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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브랜드 리뷰342

시간을 다루는 네 가지 방식 - 타임슬립 영화가 선택과 책임을 말하는 법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고 싶은가. 대부분의 타임슬립 영화는 이 매혹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영화들이 시간이라는 동일한 장치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영화는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시간을 되감고, 어떤 영화는 특정한 시간 속에 머물며 그 과정을 견뎌낸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연출의 기교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기준과 책임을 감당하는 태도의 차이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네 편의 타임슬립 영화를 하나의 좌표 위에 놓고 비교해 보려 한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가가 아니라, 시간 앞에서 무엇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어떤 책임으로 이어졌는가를 기준으로 삼아보려고 한다. 네 편의 영화는 모두 타임슬립 서사에 속한다. 다만 그.. 2025. 12. 18.
우리는 왜 문을 상상하는가 - 도라에몽, 스즈메, 몬스터주식회사, 하울의 문을 지나며 벽이 세계를 나누면, 문은 잠시 세계를 연다문은 벽보다 오래된 인간의 상상이다. 벽이 세계의 경계를 확정하고 분리하는 장치라면, 문은 그 세계를 잠시 열어두는 약속이다. 우리는 늘 벽 앞에서 문을 상상해 왔다. 넘어가고 싶지만 넘어갈 수 없을 때, 지금의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완전히 도망치고 싶지는 않을 때다. 사실 '문'은 이동, 선택, 경계, 기회, 탈출, 귀환 등 보편적인 인간의 경험과 심리를 상징하는 강력한 은유다. 이 칼럼 시리즈의 중심인 도라에몽의 '어디로든 문' 역시 이 은유의 한 형태다. 하지만 이 문 하나만으로는 우리가 기술에 투영하는 모든 욕망과 책임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이 특별 칼럼을 통해 네 가지 다른 문화 콘텐츠 속 '문'을 살펴보면서, 기술이 인간에게 요구하는 다양.. 2025. 12. 17.
비로소 드라마 리뷰: 〈키스는 괜히 해서!〉 거짓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나는, 전형성을 가장 잘 활용한 로코 전형적인데 왜 이렇게 재밌지?〈키스는 괜히 해서!〉는 전형적 로코 틀을 아주 영리하게 사용한다. 캔디형 여주, 능력치 만렙 남주, 갑작스러운 키스, 오해와 비밀… 이 조합은 ‘뻔함’이 아니라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다. 여기에 배우들의 케미가 들어가면, 전형성은 단점이 아니라 맛있게 소비되는 로코 관습으로 바뀐다.옆자리 케미가 살아 움직인다. 안은진의 현실 캔디성 + 장기용의 츤데레 팀장 결합은 전통적인 로코 감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두 배우의 외모부터 오글거리는 로코드라마에 개연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두 배우의 눈빛·호흡·미묘한 타이밍들이 설렘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드라마 정보장르: 로맨틱 코미디편성: SBS 수목드라마첫 방송: 2025년 11월 12일출연: 장기용(공지혁), 안은진(고다림), .. 2025. 11. 14.
비로소 리뷰 〈이로운 사기〉 현실의 X맨, 감정이 다시 작동할 때 이로운 사기>는 감정을 잃은 천재 사기꾼 이로움(천우희) 과 과도한 공감 능력으로 상처받는 변호사 한무영(김동욱)이 손잡고 사회적 악을 향해 복수를 설계하는 이야기다. 겉으로는 범죄 스릴러지만, 결국은 감정이 다시 작동하는 순간, 인간이 회복되는 이야기다. 복수극의 쾌감보다, 인간의 온도가 어떻게 다시 복원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드라마 정보장르: 범죄, 심리, 휴먼 드라마공개년도: 2023년서비스 OTT: tvN / 넷플릭스총 16부작극본: 한우주연출: 이수현주연: 천우희(이로움), 김동욱(한무영), 윤박(고요한), 박소진(모해정신의학과 원장), 이연(정다정), 유희제(나사), 홍승범(링고) 이로운 사기>는 방영 당시 4~5%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며, “잔혹하지 않은 복수극”이라는 평을.. 2025. 11. 12.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이탕 말고 송촌, 정의 이후의 인간 공개된 지 좀 지났지만 리뷰로 남겨볼만 한 콘텐츠는 종종 리뷰를 써 볼 생각이다. 캐릭터가 살아있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은 비록 시간이 지난 후 보더라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이번에는 이다. 주인공은 이탕이라는 대학생이고, 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우는 캐릭터는 장난감이라는 형사가 등장한다. 원래 동명의 웹툰을 실사화 한 드라마다. 독특한 이름처럼 원작은 4컷만화같은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시니컬한 연쇄 살인 이야기를 풀어내어 그당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이번 리뷰는 탕이나 난감이 아닌 송촌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리뷰를 작성해보았다. 1. 정의의 이름으로 태어난 괴물, 송촌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정의와 우연, 그리고 윤리의 경계를 탐.. 2025. 11. 5.
