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영화는 어바웃타임이나 사랑의 블랙홀같은 영화도 있지만, 대개 이런 종류 영화는 나비효과같이 망친그림에 물감을 덧대는 식의 답답한 전개가 대부분이다.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꼭 바꾸고 싶은 일들이 있고 그것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다시한번 답할 수 있는 영화가 나왔다. 

(약간의 스포 주의)

바로 박신혜와 전종서가 열연한 영화 '콜'이다. 이 영화가 좀 더 섬뜩한 이유는 다른 영화들처럼 시공간의 이동이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인공은 시간을 넘어갈 수는 없고 예전 선교사들의 집이라는 대저택에 연결된 무선 전화기를 통해 음성으로면 과거와 연결된다. 드라마 '시그널'처럼 현재와 과거의 누군가와의 교신을 통해 이야기를 진해시켜 나가는 구조다. 한정된 공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전화기라는 점도 서스펜스 영화에서 주로 나오는 공간의 한정성에 부합하며 시그널과 달리 올가미에 걸린 주인공의 심정을 극대화한다. 

통화의 대상은 죽은 아버지를 되찾아줄만큼 동갑내기 친구로 교감하는 듯하지만, 전종서의 광기에 의해 점차 과거의 사건이 꼬일대로 꼬이게 된다. 과거 사건의 변화에 따라 현재의 행복했던 상황이 절망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전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만큼 잔인한 것도 없는 것 같다. 

9살과 49살의 나이는 비교적 또렷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나이라고 할 수 있다. 9살 어린 아이가 가진 트라우마와 29살 여자들의 삶, 뒤틀린 20년을 살아온 49살의 여자가 나뒹구는 영화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거의 어린 내가 인질로 잡힌 상황, 현재의 나의 존재자체를 틀어쥐고 미래의 정보를 순순히 넘겨줘야 하는 주인공의 절박하고 기막힌 상황에서 어찌나 답답한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가장 클라이막스는 수많은 냉장고로 둘러쌓인채 정신차리게 되는 박신혜가 나오는 씬이었다.(얼마나 섬뜩한 상황인지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시공간을 한정하여 시각적 연출이나 연기자들의 호연은 볼만했지만, 두시간의 러닝타임 안에서 극적 긴장감이나 그것을 풀어헤쳐서 인상적인 결말을 만들어 내는 것에는 뒷힘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을 잘 활용하지 못한 것도 안타깝다. 김성령, 이엘, 박호산, 오정세, 이동휘라는 배우가 등장하는데 너무 평면적으로 그려져서 허무한 상황이 연출될 때가 몇번 있었다는 것. 아마도 영화의 호흡에서 많은 복잡한 서사를 감당할 수 없고 두 주연배우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었을테지만 절대적으로 불리한 현재의 박신혜가 이들 캐릭터들의 역할을 통해 밸런스를 갖출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드라마라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다짜고짜 미친 전종서는 둘째치더라도 새엄마인 이엘은 왜 양딸을 그렇게 대했으며 죽이려고까지 했을까, 딸기농장 사장 오정세와 시골 파출소 열혈 경찰 이동휘가 이렇게까지 무기력했을까 하는 것은 드라마였다면 충분히 캐릭터의 생기를 불어넣을만큼의 호흡을 가질 수 있었을테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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