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라마나 조연으로 출연했던 것들까지 합친다면 차은우의 연기경력은 6년차에 접어든다. 본격적으로 TV드라마의 주연으로 각인된 드라마는 <강남미인>(2018)이다. 지난해 일본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새삼 그의 잘생긴 외모가 일본에서 다시금 이슈가 되었다. <신입사관 구해령>(2019)에서 연기한 이림역할로 그해 MBC 우수연기자 상을 수상하면서 소위 공중파에서도 인정받은, 아이돌뿐만 아니라 연기자로도 명함을 당당히 내세울 커리어를 쌓았다. 

여신강림 포스터와 작품 설명

올해 초부터 조금씩 말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결국 드라마화를 결정한 <여신강림>의 이수호 역에 차은우가 섭외되었다는 기사에 여러 반응이 나왔었다. 기존 웹툰 팬들부터 회가 거듭할 수록 그림체에서 차은우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기에 외모 싱크로율에서 이견이 많지는 않을거라는 예상을 할 수는 있었으나 지난 <강남미인>의 도경석과 많은 부분 비슷하다는 부분이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두 드라마 모두 웹툰을 기반으로 하였다는 공통점 외에도 외모때문에 괴로워하던 여자 주인공이 성형과 화장이라는 방식의 극복을 지지해준다는 캐릭터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한 도경석, 이수호 모두 외모,피지컬,두뇌 모두 뛰어나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아온 부자집 도련님이라는 점이 닮았다. 이는 <구해령>에서 연기한 이림과도 연결된다. 빼어난 외모는 물론이고 유약하기는 하나 아예 태어날때부터 다이아몬드 수저인 왕자였다. 태어날때부터 풍부한 자본(사회,문화,경제모두)을 두루 갖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와의 갈등과 어머니의 부재로 속은 따뜻하고 여리지만 겉으로는 도도하고 염세적이기까지 하다는 성격이 모두 한 카테고리에 들었다.

강남미인 도경석 인물소개
신입사관 구해령 이림 인물소개

 

여신강림 이수호 인물소개

 

다만, 도경석에서 이림으로 건너갈 때(중간 <탑 매니지먼트>를 거치기는 했지만) 까지만 해도 20대 초반 잘생긴 라이징 스타들이 맡는 냉미남 역할이 다소 어색한 연기에도 외모가 커버한다는 슈퍼쉴드가 가능했다. 게다가 본래 차은우가 아이돌로서 보여주는 따뜻하고 다정한 성품이 <강남미인>에서보다 <탑매니지먼트>나 <구해령>에서 조금 더 드러났고 연기도 그만큼 편해진 느낌이 들어 앞으로의 연기에 관심을 가지기 충분했다. <구해령>에서 다른 배우들과 달리 순수한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부담이 되었겠지만 극 후반으로 갈 수록 이림이라는 인물이 설득력을 만들어 냈다고 본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자기 부정을 긍정으로 바꾼다음 한 여인을 존중하면서 스스로도 자유롭고 멋진 삶을 살아낸다는 발전적인 캐릭터였다. 

그러나 <여신강림>은 이림이 보여준 현재의 각성을 넘어 미래의 기대감을 다시 도경석 시대로 되돌려놓았다. 이제 중반을 넘어선 <여신강림>의 이수호는 처음부터 불안요소로 작용했던 제2의 도경석이라는 수식어를 넘어서기에 많은 방해물이 있는 것 같다. 우선 기본적인 연기에 대해서는, 눈빛이나 발성이 좋아지고 목소리 톤이나 대사도 안정적이라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다소 어색한 움직임에 대한 지적도 보인다. 언뜻 곱상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운동을 좋아하는 활동적이고 남성적인 성향이라 걸음걸이도 시원시원하고 말을 걸거나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 리액션이 큰 아이돌의 행동양식이 드라마의 극중 역할과의 괴리감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메이킹 영상에서 이번 <여신강림>뿐만 아니라 <구해령>에서도 연출자의 연출에서 감정을 잡아가면서 그런 부분들을 많이 신경쓰고 있고 그만큼 많은 부분 지적이 적어지고 있어서 앞으로는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문제는 보여줄 것이 한정된 사람에게 드라마는 자꾸 무언가를 보여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 점은 차은우가 보여줄것이 적다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의 흥행요소가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에 집중이 되다보니 다른 드라마에서는 보이지 않는 비주얼에 대한 압박이 너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가만히 두어도 잘생긴 외모는 어디가지 않겠지만, 아예 대놓고 아름답고 잘생기고 멋진 모습을 토탈 패키지로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차은우라는 아름다운 배우를 소비하게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다. 시청자들도 그런 분위기에 이끌려 외모 위주의 리뷰가 대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도경석도 잘사는 집이라 비싼 옷을 입었다는 설정은 있었지만, 이수호는 웹툰에서 선보인 명품들을 그대로 입고 등장한다. 도경석의 패션은 대학생 신입생이 입을만한 체크남방에 흰티, 검은 진을 매치해서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이수호의 패션은 만화방을 갈때 조차 백만원이 넘는 명품 자켓을 입고 나온다. 시그니처 줄무니가 특징인 특정 명품이 애착옷인 이수호는 시시콜콜한 순간순간에도 명품을 휘감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자꾸 분산시킨다. 시청자들도 명품에 현혹되기보다는 배우에 잘 어울리는 코디의 자연스러운 착장을 더 원할 것이다. 아이돌이나 평상시 브이앱보다 어색한 헤메코(헤어, 메이크업, 코디)때문에 갤러리에서는 대책마련의 불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특성상 코미디 요소가 주요하겠으나 이수호라는 서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인물의 내면, 외면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 가는가를 따라가는 호흡보다는 장면장면 씬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지는 설정이 분절적이게 느껴진다. 대뜸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이 나오거나, 한바탕 격투씬을 통해 남성적이고 액션스타 면모를 엿보게 만드는 시도가 차은우 배우에게는 미래 작품을 위해 나쁘지 않을 수 있으나 작품으로만 보면 과연 득이 되었을까싶다. 지난 회에서는 도원대군 이림을 연상하게 하는 사극차림이 나오면서 차은우 배우의 기존 작품들의 보여주기식 소비가 정점을 찍었다 싶었다. 물론 현재 콘텐츠 트렌드는 실시간 반응을 토대로 SNS, 스트리밍 서비스, 웹진, 하물며 배우들이 광고모델로 있는 브랜드의 콘텐츠들도 유기적으로 반응을 내놓고 있으며 그와 어떻게든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콘텐츠가 흥미를 돋구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예능이나 버라이어티쇼 혹은 팬쇼케이스가 아니라면 백화점식 보여주기보다는 새로운 캐릭터의 살아있음을 진정성있게 보여줄 수 있는 뒷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연출가의 전작인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경우도 작위적이지만 귀여운 연출을 선보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순정만화의 진부한 설정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엑스트라가 그 틀을 부숴버린다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여신강림>은 극적이고 귀여운 기존 연출방식은 가져다 쓰되 식상한 설정을 깨부순다는 신선함이 다소 적다.(주경이 언니 희경과 담임 선생님 준우의 성역할 반전이 그 노력인듯 하나.) 

