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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연재308

사춘기라는 거친 바다를 지나는 부모들에게: 《사춘기 엄마의 오장육부》를 읽고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정채봉,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아이를 키우며 마음이 쿵 내려앉거나 사방이 막힌 것 같은 순간마다 정채봉 시인의 이 구절을 나지막이 읊조리곤 한다. 내 일생에서 가장 커다란 지분을 차지하는 존재, 결국 나를 살게 하고 또 흔들리게 하는 아이라는 존재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최근 나민애 교수의 에세이 《사춘기 엄마의 오장육부》를 읽었다. 이 책은 사춘기라는 폭풍의 계절을 통과하는 아이와, 그 곁에서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과 애타는 사랑을 동시에 견뎌내는 부모의 시간을 다정한 온도로 담아낸 안내서이자 깊은 위로의 기록이다. 저자 나민애 교수.. 2026. 8. 2.
[삶을 4D로 읽다 #05] 휴가지에서 계획을 지우고 감각을 켜는 법 어느덧 산과 들, 바다가 저마다의 짙은 푸르름을 뽐내는 여름의 한가운데입니다. 산과 들, 바다로 떠나는 휴가철이 다가오면 마음 한구석이 괜스레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피로감이 먼저 밀려오기도 합니다. 특히 누군가의 부모이자 일상의 몫을 해내야 하는 워킹맘에게 휴가는 때로 또 다른 '업무'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꽉 찬 교통체증을 견디며 이동하고, 바가지요금이나 비싼 물가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내 취향보다는 아이와 가족의 동선을 먼저 챙겨야 하는 의무감.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온몸이 쑤시고 “역시 집이 최고야”라며 털썩 주저앉게 되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휴가를 다녀왔는데 왜 우리는 이전보다 더 피곤하고 허기진 걸까요?일상의 관성을 휴가지까지 끌고 가지 않기우리가.. 2026. 7. 30.
[삶을 4D로 읽다 #04] 결과를 요구하는 목표, 나를 움직이게 하는 환경의 신호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이루고자 할 때 거창한 목표부터 세우곤 합니다. '매일 만 보 걷기', '매달 책 3권 읽기', '5kg 감량하기'처럼 숫자로 명확히 드러나는 목표는 언뜻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줄 도구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숫자가 주는 중압감은 일상을 지속하게 만들기보다, 실패감과 스트레스를 주기도 합니다. 최근 여름밤 15일간 저녁 식사 후 일상의 작은 변화를 실험해 보았습니다. 과거 어플리케이션 속 '만 보'라는 수치를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방식을 내려놓고, 그저 '저녁을 먹고 나면 산책을 나간다'는 하나의 포맷(상황)을 일상에 세팅해 둔 것입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어플의 숫자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지자, 저녁을 먹는 순간부터 산책할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 .. 2026. 7. 29.
[삶을 4D로 읽다 #03] 스마트폰 4시간 30분의 시대, 30분의 시간 리듬 아침 10분 동안 화면을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하루 전체의 도파민 중독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효율이라는 잣대로 지워지는 자유 시간하루의 과업을 마치고 돌아온 저녁, 지친 몸을 누이고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들게 됩니다. 잠깐 숏폼 몇 개만 넘겨봐야지 했던 것이 10분, 30분,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립니다. 눈은 피로하고 머리는 멍해지는데, 화면을 끄는 순간 밀려오는 묘한 허무함과 자책감. "오늘 저녁도, 내 소중한 개인 시간도 이렇게 그냥 흘려보냈구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무려 4시간 30분에 달합니다. 수면 시간과 노동 시간을 제외하고 나면, 온전히 나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 시간의 절반 이상을 네모난 화면 속에 넣고 있는 셈입니다. 현.. 2026. 7. 28.
[삶을 4D로 읽다 #02] 집안일은 소모인가, AI 시대의 삶을 지탱하는 기반인가 반복되는 가사 노동과 효율이라는 잣대효율과 성과, 명확한 지표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의 눈으로 가사 노동을 바라보면 참으로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깔끔하게 치워도 돌아서면 다시 어지러워지고, 정성껏 차린 식탁은 30분 만에 비워집니다. 눈에 보이는 단기적 수치나 성과로 남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시간관리 서적에서는 가사 노동처럼 반복되는 일을 대표적인 비효율로 규정하곤 합니다. 서비스로 외주화하거나 가전제품을 활용해 최대한 시간을 아끼고, 그 시간에 더 '생산적인 일'을 하라는 충고를 자주 접하게 되는 이유입니다.사회를 작동시키는 숨은 인프라, '사회적 재생산'그러나 사회학과 문화학에서는 가사 노동을 단순한 집안일이 아닌, 사회 전체와 경제 시스템을 지속시키는 '사회적 재생산(Social .. 2026. 7. 27.
[삶을 4D로 읽다 #01] 24시간을 쪼개지 않고 포개어 쓸 때 비로소 시작되는 행복지도 1. 우리는 왜 늘 시간 앞에 죄인이 될까?"오늘도 계획했던 일을 다 못 끝냈네." "집안일은 쌓여만 가는데, 내 개인 시간은 대체 언제 나지?"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며 이런 자책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퇴근 후 운동도 하고, 자기계발도 하고, 깔끔하게 청소된 집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는 일상. 우리는 매년 새해마다 이런 완벽한 하루를 꿈꾸며 명품 플래너나 유명한 스케줄러를 사들입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플래너는 빈칸으로 남고, 마음속엔 죄책감만 쌓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신이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표 위에, 내 삶의 수많은 역할들을 싹둑싹둑 잘라 넣으려 했던 '기존 시간 관리 방식의 잘못된 전제' 때문입니다.2. 시간은 cut(잘라 쓰는 것)이 .. 2026. 7. 27.
어린 배태랑이 바라본 세상 <엄마 그거 기억나?> 배태랑의 유년 시절을 따라 걷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봐도 괜찮을까?” 싶은 책이 있다. 배태랑 작가가 꾸준히 써온 『댕뇨일기』, 『나만 이렇게 우울할 리 없잖아』, 『무사히 지내자는 말과 함께』 같은 책에는 살아오며 느꼈던 솔직한 생각들이 꾸밈없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가끔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순간이나, 조금은 숨기고 싶었던 유년 시절의 한 조각을 조심스럽게 꺼내보게 된다. 가장 최근 출간된 『엄마, 그거 기억나?』 역시 그랬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자연스럽게 나의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 그때 함께했던 이웃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책은 얇지만 시작부터 강한 몰입감을 준다. 어머님이 갑자기 쓰러지고, 수술과 입원으로 평범했던 일상이 뒤흔들리는 장면에서 이야.. 2026. 7. 21.
의지가 없어도 괜찮아 <행동은 불안을 이긴다.> 많은 성공, 자기계발, 루틴, 습관 관련한 책들에서 이야기하는 것중에 하나가 일과에서 꾸준히 작은 성공을 맛보라는 것이다. 그 예로 자주 나오는 것이 바로 '이부자리 정리' 다. 침대 이불 정리하는 것쯤은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베개와 이불을 제자리에 잘 펴서 놓고 방을 나설 때부터 하루의 시작은 말끔해지는 마법이 시작되는 것이다. 롭 다이얼의 는 책에도 또 이 '이부자리 정리'가 언급되었다. 모든 성공한 사람들의 침실에는 아마도 호텔방처럼 좋은 침구가 잘 정리되어 있을 것만 같았다. 거기에 좋은 향기까지 날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하니 나의 일상이 바뀌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려는 시도 자체가 이미 나의 삶을 바꾸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 2026.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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