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로소 문화 기획/비로소 책방

'빅픽처' 타인의 삶을 탐하시나요?

by feelosophy 2012. 12. 12.
반응형

이 소설은 사진가가 되겠다는 꿈을 유보한 채 겉으로는 성공한 변호사로 평탄한 삶을 살아가던 한 남자의 극도로 뒤틀려버린 인생을 이야기 합니다. 꽤 두툼한 이 소설은 미스터리 물로써 읽는 내내 긴장감이 잔뜩 생겨나다가도 예술이든 이성이든 자기 앞의 대상을 향해 이토록 돌직구를 날리는 진지하고 솔직한 남자의 모습에 절로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끔찍한 살인을 일으키고 철저하게 은폐한 그라 할지라도 부디 새롭게 살고 있는 인생에서 과거가 들통나버리지 않기를 바라게 됩니다. 

 

 

왜 제목이 '빅픽처'일까?

 

케네디 더글라스는 어쩔수 없이 타인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주인공의 삶을 사진가라는 직업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강조해 냅니다.

 

종군기자의 삶을 보여준 영화 '뱅뱅클럽'에서도 느낀 바 있지만, 아무리 위험 천만한 상황 안에서도 일단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들여다 보면 찍고자 하는 그 대상은 하나의 프레임 작가의 철학과 의미를 담아 만들어 내는 캔버스 재료가 될 뿐입니다. 그래서 작가 더글러스 케네디도 사진가들은 사진기의 렌즈 뒤에 완전히 숨어있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했지요. 이것은 마치 게리가 된 벤이 완전히 숨어지낼 수 있다는 희망을 표현한 것이면서, 독자들이 그를 파파라치가 되어 몰래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합니다.

 

 

 

과연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은 무엇이며, 그것은 정말 고급 카메라 장비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지. 그보다 좋은 사진이라는 것은 어떻게 판별되는 것일까요. 누군가 보기에는 꽤나 멋진 사진일지라도 다른 이들의 눈에는 같은 사진이 그다지 색다를 것 없이 잔뜩 힘만 들인 사진이 되기도 하니까요.

 

어쩌면 사람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꿈을 이루어야만 될 수 있는 것이 또다른 누구에게는 세속적인 굴레로밖에 느껴지지 않을때가 있으니까요. 벤도 꽤나 유복한 집안에서 좋은 스펙으로 좋은 직장에서 변호사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진가가 되고자 했던 꿈을 값비싼 장비들로 도배를 한 작업실에 몰두하여 자기 위안을 삼죠. 그리고 그런 그를 못마땅하게 느끼며 똑같은 이유로 괴로워하는 아내 베스때문에 더욱 위축되어있었죠.

 

꿈과 현실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현실이 꿈보다 어느시각으로든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오히려 쉽습니다. 지금이 꿈을 위한 발판으로 또 그를 이룬 후 보상받을 거라는 위안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일테니까요.

 

하지만, 어느편으로 보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꽤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인다면 자신의 꿈을 위해 지금을 모두 버리고 그쪽으로 내달리기만은 할 수 없습니다. 꿈과 재능은 항상 맞아떨어지지 않을뿐더러 지금의 위치를 저버리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으며 주변 관계도 너무 걸리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관이나 권위를 버리고 자신의 꿈을 향해 씩씩하고 담담하게 걸어나가는 사람들은 멋지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의 부담을 안고서라도 그 꿈을 이루고자 더 노력할 수 밖에 없을테구요.

 

게리가 된 벤은 이렇게 자발적으로 그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선뜻 움직인 것은 아니지만, 극적으로 흘러가는 그의 천재적 재능의 발현은 독자로 하여금 문장으로만 주어진 글 속에서 그의 환상적인 인물사진을 꺼내보도록 합니다.

 

 

 

과연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왜 그것을 좋아하는가,

그리고 그것은 과연 내게 무엇인가.

결국 나는 무엇인가.

 

 

이렇게 극단적인 계기를 통해 다른 누군가가 된다는 것, 그토록 꿈꿔왔던 직업을 가지고 그 직업에서도 인정을 받아내는 것이 하룻저녁 꿈밖에 되지 못했다는 허무함은 현실에 더 만족하라는 다독임같기도 하고 극도로 외롭고 절망적인 한 남자의 고뇌를 대신 씁쓸하게 음미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사진과 관련한 산업과 관련한 전문적인 이야기나 법륙적인 문제 그리고 미국 사회에서 신분과 통신과 신용에 대한 위조에 대한 다양한 호기심을 풀어나가면서도 철학적 고민을 스스로 던져보게 되었답니다. 왜 사람은 이렇게 극도로 삶에 비껴난 순간에 삶의 본질에 더욱 가깝게 되는 것인지. 일상의 작은 하나하나의 경험과 추억이 모여 일생이 된다는 독백은 제 가슴을 아프게 했답니다.

 

'제가 전에는 그토록 하찮게 생각했던 삶을 제발 되돌려 주십시오. 아무런 기쁨없이 멍했던 통근 길, 한심한 의뢰인들을 바라보며 보낸 지긋지긋한 근무시간, 집안문제, 부부문제, 불면의 밤, 내 아이들을 제발 다 돌려주세요. 더이상 다른 삶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p159

 

'문명과 야만 사이의 가느다란 선을 넘어가면 혹시 그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그 선을 정말 쉽게 넘어갈 수 있다는 걸, 10억분의 1초에도 넘어갈 수 있다는 걸,그저 손만 내밀면 그만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선을 겁낸다.' p222

 

'이제 내 과거는 말끔히 지워졌다. 나는 벤 브래드포드가 아니고,  책임도 없고, 의무도 없고, 인간관계도 없다. 이제 내게 주어진 굳건한 삶은 없었다. 나는 그저 진공상태와 같은 처지였다.

 질문, '지붕을 깨끗이 치웠을 때, 얻느 ㄴ것은?' 답, '텅빈 지붕', 다른 답. '자유'' p271

 

 

결국 거미줄처럼 얽히고 섥힌 고속도로를 헤메다가도 그 모든 치부를 덮어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안기는 새벽녙의 그 피곤한 귀가에서 주인공처럼 현실의 사소한 책임들과 불합리한 일처리에 몸과 마음이 지친 나를 쉬게 해주고 싶어졌습니다.

 

사람들은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인생에 큰 그림을 그리고 그에 맞도록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가라고.

 

그 인생의 큰 그림은 시시각각 변하게 되는 인생의 조각들이 붙여져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말은 엉터리일런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정 반대이기 때문이지요.

 

벤이 맞이하게 된 사진가로 살아가는 인생. 그리고 그의 삶의 조각조각이 모여 만들어지는 큰 그림은 과연 비극으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아름답고 감동스러우면서도 행복한 기운이 스며있기를 바라며 책을 덮었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