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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월드, 멱살 한번 잡힙시다, 하이드, 왜 지금 드라마는 여성 영웅 주인공인가?

by feelosophy 2024.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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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MBC 드라마 <원더풀 월드>가 무난한 시청률로 종영을 맞았다. 김남주의 오랜만의 MBC복귀작으로 홍보에 많이 신경을 썼다.  차은우에게는 그간 맡았던 외모를 내세운 엄친아 역할에서 벗어나 사연있는 캐릭터의 한층 깊이 있는 연기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KBS 월화 드라마 <멱살 한번 잡힙시다>와 JTBC 토일 드라마 <하이드>에도 김하늘, 이보영이 주인공을 맡아 긴장감 높은 범죄, 추적,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이 <원더풀 월드> <멱살 한번 잡힙시다>, <하이드> 세 드라마는 주제와 배경이 서로 다를지언정 캐릭터 구성과 구도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캐릭터 간 갈등 구조가 비슷한탓에 스토리 라인도 얼핏 비슷하다. 그 비슷한 점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1. 가장 행복한 일상에서 비극을 맞는 실력자들

우선 세 드라마의 주인공인 여성 캐릭터의 직업이 전문직종이면서 그 속에서도 소위 워너비로 여겨질만큼 실력자라는 것이다. <원더풀 월드>의 은수현(김남주)은 대학 교수이면서 작가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멱살 한번 잡힙시다>의 서정원(김하늘)은 방송국 기자로 사회부조리를 폭로하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한다. 역시 <하이드>의 나문영(이보영)은 검사출신 변호사로 로펌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미 배울만큼 배우고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성공을 거둔데다 가정에도 충실하며 중산층 이상의 화목하면서 여유로운 일상을 보냈다. 

 

2. 가장 가까운 배신자, 남편들

그녀들의 남편들 역시 공통점이 많다. 그들 역시 사회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으면서도 가정에도 충실하여 소위 꽃중년의 모습을 선보인다. 다만 이들의 본색이 드러나는 반전의 키 역시도 닮았는데, 그것은 바로 완벽한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에게 한 눈을 팔았다는 것이다. 그 외도는 드라마의 전개에서 큰 발단을 가져오는 열쇠가 되었다는 점에서 신기하게 닮았다.

<원더풀 월드>의 강수호(김강우)는 보도국장을 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진 기자다. <멱살 한번 잡힙시다>의 설우재(장승조)는 유명한 추리소설가이면서 재벌2세다. <원더풀월드>와 <멱살 한번 잡힙시다>의 주인공 부부의 직업이 서로 바뀌어 있다. <하이드>에서 차성재(이무생) 역시 아내와 같은 변호사로 로펌의 실질적인 대표이자 아버지는 재단을 가진 지역시장을 꿈꾸는 유명 인사다. 

 

3. 감당할 수 없는 비극에 무너지지 않는 여성 영웅

비슷한 시기에 방영한 이들 드라마의 캐릭터 관계가 비슷하다는 점만으로 이 글을 쓰겠다 마음 먹은 것은 아니다. 바로 위 세 주인공 은수현, 서정원, 나문영이 여성 영웅의 서사를 가지고 우리에게 메시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실 여성영웅이라는 거창한 수식을 붙이는 것도 조금은 주저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개인적인 성취를 이룬 여성이 겪는 개인적인 사건이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에 얼마나 의연하게 맞설 수 있는가의 문제로 본다면 영웅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 세 드라마 모두 결국에 만나는 최종 보스격인 진짜 적대자는 공교롭게도 자신보다 성공을 거둔 그녀들일지라도 비교가 되지 않는 실력과 권력을 더 가진 남성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처음 개인적인 사건은 그 적대 관계를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실마리였음을 알게 된다. 

여기에서 영웅과 여성영웅의 구별은 작가와 여작가, 의사와 여의사의 구분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여작가 여의사는 단지 주류의 작가와 의사가 남자였던 것에 비하여 마치 특이사항 처럼 붙여놓은 것으로 본다면 조금은 불편하다. 그러나 여작가, 여의사가 기존 주류 작가, 의사들과 비교할 때 여성의 입장 혹은 여성의 신체에 대해 더욱 의미를 드러내는 역할을 자신의 성 일치성을 통해 극대화 시켰다면 앞의 여성영웅과 비슷한 맥락일 수 있다. 