못난이 이미지에서 메이크 오버된 역할을 맡게 되는 여자 연기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수 밖에 없는 드라마 장르 특성상, 도경석과 이수호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얻은 미모와 선천적으로 타고난 매력적인 성격을 가진 여주인공을 공인해주는 역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연하겠지만, 아름다운 미모의 여배우들이 외모가 망가진 모습으로 극중에 등장해야 하는 것은 많은 리스크를 가지게 되고 그만큼 연출에서 많은 부분 스포트라이트를 주어야 할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신입사관 구해령>의 구해령은 외모따위야 어찌되었건 자기 소신을 세우는 사람이었고 잘못을 잘못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맞설줄 아는 인물이었다. 이림과의 애정도 여자 캐릭터의 자존감을 낮추는 결핍이 구실이 되지 않았다. 또한 이림은 궁안에서 창살없는 감옥인 녹서당에서 글밖에 읽지않아 유약한 체력을 가졌으나, 심성이 섬세하고 자연을 해치지 않는 고운 마음을 가졌으며 마음을 동하게 하는 글을 잘 쓴다. 왕이 될 기회가 있었으나 자신의 능력과 진정 원하는 바를 깨닫고 자유인이 되어 팔도를 유람하며 자기가 잘하는 일, 글을 짓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여자의 자립을 공인해주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고 자기의 일을 멋지게 해내는 사람으로 분한 것이다. 

다음주 여신강림은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하는 주경과 수호의 씬이 예고되었다. 이는 도경석과 강미래가 몰래 데이트 하던 장면과 왠지 모르게 닮았기에 앞서 늘어놓은 우려가 반복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은우가 <여신강림>출연을 고사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절대적 외모의 소유자라는 설정뿐인 남자주인공을 탈피하려면 (학원물의 재미를 주려는 의도겠으나)지금과 같이 분절적 에피소드를 이어가는 것보다는 이미 충분히 떡밥을 뿌려두었던, 음악에 진심이고 그 소질을 놓지 않고 끝내 스스로 발전하는 레오(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극중 숨어있는 작곡가)의 면모로 이수호라는 캐릭터가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성장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아마 지금까지 인물관계, 에피소드를 통한 갈등의 심화와 해소 등을 보였기에 그런 흐름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멋진 외모의 배우들은 그들의 외모나 피지컬로도 스타성을 인정받지만 그들이 만난 인생 캐릭터로 많은 팬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다. 멜로만 해도 김수현의 <별에서 온 그대>나 현빈의 <시크릿 가든>, 정해인의 <밥잘사주는 예쁜누나>에서 도민준과 김주원, 서준희는 시청자들은 눈이 즐거울 지언정 대놓고 출중한 외모를 다른 캐릭터들이 찬양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비범한 초능력이나 상상을 초월한 부유함, 공인된 실력같은 다른 무기를 가지고 여자 주인공들과 매력 대결을 했다. 물론 나라를 지켜내는 요원이 되거나(송중기, 이승기) 아예 찌질하지만 순정남(김하늘)이 되어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 

배우로서 차은우는 빛나는 자기 삶을 살아내는 캐릭터를 만나는 것, 그를 충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내공을 쌓아도 지금의 멀티플레이어로서 시간은 부족할 것이다. 더 멀리 나아가야 하는 루키가 몇 안되는 기존 필모 이미지를 재활용하거나 반복적으로 외모를 소비하는 식의 고군분투 드라마로 남지 않기를. 자가발전하는 빛나는 이수호가 시청자들의 가슴에 남기를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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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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