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일상을 문화로 채우는 공간들


사실, 문화로 채우는 공간이라는게 공간만 놓고 본다면 재미없을 때가 많습니다. 독특한 컨셉으로 꾸며진 공간도 한두번이면 금새 흥미가 달아나기 때문에 공간만의 매력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떤 곳을 자꾸 찾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곳에 있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거나 그곳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 싶거나 그곳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 공간을 채우는 문화라는 것은 그 공간과 방문하는 사람의 관계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문화라는 말의 시작이 사람들이 일부러 만들어낸 무언가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본다면, 문화를 토대로 유지되는 공간은 당연히 사람들이 서로 작용-반작용을 해 가면서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있어야겠죠. 공간이 작다면, 그만큼 공간에 머물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줄어들고 그 사람들은 결국 타인이 아닌 주변인, 지인이 되어 눈이라도 한번 더 마주하고 점점 얼굴을 익히기 쉬워집니다. 엑스트라가 아닌 주조연이 되어 의미를 만들어 내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생계를 위해 문을 연 주인장과 마찬가지로 그곳에 애착을 가지는 단골들이 만들어내는 서사는 점차 주변 거리로 퍼져 나가게 되고 다시금 그 공간을 채우는 문화가 됩니다. 아마, 이 책에 나오는 여럿 공간들이 그러한 이야기들의 변주 정도일 것입니다. 


곧 시작될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강좌(신촌한겨레교육문화센터 2월 21일(목) 저녁 개강)[강의 내용보러가기])와 관려하여 이 책을 다시 열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는 교토 게이분샤에서 발견한 소비와 유통의 미래라는 부제를 달고 호리베 아쓰시가 쓴 일본책입니다.(정문주 옮김, 민음사)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공간의 모습을 둘러보는 것과 함께, 이 공간을 마주하는 작가와 함께 생각을 나누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작가 스스로도 서점의 운영자이며 공간을 채우는 여러가지 기획을 진행하는 사람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므로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사두고 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만을 이야기 하지 않고 공간이 위치한 지리적 특성, 사람들의 특성, 주인장의 특성을 관찰하고 인터뷰한 내용은 공간 운영을 하기 위한 기획에서 어떤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를 느끼게 합니다. 또한 나와 취향이 맞지 않을 것 같은 몇몇 공간에 대한 비판이나 또다른 접근을 고심해보게도 합니다. 이런 간접 경험들이 모인다면 실전에서는 좀 더 깊이있는 경험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물론 일본의 사정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많이 회자되고 있는 츠타야 서점의 사례도 이제는 다양한 분석과 변형을 통해 새로운 서점이 등장하기도 하고, 그 스스로도 변화를 주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첨단 기술이 발달하고 손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지만, 이런 때일수록 직접 움직이고 땀흘리고 오랜 시간을 들여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뜻보면 쓸데 없는 것같은 행동도 지속성을 가지고 점차 공유되고 확장될수록 큰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힘을 믿게 됩니다. 


제 스스로도 올해에는 이런 공간을 발굴하는 것, 이런 공간을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외에도 이런 공간을 하나 만들어 보는 것으로 프로젝트를 하나 만들어볼까 합니다. 


마음이 두근거려서 잠을 자다가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들고 하나도 피곤하지 않은 무언가를 만난다는 상상. 그것은 행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입니다.


꿈을 꾸는 건강한 기획자가 되기를 바라며.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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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교육문화센트 강의] 2019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2019년 초봄에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강좌를 다시 열게 되었습니다. 지난 강좌는 첫번째 강좌다 보니 어떤 분들이 어떤 필요성을 가지고 오시게 되는지에 대해 생각이 다소 막연했습니다. 그래서 기대에 못미치거나 다른 강좌가 되었다고 생각하실 분들이 좀 계셨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5번의 만남을 끝까지 함께해주신 분들과는 나름의 결과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작은 가게를 열어서 정말 멋지게 잘 운영하고 있는 대표님도 있고요. 

이번 강좌는 지난 강좌에 비해 많은 변화를 주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다만 새로운 분들과 함께 그분들이 생각하는 바를 충분히 듣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점 구체화시켜나가는 과정에 더 집중해 볼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무언가 드린다는 것보다 그분들께서 가진 것을 꺼낼 수 있도록 장을 열어드리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커리큘럼과 나름의 교안, 워크시트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프레임을 충실히 따라가되 각자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시도를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관심있으신 분들 함께 이야기 나누며 내가 가진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지, 어떻게 구체화시켜 작게나마 완성시켜 볼 수 있을지를 경험해보았으면 좋겠네요.