쿠팡플레이 <저스트 메이크업>, 이효리와 <흑백요리사>에 색을 입히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예능 은 단순한 뷰티 서바이벌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K-뷰티의 기술과 미학을 감정의 언어로 번역하며, ‘얼굴로 예술을 말하는 시대’라는 새로운 장르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무대의 중심에는 이효리가 있다.아이돌 시절 수많은 무대를 경험한 그는 ‘무대 위의 얼굴’이 지닌 감정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안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퍼포먼스 경험, 수많은 브랜드 모델로서 메이크업을 통해 ‘이미지’를 구축해온 경험, 또 방송 출연자로서 연출된 이미지와 진짜 자신 사이의 균형을 다뤄온 시간들을 통해서 말이다. 이효리는 이 모든 경력을 바탕으로, 이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과 출연자 사이의 감정적 가교 역할을 맡는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아티스트의 시선으로 참가자들을 바라보면서도, 대중의 감정선.. 2025. 10. 14.
<다 이루어질지니> 정주행 매뉴얼, 김은숙 월드의 확장, OTT 시대의 감정 실험 김은숙의 세계가 다시 깨어나다김은숙의 드라마는 늘 ‘낭만적 대사와 시대의 감정이 충돌하는 공간’ 위에서 작동해 왔다. 이 사랑의 신화를 세속화했다면, 는 죽음과 구원을 로맨스로 끌어왔고, 은 시대의 비극에서 낭만과 사랑에 대한 희망을 바랐고 는 복수의 윤리를 감정의 언어로 번역했다.그리고 2024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 이루어질지니> 는 이 연장선에서 또 다른 변주를 시도한다. 이번엔 ‘지니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글로벌한 고전적 판타지를 빌려, OTT 시대의 감정 문법과 B급 유머를 결합했다고 볼 수 있다.전설을 기반으로 하여 신화 판타지적 존재와의 사랑을 담았다는 점에서 김은숙이 만든 를 연상시키며 그 이후의 세계, 그러나 이후의 관객이 소비하는 새로운 감정의 형식이 바로 라고 요약할 수 있다.그러.. 2025. 10. 13.
사옥미팅, 에그녀 테오남 연예PD들이 연애 프로그램에 몸을 던지다. 김태오, 나영석의 회사 PD들이 3:3 미팅을 한다고?이미 이 한줄 하이 컨셉으로도 온갖 호기심이 발동할만 하다. 무한도전과 1박2일로 우리의 머리속에 강력한 라이벌로 인식되는 두 PD가 세운 회사가 이런 식으로 만난다고? 두 PD의 성격과 프로그램의 성향이 완전히 다른만큼 두 회사의 분위기와 그 속에서 일하는 PD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도 발동하였다. 이 콘텐츠를 설명하자면 다음 프로그램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 , 와 사이 어딘가게다가 나영석 PD의 에태오, 나영석의 회사 PD들이 3:3 미팅을 한다고?이미 이 한줄 하이 컨셉으로도 온갖 호기심이 발동할만 하다. 무한도전과 1박2일로 우리의 머리속에 강력한 라이벌로 인식되는 두 PD가 세운 회사가 이런 식으로 만난다고? 두 PD의 성격과 .. 2025. 8. 16.