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브랜드 기획자로서 비로소의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실행해 오면서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고쳐 나가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기대와 관심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프로젝트도 있었고, 기대보다 호응이 떨어지는 것도 있었어요. 무엇보다 '공간'과 '문화'라는 주제 아래 많은 분들에게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모티브(예를 들면, 오픈캐이지라는 열린 세장을 간략하게 만들어 낸 '개방', '자유'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면서 다양하면서도 서로 연결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보았어요.
신촌타프라는 공간의 성격과 현황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그림을 그려나가면서 안(카페 메뉴및 조리메뉴얼과 제고관리 등으 운영에 관한 구체사항부터)으로 또 밖(카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운영정책과 구성 및 콘텐츠 작성까지)으로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안과 밖이 유기적으로 주고 받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차근 차근 고민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배워나가면서 조금은 더디지만 새로운 시도를 나름 꿋꿋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은 분명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간 관계를 맺어 온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늘상 하는 말이지만, 정말로 하고자 하는 사람 앞에는 기적처럼 그것에 딱 맞는 조언자가 나타나서 뚝딱하고 일을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것의 가치가 크다고 생각하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좋은 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주변의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그것고 관련있을 것 같은 분들에게 묻고 멋진 아이디어를 만들어 보는 데에 주저하지 않아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문래동에서 '내방의 콕'이라는 문화강좌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만나게 된 손현정 일러스트 선생님을 모시고 전시등의 복합문화기획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신촌타프라는 공간을 쓸고 닦고 윤을 내면서 정을 쏟았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카페의 모습을 찾도록 여러가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답니다.
윤태호 박기수 토크 콘서트
이종범 작가 팬카페 정기모임
위즈돔 추석 벙개 파티
그렇게 8월 오픈에서 <비로소 신촌타프 오프닝>, <오픈 유어 케이지 인 신촌타프>등의 복합전시와 <고운기 선생님의 인문리더십 간담회>, <윤태호 박기수 토크 콘서트>의 새로운 형식의 간담회 그리고 <문화브런치>, <드로잉 레시피>, <마음을 잇는 꼴라주>, <문하기획자가 된 공대여자와 색다른 기획하기> 등의 워크샵과 소모임 그리고 책모임을 통해 우리 문화를 다양하게 즐겨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이 과정에서 캔버스 백, 전시 기념 엽서를 만들고 지금까지의 행사의 기록을 모아 앞으로는 전자책 등의 콘텐츠 상품을 만들 계획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문화기획자 혹은 복합문화공간 운영자로서의 경험이 다른 분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는 지 모르겠습니다. 위즈돔의 추석벙개와 파트너 파티등의 오붓한 프리이빗 파티나 문화단체의 회식 및 팬카페모임으로 문의가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봐서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문화'는 기꺼이 즐길 수 있고 또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로소라는 회사가 기획하는 일이 아직은 발산적이어서 '신진 예술가와 대중의 소통'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아직은 뚜렷하게 만들어 내지 못했지만, 한번쯤 경험하고 응원을 보내주는 참가자와 창작자분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미디어와 플랫폼 운영자들이 있기에 조금 더 힘을 내어 나가보려는 생각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지난 주, 가슴 설레고 반가운 메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바로 3년간 꾸준히 운영되어 오고 이미 많은 단골을 가지고 있는 퓨전 음식점의 대표께서 레스토랑을 한달에 몇번쯤은 문화공간으로 운영해보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막상 무언가를 해보기에는 막막한 부분이 있어서 노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죠.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비로소는 신촌타프 외에 멋진 '공간'들에 관심을 멈추지 않고 있고 또 그만의 개성에 맞는 재미있는 경험공유를 꿈꾸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한달음에 그 공간으로 달려가보았습니다. 온라인 상에 올라온 다양한 리뷰와 달리 직접 찾은 곳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또 다른 것이었어요. 천장의 높이와 조명 그리고 냄새 등이 어우러져 진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오프라인, 물리적 공간이라는 절대적인 특성이죠. 온라인이 시간과 공간을 희미하게 만들어 참여와 공유를 원할하게 해주었다면, 오프라인의 한정성은 친밀감과 관계와 경험의 농도를 높여줍니다.
방문한 공간은 낮은 천정에 유리로 둘러쌓여 있고, 럭서리한 이미지가 높은 동네에 위치한 퓨전 레스토랑이라는 점. 그리고 매장의 이름과 인테리어에서 일관성 있는 모티브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기획을 담당한 분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한 편에 스크린을 통해 상영회와 인디밴드 공연을 염두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레스토랑이 한가한 시간대를 정하여 한달에 두번에서 세번정도 그런 행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설비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과 상영회와 관려하여 저작권에 관한 간단한 내용을 상기 시켜 드렸죠.
사실 홍대와는 사뭇다른 지역에서 홍대의 인디밴드의 공연은 또 새로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공간과 어울리는 장르의 팀을 섭외할 수 있어야 할 것이겠죠.
하지만, 저는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분에게 우선 공간에 대한 이해와 내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보시면 좋겠다는 조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과정과 홍보방안등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점검해야 함을 말씀드렸어요. 다행히 그 매장은 페이스북 친구가 1000명에 달하고 주로 메뉴에 대한 이야기지만 콘텐츠도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이같은 점을 들어 자체적인 SNS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이벤트를 고객에게 홍보하고 그를 통해 잠재 고객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것은 바로 비로소가 고민했던 내용이기도 하죠.
일단 음악공연과 관련하여 기존 공연팀이 상황에 맞도록 공연을 할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공연과 관련한 설비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하므로 관련 업체에 문의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것처럼 그 보다는 셰프가 그 매장의 대표 음식의 시연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셰프와의 만남같은 이벤트나 매장 대표님의 인간적인 내용(취미나 매장의 창업동기 등을 나누는 이벤트)등을 염두해보고 또 그 매장의 모티브인 삼각형을 다양하게 할용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 등의 내용과 형식에 관해 떠오르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이야기 나눴습니다.
기본적으로 공간에 대한 이해와 아이덴티티에 대한 확신이 있고 그에 어울리는 경험을 하도록 해야 고객들도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것을 마케팅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문화라는 것이 한 울타리 안의 사람과 사람들이 만나 만들어 내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할 때, 그 공간을 잊고 일반적인 경험을 좇는다는 것은 참 재미없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기획담당자 분도 그와 같은 이야기에 수긍하면서 대표님과 조금 더 고민해서 진행해보겠다고 하셨어요.
이번 기회로 맛있는 차도 마시고 전혀 다른 공간에 두 시간 여를 머물며 브레인 스토밍을 해보니 제가 정말로 신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신촌 뿐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또 재미있는 일을 벌여 보려면 그 공간을 이용해 달라는 멋진 기획 담당자분의 인사로 기분좋게 문을 나설 수가 있었답니다.
음식이 정갈하고 특색있고 오붓한 분위기의 럭서리한 동네 레스토랑!
그곳에서 삼각형 안에 담을 알록달록한 것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 볼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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