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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경기 컬쳐 로드 : AI 로봇오페라 프리뷰 다녀왔습니다

by feelosophy 2025.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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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비로소 소장 장효진입니다.

어제 가족과 함께 연천 전곡선사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12월 11일 예정된 <AI 로봇오페라 프리오프닝>에서 ‘로봇 K-456에 대한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맡게 된 저에게 이번 방문은 단순한 관람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공연이 열릴 공간의 분위기를 미리 느껴보고 싶었고, 권병준 작가가 준비 중인 AI 로봇오페라 프리뷰를 직접 경험하며 다가올 강연의 방향을 가늠해보고 싶었습니다.

 

 

기술과 예술, 그리고 시간의 경계에서

전곡선사박물관은 선사시대의 흔적 위에 미래의 상상력을 덧입힌 듯한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마주한 AI 로봇오페라 프리뷰는 백남준 작가의 ‘기술과 예술, 그리고 인간’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 들게 했습니다. 공연장 안에는 사람의 손끝과 기계의 움직임이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낯선 리듬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음악과 빛, 움직임이 한데 엮인 순간마다 기술은 차가운 도구가 아니라 예술의 또 다른 언어로 다가왔습니다.

행사장에서는 문화와 기술의 새로운 결합을 반기는 여러 인사들의 축하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경기문화재단 대표, 여러 박물관 관장, 국회의원 등이 참석하여 현재 대한민국, 경기도 지역의 문화와 삶에 대한 관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경기 컬쳐 로드’라는 이름처럼,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 곳곳에서 새로운 문화의 길을 닦아가는 여정이자 예술이 시대와 기술을 어떻게 품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었습니다. 그 현장에서 다음달 강연이 더 실감나고 조금은 긴장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AI 로봇오페라 프리뷰 행사 사회자 안내
공연 이후 이어진 아트토크 - 경기문화재단 유정주 대표님, 백남준아트센터 센터 박남희 관장님, 전곡선사박물관 이한용 관장님

 

권병준 작가의 세계를 만났습니다

이번 AI 로봇오페라를 이끄는 권병준 작가는 1990년대 ‘삐삐롱스타킹’의 보컬 고구마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습니다. 제 나이대의 분들이라면 아마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을 뮤지션인데요. 그간 무대와 음악 그리고 사회정신을 담은 작업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록과 전자음악, 미디어아트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행보를 이어온 그는 이제 ‘소리를 조율하는 기술자’이자 ‘기계와 인간의 경계를 탐구하는 예술가’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무대 인사에서 그는 자신을 “백남준 키드로서 매우 영광스럽다”고 소개했습니다. 그 말 속에는 오랜 시간 이어져온 미디어 아트의 계보에 대한 존경과, 한 시대를 넘어 새롭게 그 정신을 잇는 예술가로서의 책임감이 담겨 있었습니다. 권 작가는 백남준의 **〈로봇 K-456〉**이 1984년 교통사고 이후 세상과 잠시 작별한 뒤,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로봇으로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깊은 소회를 전했습니다.

그는 백남준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상상했던 예술가였다면, 자신은 그 미래가 된 오늘, 즉 ‘지금 이 시대의 문제’를 예술 속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AI 로봇오페라를 ‘오페라’보다는 오히려 ‘마당극’에 가깝게 느꼈다는 그의 표현이 인상 깊었습니다. 기계가 등장하지만 사람의 숨결이 살아 있고, 기술이 중심에 서지만 결국 무대는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그의 설명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프리뷰 퍼포먼스 아해와 나엘 한장면

 

 

 

 

백남준의 유산과 로봇 K-456

2026년은 백남준 작가의 사후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로봇 K-456>은 인간과 기계,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허문 상징적인 존재였습니다. 로봇에게 ‘걷고, 멈추고, 배설하고, 고장나는’ 인간적인 행위를 부여함으로써, 백남준은 예술이란 결국 인간의 불완전함을 끌어안는 행위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예전에 <백남준 문화로봇>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제가 맡게 된 강연 <로봇 K-456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백남준의 로봇이 던졌던 질문 “기계에게 인간의 마음을 줄 수 있을까?”는 오늘날 AI 로봇이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이 시점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그 질문의 실마리를 기술의 진보가 아닌 예술의 감각으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2025경기컬처로드 <AI 로봇오페라>프리뷰와 프리오프닝 행사정보 확인하러 가기 https://jgpm.ggcf.kr/events/180

 

가족과 함께한 시간, 그리고 다짐

이번 방문은 강연 준비를 위한 답사이기도 했지만, 가족에게는 작은 문화 여행이 되었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전시 공간을 거니는 동안 ‘예술은 결국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경험’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로봇이 주인공인 오페라일지라도 그 무대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습니다. 관객의 숨결, 음악가의 손끝, 작가의 의도—그 모든 것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예술이 완성된다는 것을
이번 프리뷰 공연이 조용히 일깨워주었습니다.

12월 11일, 저는 그 무대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서게 됩니다. 〈로봇 K-456에 대한 이야기〉라는 제목 아래, 기계와 인간의 경계를 오가며 우리가 잊고 있던 감정의 언어를 함께 찾아가고 싶습니다.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일수록 예술이 던지는 질문은 더욱 따뜻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이번 강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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