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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가게하나열겠습니다] 장소를 만드는 구성요소

' 작은가게 하나열겠습니다'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동네 속 작은 가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난 시간에는 작은가게를 열어야 하는 명분을 마련하는 것과 관련한 이야기를 좀 했습니다.(이전 글 보러 가기) 생각해보니 이전에 브런치에 써서 금상을 받았던 '작은가게 문화공간 만들기'(글 보러 가기)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작은가게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통해 작은가게가 공간에서 장소로 변신하는 것을 꾀해볼 생각입니다. 사실 이게 말만큼 쉬운 것은 아니고 저도 한참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요.

작은 가게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공간은 물리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문화적 정서적 환경이 추가되고 사람과 대상 혹은 사람끼리의 관계에 의해 의미가 만들어진다면 그곳을 장소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작은 가게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 처음부터 주인장에 의해 인위적으로 구성된 공간입니다. 철저하게 계획되고 의도된 공간입니다. 그러므로 그 공간에서 일어날 사건과 사람들과의 행동이 어떤 것인지를 미리 설정하고 그 행동을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간은 몇평의 공간에 어떤 가구를 어떻게 배치하고 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진열하는 것의 문제와는 다른 층에서 그곳을 채울 사람들의 발걸음이나 그들이 주로 하게 될 말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손님은 공간 브랜드를 만들고 그것을 소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공간의 주연이기 때문입니다. 손님이 왕이라는 말이 달리 있는게 아니겠죠.

주인장과 공간의 물건들이 일체 된 작은가게와 손님 외에 또다른 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작은가게에서 주인장 외에 손님을 끌어모으는 파트너들입니다. 그들은 작은가게의 손님이면서 다른 손님을 끌어들이는 매개자 혹은 기획자고, 작은가게에서 워크샵이나 강연이나 공연이나 전시를 하는 창작자이거나 공간의 쓰임을 고민하고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하는 생산자 혹은 마케터입니다.

작은가게가 가진 고유한 개성이 있다면 그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모여들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어떤 모습을 한 사람들일 것이라는 것을 예상가능하게 됩니다. 대개 이런 예상하는 손님의 모습을 페르소나로 정해서 그들의 행동과 사고 방식을 미리 생각해서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이겠죠. 뿐만 아니라 쌍방 손님격인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는 어떻게 윈윈할 수 있을것인가의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약속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전시나 판매 물품의 관리 및 책임 , 수익 분배나 약속이 지속되는 기간 등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정해두고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가게는 플랫폼이자 주연들이 머물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무대가 되는 곳입니다. 작은가게를 반짝이게 해주는 것은 주인장의 연출에서 비롯된 많은 주연들의 발걸음과 영향력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어떤 주연을 캐스팅할 것인가, 그 주연들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를 미리 상상해두도록 해요.

처음에는 손님이었다가 단골이 되고 그 중 일부는 파트너가 되었다가 주인장의 역할까지 넘나드는 든든한 지원군들이 만들어진다면 작은가게는 독립적인 생명력을 갖춰나가는 일생의 주기에 올라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1. 나는 어떤 모습의 주인장입니까?

저는 OO지기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고, 비로소 소장으로도 불리기도 했습니다. 먼저 제가 저를 그렇게 부르면서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게 되니 시간이 지나고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더군요. 처음에는 스스로 어색했지만 일단 정해놓으면 확실히 편리해집니다.

공간에서 불리는 나의 이름과 태도는 어떤 모습인지 정해보세요. 공간에 충분히 호기심을 끌만한 요소를 배치하고 조금 적극적인 태도의 주인장의 모습인지, 아니면 여백의 미를 살려 방문하는 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옆구리를 살짝 건드리는 정도의 소심한 주인장의 모습인지를요.

 

2. 내가 바라는 손님과 바라지 않는 손님은 어떤 모습입니까?

원하지 않는 손님은 과감히 거부해도 좋습니다. 안그래도 작은가게 만인의 공간이 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니까요. 내가 바라는 손님에 좀 더 친절하고 매력적인 공간이 되면 그렇지 않은 손님들이 그런 손님으로 변화하는 마법을 선사합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그 공간에서는 이렇게 행동해야 할 것 같은 아우라가 있는 곳에 가본 적이 있지 않나요?

물론 내가 바라는 손님은 한가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겁니다. 또 처음에 상상한 모습의 손님이 아닌 엉뚱한 모습의 손님들이 더 많이 찾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그런 손님들의 모습과 작은가게의 모습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역으로 생각해보면서 작은가게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겁니다.

 

3. 나의 파트너와 나누고 싶은 가치는 무엇입니까?

저는 가게에서 아트숍을 운영하면서 공예품이나 독립잡지 등을 위탁판매형식으로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업체도 있었지만 대개 작가님들이 손수 만든 작품들이라서 계약서를 쓰고 직접 손님들에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판매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판매 대금 일부는 제가 갖게 되는 구조지만 그 매출 규모가 크지는 않았습니다. 작가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싶어서 외부 마켓에도 들고 나가보고 소셜미디어 매체를 통해 하나하나 작가님들과 나누었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포스팅하기도 하였습니다. 작가님들은 전시공간이 필요한 작님들을 소개시켜주거나 워크샵을 통해서 공간의 홍보에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 중 작가님들과는 아직도 연락하고 전시나 워크샵 소식을 들으면 만나러 가기도 합니다.

금전적인 연결 외에도 사람과 사람, 브랜드와 브랜드의 만남으로 도움을 주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작은가게가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면 그 내용은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요?

작품이나 상품의 판매, 서비스의 운영, 파트너 혹은 손님들의 공간활용이나 대관, 공간의 정비 등 물리적으로 한정된 시간과 협소한 공간의 한계를 어떻게 경계짓고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대원칙이 필요합니다. 철저하게 상업적인 대관은 일절 사양한다거나 공간의 컨셉과 맞는 이벤트만 연다거나 대관은 주말이나 정해진 날만 한다거나 예외인 경우는 어떤 경우이며, 만약 그 전에는 사전 고지를 어떤 방식으로 하고 불이익에 대한 보상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누구도 먼저 생각해주지 않고 또 무엇이 맞고 틀리다고 할 수 없는 미묘한 부분이기 때문에 처음에 구체적으로 정해두고 수정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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