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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브랜드 리뷰/tv 방송 리뷰

드라마 악귀, 욕망을 먹고 사는 존재를 만나다

by feelosophy 2023.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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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와 오정세 그리고 김은희까지 믿고 보는 조합으로 기대되는 드라마가 첫선을 보였다. 세상에는 수많은 귀신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한국 오랜 민속 신앙의 기반이 된다. 다양한 귀신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소위 구천을 떠도는 이유가 다양한데 그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방식은 제각각이므로 먼저 그들의 사연을 들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소재는 <신과 함께>,  <쌍갑포차>, <호텔 델루나> 등에서 수 없이 다뤄진 바 있다. 

<악귀>에서 주인공 김태리는 귀신의 원한을 풀어주는 능력자가 아니다. 하정우, 황정음, 아이유가 맡았던 역할과 달리 스스로 악귀에 씌인 평범하고 짠한 청춘의 표상이다. 게다가 배우가 가진 외모에서 공포물의 진가를 더한다. 소탈한 현실 연기와 상반되는 깊은 눈매와 풀어헤치면 섬뜩한 엄청난 머리숱이 그러하다. 그래서 악귀에 씌인 싸한 모습의 김태리는 꿈에 나올까 섬뜩할 정도다. 거울에 비친 노려보는 검은 눈동자는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을 잠시 멈출만큼 짜릿하고, 이전 희생자들 손목에 새겨진 붉은 멍자국은 거부할 수 없는 힘의 크기를 짐작케하여 숨이 막힌다. 

스스로가 민속학 전문가인 아버지의 유일한 혈연이면서도 궁색하기만한 현실에서 억울한 일이 많은 청춘으로 그 괴리를 헤치고 나가는 방법이 과연 주변의 거리끼는 것들을 없애 나가는 폭력일것인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서 이성과 선의가 불만과 가학적 상상에 좀먹어 가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방영 2회에 불과하지만, 오래 전 원한에 쌓인 물건에 얽힌 선량한 사람들이 희생되는 가운데, 보이스 피싱이나 아동 학대 등 우리 주변의 숨겨진 이웃들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게도 하였다. 김태리는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사람이 더 무서운 존재라며 사건 현장에서 불안한 자신을 부정하기도 하였다. 이 드라마는 도저히 이성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요즘 벌어지는 인면수심의 여러 사건들에 대한 자조를 비과학적 시각으로 그 원인과 나름의 해결점을 찾아보고 결국 우리 주변의 소외된 사람들에 포커스를 마추려 하는 것 같다. 

이제 오정세와 김태리는 악귀의 힘이 그들의 삶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힘을 모아 주변의 원한을 힘들여 들어줄 준비가 된 것 같다. 60여년 전 기괴한 의식에서 희생된 여자 아이의 원한이 과연 어떤 것이었길래, 그리고 그 악귀는 선량한 이들의 욕망을 과격하게 채워나가며 숙주를 괴물로 만들기를 원한 것인지 그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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