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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행복하게 살기/여행& 맛집

구룡마을, [부안가든]토종닭백숙

by feelosophy 2011.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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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모산 아침 산행을 했습니다.

모처럼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싶은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선생님과 동생들과 함께 산행이 있는 날이기에 간만에 만나는 선생님께 드리려고 준비한 꿀한통을 짊어지고 나섰습니다. (꿀은 직접 드리는게 맛이라고 생각하고... 나중에 생각했지만, 극기훈련이 따로 없더군요. 2.4kg짜리 꿀통이 간만에 산행에 24kg같이 느껴지는 두시간이었습니다.)

수서역에서 바로 연결된 계단 길을 따라 오르니, 여기가 서울이었나 싶은 숲의 모습이 짜잔하고 등장했습니다. 다람쥐도 스르륵 지나고, 잔잔한 꽃들이 피어있는 참한 오솔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산행은 가방의 무게도 잊고 마음을 무겁게 했던 지난 몇몇 일들도 잊게 해주는 것 같았죠.

대모산은 오르막길과 평지가 번갈아가며 나와서 등산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가벼운 차림으로 오르기에 좋은 산인 것 같았습니다. ^^
정상에서 한컷 사진을 찍고, 가져간 물이며 과일이며 등등을 한껏 얻어먹고 팥맛이 끌렸으나 장년취향이랄까봐 딸기맛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물고보니 기분도 상쾌하고 마음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올라온 반대쪽으로 내려가는데 국정원이 내려다 보이더군요.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그 근방을 내려오면서, 국정원 사람들은 소속을 국정원이라고 밝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나 최근 인기 있는 드라마 이야기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내려온 곳은 흡사 어딘가 다른 세상으로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고요하고 조용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를 보면, 긴 터널을 지나 무언가 이끌리는 듯한 새로운 세상이 등장하는 것같은 그런 장면이 제게 나타난 거죠.

곤충이며, 풀과 나무들이 맘편히 쭉쭉펴고 있는 그 곳에 우리는 이방인으로 떠들지 않고 조용히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도착한 곳은 <부안가든> 지친 몸을 쉬게 가방을 내리고 얼른 신발을 벗고 선풍기가 끄득끄득하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방안에 철푸덕 앉았습니다.

평범한 산골 식당 모습입니다.


간이건물로 되어 있는 '부안가든'

 

아치부터 큰 가방 메고 어린 동생들과 산을 오르내리니 몸이 벌써 쑤시는 것 같았습니다. 이미 한 상 차려진 밥상을 보니 얼른 달려들어 밥한그릇 뚝딱 먹고 한 숨 자고 싶은 심정이었죠.

 

한 상 차려진 밥상, 이제 토종닭만 나오면 됩니다.


200

맛깔나는 김치


두부 질감이 눈으로 보이지 않으세요? ^^ 따뜻하고 부드럽고 고소한 질좋은 두부


파김치, 조금 매웠네요.


몇젓가락 오간 나물


제가 좋아하는 나물이에요.


버섯반찬 얌얌!

싱싱한 야채들


두부와 김치를 곁드려 먹으니 꿀이더군요.(진짜 꿀은 아직 가방에.)

 

앞쪽에 보이는 다리가 보이시나요? 토종닭이라더니 시조새인 줄 알았습니다. ^^

 

닭을 다 먹어 갈때쯤 사장님이 닭죽을 끓여 오셨습니다. 호박, 당근, 감자가 잘게 들어가 고소하고 맛있었네요.

개눈감춘다는 표현은 여기에 '딱'이죠.

배가 부르고 나니, 이제 주변이 눈에 들어오고 맛있게 먹은 닭값이 얼마인가 보게 되더군요. ㅎ옆에 추천 주류 이름들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땀이 흥건하게 지쳐서 식당으로 들어갈 때는 못봤던 풍경이 살것같은 기분이 들었는지, 나서는 길에 눈에 들어옵니다. 저기 보이는 저 길을 따라 이곳으로 내려왔던 것인지 기억이 가물 가물하더군요. 다시 혼자 찾아 올 수 있을까요?

여기 이길은 구룡마을이라고 했습니다.

돌로 지붕의 비닐을 꾹꾹 눌러놓은 집, 그 뒤로 타워팰리스가 보입니다.


이쪽에서 대모산을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지 구룡마을 오솔길 곳곳에 작은 음식점, 등산용품 가게, 토마토 등을 파는 노점상이 이어졌습니다. 얼마전 서울시에서 만들었다는 주차장도 지나걸었습니다. 그런데, 번듯한 건물이 없이 조금 낡은 듯한 판자집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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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 주소도 나타나지 않은 곳입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밥다 먹고 쉴거 쉬고 놀거 다 놀거 집에 오면서 보았던 풍경은 이제 막 산을 내려와서 본 마을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산에서 바로 내려오자 마자 <부안 가든>으로 들어 갔기에 그런 모습은 머리에 없었지요. (HeritZ님의 블로그 글 http://musket.tistory.com/160)

세상에서는 존재하지 않은 곳이라는 구룡마을 그 공간에서 저는 기분 좋은 산행 후 배를 불리고, 몸을 뉘이고 가슴을 틔우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런 경험이 조금 아이러닉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서울 살지 않는 사람이라 무심했다고 말하기에는 제가 너무 무식하다 느껴지기도 하구요.

앞으로 구룡마을은 어떻게 될까요? 그곳에서 소박하고 따뜻한 밥을 먹고, 낮잠을 자고, 소주잔을 기울인 그 추억도 저 너머 어느 새로운 세상속에 Rita가 다른 이름이 되어 겪었던 하나의 추억이 되버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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