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것이 도둑질이라고 사람들은 자기가 오래 속해있던 바운더리 안에 있을 때 존재감을 느낀다. 사람은 스스로 자기 증명을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가 자기를 알아봐주고 인정해준다면 그들의 신의를 계속 받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한계도 느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능력을 계발하고 더욱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보람도 느낀다. 그것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된다.
이 인정욕구라는 것이 자기 처지와 비교할 때 너무나 극단적으로 다른 곳이라면 차라리 포기하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른다. 운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은 자기 능력 밖의 수준에서 무시와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경우 제대로된 대처를 할 수 없다. 폭발한 감정과 비이성적인 행동은 오히려 일을 크게 만들고 되돌릴 수 없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지 자기 삶을 계속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그러나 몇몇 소수의 사람들은 그 폭주 속에서 새로운 자아가 튀어 나와 될대로 되라는 식의 행동을 자기도 모르게 한다.

레이디 두아는 자기 속에 폭발한 새로운 자아로 지지리 운도 없는 기존의 모습을 버리고 될대로 대라는 식의 거침없는 행동을 일삼는다. 돈과 학벌을 배경으로 여기저기 영향력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은 사회적 자본은 그가 무엇을 하든 진지하고 대단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아우라가 된다. 하필 그걸 또다시 백화점 명품관에서 증명하고자 한 것이 문제였다.
차라리 똑같은 백화점 배경의 <파반느>의 자기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 빛을 만난 소박한 청년들이었다면 좋았을 사라킴. 스스로 지키고 싶은 과거가 없었던 듯하다.
<레이디 두아>가 예전 '티파니앤코'사건이나 <애나만들기>와 비교되면서도 사람들을 끌어들인 부분은 배우가 연기한 인물의 인간적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울컥울컥 튀어나오던 진실한 모습들에서 오히려 위기의 순간 탈출구가 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자기 욕망을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잠깐씩 엿보이는 진실한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으로 상대를 옭아맨다.
한겨울 휘황찬란한 거리를 걷다가 구걸하는 사람에게 자기 목도리와 장갑을 주고 가는 장면은 사라킴이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살피고 애틋하게 여기는 성정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그녀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복선이 이어진다. 바로 이어진 장면에서 그녀를 염탐하던 이들이 냉소적으로 말한다. "저렇게 도움을 주고 나면 저 사람에게 누가 적선을 하겠냐"라고.
어설픈 동정과 도움은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근본적이거나 장기적으로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잠깐의 동정과 도움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으며, 그 선의는 상대에게 똑같은 값으로 되돌아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모르는 순진함을 가졌고 그래서 관객은 애처롭게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모든 것을 걸어서 만들어낸 부두아조차도 사라킴으로는 지켜낼 수 없어 스스로를 죽인 또다른 인물이 되어버린 여자 이야기. 자기 스스로가 누구인가를 증명하기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고자 했던 불쌍한 여자. 자기가 가진 가치있는 것들을 스스로에게 사용할 줄 알았다면 좀 더 행복했을 것이다. 그녀의 쓸쓸한 결말을 보며 우리 삶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나를 증명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그것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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