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예능 <저스트 메이크업>은 단순한 뷰티 서바이벌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K-뷰티의 기술과 미학을 감정의 언어로 번역하며, ‘얼굴로 예술을 말하는 시대’라는 새로운 장르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무대의 중심에는 이효리가 있다.
아이돌 시절 수많은 무대를 경험한 그는 ‘무대 위의 얼굴’이 지닌 감정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안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퍼포먼스 경험, 수많은 브랜드 모델로서 메이크업을 통해 ‘이미지’를 구축해온 경험, 또 방송 출연자로서 연출된 이미지와 진짜 자신 사이의 균형을 다뤄온 시간들을 통해서 말이다.
이효리는 이 모든 경력을 바탕으로, 이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과 출연자 사이의 감정적 가교 역할을 맡는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아티스트의 시선으로 참가자들을 바라보면서도, 대중의 감정선에서 그들의 작품을 이해할 줄 안다. 또한 방송, 브랜드, 음악, 패션 등 각 영역에 두루 닿아 있는 그의 폭넓은 인맥은 프로그램의 세계관을 하나로 엮는 네트워크처럼 작용했다.
무엇보다 이효리는 포용과 공감의 상징이다. 그는 참가자들이 예술가로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다리를 놓고, 심사위원들의 전문성과 대중의 감정을 연결하며, <저스트 메이크업>의 정체성을 끌고 가는 조용한 중심축 역할을 한다. 그의 존재는 단순한 진행자가 아니라, 이 프로그램의 문화적 좌표를 제시하는 내러티브 앵커다.
지금까지의 여정 : 감정이 기술을 이끄는 무대
현재 방송된 회차까지의 진행은 이미 한 편의 드라마다. 총 60명의 참가자들이 등장한 1차 ‘저스트 메이크업' 즉 '필살기 미션’은 각자의 정체성과 기술, 미학을 선보이는 첫 관문이었다. 심사위원 4인은 2인 1조로 나뉘어 30명씩 작품을 살피며, 작업 과정과 질의응답, 최종 결과물을 종합해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30명만이 다음 라운드로 향했다.
이어진 2차 미션 ‘미러전’은 참가자 30명이 2인 1조로 팀을 이루어 ‘쌍둥이’를 주제로 서로의 메이크업을 반영하는 데스매치 형식으로 진행됐다. 심사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이뤄졌고, 오직 작품의 완성도와 감정의 진정성으로 합격이 결정됐다. 한 사람의 얼굴이 두 개의 세계를 담는 이 무대에서, 메이크업은 미용이 아닌 감정의 조형 예술로 변주되었다.
두번의 미션에서 드러난 4인 심사위원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심사위원 4인의 개성과 철학
이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은 단순한 전문가가 아니라, 각자의 시선으로 K-뷰티 생태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 정샘물은 한국 메이크업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그의 커리어부터 자신의 이름을 걸어 브랜드를 성공시킨 이력은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심사위원으로 납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는 작품의 완성도와 색의 조화를 중시하며, 화려함보다는 감정의 섬세함 속에서 진짜 예술을 발견한다.
- 이사배는 전문 방송국 분장사로서의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크리에이터 세대의 감각을 대변한다. 그는 “메이크업을 봤을 때 심장이 뛰어야 한다”고 말하며, 감정적 임팩트와 대중적 공감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다양한 미디어에서의 방송 경험을 통해 <저스트 메이크업> 콘텐츠의 정체성을 잡아갈 수 있는 역할을 부여받은 심사위원이라 볼 수 있다.
- 서옥은 균형과 조화의 미학을 본다. 심사의 기준에서 가장 객관성을 가지려고 노력하면서 출연자의 노력과 장점에는 박수를 아끼지 않는 진심을 담는다. 눈·코·입의 구조와 디테일의 조율, 그리고 전체적인 조형미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 이진수는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업 마스터 출신으로, 제형과 컬러의 제품적 완성도를 함께 평가한다. 그의 시선은 산업과 예술의 교차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네 명의 시선은 각각 예술·대중·조형·산업을 대표한다. 이들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교차 평가를 하며 만들어내는 대화의 결은
<저스트 메이크업>을 단순한 예능이 아닌, K-뷰티 생태계를 압축한 한 편의 리얼 다큐멘터리로 바꿔놓고자 한다.
기술에서 예술로, <흑백요리사>의 계보
이 프로그램의 근저에는 <흑백요리사>의 포맷적 유산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연결은 우연이 아니다. <흑백요리사>를 만든 스튜디오 슬램과 글로벌 콘텐츠 스튜디오 SLL이 <저스트 메이크업>을 공동 제작했다. 즉, <저스트 메이크업>은 <흑백요리사>의 서사와 구조를 계승한 공식 후속 실험작이다.
<흑백요리사>가 요리를 예술로 끌어올린 프로그램이었다면, <저스트 메이크업>은 메이크업을 감정의 예술로 확장한다. 불과 칼의 리듬을 빛과 색으로 바꾸고, 전장의 긴장을 감정의 조율로 옮겼다. <흑백요리사>는 전통과 혁신, 권위와 감각이 충돌하는 구도를 통해 ‘기술의 예술화’를 보여줬다면, <저스트 메이크업>은 그 포맷을 감정의 무대로 확장시킨다. 이제 예술은 요리가 아니라 얼굴에서 완성된다.
