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보와 지식을 따라잡기는 이제 포기해야 할 것이다. 시시각각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지고 있고 기존의 지식은 업데이트 되거나 폐기되고 있다. 결국 무언가를 많이 아는 것은 더이상 메리트가 없다. 그렇다면 어떤 능력이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 강력한 무기가 될까. 인터넷이 정보의 평등을 만들어주었다면(그마저도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편향이라는 문제가 있었지만) AI시대는 우리에게 문해력(리터러시)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그것은 단순히 콘텐츠를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해석과 창작, 소통과 계산 그리고 적응과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제는 자기가 경험한 것을 마치 진리인냥 떠드는 라떼의 시대는 지났을지라도 경험하지 않은 지식을 섣불리 내것마냥 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려면 AI에게 일을 시키는 프롬포트가 원하는 방향으로 답을 내놓을 수 있게 설계되어야 한다. 그 프롬프트를 만드는 기술, 즉 질문하는 능력이 앞으로 일을 잘하는 일잘러로서 인정받을 것이다. 여기에 그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에 대한 검증의 기준을 만드는 것도 추가하고 싶다.
그럴수록 인문학이 소중해진다. 지금보다 지식의 양이 보잘것없이 적었던 시절의 철학자, 과학자 들의 사유는 지금도 수많은 분야에서 영감을 불어넣고 새로운 질문의 시작이 되고 있다. 생각을 생각하고 그 속에서 정제된 언어로 여러 맥락을 담은 질문 하나는 수십 수백가지의 정답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AI가 쏟아내는 거대한 정보와 즉각적인 정답 앞에서 문득 길을 잃은 듯한 감각을 마주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세상의 모든 지식이 눈앞에 대기하는 시대이지만, 역설적으로 내 삶의 방향과 진짜 고민을 해결해 줄 본질적인 해답이 아닌 나라고 상정한 누군가를 흉내낸 언어유희같은 대답일 때가 많다.
동양 사회가 개성보다는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겸손과 인내를 미덕으로 생각하기에 누군가의 의견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는 어렵다. 그것이 정말 순수한 의도로 지식이나 정보를 알기 위함이라면 자신의 무지함이 챙피한 것이고 다른 의도의 질문이라면 상대방의 오해로 어색한 분위기가 만들어질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문하기보다 대답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게 여겨진다. 그것도 내가 주체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답이라고 여기는 대답을 하는 것으로 길들여졌다.
타인이 만들어놓은 편리함에 길들여져 대답만 잘하는 주체로 살아가다 보면, 정작 내 삶의 진짜 결핍이 무엇인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그렇게 살아가다보면 내가 결핍을 겪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까지 오게 될 것이다. 나 대신 순식간에 그럴듯한 대답을 만들어주는 인스턴트 지식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빠르게 뱉어내는 능력 능력이 아니라, 혼란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게 붙잡아 줄 단단한 사유다.

이러한 불안을 느낀 사람이라면 유선경 작가의 《질문의 격》의 왜 우리가 다시 '질문'이라는 본질로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글이 위안이 될 것이다. 책은 단순히 말을 잘하기 위한 화법 기술을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맹목적인 순응을 멈추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유의 문법을 아주 흥미롭게 전달한다. 정말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아느냐가 아니라, 삶의 본질을 꿰뚫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시선은 결국 자기에게 꼭 맞는 뾰족하고 깊이 있는 질문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핵심 질문의 문법은 무엇인가. 첫째는 어린이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차용하는 것이다. 세상이 당연하게 흘려보내는 규칙과 풍경 앞에 멈춰 서서 "왜?"라고 묻는 태도가 사유의 시발점이 된다. 둘째는 의문사를 사용해 대상을 중립화하는 것이다. 감정적인 한탄이나 징징거림을 객관적인 언어로 치환할 때 비로소 문제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셋째는 표면을 넘어 맥락을 파악해 질문하는 것이다. 단편적인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전체적인 흐름과 상황을 꿰뚫어 보는 거시적 시선을 품어야 한다.
넷째는 모호함을 버리고 핵심 어휘를 정립하는 것이다. 추상적인 고민의 덩어리에서 상황을 정확하게 관통하는 가장 날카로운 단어를 추려내야 한다. 다섯째는 질문의 의도와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알고 싶은 목적이 무엇인지 담백하게 세울 때 방향이 흔들리지 않는다. 마지막 여섯째는 범주를 좁히고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이다. 거대하고 막막한 고민을 내 손에 당장 닿는 실천적 조건으로 잘게 쪼갤 때 비로소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시선은, 오늘 내 손에 닿는 질문 하나를 뾰족하게 세우는 작은 실천에서 싹튼다. 외부 알고리즘과 통계로 조합된 결과에 내 삶을 억지로 구겨 넣는 대신, 나만의 구조와 원칙으로 일상을 정돈하는 힘은 바로 스스로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깊게 생각하고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알고싶은 것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유능한 AI는 그 힘을 발휘할 것이다.
📌 AI에게 던지듯, 오늘 당신의 삶에 던지고 싶은 가장 날카로운 질문은 무엇인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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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기술과 문화, 그 안에서 삶의 가치를 읽습니다. — 비로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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