여성영웅은 기존 영웅들처럼 미션을 부여받아 성배를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는다. 은수나 정원, 문영이 평범하거나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난 개천용들이라 자기 삶에 대한 애증이 누구보다 컸다. 이렇게 스스로 쌓아올린 현재에서 마주한 갈등, 불행은 무너질 겨를 없이 그 자리에 꼿꼿하고 단단히 맞서 자신의 가정과 현재를 지켜내고자 한다. 다만 고래의 뱃속으로 들어가 어릴 적 엄마와의 유대관계나 남편 이전의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아 그러한 과거를 통해 더욱 섬세한 기질을 가질 수 있다. 

비슷한 듯 보이는 세 주인공들은 모두 여성 영우이라 할지라도 조금씩 결이 다르다. <원더풀 월드>의 은수현은 마침내 찾은 진짜 적을 부러뜨리는데 지략을 다 짜내면서도 주변을 구원하는 힐러라고 할 수 있다. 누구도 자신을 건들일 수 없도록 총이나 활이 아닌 펜으로 상대를 무너뜨린다. <멱살 한번 잡힙시다>의 서정원은 직접 방송을 통해 사람들 앞에 가장 눈에 띄는 곳에서 앞장서서 사건을 파헤치고 그만큼 가장 큰 상처를 받아가며 전진해 나가는 거침 없는 전사가 되었다. 한편 <하이드>의 나문영은 지략과 실행력을 겸비하여 은수와 정원의 중간쯤이라 할 수 있다. 주변의 조력을 최선으로 활용하면서 숨겨진 비극의 실마리를 해결하기 위해 냉철한 추진력으로 진두지휘하는 궁수의 모습을 닮은 것이다. 

 

<원더풀 월드>의 여성영웅 서사

행복한 가정을 가꾸고 성공한 작가이자 대학 교수인 은수현에게 닥친 시련은 바로 어린 아들의 죽음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이 사고로 인해 안타깝게 죽은 것도 가슴저미는데 그 사고가 남편의 불륜에 의한 부주의로 시작된 것이라면 삶의 중심을 다시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아들의 죽음의 복수를 단행하는 은수현은 사회적 명예는 안중에 없었다. 아들을 죽인 피의자에게 똑같이 죽음으로 복수하고 선처를 바라지 않으며 반 송장으로 기꺼이 감옥으로 들어간다. 아들잃은 어미의 삶은 감옥안이나 밖이나 다를바가 없다. 

 

그러나 그 것으로 끝이 날 리 없다. 자신의 불륜에 의한 자식의 사망과 아내의 구속을 지켜보면서 죄의식이 극에 달한 남편의 가증스러움이라든지 숨겨진 진실이 하나하나 드러날 때마다 주인공의 시련의 강도가 어쩜 이리 가혹한지를 지켜보는 것은 시청자들이 이야기에 점점 몰입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원더풀 월드>가 기존 드라마와 다르며, 여성 영웅의 서사를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은수현이 처음부터 끝까지 진정성있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강단있게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었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속죄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기 때문이다.

 

<원더풀 월드>가 입체적으로 여성 영웅의 서사를 다룰 수 있었던 것은 이 이야기에 보조적 서사가 한 층 추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보조적 서사는 점차 주요 서사와 공진하면서 울림을 만들어 내면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면서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볼 수 있도록 하여 주인공이 가진 감정의 흐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런면에서 차은우가 연기한 권선율은 중요한 캐릭터다. 은수현이 자식을 잃은 복수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아들은 또다른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또 다른 사건의 피해자인 자신 또래의 사람과 동일시 하면서 자신이 처한 이 모든 상황을 은수현에게 복수에 집착하는 것으로 광기를 부리다가도 아이러니하게 자신의 복수를 통해 밝혀지는 진실을 통해 고통은 커지기만 했다.

그렇다고 죽을수도 없다. 어떻게 구해진 자신의 목숨인지 알기 때문이다. 권선율은 기꺼이 은수현의 조력자가 되었다. 이들의 허망했던 복수 핑퐁은 결국 진짜 적대자를 밝혀내고 그를 넘어뜨리는 곳으로 조준하기로 하였고, 결국 두 힘은 시너지를 내면서 가장 슬픈 승리를 거두면서 스토리의 여운을 크게 만들었다. 

