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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악연> 악인의 안경과 손목시계란? 인물 관계, 악연 시즌2 제멋대로 써보기

by feelosophy 202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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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나 <시그널>처럼 강력 범죄를 다루더라도 주인공이 선한 편에 서서 결국에는 악을 물리친다는 서사라면 시청하다가 보기 힘든 장면에도 참아낼만하다. 결국에 돌아오게 될 권선징악을 만나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악연>은 선한 주인공이 없다. 수위에 따라 누가 얼마나 더 악한가의 차이가 있을 뿐 악한 이들이 얽힌 관계가 옴니버스로 전개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볼만한 이유는 다양한 층위의 악을 통해 스스로 멸망으로 치닫는 캐릭터의 변화를 개연성있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았던 것들이 심연에는 깊게 연관되어 있었고 그 관계로 인해 스스로 파멸하게 된다는 명확한 주제를 던진다. 

만약 1편을 다 볼 수 있다면 나머지는 그대로 이어볼 수 있다. 일단 시작했다면 완주하기에 극의 전개와 인물간의 관계, 연기 등이 몰입하여 볼만하다. 

 

(이후 스포일러 주의)

<악연>의 인물간 악연 관계

일단 <악연>의 관계 사슬을 본다면, 목격남인 김범준(박해수)이 이 모든 악연의 시작이자 끝이다.

갓 스물이 되어 세상을 우습게 알던 시절 후배 여자아이의 옹졸한 질투에 과한 형벌을 부추긴 것으로 이 모든 악연이 시작된 것이다. 그 흉악한 제안을 들은 이유정은 이주연을 사채남인 박재영(이희준) 일당에게 던진다(?) 그 후, 박재영은 사채빚을 지고 일확천금을 노리면서 하루를 의미없이 살아가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미 20년 전 시작되었던 악연은 사채빚 독촉을 받는 사채남이 고향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보험증서를 보면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극이 시작된다. 극의 주인공인 6명은 각자 악의를 가지고 있고 그 종류는 서로 다르다. 그리고 악함의 수위를 측정할 수는 없으나 그 정도는 서로 차이가 있다. 인간으로서의 도덕성을 찾아볼 수 없는 목격남으로부터 살인이 기계적인 수단이 된 길룡, 자신의 죽음을 막기 위해 아버지의 죽음을 사주하는 폐륜의 사채남, 세상에 부정적 기운을 깔고 기생하는 이유정은 도덕을 넘어 최소한의 상식을 담은 법의 시각으로도 악인에 속한다.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보이는 두 캐릭터인 안경남(이광수)와 이주연(신민아)조차 내면에 악의가 존재한다. 다만 이 둘의 차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표출하고 행동하는가에 의해 삶의 방향이 전혀 반대방향으로 향했다. 

사채남(이희준) ; 사채빚을 갚지 못해 장기밀매로 산채로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 사채남은 돈을 구하려 혈안이 되었다가 폐륜적 계획을 세운다. 아버지의 살인을 청부하는 것이다. 

길룡(김성균) ; 범죄조직 출신인 조선족으로 사채남에게 살인을 사주받고 사채남의 아버지를 죽인다. 이 때, 교도소 동기인 목격남(박해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경찰을 살해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목격남(박해수) ; 모든 악연의 중심인 목격남은 사이코패쓰 기질이 다분하다. 길룡의 청부살인에 문제가 발생하자 사채남의 아버지 사체를 엉뚱한 사람을 옭아매는데 사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완전범죄에 가까웠으나 오히려 옭아매려한 대상인 안경남(이광수)때문에 파멸의 길로 접어든다. 

이유정(공승연) ; 전형적인 꽃뱀이다. 돈이라면 무엇이든 하며 진실과 정의와 거리가 먼 여자다. 여성으로서의 외모적 매력을 내세워 남성들에게 가스라이팅, 갑질, 사기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 외에 인생에 의미는 없다.

안경남(이광수) ; 한의사로서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잃고 싶지 않아 음주운전 사고를 덮고자 하지만 이건 목격남이 쳐놓은 함정이고 그 속에서 내면의 악이 폭발하게 된다. 

