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해석/기술을 가진 아이11 〈기술을 가진 아이〉 02. 시간과 공간 시공간이 느슨해진 세계에서, 아이의 선택은 어디로 향하는가도라에몽의 세계에서 시간과 공간은 더 이상 아이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분홍색 문 하나를 열면 지구 반대편의 장소에 닿고 책상 서랍을 통과하면 아득한 과거와 미지의 미래가 현재로 이어진다. 몸의 크기마저 빛 한 줄기로 자유로이 바꿀 수 있으며 펌프질 몇 번으로 익숙한 골목을 심해의 풍경으로 덮어씌우는 일도 가능하다. 이 세계에서 시공간은 노력 끝에 도달해야 할 물리적 목표가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간편하게 호출되는 선택지로 주어진다. 그러나 이 장에서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기술의 기발함이나 이동의 편리함 그 자체가 아니다.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환경이 아이가 내리는 선택의 무게를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결국 .. 2025. 12. 16. 〈기술을 가진 아이〉 01. 도라에몽의 세계에서, 기술의 실패는 무엇을 남기는가 도라에몽의 세계에서, 기술의 실패는 무엇을 남기는가도라에몽은 우연히 나타난 로봇이 아니다. 그는 22세기에서 파견되었다. 이미 실패로 굳어버린 미래를 바꾸기 위해, 아직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아이의 곁으로 보내졌다. 이 설정은 도라에몽 이야기의 가장 깊은 바탕에 놓여 있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좀처럼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매 화 반복되는 일상과 소동, 그리고 늘 제자리로 돌아오는 결말을 통해 이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도라에몽은 처음부터 기술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이 만화는 “만약 이런 기술이 가능하다면?”이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어디든 갈 수 있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꺼낼 수 있다면 아이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 질문.. 2025. 12. 15. <도라에몽은 왜 늘 실패하는 기술을 꺼냈을까> 00. 기술을 가진 아이 앞에서, 우리는 어떤 어른이었을까 이 질문을 다시 꺼내게 된 이유최근 백남준 작가의 K-456관련 강연을 하면서 관객석에서 미래의 아이들에게 AI로봇 등의 기술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들었다. 그에 대해 이런저런 답변을 하면서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한 질문을 가져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몇 번이나 멈췄다. 도라에몽을 다시 읽는 일이 과연 지금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이미 수없이 소비된 이야기를 또 꺼내는 건 아닐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질문을 내가 던질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기술을 낯설어하지 않는다. 질문이 떠오르면 AI에게 묻고, 답을 받아 적고, 이미지를 만들고, 추천된 선택지를 고른다. 기술은 아이들보다 빠르게 진화했고.. 2025. 12. 14.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