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브랜드 연구소 | 비로소1039 어제는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훈육은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살 선'을 긋는 과정이다 어제 나는 '엉망인 엄마'였다. 그날 따라 아이의 산만한 학습 태도와 생활 예절 문제가 겹쳤고, 결정적으로 기초적인 문제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아이의 모습 앞에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공학을 전공하고 논리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그 '당연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의 눈동자가 답답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감정과잉으로 점철된 언어와 태도, 그리고 놀란 아이의 눈망울. 늦은 시간까지 자책하며 지금 글에서 쓰려고 하는 부모의 훈육 목적과 태도에 대해 생각하였다. 이 글은 전문가로서의 조언이기 이전에, 어제의 실수를 딛고 아이와 다시 연결되고 싶은 한 엄마의 간절한 반성문이다.왜 사춘기 이전에 '훈육'의 기초공사가 필요한가 사춘기는 아이가 부모의 세계를 떠나 자기만의 세상을 찾아가는 독립의 시기이다. 이.. 2026. 3. 25. 초등학교 2·3학년의 3월, 엄마가 읽어줘야 할 다섯 가지 변화 3월은 잠들었던 세상의 모든 색이 다시 피어나는 시기다. 부모와 아이에게는 가장 긴장되는 '새로운 항해'의 시작이다. 특히 초등학교 2·3학년은 단순히 학년의 숫자가 바뀌는 것을 넘어, 아이의 세계관이 확장된다.1학년이 학교라는 낯선 시스템에 몸을 맞추는 시간이었다면, 2·3학년은 그 안에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슬슬 가방 속 준비물을 챙기는 손길보다, 아이의 관계와 습관 속에 숨겨진 '결'을 읽어주는 시선이 더 필요한 때이다.1. 친구 관계: '함께 놀기'에서 '선택하기'로저학년의 우정은 물리적 거리가 중요하다. 짝꿍이라서, 같은 모둠이라서 자연스럽게 맺어지는 관계였다. 2·3학년이 되면 아이들의 관계에는 '취향'과 '기준'이 중요해진다. 이제 아이는 누구와 시간을 보낼지 스스.. 2026. 3. 24. 왜 초등 4학년을 '전환의 골든타임'이라 부를까요? 초등학교 4학년은 아이 내면에서 조용하지만 분명한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시기라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제와 다름없어 보이지만, 어느덧 아이의 입에서는 "왜 이걸 해야 해요?" 혹은 "이게 정말 맞는 거예요?"라는 질문이 시작된다. 지시를 무조건 수용하던 어린 시절을 지나, 스스로 가치를 판단하려는 '자기 세계'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신호다. 이것을 마냥 반항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규칙의 순응에서 규범의 내면화로 최근 학부모 총회에서 '규칙이 아닌 규범으로의 이행'이라는 화두를 접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하면 안되는지 규칙을 정하고 그에 따라 칭찬과 꾸지람을 하던 엄마이자 연구자인 내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저학년 시기의 교육이 주어진 규칙을 물리적으로 준수하는 '훈련'이었다면, 4학.. 2026. 3. 21. 우리는 왜 아름다움을 지우려 하는가: 〈더 뷰티〉(디즈니+, 2026)와 포르니 포르스트 (The Beauty)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 장르: SF, 디스토피아 스릴러 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바이러스처럼 전파하는 '더 뷰티'가 지배하는 세상을 그린다. 감염되면 누구나 완벽한 외모를 갖게 되지만, 그 대가로 생명은 불안정해지고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 세계에서 아름다움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 생존의 기준이자, 견고한 권력이 된다. 욕망이 설계한 디스토피아 어쩌면 허무맹랑해보이는 설정이나 선정적인 장면으로 관심을 끌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는 단순히 미래 기술을 나열하는 SF가 아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수용해 온 '미(美)의 기준'을 정면으로 묻는 작품이다. 더 젊고, 더 매끈하며, 결점 하나 없는 상태를 향한 인간의 집착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어떤 괴물이 탄생.. 2026. 