대형 세트장에서 수십명의 출연자들의 경합이 치뤄진다. 한번에 경합이 끝나지 않고 나누어서 하는 경우가 많다. 순서를 기다리는 다른 출연자들은 경합중인 출연자들의 창작을 관찰하게 된다. 이들은 서로의 재능에서 영감을 받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어보는 묘미가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재능에 대한 인정과 존경, 공감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경합 과정 자체가 스스로에게 업으로서 자부심과 동기부여가 되며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였다.
<겟잇뷰티>의 계보, 산업에서 문화로
<겟잇뷰티>는 K-뷰티 1세대의 대중화를 견인했다. 제품 리뷰와 정보 전달, 메이크업 팁으로 소비자 중심의 뷰티 산업을 넓혀준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그 무대의 중심은 ‘브랜드’와 ‘소비’였다.
<저스트 메이크업>은 그 토양 위에서 ‘표현의 예술’을 세운다. <겟잇뷰티>가 “이렇게 하면 예뻐진다”를 가르쳤다면, <저스트 메이크업>은 “이렇게 나를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변화는 산업에서 문화로, 정보에서 감정으로의 이동했음을 보여준 셈이다.
얼굴이 무대가 되는 순간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무대는 ‘조명이 닿은 얼굴’이다. 브러시가 붓이 되고, 피부가 캔버스가 된다. 참가자들은 기술을 넘어서 감정을 그린다. 빛의 방향이 감정의 선을 결정하고, 색 하나가 한 사람의 서사를 만들어 나간다. 오히려 <흑백요리사>에서 맛을 상상하던 것에 대한 갈증이 직접 눈으로 보는 것으로 충족되면서 거대한 세트장이 하나의 무대가 되어 무대 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무대 위로 올렸다.
‘필살기’ 미션에서 보여준 각자의 색감, ‘미러전’의 쌍둥이 주제에서 나타난 감정의 대칭. 그 순간들에서 메이크업은 미용이 아니라 예술처럼 보였다.
닉네임의 미학? 이름이 곧 세계관
<저스트 메이크업>은 <흑백요리사>에서 처럼 참가자들이 본명 대신 닉네임으로 불린다. 이것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하나의 미학이다. 이미 이름을 떨치는 유명한 이들도 그들을 정의할 수 있는 닉네임을 달고 출연한다. 몇 글자 되지 않은 그 닉네임을 얻기까지 그들은 수 많은 시간을 노력하고 도전해왔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글리터 마술사’(정은우), ‘성수동 프린스’(리우), ‘손테일’(손주희)는 각자의 샵과 세계관을 대표하고, ‘맥티스트(MACtist)’(이성욱)는 글로벌 브랜드의 감각을, ‘뷰튜브 고인물’(씬님)과 ‘숏폼대왕’(시네)는 디지털 세대의 창의적 리듬을, ‘파리 금손’(김민), ‘퍼스트맨’(박태윤), ‘네버데드퀸’(퓨어디), ‘뉴욕 마스터’(박성희)는 자유로운 프리랜서 세계의 다양성을 상징한다.
이 이름들은 각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색깔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름은 곧 화장이고, 화장은 곧 정체성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브랜드보다 더 강한 개인의 언어가 새겨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각 미션에 더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설사 떨어진다 하여도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했으므로 승리만큼 가치있는 자부심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얼굴로 서사를 짓는 사람들
<겟잇뷰티>가 산업의 문을 열고, <흑백요리사>가 예술적 형식을 완성했다면, <저스트 메이크업>은 그 두 흐름을 잇는 K-뷰티의 3막이다. 스튜디오 슬램과 SLL의 연출력 위에, 이효리의 포용력과 아티스트적 감각이 얹히며 이 프로그램은 감정의 예능, 서사의 무대로 진화하고자 하는 시도다.
이제 메이크업은 꾸밈이 아니라 언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 언어로 자신을 말하는 사람들, 그 얼굴 위에서 한국의 문화가 세계로 번역되고 있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비로소 문화 브랜드 리뷰 > tv 방송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 이루어질지니> 정주행 매뉴얼, 김은숙 월드의 확장, OTT 시대의 감정 실험 (0) | 2025.10.13 |
---|---|
사옥미팅, 에그녀 테오남 연예PD들이 연애 프로그램에 몸을 던지다. (6) | 2025.08.16 |
나인퍼즐 9개 퍼즐 완성 퍼즐 모음과 피해자, 시즌2 예상 (4) | 2025.06.05 |
<나인 퍼즐> 최근까지 공개된 퍼즐 조각 모음과 각 피해자 연관 관계와 퍼즐의 의미 (1) | 2025.05.30 |
미지의 서울, 모른다고 인정하는 용기와 로맨스에 대하여 (1) | 2025.05.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