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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과자점 운영하기, 안산 한양대 앞[아이모리]

by feelosophy 2015.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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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과자점 운영하기, 안산 한양대 앞[아이모리]

 

 여자들은 밥먹는 배와 디저트를 먹는 배가 나뉘어져 있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습니다. 배가 부른 것보다는 다양한 미각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더하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합니다.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치장한 디저트를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한몫하겠죠.

 

 다양한 식생활이 주목받으면서 디저트전문점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기존 빵집들도 전문성을 살려서 수제 초콜릿, 롤케익, 컵케익 등 세분화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프렌차이즈 빵집에서 느낄 수 없는 장인정신이 듬뿍 담긴 작은 가게를 만났어요.

 

 

 

안산에 위치한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앞길 쪽,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한 '아이모리'가 처음 이곳에 터를 잡은지 5년이 되어갑니다. 그당시 카페들이 처음 생겨나기 시작하고 편의점이 막 들어설 즈음이라 더 인상적인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 때도 슬로건은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다'였습니다. 버터, 생이스트, 유기농 밀가루, 무항생 달걀 등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어낸 빵들은 모양새도 포근하고 둥글하니 고소한 향내를 풍기며 유혹하곤 했었죠.

 

 

아이모리의 컨셉은 '일본감성 수줍게 녹아들어간' 친근한 전문가

 

아이모리는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나마 안쪽공간은 다양한 과자를 만드는 주방이기 때문에 진열공간과 음료준비 공간을 빼면 앉아서 차한잔 나눌 수 있는 공간은 넉넉하지는 않죠. 소위 빵집이라면 갓구운 빵을 얼른 사들고 가는 손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카페에서의 공간 구성과는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즉석떡볶이에 볶음밥까지 넉넉히 먹고 참새가 방앗간을 못지나쳐서 끌려들어가고 만 아이모리, 저녁에 저렇게 따사로운 조명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발목을 붙든다죠. 과자공방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평소 먹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이름의 쿠키, 케익, 과자들이 즐비하거든요.

 

 

 

아이모리의 이름표입니다. 사방에 빵그림이 그려진 가운데 아이모리가 '아이 몰라~'하는 듯 적혀 있습니다. 연말 크리스마스의 기운이 여전한 공간. 따끈한 차와 함께 먹으면 사르르 녹을 것 같습니다.

 

 

쿠키를 살까하다가 사르르 생크림이 올려진 슈를 골랐습니다. 초콜릿이 총총 박힌 예쁜 딸기 슈가 왠지 이 겨울하고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 빨간 딸기와 생크림이 산타 모자처럼 보여서일까요.

반을 갈라도 꽉찬 생크림이 또하나의 딸기를 품고 있었답니다. 반으로 쪼갰을 때 더 기뻤네요.

 

 

 

아이모리는 생크림, 유기농 밀가루, 리얼버터, 프랑스 카카오, 진짜 초콜렛, 진짜 꿀을 사용하는 곳이랍니다. 그래서 가격이 만만한 편은 아니에요. 하나를 먹어도 제대로 된 것을 먹고 그 여운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추천드립니다.

 

 

 

일본 동경에서 공부를 하고 온(벽면에 증명서 같은게 보이시나요?) 아이모리 사장님은 요즘 허리가 많이 아프답니다. 그래서 지난 연말에는 가게 문이 오래 닫혀 있기도 했어요.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머리카락이 들어가지 않게 머리싸개에 귀마개까지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일 모든 빵들을 만나볼 수는 없지만 품절되거나 계절에 따라 만나보기 힘든 빵들은 이렇게 아기자기한 그림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습니다. 리타가 예전에 먹어본 빵 중에는 무화과가 넉넉히 들어가서 발효빵 풍미를 한껏 느끼게 해주었던 것이 가장 인상에 남고요. 많이 달지 않는 녹차 카스테라도 추천하는 메뉴입니다.

 

 

 

디스플레이나 포장에도 신경을 많이 쓴 모습입니다. 유명 호텔 제과점처럼 세련된 포장은 아니지만, 정성이 들어간 과자들을 역시 정성이 들어간 아기자기한 포장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선물을 하는 사람이나 선물을 받는 사람이나 모두 행복해할만하죠.

 

 

 

눈에 보이는 것들 중 먹어보고 싶지 않은 것이 없는 곳입니다. 이미 저녁을 넉넉히 먹었음에도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을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둘러보다가 저 그림들을 그린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정성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하나하나 그 쿠키를 다 구울만큼의 시간을 들여서 그렸을 그림들이 구경하는 재미를 더해주더라고요.

 

 

 

 

오며가며 마음껏 사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아쉬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아이모리를 인수할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었는데요. 아이모리 사장님은 공간을 운영하는 데 건강의 이유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쁜 빵과 쿠키, 과자를 만드는 데도 벅찬데 매장관리나 손님응대를 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리타가 알고 있어요. 게다가 이렇게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빵들은 유통기한도 짧기 때문에 매출량을 예상하고 빨리 판매가 이뤄져야 하므로 판매나 홍보, 판촉 등에도 신경을 쓸 것이 많이 있을 겁니다.

 

함께 아이모리를 찾은 지인은 일본가지 말고 여기에서 한국말로 빵 배우면 좋은거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유학가서 생활비에 어학관련해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것에 비하면 이미 풍부한 경험을 가진 주인장에게 노하우도 배우고 실무(?)도 배우는 기회로 본다면 단지 작은 가게 넘길 사람을 찾는 것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리타도 잠시 커피도 내려보고 카페겸 갤러리를 운영해보면서 기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캐릭터를 입히거나 책을 보는 등의 목적이 제각각인 독특한 컨셉의 문화공간이라 할지라도 결국, 카페라면 카페로서의 기능에 기본은 되어야 할 것이며, 과자공방이라는 이름을 내세운만큼 과자의 품질과 맛에 대해서는 다른 말이 나오지 않는 실력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기본이 선 뒤에 이러한 '가치', 아이덴티티를 더 돋보이게 할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순서니까요.

 

아이모리가 앞으로도 주욱~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달달한 쿠키가 당기면 언제든 찾을 수 있게 말이죠.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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