
더이상 이런저런 요행을 바라지도 않고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살래요.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신이 인간이 되거나 로보트가 감정을 가지고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에 우리는 가슴을 적시며 기쁨의 눈물로 우리 각자의 삶으로 찬찬히 걸어들어갈 수 있었던 것처럼요.
이런 영화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했어요.
그래서 리타가 조금이나마 늦게 만난 것은 어쩌면 다행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리타가 짚어보는 <어바웃 타임>명장면
인상적인 장면 #1 어둠속의 데이트, 어디 숨어들어 갈 필요없이 시간을 되감아 작업걸기 인상적인 장면 #2 메리의 직업이 출판사에서 원고 읽는 일이라니까 팀은 "돈받고 책을 읽다니, 오 정말 멋진 직업이에요. 마치 돈받고 숨을 쉬는 것과 같잖아요." (책을 읽는 것은 숨쉬는 것만큼 당연한 일인데, 그런 것에 돈까지 받는 직업이라니! 이 얼마나 멋진 남자인가. 정말 지적이고 스윗하다.) 인상적인 장면 #3 하얀 드레스가 아닌 빨간 드레스로 비바람 난리부르스 웨딩 (- 우리 인생도 맨날 쨍한 순백의 드레스로 예쁘기만 한 웨딩같지만은 않은걸요.) 인상적인 장면 #4 시간 슬립을 한 후 집에 돌아오니 아이가 바뀌었다, 지체하지 않고 원래 아이를 위해 원상복구. (때론,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인생에 중요한 순간 허둥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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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아빠 역의 빌 나이 때문인 지는 몰라도, 괜스레 '러브 액추얼리'가 떠오르면서 영국 영화의 특징이라고 해야하는 지 모를 그런 철학같은 잔잔한 교훈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친구인 극작가의 그 고고한 태도나 많은 아이를 낳고 그들에게 좋은 부모 노릇을 하려는 부모의 이상적 역할, 사랑하는 동생과 아버지를 향한 촉촉한 시선같은. 그저 다 필요없고 가족과의, 연인과의, 친구와의 사랑이 답입니다.
말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사실 이 리뷰를 쓰려고 마음 먹은 것은 위의 인상적인 장면#2 때문이었어요. 그런 남자라면 정말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언제나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리타는 비슷하기는 하죠. 놀이같은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으니.)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전시기획, 문화기획, 공간브랜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