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아이와의 주말 나들이를 영상으로 만들어서 유투브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자기 자식은 사랑스럽고 특별하다고는 하지만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게 아까워 영상으로나마 남겨두고 싶은 평범한 엄마의 마음이기도 하고, 혹여 아이가 특별한 재능이 있다면 이 쪽(?)으로 나가볼 요량도 없지 않았습니다. 물론 장비빨도 편집술도 그닥이라 구독자수나 재생수가 한 두자리를 맴도는 게 현실이지만요.

그래도 네살배기 아이는 잠금만 풀려있다면 엄마나 아빠 스마트폰에서 유투브를 열고 원하는 영상을 플레이시킵니다. 보다가 중간 광고가 나오면 최소 시청시간이 지나면 바로 그만보기를 눌러버리고 몇살 많아보이지도 않는 똘똘한 아이가 등장하는 유투브 콘텐츠를 시청합니다.

어제는 잠을 자려는데, 거울을 보면서 '그럼 빠빠! 꾹꾹 눌러주세요!'하는 BJ흉내를 내더군요. 아마 구독이나 좋아요를 눌러달라는 마지막 인사말을 흉내내는 것 같았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신기하기도 하고 능청맞은 모습이 웃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 책에서 말하는 포노사피엔스 원주민이 바로 내 앞에 있구나 싶더군요.

다행히 저는 미디어 기술의 수혜를 받고 자란 세대입니다. 대학때 인터넷이 본격화되어 다음이니 프리첼이니 네이트니 야후니 하는 플래폼의 이메일이란 이메일은 섭렵하고 하두리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 채팅을 하고 아이러브스쿨로 몇해 지나지 않은 초중고 동기들을 만나 첫사랑을 확인하거나 미니홈피에서 썸남의 일상을 염탐하는 요즘의 SNS의 시작을 경험했지요.

삐삐에서 씨티폰은 건너뛰고 PCS로 넘어왔다가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기기를 옮겨오면서 '8282' 또는 '482482'등의 제한된 숫자로 보내는 삐삐 메세지를 만들어 내는 것부터 기호들로 조합된 이모티콘을 재미로 만들고 그당시 고가의 공학계산기에 게임 프로그래밍을 하고 놀았던 세대입니다. 워크맨에서 CD플레이어를 거처 MP3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총망라한 세대이면서 SNS의 열렬한 중독자들로 모바일 마케팅의 주타깃이 되는 게 바로 우리 세대입니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들 경험처럼 마치 응답하라 시리즈의 한 시절의 편린이 곳곳에 녹아 지금의 나를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건,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게 바로 미디어 기술을 통해 우리의 삶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카톡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전화대신 어플로 짜장면을 배달시키는 시대이므로 이 시대의 의사소통법이나 예절에 대해서 인색하게 굴어서는 안된다는 이 책의 주장은 적극지지합니다.

<포노사피엔스>는 저처럼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4차산업, 비즈니스의 전문가로 소개된 최재붕 교수가 쓴 책입니다. 공학을 베이스로 기술을 기반한 산업과 문화에 대해 해박한 덕력을 뽐내는 것이 무척 멋져보이더군요. 같은 학부 전공에 문화콘텐츠 전공을 통해 문화브랜드와 문화기술에 관심을 갖는 연구자로서도 물론 멋진 분이라 여겼습니다.

4차산업이라는 큰 테마 안에서 빅데이터, 핀테크, 인공지능과 공유 경제 등 다양한 이슈를 쉬운말과 사례를 통해 풀어 놓은 책이라 이 주제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최재붕 지음, 샘앤파커스

 

단순히 핸드폰을 갖다대거나 흔들면 결제가 이루어지고, 이런저런 절차없이 지문이나 홍체인식만으로도 신원조회가 되는 시대에 오히려 사람들은 자기의 시간을 더 만들고 창의적이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로그래밍을 배울 때, 자바라는 언어에서 캡슐화라는 용어를 본 적이 있습니다. 마치 기계 부품처럼 어떤 기능을 하는 부분부분을 덩어리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이해했는데, 점점 기술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더욱 간단하고 간편하게 캡슐화가 되고 서로 모듈로서 조합이 되거나 따로 또 기능하는 효율적인 모습으로 탈바꿈 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기술로부터 촉발한 기술은 통신망을 타고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학습하며 그 데이터를 불려 나가더니 이제는 스스로 미래를 예상하거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주변의 사물들은 서로 통신하면서 마치 살아있는 대상처럼 사람들과 소통하며 인간의 삶 속에 하나의 인격체처럼 자리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이런 시대에 사람들은 개인으로서 또다른 사람으로서 혹은 또다른 사물로서의 입장과 맥락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단순히 즐기고 이용하는 온갖 기술들에 인색해지지 않고 가끔씩은 집요하게 분석해보는 미디어 아침운동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는 것에 조금은 유해지기로 했습니다. 그걸로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고 그 결과를 함께 플랫폼에 올려 보는 것, 이런 과정을 일상에서 경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당장, 잠시 손 놓았던 유투브 계정을 좀 살릴 궁리를 해야겠네요.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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