이주연(신민아) ; 피해자로 살아오면서 응어리진 악을 결국 조절하면서 결국에 살아가게 되는 의사다. 고통 속에서도 삶을 살아내고 어엿한 의사가 되었고 복수할 수 있는 순간에도 앞으로의 삶을 위해 참아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악연>에서 안경과 손목시계의 의미는?

박해수가 연기한 김범준은 극에서 안경남의 안경을 쓰고 코트를 입으면서 한의사의 사회적 지위와 능력을 흉내내려 한다. 자신의 범죄가 드러나고 체포되기 직전, 이 안경을 진짜 박재영에게 씌우면서 그 흉내내기를 그만둔다. 그리고는 박재영의 신분으로 갈아타면서 그의 손목시계를 차지한다. 

안경은 시야를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물건이다. 한편으로는 안경을 쓴 사람을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지적이고 점잖은 사람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상징으로도 쓰인다. 내면의 추악함을 가리는 가식을 의미한다. 그 안경을 박재영에게 씌우고 가장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처형을 하는 것을 통해 가식적 삶에 대한 냉소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손목시계는 누구에게나 같게 흘러가는 시간을 알려주는 물건이다. 극에 등장한 값비싼 손목시계는 생사권을 의미한다. 박재영의 아버지의 서랍장 안에서 발견된 손목시계는 박재영(사채남)의 손목으로, 김범준(목격남)의 손목으로 갔다가 결국에는 윤정민(김남길)에게 전달된다. 이 연결은 모두 먼저 시계를 가지고 있던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사람이 손목시계를 차지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으로 동일하게 흘러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내는 지는 제각각 다르다. 악인들의 삶은 다른 삶을 기생하고 좀먹으면서 자신의 시간을 채운다. 반대로 희생자들은 자신의 시간이 공허해짐을 경험한다. 일일이 자신의 시계를 통해 자신의 일상이 여전히 흘러가고 있음을 끝없이 자각해야만 한다. 

가장 큰 희생자이면서 자신의 악의를 참아낸 이주연의 옆에 있던 윤정민이 이 시계를 갖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과연 그는 악인인가 악인의 처단자일 뿐인가.  

 

만약 <악연> 시즌2가 나온다면?

 

리뷰에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기에 아쉬운 두 특별출연 캐릭터가 있다. 바로 주연을 악연에서 구해낸 동료 의사인 윤정민(김남길)과 사채업자(조진웅)이다. 또 이주연(신민아)를 돕는 무해기획의 전직 형사 황철목(박호산)의 역할도 중요하다. 

만역 시즌2가 나온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일단 손목시계를 단서로 잡아서 어떻게 박재영 아빠가 값비싼 손목시계를 가지고 있었는가로부터 시작하겠다. 박재영의 아버지인 박동식은 천주교에서 아들의 죄값을 치르고자 신실한 삶을 살아갔지만 그 이전의 삶은 알려지지 않았다. 아들이 교통사고 합의를 엉터리로 했음을 눈치챌 정도로 닳고 달았다. 그런 그가 20년 전 모범적이지 않은 아버지였고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 그 당시 형사였던 황철목(박호산)과 어떤 일로 연루가 되었다. 

이미 돌아가신 걸로 나오는 이주연의 아버지는 어쩌면 그 사건의 희생자였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박동식의 아들인 박재영이 이주연에게 관심을 가진 것이고 결국 그런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유복한 집에서 자라온 이주연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도 성실히 공부하고 올곧게 자랐다. 손목시계는 어쩌면 그녀의 아버지의 것일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사채업자와 일을 그만둔 윤정민(김남길)이 손목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크게 놀라고 그 오랜 악연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 때에는 어쩌면 명확하게 악인으로 묘사되지 않은 사채업자와 윤정민의 서사가 중심이 되어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나는 잘 자라 실력있는 의사가 된 주연이를 보면서 악랄한 사람의 본성을 끊어낸 의지를 배우고 격려했다. 뒤엉킨 악연의 실타래를 굳이 풀어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 황철목이 뒤바뀐 박재영과 김범준의 DNA결과지를 보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장면에서 나조차 마음을 놓았다. 

나도 내 안의 악을 들키지 않고 잘 조절하고 스스로의 삶을 가꾸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의지와 힘이 강해지기를, 나를 둘러싼 사랑하는 이들의 행복을 가꿀 수 있는 부지런함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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