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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우리아이만 한글 못쓸까봐 시작한 한글어플

by feelosophy 2023.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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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성장할 수록 단순히 의식주만 해결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성발달처럼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 선생님과의 교감, 학습능력 등을 챙겨야 한다는 걸 알았다면 초보엄마들은 좀 덜 당황했겠지.

어느날 아이가 친구가 삐뚤빼뚤 써준 편지 비슷한걸 들고 왔는데 그걸 본 내 심정은 솔직히 내용에 대한 생각보다는 '이걸 그 친구가 써서 줬다고?' 였다. 우리 아이는 가나다라 써보고 엄마 아빠 자기 이름 정도 같이 써주는 정도였던 것 같은데 그 아이는 친구에게 자기 생각을 담은 글을 써서 줄 정도라고? 

아이가 이유식 끝내고 밥을 먹고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의 감격도 잠시 나중에는 아이와 손을 잡고 산책을 할 수 있는 때를, 더 지나서는 아이와 의사소통이 자유롭기를 바랐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아이가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궁금한 것을 찾아서 알아내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으면서 생각을 확장시켜 나가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 시기가 생각보다 금방 다가왔고, 아이는 걸음마를 때거나 말을 시작하는 것처럼 전자동으로 글을 깨우치지는 않았다. 그것은 옆에서 글자를 써보고 그게 어떤 뜻을 가진 것인지 매칭해서 알려주고 반복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아이의 한글공부로 선택한 것은 어플이었다. ㄱㄴㄷㄹ 가나다라 순으로 단어 위주로 한글을 익히고 직접 글씨를 써보고 획순이 맞지 않거나 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고 잘 썼을 경우 배경음이나 진동으로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아이와 상호작용이 빈번하게 게임처럼 한글을 익히도록 하였다. 엄마가 일일이 손을 잡고 글씨를 써주지는 않았지만, 정해진 순서대로 필요한 주요 단어를 획순에 맞게 지치지 않고 반복해서 연습할 수 있다는게 신세계였다. 아이는 스스로 엄마 핸드폰을 열어 단계별로 한계단한계단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 게임처럼 관심을 가지고 진득하게 한글을 공부하였다. 아이는 한글 공부가 아니었겠지만.

그러다가 주변의 간판을 읽기도 하고 엄마 아빠 이름을 손바닥에 적어보기도 하고 마침내 책을 더듬거리면서 읽었다. 처음에는 고양이 책을 읽다가 남편이 분통을 터뜨렸는데 나중에 아이는 할머니, 빨간모자, 늑대의 캐릭터에 맞춰서 톤을 바꿔가며 동화구현을 하는 수준까지 되었다. 

덕분에 아이는 친구들이 어린이집에서 모르는 글자가 있으면 찾아오는 꼬마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편지를 써서 선생님이고 엄마아빠고 친구들이고 나누어주고 주변에 이것저것 그림으로 꾸미기까지 하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아이들의 모바일 사용에서 문제가 많이 있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여유가 없이 빨리빨리 많은 정보를 내뱉고는 하는 모바일 영상에 아이들이 시간을 쓰는 바람에 자기 생각과 자기 성격이 만들어질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며, 때로는 그 모바일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필요한 공부를 소홀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세대는 이런 스마트한 모바일이 성장하면서 사용방법을 습득하고 그 사용방법조차 여러차례 바뀌는 것을 경험한 세대다. 그러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부모의 스마트폰을 보고 만지고 그것으로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고 자랐다. 미디어가 신체의 일부라는 그 진부한 표현이 지금은 정말 일상이 되었고 아이들은 모바일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그것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인내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자기 핸드폰이 생기고 부모와 관련있는 인맥이 아닌 자기 인맥이 채워지면서 자기 세상이 커지는 것이 조금은 두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 가운데 아이가 처음 한글을 익히던 시기를 생각해보면, 아이와 지치지 않고 꾸준히 정해진 목표를 이루기 위한 어떤 일을 해주는 모바일을 함께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최선일 것 같다. 아이가 보는 영상과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 함께 이야기하고 아이와 눈을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말이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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