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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다름은 틀림이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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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은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라기에는 너무 밝은 제목같았습니다. 동명의 시에서 제목을 가지고 왔다는 작가의 여는 말에는 원래 사랑에 대해서는 냉소적으로 생각해왔다는 고백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글 속에는 로맨스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남녀의 일반적(이라고 여겨지는)인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한 남자를 사랑하는 남편과 어느 수위 이상은 넘어가지 않은 정신불안증세를 가진 아내의 이야기가 등장하죠

 

다소 결벽증에 가까운 듯 깔끔을 떠는 의사 남편에 술을 입에 달고 살면서 한없이 순수하기만 한 아내는 언뜻 생각하기보다는 그런대로 잘 살아갑니다. 아마 이런 다소 극단적인 설정이라서 그들의 일상이 궁금해지는 것이겠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그들의 삶은 다른 부부의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남자는 출근하고 여자는 집에서 자기 일을 합니다. 먹고 마시고 생각하고 그 외의 사건이라고 할만한 것은 그다지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단지 여자가 보기에 남자는 조금 더 깔끔하고 남자가 보기에 여자는 조금 감정기복이 심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죠. 가끔은 우리들도 그럴 때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그들은 문제적으로 취급되는 모습이죠. 바로 이 지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갈등이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부부를 바라보는 주변의 문제적 관심. 

 

 

 

 

아내와 남편의 입장에서 번갈아가며 화자가 바뀌는 소설은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을 양면에서 입체적으로 알게 해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다지 다를 것 없는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되죠. 하늘의 반짝인다던가 바닥이 반짝거린다는 소설의 제목을 반복하는 것, 주변의 사물에 화자의 감정을 효과저그로 이입하는 문장 등 외에는 이 소설의 특징이랄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서로에게 친근함을 느끼고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주인공 부부의 모습이 예쁘게만 보입니다. 그렇게 차츰 우리는 그들을 인정하게 된 것이겠죠.

 

그래서 이 소설은 남편이 호모가 아니게 되었다든가, 아내가 정신불안을 더이상 앓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끝나지는 않지만 확실히 해피엔딩이 되었습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모습이 행복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에서 말이죠.

 

아마 이 지점에서 이 소설의 빛이 발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사회적으로 숨겨지는 심리적 갈등이 임팩트 있는 사건을 전개시키지는 않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을법한 비범함을 또 그것이 다소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것이라 할 지라도 평범하고 또 행복하게까지 살아질 수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은사자'처럼 초식성의 단명하는 희소한 맹수(?)는 우리가 지어낸 것 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너무도 잘 살아나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니까요. 그리고 은사자의 갈기처럼 반짝반짝 아름답기까지 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겠습니다.

 

역설적으로 이렇게 작가는 더 너른 의미의 사랑을 동조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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