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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브랜드 리뷰/공연 전시 강연

줄서서 보는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전'

by feelosophy 2013.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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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픽사와 이런 저런 부분으로 비교를 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영화나 동화 혹은 다른 장르와 비교하고싶어지는 지브리입니다. 대학원다니기 전부터 애니메이션은 잘 찾아봤고 또 대학원에서는 오래전 작품까지도 챙겨보기도 했었습니다. 자연친화적이고 반전을 주제로 다룬 이야기도 많이 있었죠. 여자주인공의 계보를 만들기도 하고 주인공의 생김새나 활동방식에도 여럿 특징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동양의 지브리가 만들었으나 배경이나 주인공은 서양을 떠올리는 공간과 생김새라는 것이며 발가락으로 물체를 움켜쥐기도 하는 과격한 움직임이 그것이죠. 

 

 

 

 

개인적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소피를 좋아합니다. 수없이 등장하는 다양한 메카닉 중에 단연 움직이는 성의 생김새와 그 구조라든지 문을 통해 공간을 접었다 펴는 그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소피가 가진 굳은 신념이 이 애니메이션의 중심은 아니었나 싶어요. 소피는 저주에 걸려 할머니가 되고 아름다움이나 건강에 대해 절망을 품을만도 했는데도 오히려 차분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개척해 나가는 점 말입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일단 그 일에서 모면하거나 부정해버리기 쉬운데 소피는 정면돌파를 시도한 셈이죠. 그런 여자에게는 움츠러들거나 부정적이거나 하는 기운이 없습니다. 너무 밝고 아름다워서 오히려 쭈글쭈글한 외모가 새로운 미의 기준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좋아합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도망가고 싶을 때 그녀를 생각하며 두주먹 불끈 힘을 쥐면 정말로 내게도 그런 아우라가 생겨나는 기분이 듭니다. 

 

이런 소피를 만나러 '지브리'전에 갔습니다. 아마 다른 이들도 토토로나 코난을 혹은 가오나시를 만나러 왔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요. 휴가철 주말이라 더욱 붐볐던 전시장은 줄을 서서 일렬로 보고 싶은 그림 보고싶은 그림에 대한 호불호 없이 떠밀려 흘러가듯 감상해야 했답니다.

 

지금은 스케치나 드로잉도 하나의 작품으로 평가받지만 예전에는 밑그림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않았던. 그래서 이들 레이아웃들도 연필이나 볼펜으로 획획 그어진 선들과 알아볼 수 없는 글씨들이 어지럽게 여기저기 적혀 있습니다. 그 연대순으로 흘러흘러 익숙하 장면을 그린 그 선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이내 눈 앞에는 움직이는 동영상이 재생되고 합니다. 주인공이 내뱉던 대사와 그 다음 행동까지도 눈에 선하고 말이죠.

 

연대별로 이어진 전시에 중간중간 해당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전시를 보완해주었습니다. 또한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인터뷰, 마지막 체험존에서 수많은 이들이 그려 붙인 지브리의 캐릭터 그림들도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전시를 기획한 현대카드도 멋진 것 같습니다. 레이아웃이라는 다소 생소한 재료를 전시로 만들어 낼 생각을 하고 그것을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데 성공했으니까요. 전시는 분명 지브리의 브랜드, 즉 그들 작품을 이미 경험한 이들에게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사람에 치여 남이 끄적거리다 만 메모를 보느라 땀을 빼는 낯설고 불친절한 전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시감상 전에 지브리 작품 한둘쯤은 꼭 보고 그것이 재미있다 여겨진다면 한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변을 그냥 찍어서 만들어 내는 것과 달리 그림으로 카메라의 움직임을 표현해야 하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전시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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