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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브랜드 리뷰/tv 방송 리뷰

비로소 리뷰 〈이로운 사기〉 현실의 X맨, 감정이 다시 작동할 때

by feelosophy 2025.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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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사기>는 감정을 잃은 천재 사기꾼 이로움(천우희) 과 과도한 공감 능력으로 상처받는 변호사 한무영(김동욱)이 손잡고 사회적 악을 향해 복수를 설계하는 이야기다. 겉으로는 범죄 스릴러지만, 결국은 감정이 다시 작동하는 순간, 인간이 회복되는 이야기다복수극의 쾌감보다, 인간의 온도가 어떻게 다시 복원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드라마 정보

장르: 범죄, 심리, 휴먼 드라마
공개년도: 2023년
서비스 OTT: tvN / 넷플릭스
총 16부작
극본: 한우주
연출: 이수현
주연: 천우희(이로움), 김동욱(한무영), 윤박(고요한), 박소진(모해정신의학과 원장), 이연(정다정), 유희제(나사), 홍승범(링고)

 

<이로운 사기>는 방영 당시 4~5%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며잔혹하지 않은 복수극이라는 평을 얻었다단순한 응징이 아니라 감정이 결여된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 남는 법을 찾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다만 주인공이 카메라를 향해 말을 거는 4의 벽 연출은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과 신선하다는 평가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였다하지만 바로 그 연출이관객을 이로움의 내면과 공모자로 참여시키는 메타적 장치로 기능했다.

 “내가 감정을 잃은 지 얼마나 됐는지 알아?” - 이로움 ,  냉정하고 단단한 한 줄이지만, 그 안에는 오래된 외로움이 숨어 있다.

4의 벽을 깨는 메타 시선, 주인공이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건네며 사기극의 공범이자 증인이 되게 만든다색감의 대비 즉, 차가운 블루와 네온 빛의 교차로 이성감정의 긴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또 리듬 있는 구성을 통해 복수극의 긴장감 속에서도 인물의 내면을 조용히 따라가는 심리극적 호흡을 유지한다. 그리고 감정의 설계라는 주제아래 폭력이 아닌 감정의 작동으로 정의를 실현한다.

 

<이로운 사기>와 현실의 X맨들

마블의 <X맨> 시리즈는 세상으로부터 배제된 능력자들의 이야기다그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세상은 그들을 통제하거나 제거하려 한다하지만 <X맨>의 진짜 메시지는 다름의 수용에 있다그들이 싸우는 대상은 세상이 아니라 두려움 그 자체다

<이로운 사기>의 인물들도 이와 닮았다이로움, 정다정, 나사, 링고로 이루어진 이들은 초능력 대신 감정의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이다감정을 느끼지 못하거나, 너무 많이 느끼거나, 혹은 감정 대신 논리로 세상을 해석한다.

사회는 이런 사람들을 이상하다고 부르지만이 드라마는 그들을 비정상이 아니라 감정의 또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인간들로 그린다.

정다정은 만화방 속 해킹실에서 세상을 읽는다그의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세상의 불의를 들춰내는 감정의 언어다나사는 카센터에서 기계의 떨림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복원하고링고는 언어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세상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기술자로 살아간다이로움은 그 모든 이들의 능력을 설계하며 감정이 다시 작동하는 순간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들은 초능력은 없지만, 분명 현실의 X맨이다그들의 능력은 감정의 민감함, 논리의 예리함, 공감의 깊이다세상을 바꾸는 방식이 폭력이나 권력이 아니라 공감의 설계라는 점에서, 그들은 가장 인간적인 영웅이다.

그리고 이 세계를 현실로 연결해주는 인물이 한무영이다그는 과공감이라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다이로움의 냉정함이 세상을 분석한다면한무영의 따뜻함은 그 세상을 다시 번역한다.

도망치지도, 외면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의 이 한마디는 단순한 위로나 다짐이 아니라감정과 이성이 분리된 시대를 향한 윤리적 선언이다

 

<이로운 사기>의 본질은 복수가 아니라 회복이다이로움과 정목키드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감정을 차단했지만결국 감정을 회복하며 세상과 다시 연결된다그들의 여정은 죄책감을 지우는 과정이 아니라그 죄책감을 삶의 일부로 품는 성숙의 과정이다감정은 완벽히 통제할 수도, 숨길 수도 없는 인간의 본질임을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결국 <이로운 사기>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형태의 돌연변이로 살아가고 있나요?”

너무 감정적이어서, 혹은 너무 냉정해서 세상과 어긋난 적은 없었는가그 어긋남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능력일 수 있다다르게 만들어졌을 뿐, 잘못 만들어진 건 아니다.

감정은 약점이 아니라 관계를 작동시키는 기술이다그리고 한무영처럼, 혹은 이로움처럼우리 역시 누군가의 감정을 다시 작동시킬 수 있는 이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그 순간 세상은 조금 더 인간적으로 설계된다.

 

이 드라마를 봐야 하는 이유

복수보다 감정의 회복과 인간의 윤리를 다룬 드라마

냉정함과 공감, 두 축이 만들어내는 섬세한 감정선

천우희와 김동욱의 대비 연기가 빚어내는 서사의 밀도

4의 벽 연출로 관객을 이야기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실험적 시도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이로운 사기>는 말한다감정이 다시 작동하는 순간, 세상은 조금씩 바뀐다우리는 모두 어딘가 어긋난 감정의 돌연변이일지도 모른다그러나 그 다름을 인정하고 세상을 향해 다시 움직일 때그 변화가 이롭다.

그것이 이 드라마가 던지는, 가장 따뜻한 사기다.

 

비교해볼 만한 다른 작품

비밀의 숲(2017) 감정 결여 주인공, 시스템 속 정의 제도 안 검사 vs 제도 밖 사기꾼

사이코지만 괜찮아(2020) 감정 회복과 치유 서사 동화적 상징 vs 현실적 시스템

나의 아저씨(2018) 인간 회복, 세대 간 공감 내면의 구원 vs 사회적 정의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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