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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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배태랑이 바라본 세상 <엄마 그거 기억나?>
배태랑의 유년 시절을 따라 걷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봐도 괜찮을까?” 싶은 책이 있다. 배태랑 작가가 꾸준히 써온 『댕뇨일기』, 『나만 이렇게 우울할 리 없잖아』, 『무사히 지내자는 말과 함께』 같은 책에는 살아오며 느꼈던 솔직한 생각들이 꾸밈없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가끔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순간이나, 조금은 숨기고 싶었던 유년 시절의 한 조각을 조심스럽게 꺼내보게 된다. 가장 최근 출간된 『엄마, 그거 기억나?』 역시 그랬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자연스럽게 나의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 그때 함께했던 이웃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책은 얇지만 시작부터 강한 몰입감을 준다. 어머님이 갑자기 쓰러지고, 수술과 입원으로 평범했던 일상이 뒤흔들리는 장면에서 이야..
202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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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가 없어도 괜찮아 <행동은 불안을 이긴다.>
많은 성공, 자기계발, 루틴, 습관 관련한 책들에서 이야기하는 것중에 하나가 일과에서 꾸준히 작은 성공을 맛보라는 것이다. 그 예로 자주 나오는 것이 바로 '이부자리 정리' 다. 침대 이불 정리하는 것쯤은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베개와 이불을 제자리에 잘 펴서 놓고 방을 나설 때부터 하루의 시작은 말끔해지는 마법이 시작되는 것이다. 롭 다이얼의 는 책에도 또 이 '이부자리 정리'가 언급되었다. 모든 성공한 사람들의 침실에는 아마도 호텔방처럼 좋은 침구가 잘 정리되어 있을 것만 같았다. 거기에 좋은 향기까지 날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하니 나의 일상이 바뀌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려는 시도 자체가 이미 나의 삶을 바꾸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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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가진 아이〉 03-3. 복사로봇
배움이 대신 이루어질 때, 남는 것은 무엇인가복사로봇은 사람을 그대로 닮은 존재를 만들어 대신 행동하게 하는 도구다. 진구는 숙제도, 연습도, 귀찮은 일도 복제된 로봇이 처리하도록 한다. 적당히 조립하고 자기 머리와 선을 연결해두면 로봇은 갑자기 진구처럼 행동한다. 이 로봇은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아이의 몸은 그 외에 다른 공부를 하거나 발전적인 시간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잠을 자고 놀러 나간다. 생각이 막히는 순간, 틀렸다는 감각, 다시 시도해야 하는 망설임은 복제본에게 넘어간다. 아이에게 돌아오는 것은 대가없이 돌아온 결과와 배움 없는 시간이다. 이 도구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배움이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우리는 흔히 점수와 제출물로 학습이 잘 되었는가를 판단한다. 복사로봇은..
2025.12.28
비로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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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커피는 어떻게 문화가 되는가, 테라로사가 만든 시간과 공간
강릉 여행 중 우연히 테라로사 경포호수점에 들렀다. 테라로사라는 이름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강릉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이고, 국내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라는 정도였다. 하지만 직접 공간에 머물러보니 테라로사를 단순히 유명한 카페라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익숙한 이름이 반가워 여행 중 잠시 쉬어가기 위해 커피를 마시러 들어갔다. 그러나 공간을 둘러볼수록 이곳이 만들어낸 경험은 커피 한 잔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픈된 공간에서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고,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거나 조용히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공간 곳곳에 놓인 책과 전시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테라로사가..
202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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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윌 파인드 유, 절대 능력이 없는 주인공이라서 좋아.