강의 일시 : 2019/03/07~2019/04/04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반~10시) (강의 일정 조정되었어요)

강의 장소 : 신촌 한겨레교육문화센터 (http://www.hanter21.co.kr/jsp/huser2/membership/login.jsp?)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작은 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강의 소개 및 등록하러 가기]

[지난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강의 후기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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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묻은 다방의 키치스러움, 광화문 블루베리 전통찻집

 

지인들과 다녀온 지는 좀 되었는데, 오랜만에 블로깅을 하면서 왠지 이 곳을 먼저 휘리릭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작은가게의 융통성, 개성, 자유로움, 가능성 등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이런 가게들이 모여앉은 골목길과 그 동네로 뻗어나가다보니, 마침내 우리 동네들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걸까. 그걸 좀 구체적으로 파고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하는 전철속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추위가 한창이던 때 들러서 맛보았던 십전대보탕과 블루베리차의 쌉싸름함과 함께 오래전 다방의 한 구석에 들어앉아 수다떠는 달달함이 일품이었던 이 곳을 기록으로 짧게 남겨본다.

 

광화문에서 지브리 전시를 보고 점심을 먹은 후 후식겸 들른 어느 건물의 지하 작은 찻집이었는데, 연령대가 다양한 사람들이 좁고 다닥다닥 붙은 오래된 소파에 모여 앉아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제법 시끄러웠다. 푹신하고 쾌적하고 멋드러진 카페도 많은데, 그렇다고 가격이 싼것도 아닌 이런 다방으로 이끈 지인들이 어떤 의도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또 커피보다야 몸에 좋은 차를 한번 보약처럼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라 생각하며 잠시 대기하다가 마침내 좋은 자리가 나서 차지했다.

 

이 찻집 이름은 서울 첫번째 사계절 차 전통찻집이고 보기와 달리, 홈페이지도 있고 QR코드, 주소, 쿠폰까지 겸비한 명함으로 적극적인 홍보수단을 갖춘 가게다. 우리가 갔을 때는 노부부가 친척에게 가게를 넘기는 과정이었고 이어받게 되는 사장님이 바지런히 가게안을 움직이고 있었다.

 

(출처: https://blog.naver.com/wowwez/220581717158)

 

사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광화문 블루베리 찻집'을 검색하니 이미 많은 블로깅 글이 나왔고 그 중 명함 사진이 있어서 데리고 왔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색상과 폰트를 섞어서 많은 정보를 하나의 명함에 담아내는 '압축적'인 방식을 아마도 세련된 감성의 디자이너들에게는 악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것 또한 이 가게의 아이덴티티다. 어쩌면 이렇게 명함과 가게의 모습이 닮아있을 수가 있는지...

 

 

마치 식당과 같은 인테리어에 들통에 사골육수 우리듯 끌여내는 차의 모습이 어떨지 주변을 기웃거리게 되는 공간이었다. 바깥은 첨단을 달리는 서울 한복판인데, 이 곳은 시간이 멈춘 듯 달달하고 뜨끈한 십전대보탕을 휘휘 불어가며 마시고 달달하고 시원한 블루베리차를 호로록 들이키는 시골의 다방의 모습이었다. 왠지 스마트폰은 넣어두어야 할 것 같고 편안하게 툭 터놓고 사람들과 더 이야기를 나누되 다음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조금은 빨리 자리를 비껴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공존하는 곳.

 

 

인사동 한가운데 들어가면 이보다 비싼 가격에 적은 양인 것에 비하면 이곳 공간의 투박함은 주력 상품의 품질에 집중하는 내공이 한껏 드러났다고 본다. 함께 나오는 저 곶감과 생밤 조각이 차림새를 좀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면서 오독오독하거나 말캉하고 고소하고 달달한 식감은 이 공간을 더 추억하게 하는 전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블루베리차는 시원하게 나온다. 얼린 블루베리가 둥둥 떠서 수저로 떠먹으면 한겨울이지만 또 그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차를 내오는 그릇이나 함께 따라나오는 오미자차, 이 가게만의 룰이 느껴지던 순간.

 

작은가게의 개성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런 가게를 그려보는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서점이나 공방처럼 어느 특정한 가게가 아니라 그 스펙트럼이 넓어서 그만큼 막연할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같은 찻집이라해도 스타벅스와 이 찻집의 간극은 또 얼마나 넓은가를 본다면 그 고민은 넣어두어도 될 것 같다. 집중하고자 하는 가게의 본질을 이 가게가 내부 인테리어와 명함을 통해 끈질기게 드러냈던 것처럼 가게는 본질에 집중, 그것이 다수가 아닌 일부에 만족이면 된다는 생각에 좀 더 자신이 붙었다.

 

문화 공간 브랜드 연구소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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