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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브랜드 리뷰/tv 방송 리뷰

1인 2역, 왕자와 거지 모티프로 보는 재미와 의미, <미지의 서울> 그리고 <옥씨 부인전>, <친애하는 판사님께>, <폭싹 속았수다>

by feelosophy 202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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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이 1인 2역을 맡은 드라마 <미지의 서울> 방영이 시작된다. 티저 영상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이 드라마는 쌍둥이로 외모가 같은 자매가 서로의 인생을 바꾸어 살게 되는 이야기다. 누가보아도 처한 상황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인생으로 바꾸어 살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 될 전망이다. 매해 만우절 서로 반을 바꾸던 쌍둥이의 상상이 현실이 된 것일까.

 

이미 박보영은 <오나의 귀신님>에서 1인 2역을 연기한 적이 있다. 소심한 요리사 보조의 몸에 통통튀는 처녀귀신이 빙의했다는 설정으로 극단적인 성격 변화를 경험하며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 성장하는 드라마였다. 상대 배역인 조정석과의 캐미가 아슬아슬하며 전개되어 인기를 끌었던 바가 있다.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똑같은 외모를 매개로 인생을 교환한다는 내용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하는 모티프이다. <왕자와 거지>라는 소설에서처럼 신분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사람이 단지 외모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이의 삶에 잠입할 수 있다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팍팍한 현실을 도피할 수 있는 판타지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늘 주인공은 다 가진자가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자가 차지하기 마련이다. 

<왕자와 거지(The Prince and the Pauper)>는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 1881년에 발표한 소설 제목이다. 두 소년이 신분을 바꿔 겪는 경험을 통해 사회를 비판하고 인간성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똑같은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신분에 따라 극단적으로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통해 역설적으로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 나가는 삶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 주요 내용이 된다. 

“왕자와 거지” 모티브는 신분이 다른 두 인물이 서로의 삶을 바꾸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고전적인 주제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꾸준히 사랑받는 설정이다. 왜 이 모티브를 활용한 영화나 드라마가 끊임없이 창작되는 것일까? 이런 스토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재미 요소는 다음과 같다.

 

<왕자와 거지>모티프 콘텐츠가 주는 교훈

1.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공감

이 모티프 이야기는 어떤 기회로부터 신분과 환경이 전혀 다른 삶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서로의 삶 속에서 처한 상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다. 극적으로도 각자의 삶에 녹아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단계에서 인물간 관계를 더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서 서사적으로도 유리하다. 

2. 겉모습과 실재의 간극

외모나 배경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왕자라 할지라도 거지처럼 살면 멸시당하고, 거지도 왕자처럼 대우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금수저나 다이아 수저 혹은 흙수저라고 하더라도 결국 자기 자신의 가치는 자신 내면에서 가지는 신념, 용기, 지혜로 증명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다.  

3. 정체성의 발견과 성장통

주인공들이 서로의 삶을 통해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성장한다. 특히 자존감, 책임감, 리더십 혹은 가족의 가치나 부정하던 자신의 문제를 비로소 바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역설적으로 자기의 정체성을 찾고 성장이라는 가치가 부각 할 수 있다. 

4. 사회 구조에 대한 비유적인 비판

거지가 왕자의 모습이 되었을 때 오히려 더 왕자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부터 신분제, 계급, 불평등한 기회 등의 문제를 드러냄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사회 구조를 돌아보게 할 수 있다.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자본이 대물림 되는 가운데 기회자체가 제한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문제의식을 갖게 할 수 있으며 반대로 기득권은 그들이 가진 것이 그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우는 것일 수 있다. 

 

<왕자와 거지> 모티프 콘테츠가 가지는 재미 요소

1. 상황 역전을 통한 흉내내기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생기는 실수나 충돌이 웃음을 유발한다. 자라온 환경, 주변인들과의 관계, 생활방식과 태도 및 가치관이 다르므로 상대방을 더 깊숙히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주로 냉혹하고 까칠하던 사람이 어느날 사람 냄새를 풍기며 다정하게 말을 걸어온다거나 식성, 말투, 행동이 인간미있게 그려지면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공공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볼 수 있는 구심점이 되기도 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는 식이다.  

