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앞으로의 책방, 미래의 책방을 생각하다.
최근들어 작은 책방들의 소식이 자꾸 눈에 밟히는 중이라 그런지 이 책도 덥썩 읽게 되었다. 일본작가가 쓴 책은 번역을 해도 한자투의 말이라 내용과는 상관없이 영어권의 작가들의 글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요즘은 그 수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워낙 책을 많이 읽는 나라라서 우리나라보다는 출판시장 사정이 좋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대체해서 즐길거리가 많은데다가 글로벌 아마존의 진출 등의 온라인의 공세가 우리나라만큼 심해서 일본의 책방들도 수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같다. 이 책은 그런 비극적인 출판업계의 현실을 알리는 책이 아니다. 다소 허무맹랑할 수도 있고, 작가가 밝힌것 처럼 공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발산적 생각들로부터 앞으로 책방이라는 것에 대한 진지하고 애정어린 시선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의 책방>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책방의 정의로부터 그 공상, 기획 그리고 독립에 관한 내용이 이어진다. 책방이 사라진다고 해도 책방이라는 말은 남을 것이라는 말이나 물리적 공간인 책방이 줄어들어도 책방인 사람들은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책방의 정의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첫 단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오프라인에 책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SNS를 통해 매일 문을 열고 닫는 '이카분코'이야기다. 오프라인의 공간이 없이도 그렇다고 온라인 서점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책방이다.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소개하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만나게 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책방이다. 이름은 책방이지만 하나의 단체, 하나의 브랜드로 여겨진다.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일본인의 아기자기한 면모를 느낄 수 있기도 했는데 그저 사소한 대화에서 시작한 '이카분코' 우리나라말로 오징어 서점은 사장과 정직원, 아르바이트생을 거느리고 2012년부터 성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책과 어우러지는 잡화를 함께 판매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기존 책방들에서 진행하기도 하고 시낭송회같은 이벤트를 열기도 하면서 사람들과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책의 구성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인터뷰 말미마다 책방의 연혁이라든가 책방의 구조와 운영철학에 관한 이미지를 삽입해 놓은 것이다. 혹시 나중에 독립 서점을 낼 생각이 있다면 이 책을 참고해볼만한 가치가 이 부분에서도 크게 작용할것이다.
두번째 단원에서는 책방의 비즈니스모델이라고 부제를 달아도 좋을 흥미로운 공상이 등장한다.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의 물건을 재현한 작품을 경매한다든지, 특별한 대상만을 위한 공간을 운영해서 특별함을 높인다든지, 숙박을 겸하면서 맞춤 책을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든지, 공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서점 등이 그 내용이다. <작은 책방, 우리 책쫌 팝니다.>(리뷰보기)에서 비슷한 아이디어를 직접 실행하고 있는 책방들의 사례를 본 적이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책방에서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이 가장 기쁜일이기는 하지만, 책의 내용이나 책의 모양새, 책에 담긴 추억과 책을 읽는 행위, 책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는 무궁무진한 가지들이 책방에서 뻗어 나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세번째 단원은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부분이다. 이 책을 쓴 작가 기타다 히로미쓰가 직접 진행했던 기획 사례가 나오는데, 책을 주제로 한 서점의 직원으로서 진행했던 기획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책방에 방문한 사람들의 사용자 경험을 읽어낸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작가들의 생일을 366(윤달포함)개 뽑아서 문고판으로 제공하여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었던 점이나, 작가나 출판사는 가리고 책의 소개만을 보고 책을 고르도록 구성한 것, 고객의 상황이나 심정에 맞춤하여 관련 책을 처방하여 약봉투에 넣어 제공하는 등의 기획은 생각할 것이 많았다. 물론 이제는 식상한 것이 된 것도 있지만, 책방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곳인가,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책을 만나고 선택하게 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결국 사람으로 돌아온 이야기를 전한다. 책은 그 곳에서만 사고 싶게 만드는 책방은 어떤 곳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곳을 채우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핵심이다.
리뷰를 쓰면서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나오기'에 써있는 글을 모조리 베껴놓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저자는 '새벽'같은 책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책방을 운영하는 법과 그 귀중함 그리고 책방이라는 이름에 대한 아직은 선명하지 않은 기대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글에서 책을 쓰고, 책을 엮고, 책을 진열하고, 책을 추천하고 마침내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고판이라 진지함의 무게와는 달리 금새 읽고 가슴에 담을만하다.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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