할런 코벤 원작 소설의 는 아들을 찾는 평범한 아빠의 여정을 담는다. 시리즈나 최근 방영을 시작하고 넷플릭스에서도 스트리밍 중인 처럼 CIA요원이나 남파 공작 북한 특수 비밀 요원같은 능력치를 갖지 않는다. 주인공 데이비드는 평범한 한 아이의 아버지였으나 자신의 아이를 야구방망이로 때려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다. 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아무도 자신이 아들을 죽이지 않았다는 말을 믿어주지 않는 것에 더 상처를 받고 마음을 닫은 채 숨죽이며 살고 있다. 모든 증거(침대에 심하게 훼손된 아이의 시신과 그 DNA, 살해 도구인 야구방망이를 묻는 것을 보았다는 목격자 증언)이 그를 살인자로 몰았고 친 아버지와 그의 오랜 친구조차 야경증을 앓고 있는 자신의 아들이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했기 때문..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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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아름다움을 지우려 하는가: 〈더 뷰티〉(디즈니+, 2026)와 포르니 포르스트
(The Beauty)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 장르: SF, 디스토피아 스릴러 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바이러스처럼 전파하는 '더 뷰티'가 지배하는 세상을 그린다. 감염되면 누구나 완벽한 외모를 갖게 되지만, 그 대가로 생명은 불안정해지고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 세계에서 아름다움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 생존의 기준이자, 견고한 권력이 된다. 욕망이 설계한 디스토피아 어쩌면 허무맹랑해보이는 설정이나 선정적인 장면으로 관심을 끌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는 단순히 미래 기술을 나열하는 SF가 아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수용해 온 '미(美)의 기준'을 정면으로 묻는 작품이다. 더 젊고, 더 매끈하며, 결점 하나 없는 상태를 향한 인간의 집착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어떤 괴물이 탄생..
2026.03.18
비로소 습관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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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가전제품 꿉꿉한 냄새?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장마 전 살펴봤더니...
우리나라 여름은 온도 뿐만 아니라 습도가 높아서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날씨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에어컨을 다시 틀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방금 돌린 빨래에서 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수상한 냄새가 나는 원인이 되는 것들을 미리 점검하고 관리해둔다면 좀 더 쾌적한 여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대를 갖고 호기롭게 세척기, 건조기 그리고 에어컨의 숨겨진 안쪽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판도라의 상자도 함께 열렸다. 워밍업, 건조기 먼지 필터를 비우다. 건조기 먼지 필터는 2주에 한번 정도 비워준다. 가두리낚시를 하듯 '이번에는 얼마나 먼지가 모였을까'싶은 마음으로 열어본다. 건조기 먼지 필터는 건조기 입구에 있어서 눈에 띄고 먼지가 일렁이는 모양새가 눈에 거슬리는 것이 신경을 조금은 더 쓰게 되..
202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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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훈육은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살 선'을 긋는 과정이다
어제 나는 '엉망인 엄마'였다. 그날 따라 아이의 산만한 학습 태도와 생활 예절 문제가 겹쳤고, 결정적으로 기초적인 문제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아이의 모습 앞에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공학을 전공하고 논리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그 '당연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의 눈동자가 답답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감정과잉으로 점철된 언어와 태도, 그리고 놀란 아이의 눈망울. 늦은 시간까지 자책하며 지금 글에서 쓰려고 하는 부모의 훈육 목적과 태도에 대해 생각하였다. 이 글은 전문가로서의 조언이기 이전에, 어제의 실수를 딛고 아이와 다시 연결되고 싶은 한 엄마의 간절한 반성문이다.왜 사춘기 이전에 '훈육'의 기초공사가 필요한가 사춘기는 아이가 부모의 세계를 떠나 자기만의 세상을 찾아가는 독립의 시기이다. 이..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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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3학년의 3월, 엄마가 읽어줘야 할 다섯 가지 변화
3월은 잠들었던 세상의 모든 색이 다시 피어나는 시기다. 부모와 아이에게는 가장 긴장되는 '새로운 항해'의 시작이다. 특히 초등학교 2·3학년은 단순히 학년의 숫자가 바뀌는 것을 넘어, 아이의 세계관이 확장된다.1학년이 학교라는 낯선 시스템에 몸을 맞추는 시간이었다면, 2·3학년은 그 안에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슬슬 가방 속 준비물을 챙기는 손길보다, 아이의 관계와 습관 속에 숨겨진 '결'을 읽어주는 시선이 더 필요한 때이다.1. 친구 관계: '함께 놀기'에서 '선택하기'로저학년의 우정은 물리적 거리가 중요하다. 짝꿍이라서, 같은 모둠이라서 자연스럽게 맺어지는 관계였다. 2·3학년이 되면 아이들의 관계에는 '취향'과 '기준'이 중요해진다. 이제 아이는 누구와 시간을 보낼지 스스..
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