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 모르는 사람 없다. 옛 서당에서 울리는 아이들의 하늘천~으로 시작하는 그 음율을 대부분은 아는 것이다. 그러나 이 천자문이라는 것이 '천지현황天地玄黃'으로 시작하는 것은 아는데 '언재호야 焉哉乎也'로 맺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가 친숙하면서도 생소하다. 그래서 새롭고 흥미로웠다. 선생님과의 인연은 선생님의 다묵실이 홍대에 있을 때 잠시 글씨를 배운것으로 시작하였다. 또 내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 손솜씨 작가의 어머니이기도 해서 귀한 인연으로 간직하고 있다.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지난 8월 중순 열린 예연옥 선생님의 이번 전시는 중국 문자 중 초기 글자의 사물의 형상과 의미를 직접 담아낸 상형적 특성을 지금의 시각으로 드러낸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40여년 간 글씨를 써오며 쌓아오신 생각과 고전에 대한 탐구를 풀어낸 전시다.
다행히 여름 무더위가 잦아들 즈음 시작된 전시라 전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뵌 솔샘 선생님과 손솜씨 작가와 반갑게 인사했다. 두 분을 뵐 때마다 단단하지만 친절하고 따뜻한 느낌이 닮은 모녀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2023년부터 써오신 125편의 작품 중 이번 전시에 공개된 30점의 작품을 천천히 감상했다.
서예에는 문자letter, 조형modeling, 개념concept의 요소가 종합되어 드러난다. 문자는 사물의 형상을 압축해 나타내고, 약속한 기호를 통해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문자를 소재로한 서예는 추상적이다.
《예연옥, 서화로 풀어낸 천자문 이야기》,2026, 점그리고선, p.11. 김찬호 문화평론가 평론 중




처음 전시를 한바퀴 돌면서 감상했을 때에는 그림과 글씨를 그림처럼 보다가 그 속에 적힌 의미를 읽어보는 식이었다. 평소에 내가 하고 있던 고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와 관련있는 주제의 그림에는 마음이 더 가곤 했다.
그러다가 여러 관람객이 다녀간 다음 다시 조용히 두서없이 그림들을 보다보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그림의 구도나 구성, 색상, 질감 그리고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언어와 이미지가 서로 시너지를 내는 서화는 볼 수록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이미지가 마치 차처럼 우러나오는 것 같았다. 2023년부터 차근차근 선생님의 감성과 경험을 담은 작품들이라 그런지
예연옥 선생님의 작품은 이번이 9번째다. 예전 인사동 다른 곳에서 진행하셨던 전시에는 아이들이 많이 등장해서 동심을 자극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이번 작품도 그날따라 배가 아파서 함께 방문하지 못한 딸이 생각이 났다. 아이의 시선으로도 그 만의 경험과 시선으로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림 속 담긴 흥미롭고 재미있는 옛글자의 모양들이 아이들은 분명 몇번이나 보고 또 묻고 스스로 그려보려고 할 것 같았다.
선생님, 아이들이 읽을 그림책하나 만들어주세요!
https://www.youtube.com/shorts/gP1JQ_Ukugo
전시장 가운데 써있는 천자문 전문(全文)앞에서 선생님과 나란히 찍은 사진. 너무 좋다. 천자문 전문은 전시를 위해 가장 마지막에 쓰신 작품이라고 한다. 가장 크기도 클 뿐만 아니라 천자문이라는 주제를 온전히 담아 어떤 완결을 만들어 낸 기분이 들었다. 오랜 글자로 채운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의 얼굴을 한 글자, 코끼리를 닮은 글자, 사람의 눈을 닮은 글자들을 찾는 재미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선보이지 못한 다른 작품들을 포함한 125편의 작품이 들어간 책을 손솜씨 작가님이 연구작업공간의 이름과도 같은 <점그리고선>를 통해 출간하였다. 전시의 감흥을 간직하기 좋은 책이고 만나보지 못한 책을 이렇게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책 관련 문의는 dotandline2024@gmail.com 으로 연락하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shorts/5OO7Jo3ywns
작품은 작가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마약 분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작품이 아니고 상품일 것이다. 작품은 작가의 삶과 생각과 경험 그리고 그의 열정으로 가다듬은 기술을 통해 세상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선생님의 인생에서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고민하고 골라내고 구성한 여러 작품들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볼 수 있었던 것이 큰 추억이 되었다.
나의 경험과 생각이 모인 어떤 하나의 구성물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 가슴 떨리면서도 보람있는 일이 아닌가. 나 역시 그런 작업을 어떤 형태로든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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