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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그램' 스물일곱 젊은여자의 병원일기

by feelosophy 2014.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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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그램' 스물일곱 젊은여자의 병원일기

 

리타가 스물일곱일 때,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학원에서 과학과목을 가르쳤는데 그동안 알고 있던 것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더 새로운 공부였습니다. 기계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수학이나 물리에 거리낌은 덜했으나 지구과학, 화학 특히 생물과목은 가르치는데 지난 기억을 더듬어 공부를 해서 가르쳐야 했습니다. 과학은 자연을 탐구하는 것이고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다'라는 뜻을 가진 것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공학과 가장 반대되는 과목이 아닐까도 싶어서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슬럼프가 왔습니다. 자꾸만 성장하는 아이들에 비해 작년과 똑같은 것을 가르치는 자신이 고인 물 안의 초라한 올챙이로 여겨졌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고집스럽게 적금도 부으면서 그렇게 일상을 부지런하게 살아가다가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병원에 갈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일이든, 공부든 가끔씩 기운이 빠지고 울컥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마 스물 일곱에 한번, 서른에 한번 그리고 서른 넷에 한번 이었던 것 같습니다. 날도 스산해지는 계절이라 병원에서의 투병기는 그렇게 읽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오늘 만나보게 된 '3그램'은 그림책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고 멍~한 머리로 읽기 귀찮은 사람들에게 '그래 대신 그림으로 말해줄게'라고 친절을 떠는것도 같습니다.

 

 

 

삶에 갑자기 찾아온 병, 여자만 걸리는 난소암을 겪는 스물일곱 젊은 여자, 그녀의 투병기에는 그래도 평범한 젊은 여자로서의 생활이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똑같은 사람으로, 여자로 말입니다. 잠시 머물러 잠든 공주처럼. 여전히 아름다운 젊은 여자로.

 

 

 

수신지는 목탄이나 연필느낌의 그림을 연이어 보이면서 초반에는 조근조근 못생긴 그림체로 이야기를 끌고 가더니 막상 병을 인지하고 그 공포와 두려움이 커졌을 때는 그림책처럼 크고 깊은 그림으로 다가옵니다. 파란, 검은 색의 강렬한 색상으로 묵직하고 움직임 없는 고요를 드러냅니다. 마치 그녀의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보이는 것 같아 가슴이 같이 먹먹해지기도 했습니다.

 

 

 

 

병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똑바로 마주할 때 그것을 물리칠 힘과 용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리타가 울컥했던 장면. 엄마.

 

 

 

검은 선으로 그려진 그림에 선명하게 자리잡은 수술자국, 배꼽을 비껴나가며 생명에 지장없음을. 살아있음을 드러냅니다. 흡사 더이상 평범하지 않은 아이로서 '해리포터 이마 상처'가 옮겨 온 것일까요. 책에서도 공상이지만 그 상처의 유니크함을 동경해마지 않는 남자들에게 구애를 받기도 합니다.

 

 

 

 

책 3그램 중간에 들어있는 책속의 작은 책입니다. 새장에 갇힌 새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바깥 새를 보고 탈출을 위해 발버둥 치지만 이내 포기하고 새장 안에서 안주하고 만다는 슬픈 내용입니다.

이리 저리 새장을 치고받으며 부산하게 움직이는 파랑새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리타는 '3그램'에서 동굴 저 깊은 곳에서 오로지 혼자 이겨내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단지 암투병기를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을 그려내고 병원과 죽음 그리고 삶에 대한 두려움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지은이의 모습을 보며 용기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리지도 그렇다고 다 자라지도 않은 나이 스물일곱, 여자로 딸로 그리고 여자친구 혹은 아내로서 삶을 살아가는 조용한 에세이가 여기 있습니다.

 

 

 

조금 전 그 조그마한 책속의 책에서 '새장에 갇힌 것에 안주하려던 파랑새'를 마침내 봄날 화사하게 맞이하면서 마무리 한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문화기획, 전시기획, 문화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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