3. 18. 자존감의 두 얼굴: 〈아이 필 프리티〉와 〈파반느〉가 보여준 반짝임 영화 속에는 유독 잔상이 길게 남는 여자들이 있다. 객관적인 미의 기준으로는 '글쎄?' 싶다가도, 어느 순간 화면을 뚫고 나오는 광채에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이들이다. 그 빛의 정체는 이목구비의 조화가 아니라, 자신을 대하는 '태도'라는 필터에서 나온다. 자존감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났지만 전혀 다른 꽃을 피운 두 영화, 〈아이 필 프리티〉와 〈파반느〉를 통해 그 반짝임의 정체를 생각해본다. 르네의 근거 있는 착각 〈아이 필 프리티〉 먼저 〈아이 필 프리티〉의 르네는 외모 지상주의의 문턱에서 매일같이 '좌절'을 수집하던 평범한 여성이다. 그러다 스피닝 기구에서 굴러떨어지는 황당한사고를 겪은 뒤, 거울 속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변했다는 거대한 착각에 빠진다. 사실 변한 건 0.1mm도 없지만, .. 2026. 3. 6. 레이디 두아, 나는 스스로 만들지만 내게 주어진 재료는 정해져 있다. 배운것이 도둑질이라고 사람들은 자기가 오래 속해있던 바운더리 안에 있을 때 존재감을 느낀다. 사람은 스스로 자기 증명을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가 자기를 알아봐주고 인정해준다면 그들의 신의를 계속 받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한계도 느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능력을 계발하고 더욱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보람도 느낀다. 그것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된다. 이 인정욕구라는 것이 자기 처지와 비교할 때 너무나 극단적으로 다른 곳이라면 차라리 포기하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른다. 운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은 자기 능력 밖의 수준에서 무시와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경우 제대로된 대처를 할 수 없다. 폭발한 감정과 비이성적.. 2026. 3. 6. 파반느, 그가 기다릴 까봐 한달음에 달려갈 만큼의 사랑 해봤니? 대개 로맨스 영화라면 아름다운 남녀 주인공의 애닳는 클로즈업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파반느의 주인공들은 정말 현실 찌질했던 우리의 예전 그 모습을 하고 있는 듯 하다.본래 키크고 잘생긴 문상민 배우(경록역)를 데려다가 덥수룩한 머리에 피부 결도 푸석하게 표현하고 옷차림도 디자인이나 색상 고려 없이 되는대로 입혀놓았다. 직전 출연작인 에서의 대군의 멀끔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다. 세상에 주눅 들었고 가진 것 없고 행복보다는 뭘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사는 그런 청년의 모습이다. 여주인공 고아성 배우(미정역)는 더 가관이다. 나름 백화점 정규직으로 수석으로 입사했음에도 점점 지하 창고로 밀려났다. 특유의 음침함, 소심함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밀려난 것이다. 그저 주어진 일을 그림자.. 2026. 3. 4. [시네마 쿼드런트] 5. 수술대 위에서 찾은 사람의 자리: 네 가지 삶의 지도 [시네마 쿼드런트: Cinema Quadrant]'쿼드런트'는 원을 사등분한 사분면을 의미하는 수학 용어입니다. 정답을 골라야 하는 사지선다가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선 위치를 확인하고 나아갈 방향을 사유하는 네 가지의 길입니다.영화라는 거울을 사분면의 좌표 위에 올리고, 그 안에서 우리 삶의 비로소 가치 있는 좌표를 찾아봅니다. 병원은 가장 적나라하게 사람의 모습이 드러나는 곳이다. 그곳은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마지막 경계이면서, 거대한 병원 조직의 힘과 힘없는 개인의 의지가 부딪히는 사회적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의학 드라마에 빠져드는 이유는 단순히 병이 낫는 과정이 궁금해서가 아니다. 이성적인 판단이 지배하는 수술실에서 가장 뜨거운 삶의 욕구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단단한 조직의 벽 앞에서 사람의.. 2025. 12. 29. 이전 1 2 3 4 ··· 1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