 

 

 

<멱살 한번 잡힙시다>의 여성영웅 서사

 

'시청자들 대신 나쁜놈들 멱살 대신 잡아주는 여성 히어로' 라고 드라마 소개글은 시작한다. 어쩌면 다른 두 드라마에 비해 가정의 소중함과 사랑이라는 감정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두 드라마의 주인공이 지켜내야 할 아이가 있었던 것에 비해 아이가 없는 서정원은 남편과의 위태로운 관계를 지탱할만큼 가정을 지켜내야할 이유가 약하기 때문이다. 대신 옛 연인 캐릭터와의 삼각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을 만들었다. 

은수현이 권선율(차은우)를, 나문영이 도진우(이민재)라는 젊은 조력자의 보조 서사를 자신의 내력담과 공진하면서 이끌어 나갔다면 서정원은 직접 나서서 전방에서 싸워야 하는 캐릭터로서 좀 더 파괴력을 낼 수 있고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만한 캐릭터가 필요해 보인다. 연우진(김태헌)은 가장 자기다움을 알아주는 옛 연인이면서 힘과 정보를 통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팀 형사다. 김태헌의 보조 서사는 서정원의 기자로서 열정을 다하던 순수한 시절을 소환하며 중심 서사를 공고하게 한다. 단순 조력자가 아닌 주연의 위치에서 서정원과 원팀을 이루며 진정한 사랑과 이상적인 가정을 만들어 낼 상대자로서 자리한다. 

 

 

 

<하이드>의 여성영웅 서사

 

가장 스릴러, 추적, 범죄 장르를 잘 드러낸 제목을 가진 <하이드>는 하이드의 '숨은'이라는 뜻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하다. 세상 가장 다정하고 멋진 남편이자 아빠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사건으로부터 일상이 깨진 나문영은 말그대로 패닉이었다. 그간 울버린이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가진 전직 검사라는 것이 잊혀질 만큼 무뎌진 시골 생활에 길들여있었나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패닉 상황에서도 로펌 대표로서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부터 그간 알지 못했던 일들을 파헤치고 정리해 나가는 일처리 솜씨는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원더풀 월드>의 은수현 못지 않게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모성애가 세상 모든 험한 일을 온몸으로 맞서내려는 강인함을 분출한다. 

 

 아버지에 이어 남편에게 버림받는 경험은 나문영에게 큰 상처이자 위기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극한 상황에서조차 무너지지 않고 점차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나라면 저런 상황에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자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큰 돈의 유혹, 남편의 범죄를 숨기고 가정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 자신의 유년시절의 고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일까지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왜 지금 드라마에서는 여성 영웅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지상파 뿐만 아니라 캐이블 TV의 시청률은 예전만하지 못하고 OTT나 웹드라마로 이동한 젊은 층이 메인 시청자가 아닌 상황에서 드라마는 중년 여성들이 메인 시청자층이라고 알려진 바 있다. 시간이 흘러 X세대니 M세대가 40대에 접어들면서 그들은 더이상 중년이라 여기지 않으며 여성들 뿐만 아니라 남성들조차 그 세대에 성공을 거둔 여성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미 김남주는 이전 드라마 <미스티>에서, 이보영은 <대행사>에서 성공한 여성의 모습을 선보인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캐릭터들은 가정, 가족, 개인의 신념이 자리하지 않은 불안전한 개인으로 결국에는 스크루지 처럼 진실과 본질을 찾아 나가며 개과천선하는 이야기로 들려준 바 있다. 지금의 여성영웅과는 다르다. 굳이 비교하자면 기존 남성 캐릭터의 여성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김하늘 역시 조금 결은 다를지언정 <메이킹 패밀리>에서 실력있는 싱글맘으로서 지금의 여성영웅의 외강내유의 전초전을 겪은 바 있다. 여성의 신념과 자신에게 불어닥친 비극을 단단히 맞서고 진실과 진정한 행복을 찾는 처연함보다는 달달한 로맨스가 더 진하게 뿌려진 이야기라서 그렇다. 

여성 영웅의 등장은 시청자들에게 성공한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 남성과 대등하거나 동일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한 결과물이다. 이들 여성 영웅은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자본 결핍이 크다. 어렵게 개천 용이 된 그들이 이렇게나 곧게 자라나는 것만으로도 귀한데 여기에 가족을 챙기고 끝까지 불의에 맞서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어쩌면 성공만큼 어려운 것이 가족의 행복을 지켜내는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가 아닐까싶다. 우리는 그런 수퍼 우먼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가정을 지키면서도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 그녀들도 맞딱드리는 고통에서 어떻게 헤쳐 나오는가를 지켜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힘을 얻으려는 욕구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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