2. 긴장과 반전
신분이 바뀌었다는 비밀이 들킬까 봐 생기는 긴장감과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극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정체를 숨기는데 어느정도 익숙해졌다고 하더라도 그 중에는 일부 정체를 알고 있는 조력자가 있어서 적대자 혹은 다른 주변인들에게 정체를 숨기는 과정에서 종종 위기의 순간이 찾아온다. 이 위기를 어떻게 지나갈 지에 대한 위트와 지혜가 시청자들에게 더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3. 탐험과 모험의 재미
평소 접하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하는 여정을 함께함으로써 관객도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드디어 다른 누군가의 삶 속에 녹아들었고 그 속에서 어느정도 안식을 찾았다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면서 주어진 권력과 명예 혹은 돈을 들여 주변을 돕거나 정의로운 일을 하기도 하며 오히려 진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기도 한다. 그 결과 위기감이 고조되는 과정이 필연으로 따라오게 된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그야말로 '왕자와 거지'의 한국판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역사적인 인물은 그가 살았던 시대의 배경과 굵직한 사건들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던 배경에서 광해의 예민함을 덮어 백성을 사랑하는 진정한 왕의 모습을 이병헌의 탁월한 연기로 인상깊게 그려졌다. 

 

최근 좋은 평가를 받은 <옥씨 부인전>은 이 '왕자와 거지' 모티프가 남녀에게 쌍으로 나타난다. 주인공인 구덕이(임지연)은 말 그대로 거지가 왕자가 되는 역할이다. 외모가 닮지는 않았으나 지혜롭고 진취적이며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를 가졌다는 점에서 내면이 닮은 양반집 외동딸 옥태영의 삶을 우연히 살게 된 것이다. 한편 구덕이를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인 송서인(추영우)은 외모가 쌍둥이처럼 닮은 성도겸이 되어 옥씨 부인의 남편이 된다. 어찌보면 거짓으로 만들어진 두 사람의 기구하고 위험한 사랑은 그 시대의 신분제도에 대한 복합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시각을 잘 조합했다고 본다. 이들 서로의 정체를 아는 두 사람이 거짓 삶을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능력과 꿈을 펼쳐나가면서 많은 공감을 이끌었다. 

 

앞서 방영한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얼핏보면 <미지의 서울>과 같이 쌍둥이 형제의 역할 바꾸기극이다. 다만 여기에서는 남자 쌍둥이인 한강호와 한수호(윤시윤)이 등장한다. 강호는 억울한 사건으로 바닥 인생을 살지만 수호는 전국 1등만 하던 수재로 최연소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컴퓨터 판사로 통한다. 성격, 태도, 가치관, 사회적 위치가 모두 정반대인 두 사람인데 강호가 수호의 집에서 하루아침에 수호가 되어 재판장에서 억울한 사람들의 어루만지는 판사가 된 것이다. 이 드라마는 두 형재의 개인사를 풀어내는 것 뿐만 아니라 판사가 사회적 기득권층과 결탁하지 않고 정의를 수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오히려 밑바닥 인생인 강호를 통해 보여준다. 마침내 수호는 외면했던 정의를 바로 보게 되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진짜 판사가 되었고, 강호는 자기의 삶을 좀 더 의미있게 살아내고 싶은 의욕을 가졌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은 감도을 불러일으킨 <폭삭 속았수다>에도 1인 2역이 등장한다. 아이유가 엄마인 애순과 딸인 금명을 연기한 것이다. 이것은 앞서 보았던 '왕자와 거지' 모티프와는 조금 다르다. 동시대가 아니라 모녀 관계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두 사람을 연기하였으므로 서로의 입장이 바뀌는 일이나 누군가의 삶을 대리하여 살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시절 엄마의 팍팍한 삶에서 느낀 결핍이 절대 딸에게만큼은 상속되지 않겠다는 강인함이 문학소녀조차도 억척스러운 수산시장 여편네로 만들었다. 개천용이지만 현실속에서 좌절을 거치고 보이지 않는 신분차이를 정면을 맞으며 서러운 첫사랑을 끝낸 딸 역시 그 시대의 시선과 한계에 숨을 헐떡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엄마는 딸에게 최고를 못해주어도 최선을 다한다는 것, 딸은 엄마처럼 살지 않겠지만 결국 엄마를 닮을 수 밖에 없다는 운명을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서로의 입장을 알게 되고 가늠할 수 없지만 나름의 축복으로 서로를 감싸안는 똑같이 생긴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은 거지였지만 왕자가 된 애순에 투영된 자신을 보고 있었느지도 모른다. 

누구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를 희망한다. 세상 어디엔가 살고 있을지 모르는 도플갱어가 대단한 부자이거나 엄청난 신분을 가진 사람이라면 단 며칠이라도 그의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은 달콤하다. 정작 그들의 삶에도 고통과 어려움, 고민이 서려있음에도 말이다. 이렇게 누군가의 삶을 살다보면, 그저그랬던 나의 삶도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안심이 들거나 그럴거라면 좀 더 멋지게 살아보자는 의욕이 생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렇게 우리는 낯선 곳에서 나 자신을 더 잘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어야지만 내가 가진 장점과 기술과 능력과 기억을 총동원해볼 수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가봐야 집이 최고라는 기분은 일단 집밖으로 나가봐야 하는 것이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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