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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행복하게 살기/육아와 가족관계

아침 남편 출근길 아침밥과 배웅 인사의 기쁨에 대하여

by feelosophy 2024.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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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아침밥은 꼭 챙겨주거라'

 은사님께 청첩장을 드리러 찾아뵈었을 때 하셨던 말씀이다. 맞벌이 부부가 아침 챙겨먹는 일이 흔한가 싶기도 하고 나도 안먹는 아침을 남편 먹으라고 챙기는 것이 공평한가 싶은 생각이 스치기도 했지만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신혼 때는 아침을 정성껏 챙겨주기는 했지만 남편이나 나나 아침을 먹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아서 오래 가지는 않았다. 또 아이가 태어나고는 출근시간이 7시 정도인 남편은 아이가 어릴 때는 우리가 자는 틈에 혼자 출근준비를 하고 아츰은 거르고 혼자 조용히 출근을 했었다. 아침에 무언가를 먹고나면 바로 화장실에 가야해서 아예 먹지 않고 출근하는 것이 오히려 속이 편하다는 이유였기도 하고 통잠자지 않는 아이 모유 수유하면서 조각잠을 자는 나도 아침에 아이에게 밀려난 남편을 챙길 체력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십년이 지났고, 최근에 들어서야 선생님의 그 말씀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 물론 매일도 아니고 꼬박꼬박 7첩반상도 아니지만 출장가지 않고 집에서 출퇴근하는 남편에게는 아침을 챙겨서 출근하게 하려고 한다. 남편도 아침을 먹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게 되어 더 건강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나 역시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었고 간단하게나마 아침을 챙기면서 아침을 포함하여 하루 식단을 더 신경쓰게 되었다. 

 

아침을 챙기는 것은 단지 밥을 챙기는 것만이 아니다. 이른 아침 힘들게 일어나서 일터로 향해야 하는 무게를 조금이나마 나누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간단한 아침을 먹으면서 식탁에서 남편의 컨디션을 살피고 한번이라도 눈을 마주하게 된다. 그날 있을 일들에 대해 공유하고 전날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또 남편에게 일러야 할 것들, 확인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재차 확인을 해둘 수도 있다.

 

밥차리고 먹는데 걸리는 15-20분 정도의 시간은 하루를 시작하는데 나에게나 남편에게나 활력이 된다. 물론 맞벌이를 하던 때에 비해 육아휴직 후 퇴직을 한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외출 준비에는 여자가 더 챙길 것이 많으므로 아침을 여유있게 챙기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다.

그런데 전날 미리 남겨둔 국을 데우고 간단한 반찬을 꺼내고 후라이나 간단한 볶음 반찬 한가지 만들어서 밥을 덜어 놓는 그 10분의 시간은 조금만 일찍 일어나서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간헐적 단식으로 아침을 먹지 않으므로 남편은 먹고 나는 다른 일을 하면 된다. 지금도 남편이 아침을 먹을 때 나는 한켠에서 스태퍼를 밟으면서 하루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침 뉴스를 켜두기도 한다. 

 

주방의 달그락 아침 차리는 소리, 아침 뉴스나 음악 소리, 엄마 아빠가 대화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아침을 연다. 아이 아침은 따로 늦게 챙기더라도 남편이 출근 채비를 다 하고 나가는 때가 되면 아이를 자의든 타의든 무조건 일으켜 현관에 함께 선다. 아이와 한번, 나와 한번 남편은 성의있게 포옹을 하고 입맞춤을 하고 손을 흔들고 현관을 나선다. 나는 부녀의 이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기 위해서 이런 상황을 연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침 인사, 배웅의 인사를 허리 숙여 하고 아이는 아빠와 포옹을 하고 다시 침대로 가서 좀 더 잘 수도 있다. 가끔은 책을 보기도 하고, 스마트 학습지로 그날 학습을 하기도 한다. 그런 날은 하루를 더 알차게 시작하는 것 같아서 더 으쓱해진다. 이런 날이 하루 이틀 되어 보니 서로에게 다정한 가족이 되는 것 같다. 다정하고 화목한 가정이 뭐 대수겠나 싶기도 하다. 이렇게 서로에게 조금 더 잘 대해 주는 것은 결국 내 기분을 좋게 해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결혼 전 선생님께서 챙기라던  '아침밥'은 단순히 가부장적인 생각의 고리타분한 일거리가 아니었다. 가족을 더 가족으로 묶어주는 가장 간단하면서 윈윈이 되는 시작점이었다. 

 

나중에 남편이 쉬고 내가 일을 하여 출근을 할 때는 어떨까. 아니면 더 현실적으로 예전처럼 맞벌이를 할 때의 아침은 어떠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 그래도 아침은 챙겨야지 싶다. 또 내가 집을 나설때 남편이 정성스레 배웅을 해주면 바깥에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 잠깐씩은 쌓일 것 같다. 

 

그러니 간단하게나마 아침밥을 챙기고, 서로가 나서는 현관에서 조금은 오글거리는 배웅을 해보자. 서로를 보듬는 그 작은 시간이 모이면 혹시 나중에 다가올 갈등의 상황에서도 서로를 모을 수 있을지 또 모르지 않는가.

 

아침밥은 간단하게 차려준다. 그래도 한그릇 뚝딱해주면 기분이 좋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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