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가족이 낯설다. 당연했던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어영부영 모른채 지났던 문제들이 수면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뉴스에는 아이학대와 가정폭력처럼 일상에서 조심스럽게 숨겨진 사건이 수면위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각각의 템포대로 불편하면 거리를 두고 기분이 풀리면 가까웠다가를 조절할 수 있던 시기에는 적어도 약자에게는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을지도 모른다. 조금씩 자신만의 장벽을 세우고 에너지를 비축할 시간을 벌어가면서 말이다. 그런데 마음대로 거리를 둘 수 없고 원하지 않게 함께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많아진 팬데믹 시절에 이들에게는 악몽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살가운 편이 아닌 가족이 함께 더 오랜 시간을 머물러야만 한다면 대부분 어색하고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수도 있다. 사춘기만 지나도 자식과 부모사이의 애정표현은 쉽지 않은데 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가 더 와닿는듯 하다. 출가하고 독립한 자식이 있는 중년 부부의 삶이 황혼의 여유로움을 기대하기에는 한국 사회가 팍팍하기도 했고,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평범한 아빠는 당신의 젊은 시절 아버지들에게서 다정함을 배우지 못했다. 딱 내가 이들의 딸 쯤 되는 나이고 보니, 우리 엄마와 아빠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 아빠가 스물 다섯인 시절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한껏 그 시대의 멋을 부린 청년은 지금보아도 곱고 예쁘고 멋진 모습으로 자신감 넘치는 포즈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어 머리칼이 얼굴을 간지럽히는 감각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표정으로 생기있고 자신감있고 편안해 보였다.

사춘기를 지나고 점차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나의 우주였던 부모님은 한없이 작아졌다. 그 시절부터 관심사는 오직 나 혹은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이 되어 버렸고 엄마와 아빠 그리고 동생에 대한 생각은 늘 보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꽁꽁 묶어둔 채 열어보려 하지 않았던 듯 하다.

4회까지 진행된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막장드라마에서나 볼 것 같은 소재(불륜, 동성애자, 바람)를 가족 구성원에 대입하면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를 각성시킨다. 그만큼의 충격적으로 대입된 평범한 가족의 민낯에 '내가 정말 아는 것이 없었다'는 놀라움과 함께 알려고 노력하지 않은 게으름, '알리지 않은 상대방에게의 서운함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왜 엄마는 졸혼을 요구하는 것일까. 왜 아빠는 자살을 기도하려 한 것일까. 혹시 아빠는 외도를 해서 숨겨둔 자식이 있는 가, 언니는 남편의 비밀을 알면서도 묵인한 것인가, 대놓고 바람을 피는 썸남의 대시를 왜 뿌리치지 못하는가 등등 아직 드러나지 않은 여러가지 갈등과 충격과도 이어질 이러한 복잡한 퍼즐을 마치 나의 이야기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으로 가만히 맞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가족은 아버지가 기억상실증에 걸려 22살 청년이 되버린 상황에서 각성된다. 아버지가 자신들보다 어린 청년이 되고 보니, 부모님이 처음 만나 가족이 되었던 38년 전의 생기와 자신감 넘치는 청년의 모습에 새삼 놀란다. 그에게는 누구보다 사랑한 아내가 있었다. 자식들은 삶을 되돌아 보게 되는 사건이 되었고 하필 자신들에게도 들이닥친 위기에도 가족 서로를 보듬어 이겨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새로운 국면이 만들어지는 드라마가 아니라도, 우리 일상은 매일매일 가장 가까우면서도 멀리 미뤄두는 가족과 함께있다. 그 일상에 드라마로 간접 각성된 마음을 돌려 가족간의 관심과 이해를 표현해보는 용기를 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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