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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브랜드 리뷰/영화 리뷰

<오싹한 연애> 연애는 원래 오싹한거야!

by feelosophy 2011.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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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라고 하면 공식처럼 생각나는 것이 몇 개가 있습니다. 선남 선녀가 우연히 마주치고 가끔은 한쪽이 워크홀릭이거나 특이한 직업을 가졌고 다른 한 쪽은 부자거나 귀족 혹은 왕족입니다. 많은 여자 주인공들은 명랑하고 긍정적입니다. 여러가지 고난에도 힘차게 웃어 넘기고 항상 누군가가 짜잔!하고 나타나서 도움을 주게 되죠. 게다가 로맨틱 코미디의 가장 강력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해피엔딩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주인공의 친구가 이야기 한 것 처럼 로맨틱 코미디에는 항상 주인공에게 장애가 있습니다. 그것은 계급, 문화, 경제상항 등이 그것입니다. <오싹한 연애>에서는 이 장애가 바로 '공포'입니다. 

 



그런데 이 '공포'라는 코드가 '로맨틱'함에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오싹한 연애>는 그간 보아왔던 공포영화의 요약판을 보여주자고 작정이라도 하듯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을 뒤섞어 놓습니다. 여기에는 소재와 등장인물의 제약이 없습니다. 아이 어른 남여를 불문하고 장소시간 불문합니다.

<식스센스>에는 유령을 보는 아이가 등장합니다. 아이는 자신만의 작은 텐트 속에서 주변의 움직임과 소리를 무시하려고 무던히 애를 씁니다. 하지만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무척이나 벅차 보여 아쓰럽기까지 합니다. <오싹한 연애>는  마치 이 모티브를 가져온 양 여자 주인공도 그녀만의 작은 텐트 안에서 초조하게 혼자만의 밤이 어서 지나가기를 기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녀도 처참한 모습의 귀신에게 억울한 사연을 들어주고 그들의 원한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여고괴담>시리즈에서 봄직한 교복입은 여자아이들의 소름끼치는 사연에 대한 이야기가 전체 이야기의 열쇠를 쥐고 있고, <장화,홍련>을 떠올릴만한 옷차림과 주인공의 집안 특히 주방의 모습은 미술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타의 공포물의 다양한 장면을 가져다 배치했습니다. 벽장, 천정, 지하실, 물속,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번쯤 느껴 본 적 있고 들어본 적 있는 그런 오싹한 순간의 이미지를 중간중간 배치하였죠.

마치 낮과 밤이 교차되는 것처럼, 달달한 사랑의 감정이 샘솟다가도 어둑한 공포에 뒷걸음치게 되는 주인공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공포'의 배치는 단지 로맨틱 코메디의 '장애물'로서의 독특한 기법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강력한 것 같습니다. 인간의 안전이 욕구를 뒤흔드는 와중에 애정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시험하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몸의 긴장을 풀지 못하게 합니다. 가볍고 유쾌하고 해피엔딩이기까지 한 로맨틱 코메디의 단점이라면 '지겨울수도 있다'라는 것을 염두해 둔 탓일까요. 달달한 연애사를 감상하면서 제멋대로 늘어져 있을 관객들에게 '현실은 달라!'하면서 긴장감을 잊을만 하면 옥죄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연애라는 것 자체가 오싹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낳아주신 부모님도 모르는 자신의 속을 단 몇 초만에 뿅!하고 콩깎지가 씌인 사람이 모두 알아차린다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정말 오싹한 것이죠. 내가 사랑하기로 한 사람에게는 어린 아이 유령이 업혀있고, 원한 가득한 표정을 지은 처녀귀신이 붙어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바로 나와 다른 그녀혹은 그만의 그 동안의 삶의 습관이거나 문화이거나 가치관이 될 수도 있고 혹은 가풍이거나 계급이거나 종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싹한 연애>는 사랑이란 이러한 장애물을 '깡'넘치게 뛰어 넘을 수 있는 것이라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깡을 키워 나가기 위해서는 나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그와 교감해야만 한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소주를 맛있게 마시는 법 세가지
1. 그냥마신다.
2. 잔을 부딪친다.
3. 사랑하는 사람과 마신다.

공포를 이기는 법 세가지
1. 음식을 많이 먹는다.
2. 활짝 웃는다.
3. 위로받는다.

손예진이 연기한 밝고 힘찬 여주인공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소주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마시고, 공포를 이기기 위해서는 위로를 받으면 된다고... 이 것들은 모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끔찍한 것들이 두 사람에게는 견딜만 한 것이 될 수 있는 것은 둘만의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공포는 영화의 긴장감을 이끌어 가고, 그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포 영화 메타포들을 상기시키면서 영화의 안과 밖을 바삐 드나들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해 로맨틱 코미디의 핑크빛이지만 다소 책임감 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묵직하게 채워주는 역할을 해줍니다.

보통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연인사이의 장애물, 그 공포스러운 것들을 거둬내는 것은 내가 힘들고 고통받는 것 보다 나와 술잔을 기울이지 못하고 고통에 위로받지 못해 힘겨워할 다른 이를 먼저 걱정하는 모습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시시껄렁하고 한편으로 약골일 것만 같은 이민기의 결말부분에서 전화기에 대고 하는 대사는 정말이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했다는 것입니다. '어디 이민기 같은 남자 없을까요!'

그리고 흠짓 놀라며 괜스레 연인에게 안기며 영화를 보았을 모든 연인들! 멋지고 오싹하게 사랑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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